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변신하는 조폭…이권 찾아 지능화

입력 2011.02.10 (22:07) 수정 2011.02.1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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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0년대까지만 해도 이른바 주먹이나 어깨라고 불리던 깡패가 요즘 조직폭력배의 원조였습니다.



7~80년대에는 흉기가 등장하고 유흥가를 중심으로 조직폭력배들의 세력 다툼이 심해지고요.



90년대 이후에는 재개발 현장의 이권 다툼에 개입하면서 기업화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슈&뉴스. 오늘은 이렇게 기업형으로 변하고 있는 조폭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먼저, 요즘 조폭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투자회사 대표로 변신한 조직 폭력배, 주가를 조작해 건실한 회사를 망가뜨리다 결국 덜미를 잡힙니다.



<녹취> "(야, 안산 돈가스! 너 여기 웬일이야? 야, 너 요즘 어려운 거 한다.) 고형사, 나 엄연한 경제사범이야!"



조폭 자금이 주식시장에 흘러들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입니다.



유흥업소 경기가 악화되고, 강력한 단속으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이른바 ’주식 작전’에 끼어든 겁니다.



<녹취> △△파 전 두목 : "소위 우리 건달들은 1억 넣었는데 20억 올라갔어. 그러면 "5억 줘봐" 하고 빠져야 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잖아? 내 꺼 팔아서 내가 나갔는데!"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씩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M&A를 통한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식시장 관계자 : "이쪽(작전세력)은 기술이 있어도 자본은 없고, 저쪽(조폭)은 자본이 있는데 기술이 없어. 서로 니드가 맞아떨어지니까…"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닥 업체를 인수해 사업가 행세를 하던 ’김제 읍내파’ 두목 이 모씨가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돈 77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질문>



시대에 따라 조폭의 모습도 많이 변하는 것 같은데요.



노태영 기자, 현재 전국적으로 폭력조직의 수나 조직원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잔치 건달’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영화에서 보면 길 양옆에 늘어서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는 조직원들을 ’잔치 건달’이라고 한답니다.



’양은이파’의 조양은과 ’서방파’의 김태촌, 부산 ’칠성파’의 이광환 등 거물급들이 움직이면 각지역 조직들이 잔치건달을 동원했는데요.



경찰은 경기도에 25개 조직, 서울 22개 조직 등 현재 전국적으로 216개 조직, 5,400명의 조직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직원 수는 10년 전보다 30% 정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전국을 아우르는 이른바 ’전국구’ 조폭 대신 지역 군소 조직들이 각축하는 게 요즘 달라진 추세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건배! 건배!"



지난해 서울 강남의 특급호텔에서 열린 한 폭력조직 두목의 칠순 잔치입니다.



4백석 규모의 연회장은 반 이상 비었습니다.



경찰이 호텔 안팎에서 삼엄하게 경비를 펼쳤다고 해도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의리를 중시한다는 조폭 세계도 많이 변했습니다.



<녹취>△△파 전 두목 : "지금 건달들은 이권 개입이 안 되면 조직이 필요 없습니다. 선배도 없고 후배도 없고…오야붕(두목)이 돈이 없으면 떠납니다."



유흥업소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영역을 놓고 벌이던 이른바 ’전쟁’도 옛말이 됐습니다.



이렇게 조직간의 세력다툼이 사라지면서 과거 걸출한 두목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폭력 조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인터뷰> "옛날에는 서로 부딪치면 내가 이겼다, 졌다 하지만 지금은 같이 징역을 가거든 성과는 누가 내? 경찰이나 검찰에 있어요."



이 때문에 도박과 매춘 등 전문분야를 찾아 조직이 나뉘고, 건설현장 등 이권을 끼고 새로운 신흥조직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군소 조직이 난립하면서 서울시내 조직의 수도 수사당국이 파악하는 20여개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녹취>△△파 전 두목 : "미아리 상택이파, 영등포 진용이파, 동대문 쌍칼…이렇게 다 돼있는데 그것(신흥 조직)까지 포함하면 한 60개 이상은 되지!"



의리보다는 실리를 찾아 조폭들의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국내 폭력조직들도 외국 폭력조직과 국제교류를 한다면서요?



<답변>



네, 일본의 야쿠자나 중국 흑사회 등과 교류를 해왔다고 하는데요.



국내 조직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공조라고 할까, 이런 협력이 잘 안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외국 조폭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해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변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동포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밤이 되면 중국계 조폭들의 활동무대로 바뀝니다.



지역 상권을 장악했던 ’연변 흑사파’가 지난 2007년에 단속된 이후에도 최소한 2~3개의 중국계 폭력 조직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지역상인(음성변조) : "밤에는 좀 무섭죠. 그 사람들(중국계 조폭)은 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삽자루라도 있으면 치잖아.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놔둬야지."



중국계 조폭들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 왔고, 최근에는 마약 판매에까지 손을 대고 있습니다.



거대한 중국 폭력조직이 들어오면서 국내 폭력조직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폭력 조직원 : "흑사회는 몇 년 됐어! 들어와 있던 게 신림동 쪽으로…걔들이 사실은 무서운 거야. 사건 사고를 하더라도 공항 가서 비행기 타면 그뿐이야!"



베트남 여성을 납치해 몸값을 뜯는 베트남 조폭이 등장하고, 부산에는 러시아 ’마피아’까지 진출하는 등 해외 조폭이 세력을 키우면서 국내 치안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외 범죄조직에 대한 첩보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검찰도 첨단 금융수사 기법을 이용해 조폭들의 경제범죄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폭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폭력성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게 수사 당국의 의지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자살률이 최근 급증해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일 이슈앤뉴스에서는 자살 급증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봅니다.



KBS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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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변신하는 조폭…이권 찾아 지능화
    • 입력 2011-02-10 22:07:10
    • 수정2011-02-10 22: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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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0년대까지만 해도 이른바 주먹이나 어깨라고 불리던 깡패가 요즘 조직폭력배의 원조였습니다.

7~80년대에는 흉기가 등장하고 유흥가를 중심으로 조직폭력배들의 세력 다툼이 심해지고요.

90년대 이후에는 재개발 현장의 이권 다툼에 개입하면서 기업화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슈&뉴스. 오늘은 이렇게 기업형으로 변하고 있는 조폭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먼저, 요즘 조폭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투자회사 대표로 변신한 조직 폭력배, 주가를 조작해 건실한 회사를 망가뜨리다 결국 덜미를 잡힙니다.

<녹취> "(야, 안산 돈가스! 너 여기 웬일이야? 야, 너 요즘 어려운 거 한다.) 고형사, 나 엄연한 경제사범이야!"

조폭 자금이 주식시장에 흘러들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입니다.

유흥업소 경기가 악화되고, 강력한 단속으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이른바 ’주식 작전’에 끼어든 겁니다.

<녹취> △△파 전 두목 : "소위 우리 건달들은 1억 넣었는데 20억 올라갔어. 그러면 "5억 줘봐" 하고 빠져야 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잖아? 내 꺼 팔아서 내가 나갔는데!"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씩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M&A를 통한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식시장 관계자 : "이쪽(작전세력)은 기술이 있어도 자본은 없고, 저쪽(조폭)은 자본이 있는데 기술이 없어. 서로 니드가 맞아떨어지니까…"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닥 업체를 인수해 사업가 행세를 하던 ’김제 읍내파’ 두목 이 모씨가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돈 77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질문>

시대에 따라 조폭의 모습도 많이 변하는 것 같은데요.

노태영 기자, 현재 전국적으로 폭력조직의 수나 조직원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잔치 건달’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영화에서 보면 길 양옆에 늘어서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는 조직원들을 ’잔치 건달’이라고 한답니다.

’양은이파’의 조양은과 ’서방파’의 김태촌, 부산 ’칠성파’의 이광환 등 거물급들이 움직이면 각지역 조직들이 잔치건달을 동원했는데요.

경찰은 경기도에 25개 조직, 서울 22개 조직 등 현재 전국적으로 216개 조직, 5,400명의 조직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직원 수는 10년 전보다 30% 정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전국을 아우르는 이른바 ’전국구’ 조폭 대신 지역 군소 조직들이 각축하는 게 요즘 달라진 추세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건배! 건배!"

지난해 서울 강남의 특급호텔에서 열린 한 폭력조직 두목의 칠순 잔치입니다.

4백석 규모의 연회장은 반 이상 비었습니다.

경찰이 호텔 안팎에서 삼엄하게 경비를 펼쳤다고 해도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의리를 중시한다는 조폭 세계도 많이 변했습니다.

<녹취>△△파 전 두목 : "지금 건달들은 이권 개입이 안 되면 조직이 필요 없습니다. 선배도 없고 후배도 없고…오야붕(두목)이 돈이 없으면 떠납니다."

유흥업소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영역을 놓고 벌이던 이른바 ’전쟁’도 옛말이 됐습니다.

이렇게 조직간의 세력다툼이 사라지면서 과거 걸출한 두목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폭력 조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인터뷰> "옛날에는 서로 부딪치면 내가 이겼다, 졌다 하지만 지금은 같이 징역을 가거든 성과는 누가 내? 경찰이나 검찰에 있어요."

이 때문에 도박과 매춘 등 전문분야를 찾아 조직이 나뉘고, 건설현장 등 이권을 끼고 새로운 신흥조직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군소 조직이 난립하면서 서울시내 조직의 수도 수사당국이 파악하는 20여개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녹취>△△파 전 두목 : "미아리 상택이파, 영등포 진용이파, 동대문 쌍칼…이렇게 다 돼있는데 그것(신흥 조직)까지 포함하면 한 60개 이상은 되지!"

의리보다는 실리를 찾아 조폭들의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국내 폭력조직들도 외국 폭력조직과 국제교류를 한다면서요?

<답변>

네, 일본의 야쿠자나 중국 흑사회 등과 교류를 해왔다고 하는데요.

국내 조직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공조라고 할까, 이런 협력이 잘 안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외국 조폭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해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변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동포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밤이 되면 중국계 조폭들의 활동무대로 바뀝니다.

지역 상권을 장악했던 ’연변 흑사파’가 지난 2007년에 단속된 이후에도 최소한 2~3개의 중국계 폭력 조직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지역상인(음성변조) : "밤에는 좀 무섭죠. 그 사람들(중국계 조폭)은 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삽자루라도 있으면 치잖아.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놔둬야지."

중국계 조폭들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 왔고, 최근에는 마약 판매에까지 손을 대고 있습니다.

거대한 중국 폭력조직이 들어오면서 국내 폭력조직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폭력 조직원 : "흑사회는 몇 년 됐어! 들어와 있던 게 신림동 쪽으로…걔들이 사실은 무서운 거야. 사건 사고를 하더라도 공항 가서 비행기 타면 그뿐이야!"

베트남 여성을 납치해 몸값을 뜯는 베트남 조폭이 등장하고, 부산에는 러시아 ’마피아’까지 진출하는 등 해외 조폭이 세력을 키우면서 국내 치안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외 범죄조직에 대한 첩보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검찰도 첨단 금융수사 기법을 이용해 조폭들의 경제범죄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폭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폭력성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게 수사 당국의 의지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자살률이 최근 급증해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일 이슈앤뉴스에서는 자살 급증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봅니다.

KBS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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