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최태웅 대신 유광우 기용 적중”

입력 2010.04.19 (23:05) 수정 2010.04.19 (23: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트의 제갈공명’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다시 한번 멋진 지략으로 삼성화재를 세 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신 감독은 19일 영원한 라이벌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따돌린 뒤 "세터를 최태웅 대신 유광우를 기용한 게 적중했다"며 승리 요인을 설명했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오늘 0-3으로 지더라도 꼭 처음부터 유광우를 기용하겠다"며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최태웅의 토스는 가빈의 높이를 살리지 못했고 단조로운 패턴이 읽히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긴다는 보장만 있다면 (7차전까지 가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기자실에 들어온 신 감독은 "오늘 이기면 선수들에게 큰절을 하겠다고 했는데 경기 후 내가 먼저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마음으로는 큰절 이상의 큰절을 하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이후 4번째 우승컵이자 세 시즌 연속 축배를 들어올린 신 감독이지만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는 듯 "3승1패로 이기다 3승3패가 돼보세요. 얼마나 힘든데요"라며 챔피언결정전 때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반적인 승인을 꼽는다면.

▲이긴다는 보장만 있으니 (7차전까지 해도) 재밌네요. 어차피 우리는 가빈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데 세터 유광우를 선택한 게 주효했다.



선수들의 이기겠다는 투지, 단결력이 오늘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말 선수들이 엄청나게 똘똘 뭉치고 석진욱이가 주장 노릇을 잘 해줬다. 고희진과 여오현도 파이팅을 살려줬다.



가빈도 ’오늘 제 몫을 해내겠다’며 투지를 보였다. 우리 팀이 7차전까지 와서 체력 때문에 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난 부담은 있어도 적어도 우리 팀의 단합된 문화로 이길 것으로 봤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우리팀은 줄곧 ’삼성화재가 무너질 것이다’라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선수가 빠져나가도 잘 버텨왔다. 선수, 코치, 트레이너 등 훈련장에서 노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철저한 훈련은 우리만의 문화이고 이것으로 3연패를 이뤄냈다.



4세트에서 진욱이와 손재홍을 뺀 건 5세트 대비 차원이 아니라 경련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재홍이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해서 5세트에서 뺐고 진욱이는 본인이 뛰겠다고 해 기용했다. 아마도 진욱이가 우승 후 제일 감격한 것 같은데 만신창이의 몸으로 끝까지 잘 버텨줬다.



--세터 유광우의 토스를 평가한다면.

▲오늘 1세트에서 광우를 먼저 내보내고 최태웅으로 바꿨는데 또 광우를 택한 건 최태웅이 잘하다가 다시 바쁘게 토스를 하는 것 같아서였다.



결국 둘 중에 5세트에서 누구를 쓰느냐가 관건이었는데 항상 태웅이를 기용했지만 오늘은 광우를 내보냈다. 그랬더니 경기 후 누군가가 와서 ’감독님 참 강심장입니다’라고 얘기하더라.



태웅이가 팀의 기둥이지만 오늘은 광우가 가빈의 입에 맞는 볼을 줬다. 배구는 에이스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올 시즌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1월1일 현대캐피탈에 지고 또 대한항공에 패했다. 일정상 빡빡했는데 구미에서 LIG손해보험에 3-2로 이기면서 반전 기회를 잡았다.



챔피언결정전 7전4선승제는 너무 힘들다. 5전3선승제보다 갈 길이 멀다. 아까 3세트 이기고 나니까 속으로 ’나쁜 놈들 2세트 이겼으면 이미 끝났을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김 감독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것도 처음 봤다.



챔프전다운 챔프전을 해 만족스럽다. 현대캐피탈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선전했다.



--경기 후 먼저 코트에 드러누웠는데 감격적이었나.

▲당연히 감격스럽죠. 3승1패로 앞서다 3승3패가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승하면 내가 선수들에게 ’큰절 한번 할게’라고 했는데 내가 주저앉는 바람에 못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큰절 이상의 큰절을 하고 있다.



나이 든 선수들이 체력과 희생, 사생활에서 절제를 안 해주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신치용 “최태웅 대신 유광우 기용 적중”
    • 입력 2010-04-19 23:05:24
    • 수정2010-04-19 23:09:29
    연합뉴스
‘코트의 제갈공명’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다시 한번 멋진 지략으로 삼성화재를 세 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신 감독은 19일 영원한 라이벌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따돌린 뒤 "세터를 최태웅 대신 유광우를 기용한 게 적중했다"며 승리 요인을 설명했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오늘 0-3으로 지더라도 꼭 처음부터 유광우를 기용하겠다"며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최태웅의 토스는 가빈의 높이를 살리지 못했고 단조로운 패턴이 읽히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긴다는 보장만 있다면 (7차전까지 가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기자실에 들어온 신 감독은 "오늘 이기면 선수들에게 큰절을 하겠다고 했는데 경기 후 내가 먼저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마음으로는 큰절 이상의 큰절을 하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이후 4번째 우승컵이자 세 시즌 연속 축배를 들어올린 신 감독이지만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는 듯 "3승1패로 이기다 3승3패가 돼보세요. 얼마나 힘든데요"라며 챔피언결정전 때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반적인 승인을 꼽는다면.
▲이긴다는 보장만 있으니 (7차전까지 해도) 재밌네요. 어차피 우리는 가빈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데 세터 유광우를 선택한 게 주효했다.

선수들의 이기겠다는 투지, 단결력이 오늘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말 선수들이 엄청나게 똘똘 뭉치고 석진욱이가 주장 노릇을 잘 해줬다. 고희진과 여오현도 파이팅을 살려줬다.

가빈도 ’오늘 제 몫을 해내겠다’며 투지를 보였다. 우리 팀이 7차전까지 와서 체력 때문에 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난 부담은 있어도 적어도 우리 팀의 단합된 문화로 이길 것으로 봤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우리팀은 줄곧 ’삼성화재가 무너질 것이다’라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선수가 빠져나가도 잘 버텨왔다. 선수, 코치, 트레이너 등 훈련장에서 노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철저한 훈련은 우리만의 문화이고 이것으로 3연패를 이뤄냈다.

4세트에서 진욱이와 손재홍을 뺀 건 5세트 대비 차원이 아니라 경련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재홍이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해서 5세트에서 뺐고 진욱이는 본인이 뛰겠다고 해 기용했다. 아마도 진욱이가 우승 후 제일 감격한 것 같은데 만신창이의 몸으로 끝까지 잘 버텨줬다.

--세터 유광우의 토스를 평가한다면.
▲오늘 1세트에서 광우를 먼저 내보내고 최태웅으로 바꿨는데 또 광우를 택한 건 최태웅이 잘하다가 다시 바쁘게 토스를 하는 것 같아서였다.

결국 둘 중에 5세트에서 누구를 쓰느냐가 관건이었는데 항상 태웅이를 기용했지만 오늘은 광우를 내보냈다. 그랬더니 경기 후 누군가가 와서 ’감독님 참 강심장입니다’라고 얘기하더라.

태웅이가 팀의 기둥이지만 오늘은 광우가 가빈의 입에 맞는 볼을 줬다. 배구는 에이스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올 시즌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1월1일 현대캐피탈에 지고 또 대한항공에 패했다. 일정상 빡빡했는데 구미에서 LIG손해보험에 3-2로 이기면서 반전 기회를 잡았다.

챔피언결정전 7전4선승제는 너무 힘들다. 5전3선승제보다 갈 길이 멀다. 아까 3세트 이기고 나니까 속으로 ’나쁜 놈들 2세트 이겼으면 이미 끝났을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김 감독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것도 처음 봤다.

챔프전다운 챔프전을 해 만족스럽다. 현대캐피탈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선전했다.

--경기 후 먼저 코트에 드러누웠는데 감격적이었나.
▲당연히 감격스럽죠. 3승1패로 앞서다 3승3패가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승하면 내가 선수들에게 ’큰절 한번 할게’라고 했는데 내가 주저앉는 바람에 못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큰절 이상의 큰절을 하고 있다.

나이 든 선수들이 체력과 희생, 사생활에서 절제를 안 해주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