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 가족·상속 특례법

입력 2010.12.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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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되면, 남북으로 흩어져있던 이산가족들의 혼인관계와 재산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북한 주민들이 우리 법원에 이와 관련한 소송을 직접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남북 이산가족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통일을 대비하는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간 큰 가족’

6.25 전쟁이 터지자 북한에 부인과 딸을 두고 남한으로 내려온 아버지가 주인공입니다.

간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북에 남겨둔 가족을 한번이라도 만나보는 겁니다.

그에게는 북한에 두고 온 부인과 딸을 위해 가족들 몰래 숨겨놓은 재산 50억 원이 있습니다.

<녹취> "본인이 살아생전에 통일이 되면 재산을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안 됐을 경우엔 모든 재산을 통일부에 넘기는 것으로 돼있어."

가족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통일 자작극’을 모의합니다.

<녹취> "통일되는 거 보시는 게 아버지 평생 소원 아니냐. 아버지가 살 날이 또 얼마 안 남으셨다고 하니까 우리가 효도하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자."

<녹취> "남북한 두 정부는 민족의 대화합 차원에서 지난 주 11일, 평화적 통일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통일이 됐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병석에서 일어납니다.

이후 가족들의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남북 단일 탁구팀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에 가족들은 탁구선수가 되기도 하고, 평양 교예단으로 변신해 서커스공연까지 하게 됩니다.

결국 거짓말은 탄로가 나고, 아버지는 가족들의 마지막 선물을 가슴에 안고 떠납니다.

<녹취> "남아있는 유산은 명석이 네가 결정을 해서 가족끼리 조금씩 나누고 나머지는 이 아버지 뜻에 따라주길 바란다. 이 애비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요 며칠 동안이 가장 행복했었다."

지난 1일, 서울가정법원, 북한 주민들이 6.25 전쟁 때 월남한 아버지의 친자식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의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북한 주민들과 숨진 윤모 씨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며 북한 주민들의 승소를 선고했습니다.

분단 후 60년 동안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아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소송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

평양에 사는 윤 모 씨 남매 네 명은 6.25 때 월남한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게 해달라며 우리 법원에 친생자 확인 소송과 상속 소송을 냈습니다.

<녹취> 윤OO(북한 주민) : "부친 윤OO 씨의 상속재산에 대한 본인의 상속권 확보를 변호사에게 위임합니다."

1933년에 결혼해 2남 4녀를 뒀지만 6.25 전쟁이 터지자 큰 딸만 데리고 월남했습니다.

윤 씨는 1959년 재혼해 네 자녀를 더 낳은 뒤 1987년, 100억 원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가 눈을 감은 뒤 북한에서 함께 온 장녀가 북한의 동생을 찾기 시작했고, 지난 2008년 북한을 왕래하는 재미동포 선교사를 통해 동생 4명을 찾아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으로 올 수 없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에 필요한 머리카락과 손톱 샘플을 선교사를 통해 남한으로 보내왔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배금자(소송 담당 변호사) : "북한 주민 입장에서 남한에 내려오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사를 통해서 친자확인을 받는 소송, 이 소송을 제기해서 판결을 처음으로 받았다 이런 데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이 북한의 자녀와 남한의 아버지 사이에 친자관계를 확인함에 따라 100억 원에 이르는 유산을 나눠달라는 상속 소송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인터뷰> 배금자(소송 담당 변호사) : "친자 확인이 이뤄지는 판결이 나야 이제 아버지가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인정되거든요. 북한 주민의 몫에 대한 상속 지분을 달라 이게 소송이 성립이 되는 겁니다."

법원이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의 친자 관계를 인정한 만큼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유사한 소송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녹취> 한명관(법무부 법무실장) :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 권리를 보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법무부는 최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사이에 가장 큰 법률적 문제는 결혼을 두 번 한 중혼, 친생자 관계 확인과 인지, 그리고 재산 상속입니다.

법무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특례법은 중혼의 경우 남과 북으로 헤어진 부부가 모두 재혼했을 때는 재혼을 인정하고, 어느 한쪽만 재혼했을 때로 원래 혼인과 재혼을 모두 인정할 방침입니다.

인지청구,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의 경우 분단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로부터 2년 동안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상속의 경우 북한 주민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되 남한 주민에게 부양에 따른 기여분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남한 재산을 취득한 북한 주민은 반드시 재산관리인을 선임해 북한 당국이 주민의 상속재산을 무차별적으로 징발해가지 못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신영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분단의 특수성, 두 세대에 걸친 분단의 장기화, 고착화로 인한 그런 문제들을 상속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반영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법무부는 공청회에서 나온의견들을 토대로 특례법안을 가다듬어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가족관계나 상속은 당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헤어진 가족들의 해후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남북 이산가족 사이에 예상되는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제도 마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와 법조계가 실효성과 소멸시효 같은 논란을 잘 정리해 통일을 대비하는 실질적인 제도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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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2-04 13: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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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되면, 남북으로 흩어져있던 이산가족들의 혼인관계와 재산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북한 주민들이 우리 법원에 이와 관련한 소송을 직접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남북 이산가족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통일을 대비하는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간 큰 가족’ 6.25 전쟁이 터지자 북한에 부인과 딸을 두고 남한으로 내려온 아버지가 주인공입니다. 간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북에 남겨둔 가족을 한번이라도 만나보는 겁니다. 그에게는 북한에 두고 온 부인과 딸을 위해 가족들 몰래 숨겨놓은 재산 50억 원이 있습니다. <녹취> "본인이 살아생전에 통일이 되면 재산을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안 됐을 경우엔 모든 재산을 통일부에 넘기는 것으로 돼있어." 가족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통일 자작극’을 모의합니다. <녹취> "통일되는 거 보시는 게 아버지 평생 소원 아니냐. 아버지가 살 날이 또 얼마 안 남으셨다고 하니까 우리가 효도하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자." <녹취> "남북한 두 정부는 민족의 대화합 차원에서 지난 주 11일, 평화적 통일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통일이 됐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병석에서 일어납니다. 이후 가족들의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남북 단일 탁구팀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에 가족들은 탁구선수가 되기도 하고, 평양 교예단으로 변신해 서커스공연까지 하게 됩니다. 결국 거짓말은 탄로가 나고, 아버지는 가족들의 마지막 선물을 가슴에 안고 떠납니다. <녹취> "남아있는 유산은 명석이 네가 결정을 해서 가족끼리 조금씩 나누고 나머지는 이 아버지 뜻에 따라주길 바란다. 이 애비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요 며칠 동안이 가장 행복했었다." 지난 1일, 서울가정법원, 북한 주민들이 6.25 전쟁 때 월남한 아버지의 친자식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의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북한 주민들과 숨진 윤모 씨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며 북한 주민들의 승소를 선고했습니다. 분단 후 60년 동안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아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소송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 평양에 사는 윤 모 씨 남매 네 명은 6.25 때 월남한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게 해달라며 우리 법원에 친생자 확인 소송과 상속 소송을 냈습니다. <녹취> 윤OO(북한 주민) : "부친 윤OO 씨의 상속재산에 대한 본인의 상속권 확보를 변호사에게 위임합니다." 1933년에 결혼해 2남 4녀를 뒀지만 6.25 전쟁이 터지자 큰 딸만 데리고 월남했습니다. 윤 씨는 1959년 재혼해 네 자녀를 더 낳은 뒤 1987년, 100억 원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가 눈을 감은 뒤 북한에서 함께 온 장녀가 북한의 동생을 찾기 시작했고, 지난 2008년 북한을 왕래하는 재미동포 선교사를 통해 동생 4명을 찾아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으로 올 수 없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에 필요한 머리카락과 손톱 샘플을 선교사를 통해 남한으로 보내왔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배금자(소송 담당 변호사) : "북한 주민 입장에서 남한에 내려오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사를 통해서 친자확인을 받는 소송, 이 소송을 제기해서 판결을 처음으로 받았다 이런 데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이 북한의 자녀와 남한의 아버지 사이에 친자관계를 확인함에 따라 100억 원에 이르는 유산을 나눠달라는 상속 소송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인터뷰> 배금자(소송 담당 변호사) : "친자 확인이 이뤄지는 판결이 나야 이제 아버지가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인정되거든요. 북한 주민의 몫에 대한 상속 지분을 달라 이게 소송이 성립이 되는 겁니다." 법원이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의 친자 관계를 인정한 만큼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유사한 소송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녹취> 한명관(법무부 법무실장) :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 권리를 보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법무부는 최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사이에 가장 큰 법률적 문제는 결혼을 두 번 한 중혼, 친생자 관계 확인과 인지, 그리고 재산 상속입니다. 법무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특례법은 중혼의 경우 남과 북으로 헤어진 부부가 모두 재혼했을 때는 재혼을 인정하고, 어느 한쪽만 재혼했을 때로 원래 혼인과 재혼을 모두 인정할 방침입니다. 인지청구,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의 경우 분단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로부터 2년 동안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상속의 경우 북한 주민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되 남한 주민에게 부양에 따른 기여분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남한 재산을 취득한 북한 주민은 반드시 재산관리인을 선임해 북한 당국이 주민의 상속재산을 무차별적으로 징발해가지 못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신영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분단의 특수성, 두 세대에 걸친 분단의 장기화, 고착화로 인한 그런 문제들을 상속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반영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법무부는 공청회에서 나온의견들을 토대로 특례법안을 가다듬어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가족관계나 상속은 당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헤어진 가족들의 해후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남북 이산가족 사이에 예상되는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제도 마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와 법조계가 실효성과 소멸시효 같은 논란을 잘 정리해 통일을 대비하는 실질적인 제도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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