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용기와 희망 심어준 태극소녀들

입력 2010.09.27 (07:26) 수정 2010.09.2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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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표 객원해설위원]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FIFA 여자 월드컵에서 17살 이하 우리 태극소녀들이 일본을 꺾고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 주관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1882년 축구가 우리 땅에 첫 선을 보인 지 무려 128년 만에 월드컵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17살 이하 우리 딸들이 쌓아 올린 것입니다.



일본과의 맞대결은 숙명의 라이벌전다운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였습니다. 남자축구에서도 흔히 볼 수없는 축구의 묘미와 감동을 안겨준 최대의 명승부였습니다. 골잡이 여민지 선수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8골 도움 3개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득점왕과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해 대회 우승과 함께 3관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20살 이하 대표팀의 지소연과 함께 미래 한국여자축구를 빛낼 황금세대로 발돋움 했습니다.



8강전과 4강전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태극소녀들이 일본마저 꺾고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무서운 집중력과 투혼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주장인 김아름 선수는 경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재미있게 즐기다가 죽어서 나오자’ 고 외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마치 論語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는 교훈을 익힌 것처럼 선수 모두가 즐겼습니다.



평소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 최덕주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습니다. 일본에 2대3으로 뒤진 후반 33분 이소담선수를 교체 투입했고 불과 1분 뒤 이소담은 통렬한 발리슛 중거리포로 환상의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초등학교시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눈앞에서 지켜보고 자라온 이른바 ‘월드컵 키즈’ 답게 소녀들의 탄탄한 기본기와 빼어난 개인기는 우리 눈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연령별 전임지도자제와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도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과제는 정상을 지키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밝지않아 보입니다. 태극소녀들은 월드컵 우승의 새 역사를 썼지만 여자대표팀은 2011년 독일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하는 등 세계정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서울에 여자초등학교 축구팀이 한 팀 뿐일 정도로 선수층이 얇은데다 지원금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끝자락에 큰 용기와 희망을 준 태극 소녀들의 빛나는 성과가 일회성 축제로 끝나지 않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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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용기와 희망 심어준 태극소녀들
    • 입력 2010-09-27 07:26:31
    • 수정2010-09-27 07: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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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표 객원해설위원]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FIFA 여자 월드컵에서 17살 이하 우리 태극소녀들이 일본을 꺾고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 주관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1882년 축구가 우리 땅에 첫 선을 보인 지 무려 128년 만에 월드컵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17살 이하 우리 딸들이 쌓아 올린 것입니다.

일본과의 맞대결은 숙명의 라이벌전다운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였습니다. 남자축구에서도 흔히 볼 수없는 축구의 묘미와 감동을 안겨준 최대의 명승부였습니다. 골잡이 여민지 선수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8골 도움 3개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득점왕과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해 대회 우승과 함께 3관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20살 이하 대표팀의 지소연과 함께 미래 한국여자축구를 빛낼 황금세대로 발돋움 했습니다.

8강전과 4강전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태극소녀들이 일본마저 꺾고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무서운 집중력과 투혼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주장인 김아름 선수는 경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재미있게 즐기다가 죽어서 나오자’ 고 외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마치 論語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는 교훈을 익힌 것처럼 선수 모두가 즐겼습니다.

평소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 최덕주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습니다. 일본에 2대3으로 뒤진 후반 33분 이소담선수를 교체 투입했고 불과 1분 뒤 이소담은 통렬한 발리슛 중거리포로 환상의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초등학교시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눈앞에서 지켜보고 자라온 이른바 ‘월드컵 키즈’ 답게 소녀들의 탄탄한 기본기와 빼어난 개인기는 우리 눈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연령별 전임지도자제와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도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과제는 정상을 지키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밝지않아 보입니다. 태극소녀들은 월드컵 우승의 새 역사를 썼지만 여자대표팀은 2011년 독일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하는 등 세계정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서울에 여자초등학교 축구팀이 한 팀 뿐일 정도로 선수층이 얇은데다 지원금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끝자락에 큰 용기와 희망을 준 태극 소녀들의 빛나는 성과가 일회성 축제로 끝나지 않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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