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 진화하는 축구 축제

입력 2010.07.19 (07:54) 수정 2010.07.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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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달 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남아공월드컵이 무적함대 스페인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축구는 더 빠르고 세밀해졌고, 월드컵은 또 한번 지구촌 최대의 축제임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은 과거 대회와는 무엇이 달랐고,또 어떤 성과와 과제를 남겼는지 돌아 봤습니다.



<리포트>



사상 첫 우승을 놓고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벌인 남아공월드컵 최후의 승부.



120분간의 혈투는 연장후반 11분 마침내 종착역에 도착합니다.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은 월드컵의 역사가새로 쓰여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승자와 패자의 표정은 극명했습니다.



지난 74년과 78년에 이어 또다시 정상문턱에서 좌절한 네덜란드는 깊은 좌절감에 그라운드를 떠날줄 몰랐습니다.



반면 80년만에 처음 월드컵을 석권한 스페인 선수들은 황금빛 피파컵에 마음껏 입맞춤하며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습니다.



지난 2008년 유럽선수권 결승전.



스페인은 독일을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남아공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은 스위스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일방적인 경기에도 1대0으로 져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페인이 첫 경기를 패하고도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짧은 패싱게임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이른바 로우(Low)축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긴 패스나 센터링을 이용한 하이(Hi)축구가 아닌 낮은 볼로 패스를 주고 받는 새로운 유형의 축구였습니다.



허리진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펼치는 짧고,정교한 패스게임은 마치 컴퓨터속의 게임을 보는듯 했습니다.



패스성공률은 경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결승전까지 7경기 동안 3803번의 패스에서 성공률 80%, 독일보다 9백번,네덜란드 보다 천 백번이상 패스를 하고도 성공률은 더 높았습니다.



결승전까지 내준 골은 고작 2골, 패싱게임으로 주도권을 잃지않는 스페인축구는 곧 실점을 최소화하는 실리축구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김대길(KBSn 축구해설위원) : "패스게임을 잘 한다는 것은 볼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상대의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면서,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는 상대를 만든다는것에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스페인의 패스게임은 그 어느국가도 완성도 높은 수비벽을 만들려고 해도,만들수 없게끔 만든것이 스페인의 패스축구였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의 패싱게임은 네덜란드축구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가 이루지 못한 토털사커의 부활이기도 했습니다.



크루이프는 지난 88년부터 96년까지 바르셀로나를 이끌었고, 토탈사커는 제자이자 현 감독인 과르디올라에게 전수됐습니다.



현재 스페인 대표팀 23명 가운데,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는 무려 8명.



결승전의 주역 이니에스타는 물론 사비와 페드로, 부수케츠 등 대표팀 핵심선수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크루이프와 과르디올라를 거쳐 완성된 스페인식 토털사커로 이미 유럽무대를 석권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주축이 된 스페인대표팀은 마치 바르셀로나를 연상케하는 경기력으로 월드컵 마저 차지했습니다.



스페인은 요한 크루이프의 혼을 이어 받아 ,그가 못다 이룬 꿈을 무적함대의 이름으로 완성했습니다.



스페인의 우승이자, 요한 크루이프의 꿈이 40년만에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6,70년대 펠레를 시작으로 베켄바우어와 마라도나,호마리우와 지단 그리고 호나우두까지, 월드컵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별들이 펼치는 축제였습니다.



월드컵을 보는 즐거움은 곧 최고의 경기와 함께 극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아공월드컵은 달랐습니다.



여기엔 메시나 호나우두,루니 등 유럽무대를 주름 잡는 이른바 빅3의 부진이 원인이었습니다.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린 메시는대회 개막전만해도 남아공을 빛낼 최고의 스타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메시는 5경기 동안 한골도 넣지 못했고, 독일전 4대0 참패에도 힘 한번 쓰지 못했습니다.



잉글랜드의 영웅 루니도 별다른 활약이 없었고, 호날두도 북한과의 경기에서 한 골을 넣었을뿐이었습니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축제가 최고의 별들과 함께 하지 못하면서 ,최우수선수도 이례적으로 4위팀에서 나왔습니다.



포를란은 우루과이를 40년만에 4강에 올려 놓으며 최우수선수로 뽑혔습니다.



뛰어난 선수임엔 분명했지만, 호나우두와 지단에 버금가는 평가를 하기엔 어딘가 부족했습니다.



또, 오렌지 군단의 중원 사령과 스네이더와 스페인의 비야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최고란 수식어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삼바군단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져 4강 문턱에서 주저 앉는 순간, 브라질 언론은 일제히 둥가감독을 비난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터뷰>한준희(KBS축구해설위원) : "브라질 언론과 팬들은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전통을 포기하고 승리만을 우선시하는 둥가식의 실리축구를 근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고요,여기에 또 둥가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준 용병술도 어떤 상대와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발휘되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너무 고집,어떤 경직성이 좀 부각되다 보니까 결국은 패배와 탈락의 모든 책임이 둥가감독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는 대회초반 감독과 선수들간의 갈등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팀을 이끌던 과거와 달리 남아공에서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부각됐습니다.



스페인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무적함대로 불리면서도 스페인은 늘 마드리드 출신과 바르셀로나 출신간의 반목으로 조직력에 문제를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델 보스케 감독은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들을 중용하며 팀을 하나로 만들었고, 마침내 월드컵 정상에 섰습니다.



허정무감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장 박지성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선수들의 시각을 접목했고,코치진의 의견을 전폭 수용하며 필승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런 소통의 리더십은 결국 아르헨티나전 대패의 위기를 넘어 16강 진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인터뷰>허정무(전 축구대표팀 감독) : "좀 당당하고,자신감있는 그런 유쾌한 도전을 해보자하는 그런것들이 우리선수들 한테 좀 좋은 면으로 작용한 것 같고, 또 그런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신세대들, 또 박지성 선수를 중심으로 해서 전체가 한 마음이 됐고,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는 그런 도전정신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카다 감독 역시 맏형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일본을 사상 처음 원정 16강으로 이끌었습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일방통행식 리더십은 몰락했고, 소통과 화합,부드러운 리더십이 승리를 가져온 월드컵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경기외적으로 여러가지 화제를 낳기도했습니다.



우선 남아공 전통악기인 부부젤라의 등장입니다.



경기장은 물론 경기가 열리지 않는 곳에서도 부부젤라 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피파는 한때 경기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경기장안에 가져오는것을 금지하는 방안을검토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부부젤라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우리국민들 역시 응원도구로 활용할만큼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됐습니다.



부부젤라 못지 않게 관심을 받은것은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이었습니다.



파울은 독일의 승패를 맞추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결승전까지 100% 적중률로 세계축구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인터뷰>루퍼트 아담스(영국베팅업체 직원) : "파울의 실력은 놀라운 것입니다. 고객들이 찾아와서는 ’그 문어가 예언한대로 할래요’ 한답니다."



4강전이 열리기 전엔 독일 등 세 나라 방송국이 중계방송에 나설만큼 이번월드컵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과거에는 찾아 볼수 없었던 이런 현상은 이번 대회가 보여준 특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정윤수(문화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 "8강 4강으로 가면서 떨어진 나라들의 팬들의 관심이 이 8강,4강전에서 벌어지는 빅 스타와 빅 경기를 봐야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다보니까, 축구외적인 요소들을 통해서라도 월드컵의 열정을 확인해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부부젤라, 파울,그리고 남아공의 역사 이런것에 대한 관심으로 더욱 더 촉진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월드컵은 또 오심 시비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잉글랜드는 독일과의 16강전에서 램파드의 슛이 명백한 골임에도 불구하고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애매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1골을 잃었고,브라질은 핸드볼 반칙에도 득점을 올렸습니다.



세계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승부사, 그리고 명판관들이 모여야 할 자리였지만 남아공월드컵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김대길(KBSn 축구해설위원) : "현대축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주심,부심들이 그 빠른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는거죠. 그래서 피파에서는 비디오 분석도입을 해야되겠고, 또 때에따라서는 부심숫자도 부족하다면 오심제를 도입해서라도 오심을 줄여나가는 이런 형태들을 지구촌팬들에게 보여줘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축제, 그래서 꿈의 구연으로 불리는 월드컵.



전 세계를 한달 여동안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은 4년뒤 브라질 대회를 기약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누군가에겐 스페인의 우승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부부젤라와 파울의 월드컵으로 기억될것입니다.



그러나 월드컵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구촌에 다시 남겼습니다.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경기가 아니라, 둥근 공으로 둥근 지구가 하나되는 열광과 열정의 한마당 잔치였습니다.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도전과 희망을 심어준 한달 여간의 대 축제,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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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결산] 진화하는 축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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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0-07-19 07: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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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남아공월드컵이 무적함대 스페인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축구는 더 빠르고 세밀해졌고, 월드컵은 또 한번 지구촌 최대의 축제임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은 과거 대회와는 무엇이 달랐고,또 어떤 성과와 과제를 남겼는지 돌아 봤습니다.

<리포트>

사상 첫 우승을 놓고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벌인 남아공월드컵 최후의 승부.

120분간의 혈투는 연장후반 11분 마침내 종착역에 도착합니다.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은 월드컵의 역사가새로 쓰여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승자와 패자의 표정은 극명했습니다.

지난 74년과 78년에 이어 또다시 정상문턱에서 좌절한 네덜란드는 깊은 좌절감에 그라운드를 떠날줄 몰랐습니다.

반면 80년만에 처음 월드컵을 석권한 스페인 선수들은 황금빛 피파컵에 마음껏 입맞춤하며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습니다.

지난 2008년 유럽선수권 결승전.

스페인은 독일을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남아공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은 스위스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일방적인 경기에도 1대0으로 져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페인이 첫 경기를 패하고도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짧은 패싱게임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이른바 로우(Low)축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긴 패스나 센터링을 이용한 하이(Hi)축구가 아닌 낮은 볼로 패스를 주고 받는 새로운 유형의 축구였습니다.

허리진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펼치는 짧고,정교한 패스게임은 마치 컴퓨터속의 게임을 보는듯 했습니다.

패스성공률은 경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결승전까지 7경기 동안 3803번의 패스에서 성공률 80%, 독일보다 9백번,네덜란드 보다 천 백번이상 패스를 하고도 성공률은 더 높았습니다.

결승전까지 내준 골은 고작 2골, 패싱게임으로 주도권을 잃지않는 스페인축구는 곧 실점을 최소화하는 실리축구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김대길(KBSn 축구해설위원) : "패스게임을 잘 한다는 것은 볼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상대의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면서,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는 상대를 만든다는것에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스페인의 패스게임은 그 어느국가도 완성도 높은 수비벽을 만들려고 해도,만들수 없게끔 만든것이 스페인의 패스축구였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의 패싱게임은 네덜란드축구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가 이루지 못한 토털사커의 부활이기도 했습니다.

크루이프는 지난 88년부터 96년까지 바르셀로나를 이끌었고, 토탈사커는 제자이자 현 감독인 과르디올라에게 전수됐습니다.

현재 스페인 대표팀 23명 가운데,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는 무려 8명.

결승전의 주역 이니에스타는 물론 사비와 페드로, 부수케츠 등 대표팀 핵심선수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크루이프와 과르디올라를 거쳐 완성된 스페인식 토털사커로 이미 유럽무대를 석권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주축이 된 스페인대표팀은 마치 바르셀로나를 연상케하는 경기력으로 월드컵 마저 차지했습니다.

스페인은 요한 크루이프의 혼을 이어 받아 ,그가 못다 이룬 꿈을 무적함대의 이름으로 완성했습니다.

스페인의 우승이자, 요한 크루이프의 꿈이 40년만에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6,70년대 펠레를 시작으로 베켄바우어와 마라도나,호마리우와 지단 그리고 호나우두까지, 월드컵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별들이 펼치는 축제였습니다.

월드컵을 보는 즐거움은 곧 최고의 경기와 함께 극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아공월드컵은 달랐습니다.

여기엔 메시나 호나우두,루니 등 유럽무대를 주름 잡는 이른바 빅3의 부진이 원인이었습니다.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린 메시는대회 개막전만해도 남아공을 빛낼 최고의 스타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메시는 5경기 동안 한골도 넣지 못했고, 독일전 4대0 참패에도 힘 한번 쓰지 못했습니다.

잉글랜드의 영웅 루니도 별다른 활약이 없었고, 호날두도 북한과의 경기에서 한 골을 넣었을뿐이었습니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축제가 최고의 별들과 함께 하지 못하면서 ,최우수선수도 이례적으로 4위팀에서 나왔습니다.

포를란은 우루과이를 40년만에 4강에 올려 놓으며 최우수선수로 뽑혔습니다.

뛰어난 선수임엔 분명했지만, 호나우두와 지단에 버금가는 평가를 하기엔 어딘가 부족했습니다.

또, 오렌지 군단의 중원 사령과 스네이더와 스페인의 비야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최고란 수식어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삼바군단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져 4강 문턱에서 주저 앉는 순간, 브라질 언론은 일제히 둥가감독을 비난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터뷰>한준희(KBS축구해설위원) : "브라질 언론과 팬들은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전통을 포기하고 승리만을 우선시하는 둥가식의 실리축구를 근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고요,여기에 또 둥가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준 용병술도 어떤 상대와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발휘되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너무 고집,어떤 경직성이 좀 부각되다 보니까 결국은 패배와 탈락의 모든 책임이 둥가감독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는 대회초반 감독과 선수들간의 갈등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팀을 이끌던 과거와 달리 남아공에서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부각됐습니다.

스페인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무적함대로 불리면서도 스페인은 늘 마드리드 출신과 바르셀로나 출신간의 반목으로 조직력에 문제를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델 보스케 감독은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들을 중용하며 팀을 하나로 만들었고, 마침내 월드컵 정상에 섰습니다.

허정무감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장 박지성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선수들의 시각을 접목했고,코치진의 의견을 전폭 수용하며 필승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런 소통의 리더십은 결국 아르헨티나전 대패의 위기를 넘어 16강 진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인터뷰>허정무(전 축구대표팀 감독) : "좀 당당하고,자신감있는 그런 유쾌한 도전을 해보자하는 그런것들이 우리선수들 한테 좀 좋은 면으로 작용한 것 같고, 또 그런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신세대들, 또 박지성 선수를 중심으로 해서 전체가 한 마음이 됐고,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는 그런 도전정신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카다 감독 역시 맏형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일본을 사상 처음 원정 16강으로 이끌었습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일방통행식 리더십은 몰락했고, 소통과 화합,부드러운 리더십이 승리를 가져온 월드컵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경기외적으로 여러가지 화제를 낳기도했습니다.

우선 남아공 전통악기인 부부젤라의 등장입니다.

경기장은 물론 경기가 열리지 않는 곳에서도 부부젤라 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피파는 한때 경기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경기장안에 가져오는것을 금지하는 방안을검토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부부젤라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우리국민들 역시 응원도구로 활용할만큼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됐습니다.

부부젤라 못지 않게 관심을 받은것은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이었습니다.

파울은 독일의 승패를 맞추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결승전까지 100% 적중률로 세계축구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인터뷰>루퍼트 아담스(영국베팅업체 직원) : "파울의 실력은 놀라운 것입니다. 고객들이 찾아와서는 ’그 문어가 예언한대로 할래요’ 한답니다."

4강전이 열리기 전엔 독일 등 세 나라 방송국이 중계방송에 나설만큼 이번월드컵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과거에는 찾아 볼수 없었던 이런 현상은 이번 대회가 보여준 특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정윤수(문화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 "8강 4강으로 가면서 떨어진 나라들의 팬들의 관심이 이 8강,4강전에서 벌어지는 빅 스타와 빅 경기를 봐야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다보니까, 축구외적인 요소들을 통해서라도 월드컵의 열정을 확인해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부부젤라, 파울,그리고 남아공의 역사 이런것에 대한 관심으로 더욱 더 촉진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월드컵은 또 오심 시비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잉글랜드는 독일과의 16강전에서 램파드의 슛이 명백한 골임에도 불구하고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애매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1골을 잃었고,브라질은 핸드볼 반칙에도 득점을 올렸습니다.

세계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승부사, 그리고 명판관들이 모여야 할 자리였지만 남아공월드컵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김대길(KBSn 축구해설위원) : "현대축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주심,부심들이 그 빠른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는거죠. 그래서 피파에서는 비디오 분석도입을 해야되겠고, 또 때에따라서는 부심숫자도 부족하다면 오심제를 도입해서라도 오심을 줄여나가는 이런 형태들을 지구촌팬들에게 보여줘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축제, 그래서 꿈의 구연으로 불리는 월드컵.

전 세계를 한달 여동안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은 4년뒤 브라질 대회를 기약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누군가에겐 스페인의 우승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부부젤라와 파울의 월드컵으로 기억될것입니다.

그러나 월드컵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구촌에 다시 남겼습니다.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경기가 아니라, 둥근 공으로 둥근 지구가 하나되는 열광과 열정의 한마당 잔치였습니다.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도전과 희망을 심어준 한달 여간의 대 축제,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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