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1시간에 14쌍이 이혼 도장을 찍는다고 하죠.
결혼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 돼버린 요즘,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한 부부가 있다고 합니다.
이민우 기자, 교통사고로 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과 연로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이 있다고요?
<리포트>
3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습니다.
머나먼 이국땅, 남편만을 바라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거죠.
소박하고 행복한 신혼 생활, 하지만 1년 만에 그 행복이 깨졌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은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장애인이 됐고, 졸지에 여든 넘은 시어머니까지 보살피며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죠.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묻는답니다.
남편은 남편이고, 왜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느냐.
그 대답은 직접 들어보시죠.
충남 아산의 한 마을.
하루에도 서너 번씩 행보옥행씨는 남편 김종호씨의 발이 됩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남편에겐 천리길처럼 느껴집니다.
<인터뷰> 행보옥행(33살/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남편이 (화장실) 자주가요. 갑자기 소변 마렵다고 자주 그래요."
매일 저녁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편의 머리를 감겨줍니다.
자기 덩치보다 훨씬 큰 남편을 씻기고나면 녹초가 되지만, 또 다시 집안 청소가 기다리고 있어 쉴 틈이 없습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내놓는 남편의 이부자리를 살피는 것도 그녀의 일.
<인터뷰> 행보옥행(33살/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남편이 (이불에) 소변을 보기 때문에 그래서 바닥에서 자요. 여기서 자면 소변 봐도 다 말라요."
사랑하는 남편만을 바라보고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게 불과 3년 전.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제가 결혼 했을 때, 한국에 와서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1년만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어머님이 야! 큰일 났어. 너희 오빠 교통사고 났어! 그래서 제가 많이 울었어요. 우리 어디로 가야 되는지 길도 잘 몰라요. 제가 한국말도 잘 못했어요. 그날은..."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친 남편 김씨. 의식은 되찾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종호(뇌병변 장애 2급, 지적장애) : "일어나서 내가 일을 해야 되는데 여기 앉아서 다 시키고 그러니까 미안하죠."
뻔히 보이는 가시밭길 인생, 하지만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돌보고 있는데요.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저보고 여기 있다고 바보라고. 저보고 바보라고. 그렇지만 남편 아프다고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 안돼요. 좋지 않아요."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조차 오락가락하는 남편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들리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녹취> 정희연 교수(순천향 대학교 신경정신과) : "기억력은 전에 보다 좀 나아진 것 같아요? (네.)"
오히려 남편의 상태를 의사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인데요. 무엇보다 걱정인 건 어려운 살림으로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입니다.
행보옥행씨 가정의 총 수입은 월 9만원. 시어머니가 받고 있는 노령 연금이 전붑니다.
<녹취> 시어머니 : "얼른 밥 차려라~"
서툰 솜씨지만 여든 셋의 시어머니와 장애 남편을 정성껏 돌보는 행보옥행씨.
하지만 어려운 현실을 마주할 때면 절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생활을 어떻게 살까...가끔씩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요."
시어머니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힘이 돼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박한분(시어머니) : "상황이 이래서 (친정에) 못 보내잖아요. 가까운 곳이 아니고 멀어서, 한 번 떠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서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시어머니를 친정 엄마라 생각하며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녹취> 행보옥행 : "어머니 귤 드세요. 맛있어요? (응. 맛있어.)"
<인터뷰> 행보옥행 : "시어머니 괜찮아요. 친 엄마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요."
그런 그녀에게 최근 희망이 생겼습니다.
매일 오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녹취> 행보옥행 : "오늘 우리집 집들이해요. 올 수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한국 말을 배우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소망 때문인데요.
<인터뷰> 한애린(아산시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아기를 낳아서 아기가 아프면 시어머님도 못 가시고 남편도 못 가니까 내가 가서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되는데 뭐라고 얘기를 할 수가 없어서 한글을 열심히 배운다고...."
<녹취> 행보옥행 : "애기 낳아서 행복하게 살아요. (그래 애기 낳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고맙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부터 챙기는 행보옥행씨.
<녹취> 행보옥행 : "오빠 있어? 나왔다. 오빠..."
<녹취> 행보옥행 : "화장실 가다 넘어지지 않았어요? (응. 넘어지지 않았어.)"
<녹취> 김종호(남편) : "사랑하고 미안하고, 내가 앞으로 재미있게 살기 위해 일도 하고 빨리 나아서 행복하게 해줄게."
왜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후회하지 않아요. 오빠. 걱정 마. 우리 나중에 애기 낳고 우리 오빠 일어나서 돈도 벌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요."
한국인의 아내로 엄마가 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행보옥행씨.
그녀의 삶이 그녀의 이름처럼 행복해지길 기원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1시간에 14쌍이 이혼 도장을 찍는다고 하죠.
결혼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 돼버린 요즘,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한 부부가 있다고 합니다.
이민우 기자, 교통사고로 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과 연로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이 있다고요?
<리포트>
3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습니다.
머나먼 이국땅, 남편만을 바라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거죠.
소박하고 행복한 신혼 생활, 하지만 1년 만에 그 행복이 깨졌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은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장애인이 됐고, 졸지에 여든 넘은 시어머니까지 보살피며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죠.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묻는답니다.
남편은 남편이고, 왜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느냐.
그 대답은 직접 들어보시죠.
충남 아산의 한 마을.
하루에도 서너 번씩 행보옥행씨는 남편 김종호씨의 발이 됩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남편에겐 천리길처럼 느껴집니다.
<인터뷰> 행보옥행(33살/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남편이 (화장실) 자주가요. 갑자기 소변 마렵다고 자주 그래요."
매일 저녁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편의 머리를 감겨줍니다.
자기 덩치보다 훨씬 큰 남편을 씻기고나면 녹초가 되지만, 또 다시 집안 청소가 기다리고 있어 쉴 틈이 없습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내놓는 남편의 이부자리를 살피는 것도 그녀의 일.
<인터뷰> 행보옥행(33살/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남편이 (이불에) 소변을 보기 때문에 그래서 바닥에서 자요. 여기서 자면 소변 봐도 다 말라요."
사랑하는 남편만을 바라보고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게 불과 3년 전.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제가 결혼 했을 때, 한국에 와서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1년만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어머님이 야! 큰일 났어. 너희 오빠 교통사고 났어! 그래서 제가 많이 울었어요. 우리 어디로 가야 되는지 길도 잘 몰라요. 제가 한국말도 잘 못했어요. 그날은..."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친 남편 김씨. 의식은 되찾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종호(뇌병변 장애 2급, 지적장애) : "일어나서 내가 일을 해야 되는데 여기 앉아서 다 시키고 그러니까 미안하죠."
뻔히 보이는 가시밭길 인생, 하지만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돌보고 있는데요.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저보고 여기 있다고 바보라고. 저보고 바보라고. 그렇지만 남편 아프다고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 안돼요. 좋지 않아요."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조차 오락가락하는 남편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들리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녹취> 정희연 교수(순천향 대학교 신경정신과) : "기억력은 전에 보다 좀 나아진 것 같아요? (네.)"
오히려 남편의 상태를 의사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인데요. 무엇보다 걱정인 건 어려운 살림으로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입니다.
행보옥행씨 가정의 총 수입은 월 9만원. 시어머니가 받고 있는 노령 연금이 전붑니다.
<녹취> 시어머니 : "얼른 밥 차려라~"
서툰 솜씨지만 여든 셋의 시어머니와 장애 남편을 정성껏 돌보는 행보옥행씨.
하지만 어려운 현실을 마주할 때면 절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생활을 어떻게 살까...가끔씩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요."
시어머니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힘이 돼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박한분(시어머니) : "상황이 이래서 (친정에) 못 보내잖아요. 가까운 곳이 아니고 멀어서, 한 번 떠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서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시어머니를 친정 엄마라 생각하며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녹취> 행보옥행 : "어머니 귤 드세요. 맛있어요? (응. 맛있어.)"
<인터뷰> 행보옥행 : "시어머니 괜찮아요. 친 엄마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요."
그런 그녀에게 최근 희망이 생겼습니다.
매일 오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녹취> 행보옥행 : "오늘 우리집 집들이해요. 올 수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한국 말을 배우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소망 때문인데요.
<인터뷰> 한애린(아산시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아기를 낳아서 아기가 아프면 시어머님도 못 가시고 남편도 못 가니까 내가 가서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되는데 뭐라고 얘기를 할 수가 없어서 한글을 열심히 배운다고...."
<녹취> 행보옥행 : "애기 낳아서 행복하게 살아요. (그래 애기 낳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고맙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부터 챙기는 행보옥행씨.
<녹취> 행보옥행 : "오빠 있어? 나왔다. 오빠..."
<녹취> 행보옥행 : "화장실 가다 넘어지지 않았어요? (응. 넘어지지 않았어.)"
<녹취> 김종호(남편) : "사랑하고 미안하고, 내가 앞으로 재미있게 살기 위해 일도 하고 빨리 나아서 행복하게 해줄게."
왜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후회하지 않아요. 오빠. 걱정 마. 우리 나중에 애기 낳고 우리 오빠 일어나서 돈도 벌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요."
한국인의 아내로 엄마가 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행보옥행씨.
그녀의 삶이 그녀의 이름처럼 행복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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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결혼 ‘산산조각’…캄보디아 아내의 꿈
-
- 입력 2010-11-29 09:12:07
<앵커 멘트>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1시간에 14쌍이 이혼 도장을 찍는다고 하죠.
결혼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 돼버린 요즘,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한 부부가 있다고 합니다.
이민우 기자, 교통사고로 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과 연로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이 있다고요?
<리포트>
3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습니다.
머나먼 이국땅, 남편만을 바라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거죠.
소박하고 행복한 신혼 생활, 하지만 1년 만에 그 행복이 깨졌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은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장애인이 됐고, 졸지에 여든 넘은 시어머니까지 보살피며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죠.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묻는답니다.
남편은 남편이고, 왜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느냐.
그 대답은 직접 들어보시죠.
충남 아산의 한 마을.
하루에도 서너 번씩 행보옥행씨는 남편 김종호씨의 발이 됩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남편에겐 천리길처럼 느껴집니다.
<인터뷰> 행보옥행(33살/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남편이 (화장실) 자주가요. 갑자기 소변 마렵다고 자주 그래요."
매일 저녁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편의 머리를 감겨줍니다.
자기 덩치보다 훨씬 큰 남편을 씻기고나면 녹초가 되지만, 또 다시 집안 청소가 기다리고 있어 쉴 틈이 없습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내놓는 남편의 이부자리를 살피는 것도 그녀의 일.
<인터뷰> 행보옥행(33살/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남편이 (이불에) 소변을 보기 때문에 그래서 바닥에서 자요. 여기서 자면 소변 봐도 다 말라요."
사랑하는 남편만을 바라보고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게 불과 3년 전.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제가 결혼 했을 때, 한국에 와서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1년만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어머님이 야! 큰일 났어. 너희 오빠 교통사고 났어! 그래서 제가 많이 울었어요. 우리 어디로 가야 되는지 길도 잘 몰라요. 제가 한국말도 잘 못했어요. 그날은..."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친 남편 김씨. 의식은 되찾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종호(뇌병변 장애 2급, 지적장애) : "일어나서 내가 일을 해야 되는데 여기 앉아서 다 시키고 그러니까 미안하죠."
뻔히 보이는 가시밭길 인생, 하지만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돌보고 있는데요.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저보고 여기 있다고 바보라고. 저보고 바보라고. 그렇지만 남편 아프다고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 안돼요. 좋지 않아요."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조차 오락가락하는 남편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들리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녹취> 정희연 교수(순천향 대학교 신경정신과) : "기억력은 전에 보다 좀 나아진 것 같아요? (네.)"
오히려 남편의 상태를 의사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인데요. 무엇보다 걱정인 건 어려운 살림으로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입니다.
행보옥행씨 가정의 총 수입은 월 9만원. 시어머니가 받고 있는 노령 연금이 전붑니다.
<녹취> 시어머니 : "얼른 밥 차려라~"
서툰 솜씨지만 여든 셋의 시어머니와 장애 남편을 정성껏 돌보는 행보옥행씨.
하지만 어려운 현실을 마주할 때면 절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생활을 어떻게 살까...가끔씩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요."
시어머니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힘이 돼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박한분(시어머니) : "상황이 이래서 (친정에) 못 보내잖아요. 가까운 곳이 아니고 멀어서, 한 번 떠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서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시어머니를 친정 엄마라 생각하며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녹취> 행보옥행 : "어머니 귤 드세요. 맛있어요? (응. 맛있어.)"
<인터뷰> 행보옥행 : "시어머니 괜찮아요. 친 엄마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요."
그런 그녀에게 최근 희망이 생겼습니다.
매일 오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녹취> 행보옥행 : "오늘 우리집 집들이해요. 올 수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한국 말을 배우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소망 때문인데요.
<인터뷰> 한애린(아산시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아기를 낳아서 아기가 아프면 시어머님도 못 가시고 남편도 못 가니까 내가 가서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되는데 뭐라고 얘기를 할 수가 없어서 한글을 열심히 배운다고...."
<녹취> 행보옥행 : "애기 낳아서 행복하게 살아요. (그래 애기 낳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고맙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부터 챙기는 행보옥행씨.
<녹취> 행보옥행 : "오빠 있어? 나왔다. 오빠..."
<녹취> 행보옥행 : "화장실 가다 넘어지지 않았어요? (응. 넘어지지 않았어.)"
<녹취> 김종호(남편) : "사랑하고 미안하고, 내가 앞으로 재미있게 살기 위해 일도 하고 빨리 나아서 행복하게 해줄게."
왜 캄보디아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행보옥행(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 "후회하지 않아요. 오빠. 걱정 마. 우리 나중에 애기 낳고 우리 오빠 일어나서 돈도 벌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요."
한국인의 아내로 엄마가 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행보옥행씨.
그녀의 삶이 그녀의 이름처럼 행복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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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kbsmin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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