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애물단지’ 뉴타운…갈등 해법은?

입력 2011.04.15 (22:06) 수정 2011.04.1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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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시는 화면은 지난 2010년 완공된 서울 길음뉴타운의 6구역입니다.



낡고 오래된 주택들이 깨끗하게 정리돼 서울의, 특히 강남에 비해 낙후됐던 강북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뉴타운으로 지정만 되면 황금알을 금방 낳을 것만 같았고 지난 2008년 총선 땐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후보들이 서울과 경기 지역을 싹쓸이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었죠?



그런데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180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먼저 임명규 기자가 수도권 지역의 뉴타운 붕괴 현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청 로비가 뉴타운을 반대하는 의정부 주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시청 직원들은 주민들이 청사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계단을 메웠습니다.



부천 시장실 앞 복도도 주민들이 점령했습니다.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으로 집도 돈도 다 뺏기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옥경(비대위 위원장) : "처음부터 주민들에게 당신 집값이 얼마인데 새로 들어갈 아파트 값은 얼마다라고 먼저 알려주시고."



시위는 14일 동안 계속됐고 경찰에 20여 명이 연행돼 1명이 구속됐습니다.



안양시가 마련한 공청회는 찬반 주민과 경찰이 뒤엉켜 난장판이 됐습니다.



공청회를 거치면 뉴타운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반대 주민들이 막아선 겁니다.



갈등이 우려됐던 김포 양곡에선 투표까지 했습니다.



반대 주민들이 더 많아 지난 12일 뉴타운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한기정(김포 양곡지구 반대위) : "순수한 토지주, 건축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 방식으로 갔으면 한다. 그랬더니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그거 좋다."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자신의 잘못이 크다며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습니다.



<질문> 김상협 기자 나와 있습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뉴타운으로 인한 갈등이 심각해 보이는데 서울도 마찬가지죠?



<답변>



제가 걸어 들어가고 있는 이 곳은 마포의 한 뉴타운 예정지역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철거가 거의 마무리됐지만 공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 모습인데요, 무려 2년 반 동안 이 모습 그대로라고 하는데요.



서울의 경우 지난 2002년 이후 241개 구역의 뉴타운이 지정됐는데 이처럼 첫 삽도 뜨지 못한 곳이 무려 85%에 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12개 시에 23개 지구가 지정됐는데 앞서 보신 것처럼 3곳은 이미 지구지정이 취소됐고 12곳은 뉴타운 취소를 놓고 주민들 간의 법정 다툼으로 번진 상탭니다.



제가 만나본 뉴타운 원주민들의 상황을 보시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 30년째 살고 있는 주용대 씨는 본인 소유의 단독주택에 세를 놓고 사는 원주민입니다.



지난 2003년 11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서 집 값이 한 때 2억5천만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조합장의 비리까지 겹쳐 사업이 지연되면서 올랐던 집 값은 최근에 거의 반토막이 돼 버렸습니다.



철거가 시작된 뒤 2년 반 동안 받지 못한 월세소득까지 합하면 손해는 더 커집니다.



여기에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그동안의 물가 인상 등으로 최소 1억5천만원은 필요합니다.



<인터뷰> 주용대(아현뉴타운 원주민 10:44:29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안 나가고 팔자니 그렇고 갖고 있자니 그렇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강북 최대 규모의 이 뉴타운도 조합원들 간의 소송으로 2년 가까이 철거가 중단돼 세대당 2억원씩 부담금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새 집 마련의 꿈은 사라지고 수십년간 살았던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인터뷰> 서순연(아현뉴타운 원주민) : "나는 이 집을 버리고 싶지 않은데 못 들어가요. 저는요. 빚을 많이 져서, 내가 밤마다 눈만 뜨면 이 쪽을 쳐다보는데 우리 집은 여기 있어도 못 들어와요..."



<질문>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결국 옛말이네요 지금은 빼지도 못하고 금융부담을 안고 계속 추진하기도 쉽지 않고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버렸는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공약을 남발한 것이 더 큰 원인입니다.



이러다보니 너무 많은 곳에 한꺼번에 뉴타운이 추진되면서 모든 사업이 다 힘들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뉴타운 개발은 더 이상 곤란하겠죠?



그러면 앞으로 어떤 식의 뉴타운 개발이 필요한지 임승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철거 후 아파트 건설, 40년을 이어온 재건축, 재개발 방식을 바꾸겠다고 서울시가 선언했습니다.



<녹취> 오세훈(서울시장) : "전면철거로 생활터전을 잃거나 방황하는 시민이 없도록 서민 주거안정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종합관리하고, 정비예정구역제도는 폐지, 지역 특성에 맞는 소규모 정비모델 등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20년이 넘은 주택들이 많지만 대표적인 저층주택 지역으로 인기가 높은 서울 연희동, 이런 지역은 도로와 편의시설 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정비가 추진됩니다.



그래서 아파트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주거형태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입니다.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241개 구역에 달하는 기존 뉴타운은 계속 추진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변창흠(세종대 교수) : "원주민 재정착률 부족 문제라든지 소형주택의 급격한 멸실로 인한 주택시장의 불안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이렇게 판단됩니다."



주민의 반대가 찬성보다 많으면 뉴타운 사업을 하지 않기로 한 경기도와는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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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4-15 22:06:57
    • 수정2011-04-15 22: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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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시는 화면은 지난 2010년 완공된 서울 길음뉴타운의 6구역입니다.

낡고 오래된 주택들이 깨끗하게 정리돼 서울의, 특히 강남에 비해 낙후됐던 강북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뉴타운으로 지정만 되면 황금알을 금방 낳을 것만 같았고 지난 2008년 총선 땐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후보들이 서울과 경기 지역을 싹쓸이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었죠?

그런데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180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먼저 임명규 기자가 수도권 지역의 뉴타운 붕괴 현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청 로비가 뉴타운을 반대하는 의정부 주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시청 직원들은 주민들이 청사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계단을 메웠습니다.

부천 시장실 앞 복도도 주민들이 점령했습니다.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으로 집도 돈도 다 뺏기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옥경(비대위 위원장) : "처음부터 주민들에게 당신 집값이 얼마인데 새로 들어갈 아파트 값은 얼마다라고 먼저 알려주시고."

시위는 14일 동안 계속됐고 경찰에 20여 명이 연행돼 1명이 구속됐습니다.

안양시가 마련한 공청회는 찬반 주민과 경찰이 뒤엉켜 난장판이 됐습니다.

공청회를 거치면 뉴타운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반대 주민들이 막아선 겁니다.

갈등이 우려됐던 김포 양곡에선 투표까지 했습니다.

반대 주민들이 더 많아 지난 12일 뉴타운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한기정(김포 양곡지구 반대위) : "순수한 토지주, 건축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 방식으로 갔으면 한다. 그랬더니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그거 좋다."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자신의 잘못이 크다며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습니다.

<질문> 김상협 기자 나와 있습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뉴타운으로 인한 갈등이 심각해 보이는데 서울도 마찬가지죠?

<답변>

제가 걸어 들어가고 있는 이 곳은 마포의 한 뉴타운 예정지역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철거가 거의 마무리됐지만 공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 모습인데요, 무려 2년 반 동안 이 모습 그대로라고 하는데요.

서울의 경우 지난 2002년 이후 241개 구역의 뉴타운이 지정됐는데 이처럼 첫 삽도 뜨지 못한 곳이 무려 85%에 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12개 시에 23개 지구가 지정됐는데 앞서 보신 것처럼 3곳은 이미 지구지정이 취소됐고 12곳은 뉴타운 취소를 놓고 주민들 간의 법정 다툼으로 번진 상탭니다.

제가 만나본 뉴타운 원주민들의 상황을 보시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 30년째 살고 있는 주용대 씨는 본인 소유의 단독주택에 세를 놓고 사는 원주민입니다.

지난 2003년 11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서 집 값이 한 때 2억5천만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조합장의 비리까지 겹쳐 사업이 지연되면서 올랐던 집 값은 최근에 거의 반토막이 돼 버렸습니다.

철거가 시작된 뒤 2년 반 동안 받지 못한 월세소득까지 합하면 손해는 더 커집니다.

여기에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그동안의 물가 인상 등으로 최소 1억5천만원은 필요합니다.

<인터뷰> 주용대(아현뉴타운 원주민 10:44:29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안 나가고 팔자니 그렇고 갖고 있자니 그렇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강북 최대 규모의 이 뉴타운도 조합원들 간의 소송으로 2년 가까이 철거가 중단돼 세대당 2억원씩 부담금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새 집 마련의 꿈은 사라지고 수십년간 살았던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인터뷰> 서순연(아현뉴타운 원주민) : "나는 이 집을 버리고 싶지 않은데 못 들어가요. 저는요. 빚을 많이 져서, 내가 밤마다 눈만 뜨면 이 쪽을 쳐다보는데 우리 집은 여기 있어도 못 들어와요..."

<질문>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결국 옛말이네요 지금은 빼지도 못하고 금융부담을 안고 계속 추진하기도 쉽지 않고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버렸는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공약을 남발한 것이 더 큰 원인입니다.

이러다보니 너무 많은 곳에 한꺼번에 뉴타운이 추진되면서 모든 사업이 다 힘들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뉴타운 개발은 더 이상 곤란하겠죠?

그러면 앞으로 어떤 식의 뉴타운 개발이 필요한지 임승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철거 후 아파트 건설, 40년을 이어온 재건축, 재개발 방식을 바꾸겠다고 서울시가 선언했습니다.

<녹취> 오세훈(서울시장) : "전면철거로 생활터전을 잃거나 방황하는 시민이 없도록 서민 주거안정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종합관리하고, 정비예정구역제도는 폐지, 지역 특성에 맞는 소규모 정비모델 등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20년이 넘은 주택들이 많지만 대표적인 저층주택 지역으로 인기가 높은 서울 연희동, 이런 지역은 도로와 편의시설 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정비가 추진됩니다.

그래서 아파트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주거형태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입니다.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241개 구역에 달하는 기존 뉴타운은 계속 추진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변창흠(세종대 교수) : "원주민 재정착률 부족 문제라든지 소형주택의 급격한 멸실로 인한 주택시장의 불안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이렇게 판단됩니다."

주민의 반대가 찬성보다 많으면 뉴타운 사업을 하지 않기로 한 경기도와는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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