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현장] 5월 총선에 쏠린 유럽의 눈

입력 2010.04.04 (11: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금 영국에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총선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14년 만의 정권교체냐, 노동당의 장기집권이냐를 결정하게 될 이번 총선은 영국의 앞날은 물론 유럽연합의 진로와 우파 일색인 유럽의 권력 지도를 가름하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례 없이 큰 관심이 영국 총선에 집중되고 있는데요...김태선 특파원이 런던에서 자세한 소식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선거의 계절. 영국에선 요즘, 벌써부터 총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5월 초로 예정돼 있을 뿐 아직 날짜도 잡히지 않았지만, 언론에선 매주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몇 달 전만해도 20%,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보수당의 압도적인 우세였던 선거판이 최근 집권 노동당의 맹추격으로 급격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젠,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예측불가의 혼전 양상입니다.

<인터뷰> 런던 시민: "노동당에겐 기회가 있었어요. 이젠 보수당이 한번 해보도록 할 때에요"

<인터뷰> 런던 시민: "보수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을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 뒤에는 돈이 있어요."

이번 총선에선 특히, 처음으로 TV 토론이 도입됩니다. 영국에선 그동안, 정책 보단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국과 달리 TV 토론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총선 열기를 반영하듯 3당 당수가 참여하는 토론에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방청객들은 3당 지지자들로 고루 구성하되 차분한 정책 대결을 위해, 아예 박수와 야유를 금지시켰습니다.

당수 부인들 간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임신 사실을 공개하거나 남편의 흉 아닌 흉을 보면서, 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인터뷰>사만다 카메론(보수당 당수 부인): "(남편이) 옷도 잘 못 고르고, TV채널을 너무 자주 돌려요. 휴대폰도 가만히 놔두지 않아 제가 뭐라고 그럽니다."

남편을 소개하는, 행사의 사회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사라 브라운(브라운 총리 부인): "여러분께 제 남편이자 영웅이자, 노동당의 리더인 브라운 총리를 소개해 드립니다."

언론들은 당수 부인들의 인기도 조사 결과까지 발표하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14년만의 보수당으로의 정권교체냐, 아니면 노동당의 4기 연속 장기집권이냐.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쟁점은 단연 경제 분얍니다.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 등 다른 주요 유럽국들보다도 경기 회복이 훨씬 더딘 상황, 최근엔, GDP 대비 10%가 넘는 재정적자와 80%대의 막대한 정부 부채로, 그리스에 이은 국가 재정 위기, 신용등급 하락 설까지 나오면서 금융대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노동당은 경기회복을 우선시하며 긴축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면, 보수당은 적자 감축계획 등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쪽입니다.

<인터뷰>고든 브라운 (총리): "우리는 지금 폭풍을 헤쳐 나가는 중입니다. 돌아설 때가 아닙니다. 임무를 끝내야 합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인터뷰>데이빗 카메론(보수당 당수): "5년 더 사태를 악화시키도록 하느냐, 힘 있는 지도력의 보수당과 함께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느냐 중대 기로입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긴축을 해야 하지만,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되는 딜레마 상황, 경제계는 더더욱 권력의 향배, 정책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스튜어트 로즈(막스엔스펜서 회장): "제 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지금 아니면 나중엔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죠."

이번 영국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중 하나는 이른바 헝 팔러먼트(Hung Palimant), 즉 어느 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의회가 근 40년 만에 탄생하느냐 여붑니다.

양당제의 뿌리가 깊은 영국에선 지난 74년 이후 절대다수당이 없는 의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여론조사대로라면,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단독 집권이 힘든 상황입니다. 제 3당인 자유민주당의 캐스팅 보트, 킹메이커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닉 클레그(자유민주당 당수): "나는 킹메이커가 아닙니다. 4천 5백만 영국 유권자들이 킹메이커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인터뷰> 자민당 지지자: "우리의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면 어느 정당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총선은 영국 뿐 아니라 유럽의 권력 지도에도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2천년, 당시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중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대 강국을 비롯하여 12개나 라에서 좌파가 단독 집권하면서, 유럽은 좌파 열풍이었습니다.

이후, 덴마크 등 북유럽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우파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지난해 독일 총선을 통해 이뤄진 메르켈 정권의 보수연정 구성은 유럽 우파 득세의 절정이었습니다.

유럽 좌우파의 주도권 교체, 대략 10년 주기입니다. 유럽 우파의 성공 비결은 좌파가 정체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복지, 환경 등 좌파의 아젠다까지도 포괄하는 현대화, 실용주의 덕분으로 분석돼 왔습니다.

<인터뷰>클라우스 짐머만(독일 경제조사 연구소장): "보다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이 필요합니다. 독일 새 정부는 이미 많은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프랑스에서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는 좌파 연합이 압승을 거두며 집권 우파가 지방 의회에서 몰락하다시피 했습니다. 내후년 대선을 앞둔 사르코지 대통령의 참패, 좌파의 교두보 확보라고 프랑스 언론은 전합니다.

<인터뷰> 엘리자베스 듀포리어(정치 분석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듣지 않고 필요한 것이라며 강요만 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잘 보여줍니다."

우파의 득세 속에 프랑스에서 시작된 좌파의 재기 움직임... 영국 총선이 향후 흐름을 결정하는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3의 길의 원조 격인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우파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유럽 정치 판도의 무게 중심도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반대의 경우, 유럽에는 더욱 확고한 우파 체제가 구축됩니다. 아울러, 유럽통합에 미온적인 보수당이 집권할 경우 리스본 조약 통과 이후 박차가 가해지던 유럽 통합 과정에 재협상 등 진통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이먼 힉스(런던정경대 교수): "보수당이 집권하면 집권 초반기에는 영국과 다른 유럽국들 간에 정치적 긴장이 꽤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위기 타개 등 2010년대 영국의 진로를 책임질 정치세력으로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 영국민의 선택에 영국 뿐 아니라 유럽인, 나아가 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현장] 5월 총선에 쏠린 유럽의 눈
    • 입력 2010-04-04 11:05:3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금 영국에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총선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14년 만의 정권교체냐, 노동당의 장기집권이냐를 결정하게 될 이번 총선은 영국의 앞날은 물론 유럽연합의 진로와 우파 일색인 유럽의 권력 지도를 가름하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례 없이 큰 관심이 영국 총선에 집중되고 있는데요...김태선 특파원이 런던에서 자세한 소식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선거의 계절. 영국에선 요즘, 벌써부터 총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5월 초로 예정돼 있을 뿐 아직 날짜도 잡히지 않았지만, 언론에선 매주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몇 달 전만해도 20%,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보수당의 압도적인 우세였던 선거판이 최근 집권 노동당의 맹추격으로 급격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젠,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예측불가의 혼전 양상입니다. <인터뷰> 런던 시민: "노동당에겐 기회가 있었어요. 이젠 보수당이 한번 해보도록 할 때에요" <인터뷰> 런던 시민: "보수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을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 뒤에는 돈이 있어요." 이번 총선에선 특히, 처음으로 TV 토론이 도입됩니다. 영국에선 그동안, 정책 보단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국과 달리 TV 토론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총선 열기를 반영하듯 3당 당수가 참여하는 토론에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방청객들은 3당 지지자들로 고루 구성하되 차분한 정책 대결을 위해, 아예 박수와 야유를 금지시켰습니다. 당수 부인들 간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임신 사실을 공개하거나 남편의 흉 아닌 흉을 보면서, 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인터뷰>사만다 카메론(보수당 당수 부인): "(남편이) 옷도 잘 못 고르고, TV채널을 너무 자주 돌려요. 휴대폰도 가만히 놔두지 않아 제가 뭐라고 그럽니다." 남편을 소개하는, 행사의 사회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사라 브라운(브라운 총리 부인): "여러분께 제 남편이자 영웅이자, 노동당의 리더인 브라운 총리를 소개해 드립니다." 언론들은 당수 부인들의 인기도 조사 결과까지 발표하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14년만의 보수당으로의 정권교체냐, 아니면 노동당의 4기 연속 장기집권이냐.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쟁점은 단연 경제 분얍니다.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 등 다른 주요 유럽국들보다도 경기 회복이 훨씬 더딘 상황, 최근엔, GDP 대비 10%가 넘는 재정적자와 80%대의 막대한 정부 부채로, 그리스에 이은 국가 재정 위기, 신용등급 하락 설까지 나오면서 금융대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노동당은 경기회복을 우선시하며 긴축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면, 보수당은 적자 감축계획 등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쪽입니다. <인터뷰>고든 브라운 (총리): "우리는 지금 폭풍을 헤쳐 나가는 중입니다. 돌아설 때가 아닙니다. 임무를 끝내야 합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인터뷰>데이빗 카메론(보수당 당수): "5년 더 사태를 악화시키도록 하느냐, 힘 있는 지도력의 보수당과 함께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느냐 중대 기로입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긴축을 해야 하지만,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되는 딜레마 상황, 경제계는 더더욱 권력의 향배, 정책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스튜어트 로즈(막스엔스펜서 회장): "제 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지금 아니면 나중엔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죠." 이번 영국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중 하나는 이른바 헝 팔러먼트(Hung Palimant), 즉 어느 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의회가 근 40년 만에 탄생하느냐 여붑니다. 양당제의 뿌리가 깊은 영국에선 지난 74년 이후 절대다수당이 없는 의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여론조사대로라면,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단독 집권이 힘든 상황입니다. 제 3당인 자유민주당의 캐스팅 보트, 킹메이커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닉 클레그(자유민주당 당수): "나는 킹메이커가 아닙니다. 4천 5백만 영국 유권자들이 킹메이커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인터뷰> 자민당 지지자: "우리의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면 어느 정당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총선은 영국 뿐 아니라 유럽의 권력 지도에도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2천년, 당시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중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대 강국을 비롯하여 12개나 라에서 좌파가 단독 집권하면서, 유럽은 좌파 열풍이었습니다. 이후, 덴마크 등 북유럽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우파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지난해 독일 총선을 통해 이뤄진 메르켈 정권의 보수연정 구성은 유럽 우파 득세의 절정이었습니다. 유럽 좌우파의 주도권 교체, 대략 10년 주기입니다. 유럽 우파의 성공 비결은 좌파가 정체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복지, 환경 등 좌파의 아젠다까지도 포괄하는 현대화, 실용주의 덕분으로 분석돼 왔습니다. <인터뷰>클라우스 짐머만(독일 경제조사 연구소장): "보다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이 필요합니다. 독일 새 정부는 이미 많은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프랑스에서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는 좌파 연합이 압승을 거두며 집권 우파가 지방 의회에서 몰락하다시피 했습니다. 내후년 대선을 앞둔 사르코지 대통령의 참패, 좌파의 교두보 확보라고 프랑스 언론은 전합니다. <인터뷰> 엘리자베스 듀포리어(정치 분석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듣지 않고 필요한 것이라며 강요만 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잘 보여줍니다." 우파의 득세 속에 프랑스에서 시작된 좌파의 재기 움직임... 영국 총선이 향후 흐름을 결정하는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3의 길의 원조 격인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우파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유럽 정치 판도의 무게 중심도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반대의 경우, 유럽에는 더욱 확고한 우파 체제가 구축됩니다. 아울러, 유럽통합에 미온적인 보수당이 집권할 경우 리스본 조약 통과 이후 박차가 가해지던 유럽 통합 과정에 재협상 등 진통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이먼 힉스(런던정경대 교수): "보수당이 집권하면 집권 초반기에는 영국과 다른 유럽국들 간에 정치적 긴장이 꽤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위기 타개 등 2010년대 영국의 진로를 책임질 정치세력으로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 영국민의 선택에 영국 뿐 아니라 유럽인, 나아가 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