[뉴스따라잡기] 의문의 무덤 쇠말뚝…시골마을 ‘발칵’

입력 2010.03.24 (08:58) 수정 2010.03.2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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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제강점기에 민족정기를 끊겠다며 산에 말뚝을 박는 일이 있었다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한 시골 마을의 무덤들에 3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발견돼, 주민들이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이민우 기자, 돌아가신 분 무덤에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현재로선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정성껏 모시던 조상의 묘에 박힌 쇠말뚝. 큰 건 2미터나 된답니다. 섬뜩하죠.



후손들 꿈자리가 뒤숭숭할 만 한데요.



희한한 점이 한 둘이 아닙니다.



남자가 있는 집 묘지만, 그것도 시신 특정 부위만 노렸답니다.



묘지, 쇠말뚝, 저주. 마을엔 흉흉한 괴담이 떠돌고 있고, 주민들은 이 기이한 사건에 떨고 있습니다.



<리포트>



전남 무안의 평화로운 한 시골 마을이 지금 발칵 뒤집혔습니다.



<인터뷰>박양애(피해주민) :  "(마을 주민들이) 전부다 잠을 못자고 떨어. 무서워서."



불길한 쇠말뚝 때문이었습니다.



마을 야산 무덤에 무려 3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박혀있었습니다.



<인터뷰>피해 주민 : "무슨 원한으로 이렇게 산소에다가 행패를 부렸는지. 왜 조상 묘에다 이렇게 행패를 부리냐고."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봉분 위에 쇠말뚝이 여기저기 박혀 있습니다.1미터가 넘는 쇠말뚝이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50여 개가 박혀 있습니다.



이 쇠말뚝을 발견한 주민은 오은순씨.



한달 전쯤 꿈자리가 이상해서 조상의 묘를 찾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란겁니다.



<인터뷰>오은순(피해 주민) : "(꿈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오셔서 안 좋게 하고 계시고. 날이 안 좋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많이 놀랐지요."



이 무덤 뿐만이 아니였습니다. 마을 야산에 있는 다른 무덤도 비슷하게 ‘쇠말뚝 봉변’을 당했습니다.



<인터뷰>박양애(피해 주민) : "아홉 집이 박혔어요. 막 놀랬지. 묘 하나에는 120~30개인가 나왔다고 하는데."



<인터뷰>오은순(피해 주민) :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돼서 기분이 나빠서. 남편이 식사도 못하고. 형제들한테 알리지도 않았어. 지금."



급기야 경찰이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마을 야산의 무덤 무덤마다 쇠말뚝을 찾고 있습니다.



봉변을 당한 묘는 이 마을 9가구의 무덤 20기. 무덤 1기에서 수십개에서 많게는 1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박혀있었습니다. 무덤에서 뽑힌 쇠말뚝은 현재까지 360개가 넘습니다. 모두 1미터의 2미터 길이의 쇠말뚝입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한두개 같으면 모르는데 몇 백개씩 이렇게 다발적으로 하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일이죠."



이 쇠말뚝 때문에 마을 분위기는 점점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불길한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범인이 누군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유영현(과장 / 전남 무안경찰서) : "특별히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있다거나 혹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이런 의심이 갈 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라고 지금 이렇게 얘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골 마을이라 cctv도 없고 특별한 목격자도 없는 상황. 그런데 몇 가지 특이한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남자가 있는 집만 노렸다.



피해를 본 무덤의 가족에는 꼭 성인 남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성만 있는 집은 예외였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은, 4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전부 남자 있는 집만 했지. 남자 없는 집은 안했어."



<인터뷰>마을주민 : "신랑 있는 집들만 (쇠말뚝을) 박았어. 우리는 혼자 사니까 못하고."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남자에 대한 원한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시신의 상반신에만 쇠말뚝이 박혀있다.



아무렇게나 박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쇠말뚝이 박힌 곳은 모두 시신의 상반신 부분이었습니다.



<인터뷰>노민수(피해 주민) : "머리 부분에서 가슴부분. 그 부분에 집중적으로 쇠 파이프를 박았대요."



마을 주민들은 혹시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의 짓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참 알 수가 없어. 무속인들이 한 것인지 뭐 한 것인지."



그러나 무속인들은 펄쩍 뛰고 있습니다. 무속신앙을 믿는다면 절대 이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무속인협회 관계자 : "저희 무속에서는 시신을 굉장히 중요시 하거든요. 시신을 함부로 손댄다는 자체로도. 꿈에도 상상 안 해요. 천벌 받는다고 생각해서." 



피해 본 9가구는 모두 작은 마을 주민들.



이 마을은 작은 도랑을 사이에 두고 작은 마을과 큰 마을로 구분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피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작은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인터뷰>노동규(피해 주민) : " 묘한 것은 저기 바닷가로 내려가면 뭐 돌둑 넘어 사람들 것만. 작은 마을 집안 사람들것만."



주민들은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일것이라 보는데요,



<인터뷰>노동규(피해 주민) : "마을 지리를 확실히 아는 사람이죠."



그래서 조용한 마을에 큰 불화까지 생겼습니다. 한쪽 마을에만 의도적으로 해를 입혔다는 생각이 불신으로 이어져 자꾸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노동규(피해 주민) : "말 한자라도 잘못하면 오해사고 막 감정상하고. 우리가 뭔 감정상할 일을 했겠어. 아홉 사람이."



마을을 흉흉하게 만든 의문의 쇠말뚝. 이 쇠말뚝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제가 우리의 풍수사상을 역이용해 박은 쇠말뚝입니다.



<인터뷰>소윤하(민족정기선양 위원장) : "모든 만물이 땅에서부터 소생한다고. 그 맥락에서 우리 정기를 훼손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번 무안군 사건은 이와는 다른 의미로 보여진다고 합니다.



<인터뷰>소윤하(민족정기선양 위원장) : "지금 그렇게 많은 숫자라면 (쇠말뚝을) 박은 사람의 목적은 사자에 대한 저주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었겠나."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무덤에 깊이 박혀있는 쇠말뚝을 찾아내 뽑고 있는데요, 정성껏 모셔온 조상들의 묘가 훼손된 것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심한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노민수(피해 주민) : "내가 뭘 잘못했나. 이 죄책감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며칠간 잠도 못자고."



경찰은 마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잡히면 사체 오욕죄, 유골 오욕죄로 처벌됩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을 떠나 후손들의 가슴에는 또다른 쇠말뚝이 박혀 죄책감과 불길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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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따라잡기] 의문의 무덤 쇠말뚝…시골마을 ‘발칵’
    • 입력 2010-03-24 08:58:00
    • 수정2010-03-24 13: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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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제강점기에 민족정기를 끊겠다며 산에 말뚝을 박는 일이 있었다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한 시골 마을의 무덤들에 3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발견돼, 주민들이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이민우 기자, 돌아가신 분 무덤에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현재로선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정성껏 모시던 조상의 묘에 박힌 쇠말뚝. 큰 건 2미터나 된답니다. 섬뜩하죠.

후손들 꿈자리가 뒤숭숭할 만 한데요.

희한한 점이 한 둘이 아닙니다.

남자가 있는 집 묘지만, 그것도 시신 특정 부위만 노렸답니다.

묘지, 쇠말뚝, 저주. 마을엔 흉흉한 괴담이 떠돌고 있고, 주민들은 이 기이한 사건에 떨고 있습니다.

<리포트>

전남 무안의 평화로운 한 시골 마을이 지금 발칵 뒤집혔습니다.

<인터뷰>박양애(피해주민) :  "(마을 주민들이) 전부다 잠을 못자고 떨어. 무서워서."

불길한 쇠말뚝 때문이었습니다.

마을 야산 무덤에 무려 3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박혀있었습니다.

<인터뷰>피해 주민 : "무슨 원한으로 이렇게 산소에다가 행패를 부렸는지. 왜 조상 묘에다 이렇게 행패를 부리냐고."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봉분 위에 쇠말뚝이 여기저기 박혀 있습니다.1미터가 넘는 쇠말뚝이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50여 개가 박혀 있습니다.

이 쇠말뚝을 발견한 주민은 오은순씨.

한달 전쯤 꿈자리가 이상해서 조상의 묘를 찾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란겁니다.

<인터뷰>오은순(피해 주민) : "(꿈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오셔서 안 좋게 하고 계시고. 날이 안 좋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많이 놀랐지요."

이 무덤 뿐만이 아니였습니다. 마을 야산에 있는 다른 무덤도 비슷하게 ‘쇠말뚝 봉변’을 당했습니다.

<인터뷰>박양애(피해 주민) : "아홉 집이 박혔어요. 막 놀랬지. 묘 하나에는 120~30개인가 나왔다고 하는데."

<인터뷰>오은순(피해 주민) :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돼서 기분이 나빠서. 남편이 식사도 못하고. 형제들한테 알리지도 않았어. 지금."

급기야 경찰이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마을 야산의 무덤 무덤마다 쇠말뚝을 찾고 있습니다.

봉변을 당한 묘는 이 마을 9가구의 무덤 20기. 무덤 1기에서 수십개에서 많게는 1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박혀있었습니다. 무덤에서 뽑힌 쇠말뚝은 현재까지 360개가 넘습니다. 모두 1미터의 2미터 길이의 쇠말뚝입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한두개 같으면 모르는데 몇 백개씩 이렇게 다발적으로 하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일이죠."

이 쇠말뚝 때문에 마을 분위기는 점점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불길한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범인이 누군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유영현(과장 / 전남 무안경찰서) : "특별히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있다거나 혹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이런 의심이 갈 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라고 지금 이렇게 얘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골 마을이라 cctv도 없고 특별한 목격자도 없는 상황. 그런데 몇 가지 특이한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남자가 있는 집만 노렸다.

피해를 본 무덤의 가족에는 꼭 성인 남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성만 있는 집은 예외였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은, 4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전부 남자 있는 집만 했지. 남자 없는 집은 안했어."

<인터뷰>마을주민 : "신랑 있는 집들만 (쇠말뚝을) 박았어. 우리는 혼자 사니까 못하고."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남자에 대한 원한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시신의 상반신에만 쇠말뚝이 박혀있다.

아무렇게나 박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쇠말뚝이 박힌 곳은 모두 시신의 상반신 부분이었습니다.

<인터뷰>노민수(피해 주민) : "머리 부분에서 가슴부분. 그 부분에 집중적으로 쇠 파이프를 박았대요."

마을 주민들은 혹시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의 짓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참 알 수가 없어. 무속인들이 한 것인지 뭐 한 것인지."

그러나 무속인들은 펄쩍 뛰고 있습니다. 무속신앙을 믿는다면 절대 이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무속인협회 관계자 : "저희 무속에서는 시신을 굉장히 중요시 하거든요. 시신을 함부로 손댄다는 자체로도. 꿈에도 상상 안 해요. 천벌 받는다고 생각해서." 

피해 본 9가구는 모두 작은 마을 주민들.

이 마을은 작은 도랑을 사이에 두고 작은 마을과 큰 마을로 구분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피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작은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인터뷰>노동규(피해 주민) : " 묘한 것은 저기 바닷가로 내려가면 뭐 돌둑 넘어 사람들 것만. 작은 마을 집안 사람들것만."

주민들은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일것이라 보는데요,

<인터뷰>노동규(피해 주민) : "마을 지리를 확실히 아는 사람이죠."

그래서 조용한 마을에 큰 불화까지 생겼습니다. 한쪽 마을에만 의도적으로 해를 입혔다는 생각이 불신으로 이어져 자꾸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노동규(피해 주민) : "말 한자라도 잘못하면 오해사고 막 감정상하고. 우리가 뭔 감정상할 일을 했겠어. 아홉 사람이."

마을을 흉흉하게 만든 의문의 쇠말뚝. 이 쇠말뚝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제가 우리의 풍수사상을 역이용해 박은 쇠말뚝입니다.

<인터뷰>소윤하(민족정기선양 위원장) : "모든 만물이 땅에서부터 소생한다고. 그 맥락에서 우리 정기를 훼손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번 무안군 사건은 이와는 다른 의미로 보여진다고 합니다.

<인터뷰>소윤하(민족정기선양 위원장) : "지금 그렇게 많은 숫자라면 (쇠말뚝을) 박은 사람의 목적은 사자에 대한 저주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었겠나."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무덤에 깊이 박혀있는 쇠말뚝을 찾아내 뽑고 있는데요, 정성껏 모셔온 조상들의 묘가 훼손된 것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심한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노민수(피해 주민) : "내가 뭘 잘못했나. 이 죄책감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며칠간 잠도 못자고."

경찰은 마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잡히면 사체 오욕죄, 유골 오욕죄로 처벌됩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을 떠나 후손들의 가슴에는 또다른 쇠말뚝이 박혀 죄책감과 불길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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