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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09-2010 프로배구
‘데스티니 효과’, 외인은 전력의 반
입력 2010.04.20 (09:06) 수정 2010.04.20 (09:12) 연합뉴스
지난달 GS칼텍스가 역대 최다인 14연승을 달리던 무렵 한 배구인은 이번 시즌 여자부 프로배구를 '데스티니가 오기 전과 온 이후'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용병' 데스티니 후커(23.미국)가 없었을 때 GS칼텍스는 2승10패로 꼴찌였다. 직전 시즌 정규리그 1위팀이 한해 용병 농사를 잘못 지어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은 것과 다름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데스티니가 오고나서 GS칼텍스는 14연승을 달렸고 불가능해 보였던 플레이오프까지 나갔다.

GS칼텍스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이성희 전 감독은 작년 12월 말 기존 용병 이브(19.도미니카)가 영 시원찮다고 판단되자 만사 제쳐놓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시즌 중이었지만 남은 국내 선수 관리보다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데스티니를 데려왔고 정규리그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부 높이뛰기 챔피언 출신으로 배구 코트 경험은 많지 않은 데스티니는 플레이오프에서 급격하게 흔들렸고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확 살아난 KT&G의 '엄마 용병' 마델라이네 몬타뇨(27.콜롬비아)가 이번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가 됐다.

몬타뇨는 같은 콜롬비아 대표팀 선배인 현대건설 케니(31.콜롬비아)의 벽을 넘어서면서 KT&G를 5년 만에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KT&G는 몬타뇨가 케니에게 왠지 모를 주눅이 들어있던 정규시즌 중반에는 현대건설에 내리 네 차례 0-3으로 완패하기도 했지만 몬타뇨가 부담을 떨쳐내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남자부에서 1라운드 전승 돌풍을 일으켰던 LIG손해보험은 카를로스 피라타(30.베네수엘라)가 발목을 삐끗하면서 삼성, 현대의 양강 구도를 무너뜨리겠다는 야심이 일순간 물거품으로 바뀌었다.

시즌 중반 10연승을 달렸던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도 끝까지 용병에 집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나일 밀류셰프(25.불가리아)에게 퇴출을 검토한다고 흘려놓고 막판 분전을 기대했다 여의치 않자 2005-2006시즌 삼성에서 뛴 경험이 있는 레안드로 다 실바(27.브라질)를 데려왔다.

현대캐피탈도 매튜 앤더슨(23.미국)을 시즌 막판 퇴출하고 헤르난데스(40.쿠바)를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배구는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 시작 전날까지 1회에 한해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시도는 삼성화재가 철석처럼 믿은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24) 한 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가빈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과 7차전에서 한 경기 최다인 50점을 두 번이나 뽑아내며 삼성화재의 3연패를 이뤄냈다.

삼성화재는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와 가빈으로 올해까지 세 시즌을 최강자로 버틸 수 있었다. 프로 원년부터 여섯 시즌 동안 삼성화재가 우승하지 못한 2005-2006, 2006-2007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 숀 루니(미국)라는 걸출한 용병이 있었다.

삼성화재의 2005-2006시즌 용병 아쉐(브라질)와 프리디(미국), 2006-2007시즌 레안드로는 실패작으로 끝났다. LIG손보는 2006-2007시즌 윈터스(캐나다)를 빼고는 용병 농사에 계속 실패했고 대한항공도 두 시즌을 뛴 보비(브라질) 외에는 '용병 복'이 없었다.

결국 남자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6-2007시즌 이후 우승팀은 모두 빼어난 용병에 크게 의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물론 흥국생명이 세 번 우승한 데는 김연경(22.JT 마블러스)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빠진 이번 시즌부터는 여자부의 용병 의존도가 남자부보다 더 커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최근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KOVO 관계자는 "용병 제도를 원론부터 다시 검토해보자는 시도"라면서 "과연 용병이 필요한가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따져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영입과 출전 시간 등에 제한이 가해질 수도 있다. 배구는 농구와 달리 포지션이나 신장 제한이 큰 의미가 없다고 봤기에 여태껏 제한은 없었다.

한국 배구의 세계랭킹과 국제대회 성적이 용병들이 들어온 이후 오히려 하락했다는 사실도 외국인 선수제도 개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용병이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시너지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 ‘데스티니 효과’, 외인은 전력의 반
    • 입력 2010-04-20 09:06:06
    • 수정2010-04-20 09:12:01
    연합뉴스
지난달 GS칼텍스가 역대 최다인 14연승을 달리던 무렵 한 배구인은 이번 시즌 여자부 프로배구를 '데스티니가 오기 전과 온 이후'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용병' 데스티니 후커(23.미국)가 없었을 때 GS칼텍스는 2승10패로 꼴찌였다. 직전 시즌 정규리그 1위팀이 한해 용병 농사를 잘못 지어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은 것과 다름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데스티니가 오고나서 GS칼텍스는 14연승을 달렸고 불가능해 보였던 플레이오프까지 나갔다.

GS칼텍스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이성희 전 감독은 작년 12월 말 기존 용병 이브(19.도미니카)가 영 시원찮다고 판단되자 만사 제쳐놓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시즌 중이었지만 남은 국내 선수 관리보다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데스티니를 데려왔고 정규리그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부 높이뛰기 챔피언 출신으로 배구 코트 경험은 많지 않은 데스티니는 플레이오프에서 급격하게 흔들렸고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확 살아난 KT&G의 '엄마 용병' 마델라이네 몬타뇨(27.콜롬비아)가 이번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가 됐다.

몬타뇨는 같은 콜롬비아 대표팀 선배인 현대건설 케니(31.콜롬비아)의 벽을 넘어서면서 KT&G를 5년 만에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KT&G는 몬타뇨가 케니에게 왠지 모를 주눅이 들어있던 정규시즌 중반에는 현대건설에 내리 네 차례 0-3으로 완패하기도 했지만 몬타뇨가 부담을 떨쳐내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남자부에서 1라운드 전승 돌풍을 일으켰던 LIG손해보험은 카를로스 피라타(30.베네수엘라)가 발목을 삐끗하면서 삼성, 현대의 양강 구도를 무너뜨리겠다는 야심이 일순간 물거품으로 바뀌었다.

시즌 중반 10연승을 달렸던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도 끝까지 용병에 집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나일 밀류셰프(25.불가리아)에게 퇴출을 검토한다고 흘려놓고 막판 분전을 기대했다 여의치 않자 2005-2006시즌 삼성에서 뛴 경험이 있는 레안드로 다 실바(27.브라질)를 데려왔다.

현대캐피탈도 매튜 앤더슨(23.미국)을 시즌 막판 퇴출하고 헤르난데스(40.쿠바)를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배구는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 시작 전날까지 1회에 한해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시도는 삼성화재가 철석처럼 믿은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24) 한 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가빈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과 7차전에서 한 경기 최다인 50점을 두 번이나 뽑아내며 삼성화재의 3연패를 이뤄냈다.

삼성화재는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와 가빈으로 올해까지 세 시즌을 최강자로 버틸 수 있었다. 프로 원년부터 여섯 시즌 동안 삼성화재가 우승하지 못한 2005-2006, 2006-2007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 숀 루니(미국)라는 걸출한 용병이 있었다.

삼성화재의 2005-2006시즌 용병 아쉐(브라질)와 프리디(미국), 2006-2007시즌 레안드로는 실패작으로 끝났다. LIG손보는 2006-2007시즌 윈터스(캐나다)를 빼고는 용병 농사에 계속 실패했고 대한항공도 두 시즌을 뛴 보비(브라질) 외에는 '용병 복'이 없었다.

결국 남자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6-2007시즌 이후 우승팀은 모두 빼어난 용병에 크게 의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물론 흥국생명이 세 번 우승한 데는 김연경(22.JT 마블러스)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빠진 이번 시즌부터는 여자부의 용병 의존도가 남자부보다 더 커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최근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KOVO 관계자는 "용병 제도를 원론부터 다시 검토해보자는 시도"라면서 "과연 용병이 필요한가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따져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영입과 출전 시간 등에 제한이 가해질 수도 있다. 배구는 농구와 달리 포지션이나 신장 제한이 큰 의미가 없다고 봤기에 여태껏 제한은 없었다.

한국 배구의 세계랭킹과 국제대회 성적이 용병들이 들어온 이후 오히려 하락했다는 사실도 외국인 선수제도 개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용병이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시너지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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