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 달간 한 집만 4번 턴 ‘간 큰 절도범’

입력 2010.08.20 (09:06) 수정 2010.08.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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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뚜렷한 직업이나 가족도 없이 거리를 전전하던 한 50대 노숙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한 달 동안 같은 집만 4차례 털어 온 혐의입니다. 이재환 기자, 왜 한 집만 계속 절도를 했던 겁니까?



<리포트>



집의 주인이 자주 없는 틈을 노렸습니다.



그래서 범행하기도 쉬웠고, 들킬 염려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집들보다 담이 낮아, 몰래 들어가기에도 수월했습니다.



그렇게 침입한 집에서 에어컨에 달린 파이프와 LP 가스통 등, 돈이 될 만한 고철이라면 모두 훔쳤는데요.



알고 보니 이 절도 용의자,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배가 고파서 절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훔친 고철들이 무려 80만원! 하지만 긴 꼬리는 언젠가 잡히기 마련입니다.



지난달, 청주시 번화가에 위치한 김 모 씨 집에 한 남자가 몰래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황 모 씨 (목격자) : "고물장사 같더라고요. 배고파서 팔 거 찾아서 밥 먹으려나보다 했어요. 옷도 빨아 입지 않은 것 같았어요."



집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빈집에 들어온 남자는 온갖 물건들을 훔쳐 달아났는데요.



이 남자가 훔친 물건은 비싼 금품이 아닌, 동 파이프와 가스통 등이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에어컨) 실외기 6대의 안에 있는 동 파이프하고, 코일, 이런 것...LPG 가스통도 4, 5개 있었는데, 그것들을 몽땅 (가져갔어요) 에어컨 같은 경우는 안에 있는 돈 될 만한 (고철들을) 다 빼 갔기 때문에..."



에어컨을 망가져 작동하지 않자, 도난 사실을 알게 된 집 주인 김 씨는 너무도 황당했는데요.



이웃 주민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임 모 씨 (목격자) : "(한 남성이) 가스통을 여기서 들고 나와서, 저 문 앞에까지 가다가, 문을 못 넘고 그 앞에 서 있는 걸 제가 봤어요."



이웃의 말을 듣고는 경찰에 신고했고, 곧바로 용의자는 경찰에 잡혔습니다.



붙잡힌 절도 용의자는 올해 51살의 이 모 씨! 인근 공원에서 지내던 노숙자였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7월 18일에 긴급 체포했습니다. 공원을 배회하는 용의자를 발견하고서...빈집에 들어와서 있는 것이 이웃한테 발각되고, 피해자가 확인하고서는 (용의자를) 훈방조치로 해줬어요."



절도는 처음이었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노숙자 이 씨의 말에, 선뜻 용서를 해주었던 김 씨.



더 이상 도둑맞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한 번만 그냥 봐주자' 그 대신 충고를 해줘서...(용의자를) 타일러서, 다시는 (집에) 못 들어오게 충고를 했는데..."



그런데 그 뒤로도 김 씨 집에는 같은 도난 사건이 잇달았습니다.



가스통과 에어컨 실외기 안에 있던 구리 전선 등, 돈이 될 만한 고철들만 또 없어진 겁니다.



한 달 동안 4차례! 모두 김 씨의 집에서만 털렸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 "(고철 몰래 훔쳐가는 경우 없나요?) 그런 것 없어요. 하면 안 돼요."



<인터뷰> 이웃 주민 : "여긴 (도둑) 안 왔어요. 나하고는 관계없죠."



하지만 도둑의 긴 꼬리는 곧 잡혔습니다.



또 집을 털기 위해 몰래 들어온 도둑을 이웃 주민이 발견한 것인데요.



<인터뷰> 임 모 씨 (목격자) : "(용의자가) 또 들어오더라고, 옆집 할머니께서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쫓아가니까 LPG 가스통을 집 밖까지 끌어 내놓고, 못 가져가고 숨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112에 신고 해서 잡아갔죠."



20kg 가스통은 혼자 들기 버거웠나 봅니다.



잇단 도난 끝에 잡게 된 절도범! 뜻밖에도 첫 절도 사건의 범인이었던, 노숙자 이 씨였습니다.



첫 범행 때 선처를 호소해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지만, 그 뒤에도 범행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생계를 위한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 (피의자) : "임대 아파트에서 살다가 대출을 받았는데, 그 빚을 못 갚아서...그때부터 노숙을 하게 됐어요. 배가 고팠어요."



노숙생활을 하기 전, 인테리어 일을 했었다는 피의자 이 씨. 그래서 가스통과 동 파이프 등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 (피의자) : "(고철들을 훔쳐서 어디에 갖다 주셨어요?) 고물상에...(팔면) 한 번에 5천 원 정도 줘요. (그 돈을 어디에 쓰셨어요?) 소주..."



이렇게 한 달 동안 훔쳐, 고철로 판 금액이 약 80만원!



피의자 이 씨가 왜 김 씨의 집만 노려 털었을까가 의문이었는데요.



집주인 김 씨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이 주택이 피해자가 장기간 부재중인 것을 알고서, 감시가 소홀하니까요."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제가 서울에 있다 보니까...지금 (집이) 임대가 돼서 (사람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집이) 비어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 사람이 손쉽게 (범행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주변 다른 집들과 달리, 유독 낮은 담도, 범행하기에 용의했다는 겁니다.



피해자 이 씨, 알고 보니 전과 8범의 상습 절도범이었습니다.



더욱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또 남의 집 담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같은 (절도) 전과가 많아요. 작년에도 절도죄로 구속이 되가지고 8개월 징역형을 받고, 올해 5월에 출소를 해, 불과 2개월 만에 같은 범행을 또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씨가 출소한 직후인 지난 5월에 김 씨의 집이 털렸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5월부터 계속 그런 범죄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이전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3개월에 걸쳐서 10회 이상 (집에) 왔다 갔다 한 것 같아요."



하지만 4차례의 범행 외에, 이 씨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는 현재 범행 일부는 시인하지만, 범행 일부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죄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보고, 지금 수사 중입니다."



석 달간 이어졌던 도난 사건은 이 씨가 잡히자 일단락됐지만, 집 주인은 두 번 되풀이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CCTV 설치 등 방범이 강화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 처지가 (안 좋았던) 피의자도 이해는 합니다. 이해는 하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충이 심해요. 집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고...지금이라도 범죄예방 효과를 위해서 예산이 편성돼서, CCTV가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생계를 위해 돈이 필요했던 노숙자 이 씨. 한 집만 노려 털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 씨는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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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 달간 한 집만 4번 턴 ‘간 큰 절도범’
    • 입력 2010-08-20 09:06:11
    • 수정2010-08-20 09: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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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뚜렷한 직업이나 가족도 없이 거리를 전전하던 한 50대 노숙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한 달 동안 같은 집만 4차례 털어 온 혐의입니다. 이재환 기자, 왜 한 집만 계속 절도를 했던 겁니까?

<리포트>

집의 주인이 자주 없는 틈을 노렸습니다.

그래서 범행하기도 쉬웠고, 들킬 염려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집들보다 담이 낮아, 몰래 들어가기에도 수월했습니다.

그렇게 침입한 집에서 에어컨에 달린 파이프와 LP 가스통 등, 돈이 될 만한 고철이라면 모두 훔쳤는데요.

알고 보니 이 절도 용의자,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배가 고파서 절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훔친 고철들이 무려 80만원! 하지만 긴 꼬리는 언젠가 잡히기 마련입니다.

지난달, 청주시 번화가에 위치한 김 모 씨 집에 한 남자가 몰래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황 모 씨 (목격자) : "고물장사 같더라고요. 배고파서 팔 거 찾아서 밥 먹으려나보다 했어요. 옷도 빨아 입지 않은 것 같았어요."

집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빈집에 들어온 남자는 온갖 물건들을 훔쳐 달아났는데요.

이 남자가 훔친 물건은 비싼 금품이 아닌, 동 파이프와 가스통 등이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에어컨) 실외기 6대의 안에 있는 동 파이프하고, 코일, 이런 것...LPG 가스통도 4, 5개 있었는데, 그것들을 몽땅 (가져갔어요) 에어컨 같은 경우는 안에 있는 돈 될 만한 (고철들을) 다 빼 갔기 때문에..."

에어컨을 망가져 작동하지 않자, 도난 사실을 알게 된 집 주인 김 씨는 너무도 황당했는데요.

이웃 주민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임 모 씨 (목격자) : "(한 남성이) 가스통을 여기서 들고 나와서, 저 문 앞에까지 가다가, 문을 못 넘고 그 앞에 서 있는 걸 제가 봤어요."

이웃의 말을 듣고는 경찰에 신고했고, 곧바로 용의자는 경찰에 잡혔습니다.

붙잡힌 절도 용의자는 올해 51살의 이 모 씨! 인근 공원에서 지내던 노숙자였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7월 18일에 긴급 체포했습니다. 공원을 배회하는 용의자를 발견하고서...빈집에 들어와서 있는 것이 이웃한테 발각되고, 피해자가 확인하고서는 (용의자를) 훈방조치로 해줬어요."

절도는 처음이었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노숙자 이 씨의 말에, 선뜻 용서를 해주었던 김 씨.

더 이상 도둑맞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한 번만 그냥 봐주자' 그 대신 충고를 해줘서...(용의자를) 타일러서, 다시는 (집에) 못 들어오게 충고를 했는데..."

그런데 그 뒤로도 김 씨 집에는 같은 도난 사건이 잇달았습니다.

가스통과 에어컨 실외기 안에 있던 구리 전선 등, 돈이 될 만한 고철들만 또 없어진 겁니다.

한 달 동안 4차례! 모두 김 씨의 집에서만 털렸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 "(고철 몰래 훔쳐가는 경우 없나요?) 그런 것 없어요. 하면 안 돼요."

<인터뷰> 이웃 주민 : "여긴 (도둑) 안 왔어요. 나하고는 관계없죠."

하지만 도둑의 긴 꼬리는 곧 잡혔습니다.

또 집을 털기 위해 몰래 들어온 도둑을 이웃 주민이 발견한 것인데요.

<인터뷰> 임 모 씨 (목격자) : "(용의자가) 또 들어오더라고, 옆집 할머니께서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쫓아가니까 LPG 가스통을 집 밖까지 끌어 내놓고, 못 가져가고 숨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112에 신고 해서 잡아갔죠."

20kg 가스통은 혼자 들기 버거웠나 봅니다.

잇단 도난 끝에 잡게 된 절도범! 뜻밖에도 첫 절도 사건의 범인이었던, 노숙자 이 씨였습니다.

첫 범행 때 선처를 호소해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지만, 그 뒤에도 범행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생계를 위한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 (피의자) : "임대 아파트에서 살다가 대출을 받았는데, 그 빚을 못 갚아서...그때부터 노숙을 하게 됐어요. 배가 고팠어요."

노숙생활을 하기 전, 인테리어 일을 했었다는 피의자 이 씨. 그래서 가스통과 동 파이프 등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 모 씨 (피의자) : "(고철들을 훔쳐서 어디에 갖다 주셨어요?) 고물상에...(팔면) 한 번에 5천 원 정도 줘요. (그 돈을 어디에 쓰셨어요?) 소주..."

이렇게 한 달 동안 훔쳐, 고철로 판 금액이 약 80만원!

피의자 이 씨가 왜 김 씨의 집만 노려 털었을까가 의문이었는데요.

집주인 김 씨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이 주택이 피해자가 장기간 부재중인 것을 알고서, 감시가 소홀하니까요."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제가 서울에 있다 보니까...지금 (집이) 임대가 돼서 (사람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집이) 비어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 사람이 손쉽게 (범행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주변 다른 집들과 달리, 유독 낮은 담도, 범행하기에 용의했다는 겁니다.

피해자 이 씨, 알고 보니 전과 8범의 상습 절도범이었습니다.

더욱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또 남의 집 담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같은 (절도) 전과가 많아요. 작년에도 절도죄로 구속이 되가지고 8개월 징역형을 받고, 올해 5월에 출소를 해, 불과 2개월 만에 같은 범행을 또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씨가 출소한 직후인 지난 5월에 김 씨의 집이 털렸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5월부터 계속 그런 범죄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이전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3개월에 걸쳐서 10회 이상 (집에) 왔다 갔다 한 것 같아요."

하지만 4차례의 범행 외에, 이 씨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우경 (청주상당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는 현재 범행 일부는 시인하지만, 범행 일부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죄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보고, 지금 수사 중입니다."

석 달간 이어졌던 도난 사건은 이 씨가 잡히자 일단락됐지만, 집 주인은 두 번 되풀이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CCTV 설치 등 방범이 강화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피해자) :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 처지가 (안 좋았던) 피의자도 이해는 합니다. 이해는 하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충이 심해요. 집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고...지금이라도 범죄예방 효과를 위해서 예산이 편성돼서, CCTV가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생계를 위해 돈이 필요했던 노숙자 이 씨. 한 집만 노려 털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 씨는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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