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기 피해 보복하려 강도 짓?

입력 2011.02.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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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 사기를 당한 사람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갑자기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해 보복극을 벌이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돈을 떼인뒤 인터넷 사기꾼을 붙잡아 혼쭐을 내줬다는건데 알고보니 엉뚱한 사람에게 저지른 분풀이였습니다.



정수영 기자 언뜻 좀 복잡하게 들리는데요, 무슨 사연인가요?



<리포트>



인터넷 사기 피해자가 한 달간 추적한 끝에 범인이 사는 집을 알아냈습니다.



장장 네 시간을 차로 달려가 붙잡았습니다.



흉기를 들이대며 금품을 빼앗고 통쾌한 복수를 만끽했습니다.



알고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결국 특수 강도 혐의로 쇠고랑을 찼습니다.



지난해 12월, 25살 김 모씨는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마음에 쏙 드는 점퍼를 발견하고 25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기다리던 옷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옷값만 챙긴 판매자는 연락을 끊고 사라진 뒤였습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피의자가 작년 12월 24일 인터넷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패딩 점퍼를 판다고 게재한 글을 보고서 판매자랑 연락이 돼서 돈을 송금을 했는데 글을 올린 사람이 옷을 안 보내주고 돈만 가지고서 잠적을 한 거죠.”



경찰에 신고하고도 모자라 스스로 범인의 흔적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뒤 김 씨는 마침내 찾아 헤매던 단서를 잡았습니다.



자신이 사려던 바로 그 점퍼를 같은 판매자가 같은 중고 장터에 또다시 게시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범인임을 확신한 김 씨는 짐짓 다른 사람 시늉을 하며 접근해 직접 만나서 사고팔자고 유도했고 판매자 주소지를 손에 넣었습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판매자가 그때에도 똑같이 ‘일단 돈을 송금하면 옷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는 (같은 수법에) 한 번 당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 직거래를 하자. 집을 가르쳐달라’고 한 겁니다.”



경찰 손을 빌릴 것도 없이 당장 혼쭐을 내 줘야겠다는 생각에 김 씨는 거래 약속 장소로 떠날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주먹이라면 스스로 자신이 있었지만 상대가 꼼짝도 못하도록 제압하기 위해 힘깨나 쓴다는 친구 한 명도 대동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김 씨는 복수심에 가득찬 채 전북 고창에서 충북 제천까지 네 시간 동안 차를 몰았습니다.



드디어 범인 집에 도착한 김 씨 일행은 집 앞으로 걸어 나온 10대 남자 청소년을 붙잡아 닦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김모 군(음성변조) : “친한 형이 옷을 판다고 글을 올려놨는데요, 그 옷을 산다고 (피의자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한 4시쯤에 그분이 오셨기에 형(판매자)한테 같이 나가자고 했더니 형이 너무 피곤하대요. 그러더니 잠을 자기에... 형이 이 앞이니까 빨리 갔다 와 달라고 해서 제가 그냥 (옷을) 가지고 나갔는데요. ‘뭐 어차피 금방 끝나겠지, 하고 잠깐 나가서 제가 돈만 받고 바로 들어오려고 했는데 일이 커졌어요.”



김 씨 일행은 한층 목소리를 높였고 들고 나온 옷은 물론 지갑까지 빼앗아 현금 11만 원도 꺼냈습니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10대 청소년의 말을 확인해 보겠다며 집 현관문 코앞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김모 군(음성변조) : “피의자가 처음에 돈이랑 패딩 점퍼를 그냥 가져갔어요. 그리고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판매글을 올린) 그 형을 보자고 해요. 그런데 그 형이 문을 안 열었어요. 창문도 다 닫아놓고요.”



김 씨와 친구 정모 씨가 10대인 김 군을 대동하고 집으로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들여보내주지 않자, 화가 나서 웃옷을 벗어젖히기도 합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엘리베이터 안에서 CCTV를 확인해 보니까 당시에 피의자가 화가 많이 났는지,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젖히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위협을 한 모습까지 촬영된 게 있었죠. (욱하는 성격이 있나 봐요?) 피의자가 특전사 출신이라 군대 생활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 성격이 아직까지 남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간 김 씨는 김 군에게 흉기까지 들이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김모 군(음성변조) : “차로 다시 내려갔는데요, (피의자가) 칼로... 칼을 들이대면서 ‘너희들은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 그러고 갔어요. 차에서 내리라고 하고 갔어요. 그냥... 저한테 왜... 저랑 상관도 없는 일인데 왜 저한테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한바탕 복수를 마친 김 씨 일행은 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10대 김 군과 집안에 있던 류 군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씨의 돈을 떼먹은 범인은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실질적으로 그 피해자는 사기를 친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피해자의 아이디를 도용해서 사기를 친 거죠. 피의자도 또 다시 같은 사람이 사기를 친 걸로 알고서 직거래를 하자면서 직접 올라오게 된 겁니다.”



김 씨 돈을 떼먹은 장본인은 또 다른 10대인 권모 군으로 친구인 류 군의 아이디를 도용해 이 같은 일을 벌였습니다.



자신이 인터넷 사기꾼으로 몰린 줄도 모르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류 군은 졸지에 한바탕 활극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본 사건 같은 경우에는 피의자들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피의자가 된 거죠. 일차적으로 먼저 피해를 보고 나서 그 피해에 대해 보상받기 위해서 (제천으로) 올라왔다가 자기의 의도대로 안 되니까 자기가 당했던 피해보다 더 큰 죄를 저지르게 된 거죠. 그러니까 가장 큰 피해자는 10대 아이들이라고 봐야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나흘 만에 김 씨 일행을 특수강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습니다.



어린 사기꾼들을 응징했다는 흥분도 잠시, 엉뚱한 이들에게 해코지를 하고 쇠고랑마저 차게 된 김 씨는 말문을 잃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기 모씨(음성변조) : “죄송한데 제가 그냥 끊을게요. 이 사건을 그냥 잊고 싶어서...”



인터넷 사기 피해를 당한 뒤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못한 조급증의 대가로 김 씨와 친구는 20대 젊은 나이에 특수강도 전과자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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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2-17 08: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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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기를 당한 사람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갑자기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해 보복극을 벌이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돈을 떼인뒤 인터넷 사기꾼을 붙잡아 혼쭐을 내줬다는건데 알고보니 엉뚱한 사람에게 저지른 분풀이였습니다.

정수영 기자 언뜻 좀 복잡하게 들리는데요, 무슨 사연인가요?

<리포트>

인터넷 사기 피해자가 한 달간 추적한 끝에 범인이 사는 집을 알아냈습니다.

장장 네 시간을 차로 달려가 붙잡았습니다.

흉기를 들이대며 금품을 빼앗고 통쾌한 복수를 만끽했습니다.

알고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결국 특수 강도 혐의로 쇠고랑을 찼습니다.

지난해 12월, 25살 김 모씨는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마음에 쏙 드는 점퍼를 발견하고 25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기다리던 옷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옷값만 챙긴 판매자는 연락을 끊고 사라진 뒤였습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피의자가 작년 12월 24일 인터넷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패딩 점퍼를 판다고 게재한 글을 보고서 판매자랑 연락이 돼서 돈을 송금을 했는데 글을 올린 사람이 옷을 안 보내주고 돈만 가지고서 잠적을 한 거죠.”

경찰에 신고하고도 모자라 스스로 범인의 흔적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뒤 김 씨는 마침내 찾아 헤매던 단서를 잡았습니다.

자신이 사려던 바로 그 점퍼를 같은 판매자가 같은 중고 장터에 또다시 게시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범인임을 확신한 김 씨는 짐짓 다른 사람 시늉을 하며 접근해 직접 만나서 사고팔자고 유도했고 판매자 주소지를 손에 넣었습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판매자가 그때에도 똑같이 ‘일단 돈을 송금하면 옷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는 (같은 수법에) 한 번 당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 직거래를 하자. 집을 가르쳐달라’고 한 겁니다.”

경찰 손을 빌릴 것도 없이 당장 혼쭐을 내 줘야겠다는 생각에 김 씨는 거래 약속 장소로 떠날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주먹이라면 스스로 자신이 있었지만 상대가 꼼짝도 못하도록 제압하기 위해 힘깨나 쓴다는 친구 한 명도 대동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김 씨는 복수심에 가득찬 채 전북 고창에서 충북 제천까지 네 시간 동안 차를 몰았습니다.

드디어 범인 집에 도착한 김 씨 일행은 집 앞으로 걸어 나온 10대 남자 청소년을 붙잡아 닦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김모 군(음성변조) : “친한 형이 옷을 판다고 글을 올려놨는데요, 그 옷을 산다고 (피의자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한 4시쯤에 그분이 오셨기에 형(판매자)한테 같이 나가자고 했더니 형이 너무 피곤하대요. 그러더니 잠을 자기에... 형이 이 앞이니까 빨리 갔다 와 달라고 해서 제가 그냥 (옷을) 가지고 나갔는데요. ‘뭐 어차피 금방 끝나겠지, 하고 잠깐 나가서 제가 돈만 받고 바로 들어오려고 했는데 일이 커졌어요.”

김 씨 일행은 한층 목소리를 높였고 들고 나온 옷은 물론 지갑까지 빼앗아 현금 11만 원도 꺼냈습니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10대 청소년의 말을 확인해 보겠다며 집 현관문 코앞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김모 군(음성변조) : “피의자가 처음에 돈이랑 패딩 점퍼를 그냥 가져갔어요. 그리고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판매글을 올린) 그 형을 보자고 해요. 그런데 그 형이 문을 안 열었어요. 창문도 다 닫아놓고요.”

김 씨와 친구 정모 씨가 10대인 김 군을 대동하고 집으로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들여보내주지 않자, 화가 나서 웃옷을 벗어젖히기도 합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엘리베이터 안에서 CCTV를 확인해 보니까 당시에 피의자가 화가 많이 났는지,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젖히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위협을 한 모습까지 촬영된 게 있었죠. (욱하는 성격이 있나 봐요?) 피의자가 특전사 출신이라 군대 생활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 성격이 아직까지 남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간 김 씨는 김 군에게 흉기까지 들이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김모 군(음성변조) : “차로 다시 내려갔는데요, (피의자가) 칼로... 칼을 들이대면서 ‘너희들은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 그러고 갔어요. 차에서 내리라고 하고 갔어요. 그냥... 저한테 왜... 저랑 상관도 없는 일인데 왜 저한테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한바탕 복수를 마친 김 씨 일행은 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10대 김 군과 집안에 있던 류 군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씨의 돈을 떼먹은 범인은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실질적으로 그 피해자는 사기를 친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피해자의 아이디를 도용해서 사기를 친 거죠. 피의자도 또 다시 같은 사람이 사기를 친 걸로 알고서 직거래를 하자면서 직접 올라오게 된 겁니다.”

김 씨 돈을 떼먹은 장본인은 또 다른 10대인 권모 군으로 친구인 류 군의 아이디를 도용해 이 같은 일을 벌였습니다.

자신이 인터넷 사기꾼으로 몰린 줄도 모르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류 군은 졸지에 한바탕 활극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홍성우(형사/제천경찰서 강력 4팀) : “본 사건 같은 경우에는 피의자들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피의자가 된 거죠. 일차적으로 먼저 피해를 보고 나서 그 피해에 대해 보상받기 위해서 (제천으로) 올라왔다가 자기의 의도대로 안 되니까 자기가 당했던 피해보다 더 큰 죄를 저지르게 된 거죠. 그러니까 가장 큰 피해자는 10대 아이들이라고 봐야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나흘 만에 김 씨 일행을 특수강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습니다.

어린 사기꾼들을 응징했다는 흥분도 잠시, 엉뚱한 이들에게 해코지를 하고 쇠고랑마저 차게 된 김 씨는 말문을 잃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기 모씨(음성변조) : “죄송한데 제가 그냥 끊을게요. 이 사건을 그냥 잊고 싶어서...”

인터넷 사기 피해를 당한 뒤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못한 조급증의 대가로 김 씨와 친구는 20대 젊은 나이에 특수강도 전과자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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