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대생 입던 스타킹·속옷 팔아요”

입력 2011.02.11 (08:58) 수정 2011.02.11 (09: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살다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군요?

네 여대생이 입던 속옷을 판다고 광고를 내자, 수십명의 남성들이 앞다퉈 송금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론, 속옷을 판다는 건 거짓말이었습니다.

돈만 가로챘던 10대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무엇보다 왜 이런 물건을 사려했는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사기에 놀아난 사람들은 평범한 2~30대 직장 남성, 심지어 10대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유명 포털사이트 중고품 거래 장터에 22살의 여대생이다, 입던 속옷과 스타킹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60명 가까운 남성들이 돈을 입금시켰습니다.

사기였습니다.

돈을 떼였지만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 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야릇한 게시물을 발견했습니다.

중고 의류를 사고 파는 카페에 입던 여성속옷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김 씨 눈길을 잡아 끈 부분은 자못 원색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김 씨는 망설임 끝에 적혀있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했습니다.

전화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앳된 여성 음성이었습니다.

김 씨는 스타킹과 속옷을 사기로 마음먹고 모두 7만원을 글쓴이가 올린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하지만 택배로 보내주겠다던 속옷과 스타킹은 보름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스란히 속옷 값 7만원을 떼였지만 창피한 마음에 아무에게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강상석(경장/부산남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 : "(구매자에게) 전화가 오면 실제 자기가 여성인 것처럼 이렇게 목소리를 (여자처럼 꾸며요.) 마치 (여성과) 진짜 만남이 될 것같이, 아니면 내가(여자가) 입던 속옷이다, (자기가) 여자인 척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며 그렇게 속였던 수법입니다."

30대 이모 씨 역시 같은 게시물에 눈길을 빼앗겨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여대생이 입던 속옷을 사보려는 생각에 반신반의하며 인터넷 쪽지를 보냈습니다.

답장을 읽어본 이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속옷과 스타킹은 물론 성매매까지 암시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성매매에 욕심을 품은 이 씨는 요구대로 15만원을 입금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돈을 받은 뒤부터 여러 구실을 대며 만남을 미루기 시작하다가 결국 전화를 회피했습니다.

돈을 떼였다는 분한 마음에 복수할 궁리를 하던 이 씨는 피해자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네티즌들이 이른바 인터넷 사기꾼 피해를 공개하는 사이트에는 문제의 인물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었습니다.

사기에 사용된 같은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수십 차례 등장했고 경찰도 사건을 주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뷰>강상석(경장/부산남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 : "처음에 (피해자가) 우리한테 먼저 수사의뢰를 하신 게 아니고, 우리가 피해자를 찾아서 이런 피해 사실이 있느냐, 물어보게 되는 거죠. 인터넷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이 같이 글을 올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그걸 보면 여러 가지 사이트가 있는데, 실제 피해자들이 올린 글을 찾아보고, (그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판단을 하고 저희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번호 등을 추적해 범인을 잡아낸 경찰은 허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의자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10대 청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붙잡힌 17살 윤모 군은 친구 명의의 휴대 전화와 친척 계좌를 이용해 추적을 따돌리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윤 군은 평소 인터넷을 통해 여성이 입던 속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뷰>피의자(음성변조) : "인터넷에 그런 글(중고속옷 판매글) 올라와 있길래 읽어보니까 돈벌이 좀 되는 거 같아서 한두 번 보다가 (범행을 계획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거(중고속옷 가짜판매를) 하다 보니까...(돈 돌려달라 그렇게 안하던가요?) 그냥 그렇게 몇 번 하고 안하던데요. 네 다 결혼하고 이래서 뭐라 안 하던데요."

윤 군은 특히 유독 음성이 가늘고 높아 여성 목소리 시늉을 통해 전화를 걸어온 남성들을 속였습니다.

윤군에게 속아넘어가 돈을 떼인 남성들은 경찰이 파악한 것만 모두 57명. 피해액은 506만원에 이릅니다.

입던 여성 속옷을 사겠다는 남성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성도착증에 빠진 이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고품을 거래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입던 속옷을 팔겠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보내 온 이 메일에는 입던 여성 속옷은 기본이고 여성이 먹다가 뱉은 음식물에 심지어 여성의 배설물까지 팔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인터뷰>박영환(신경정신과 전문의) : "그거는 페티시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패티시즘이라는 것은, 어떤 성적인 자극을 사물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대게 그런 팬티나 신발, 그리고 속옷과 같이 신체의 어떤 일부분과 관련된 사물들에서 성적인 자극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경찰은 60명 가까운 남성들을 속아 넘긴 사기 피의자 윤 군에 대해 미성년자인데다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여대생 입던 스타킹·속옷 팔아요”
    • 입력 2011-02-11 08:58:52
    • 수정2011-02-11 09:53:3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살다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군요? 네 여대생이 입던 속옷을 판다고 광고를 내자, 수십명의 남성들이 앞다퉈 송금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론, 속옷을 판다는 건 거짓말이었습니다. 돈만 가로챘던 10대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무엇보다 왜 이런 물건을 사려했는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사기에 놀아난 사람들은 평범한 2~30대 직장 남성, 심지어 10대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유명 포털사이트 중고품 거래 장터에 22살의 여대생이다, 입던 속옷과 스타킹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60명 가까운 남성들이 돈을 입금시켰습니다. 사기였습니다. 돈을 떼였지만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 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야릇한 게시물을 발견했습니다. 중고 의류를 사고 파는 카페에 입던 여성속옷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김 씨 눈길을 잡아 끈 부분은 자못 원색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김 씨는 망설임 끝에 적혀있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했습니다. 전화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앳된 여성 음성이었습니다. 김 씨는 스타킹과 속옷을 사기로 마음먹고 모두 7만원을 글쓴이가 올린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하지만 택배로 보내주겠다던 속옷과 스타킹은 보름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스란히 속옷 값 7만원을 떼였지만 창피한 마음에 아무에게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강상석(경장/부산남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 : "(구매자에게) 전화가 오면 실제 자기가 여성인 것처럼 이렇게 목소리를 (여자처럼 꾸며요.) 마치 (여성과) 진짜 만남이 될 것같이, 아니면 내가(여자가) 입던 속옷이다, (자기가) 여자인 척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며 그렇게 속였던 수법입니다." 30대 이모 씨 역시 같은 게시물에 눈길을 빼앗겨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여대생이 입던 속옷을 사보려는 생각에 반신반의하며 인터넷 쪽지를 보냈습니다. 답장을 읽어본 이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속옷과 스타킹은 물론 성매매까지 암시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성매매에 욕심을 품은 이 씨는 요구대로 15만원을 입금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돈을 받은 뒤부터 여러 구실을 대며 만남을 미루기 시작하다가 결국 전화를 회피했습니다. 돈을 떼였다는 분한 마음에 복수할 궁리를 하던 이 씨는 피해자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네티즌들이 이른바 인터넷 사기꾼 피해를 공개하는 사이트에는 문제의 인물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었습니다. 사기에 사용된 같은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수십 차례 등장했고 경찰도 사건을 주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뷰>강상석(경장/부산남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 : "처음에 (피해자가) 우리한테 먼저 수사의뢰를 하신 게 아니고, 우리가 피해자를 찾아서 이런 피해 사실이 있느냐, 물어보게 되는 거죠. 인터넷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이 같이 글을 올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그걸 보면 여러 가지 사이트가 있는데, 실제 피해자들이 올린 글을 찾아보고, (그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판단을 하고 저희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번호 등을 추적해 범인을 잡아낸 경찰은 허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의자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10대 청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붙잡힌 17살 윤모 군은 친구 명의의 휴대 전화와 친척 계좌를 이용해 추적을 따돌리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윤 군은 평소 인터넷을 통해 여성이 입던 속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뷰>피의자(음성변조) : "인터넷에 그런 글(중고속옷 판매글) 올라와 있길래 읽어보니까 돈벌이 좀 되는 거 같아서 한두 번 보다가 (범행을 계획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거(중고속옷 가짜판매를) 하다 보니까...(돈 돌려달라 그렇게 안하던가요?) 그냥 그렇게 몇 번 하고 안하던데요. 네 다 결혼하고 이래서 뭐라 안 하던데요." 윤 군은 특히 유독 음성이 가늘고 높아 여성 목소리 시늉을 통해 전화를 걸어온 남성들을 속였습니다. 윤군에게 속아넘어가 돈을 떼인 남성들은 경찰이 파악한 것만 모두 57명. 피해액은 506만원에 이릅니다. 입던 여성 속옷을 사겠다는 남성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성도착증에 빠진 이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고품을 거래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입던 속옷을 팔겠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보내 온 이 메일에는 입던 여성 속옷은 기본이고 여성이 먹다가 뱉은 음식물에 심지어 여성의 배설물까지 팔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인터뷰>박영환(신경정신과 전문의) : "그거는 페티시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패티시즘이라는 것은, 어떤 성적인 자극을 사물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대게 그런 팬티나 신발, 그리고 속옷과 같이 신체의 어떤 일부분과 관련된 사물들에서 성적인 자극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경찰은 60명 가까운 남성들을 속아 넘긴 사기 피의자 윤 군에 대해 미성년자인데다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