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친인척만 부당 인출…도덕성 ‘바닥’

입력 2011.04.27 (22:11) 수정 2011.04.2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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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 "딸이 벌어서 준 돈을 날리고 나니까 죽고싶은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인터뷰>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 "왜 우리돈은 안주고 부자사람은 (돈을) 다 빼주요. 안 되죠 그거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바로 전날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예금은 물론 친인척들의 예금까지 빼내줬다는 소식 들으셨죠.



믿고 돈 맡긴 일반 서민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먼저 피해를 입은 서민들의 딱한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장성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생 만원 짜리 옷도 선뜻 사 입은 적이 없는 남기인 씨 부부.



공장 허드렛일과 가사 도우미 등을 해서 힘들게 모은 1억 8천만 원을 저축은행에 넣었다가 하루아침에 날렸습니다.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전세방을 마련해주려던 노부부의 꿈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아들의 결혼은 기약없이 미뤄졌고, 지병을 앓던 남 씨는 큰 충격을 받아 정신마저 혼미해졌습니다.



<인터뷰> 장영엽(남기인 씨 부인) :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그랬어요 서울역에 가서, 차라리 우리 집에 불이 나서 이 돈이 타서 재라도 봤으면 좋겠다..."



김연화 씨는 목욕탕에서 일하며 어렵게 번 돈 6천만 원을 잃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아침 7시에서 밤 12시까지 쉬지 않고 20년 넘게 일하며 모은 돈입니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김 씨는 당장,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남편 뒷바라지가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연화(저축은행 피해자) : "정말 우리 같은 사람이 VIP아닙니까? 은행에 정말 착실하게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20년 넘게 거래해왔으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겨운 이들에게, 특혜 인출 소식은 견디기 힘든 큰 고통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가슴 아픈 얘깁니다. 그런데 자신과 친인척들의 예금을 영업정지 직전 빼낸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질문> 박찬형 기자! 이거 어떻게 처리되는 겁니까?



<답변>



일단 부당인출된 예금에 대해 금감원이 환수 방침을 밝혔다.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 인출된 예금은 3500여 건에 1077억 원, 이 가운데 임직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갔거나, 임직원이 실명확인 없이 인출한 예금에 대해서는 전액 환수를 추진, 이와 별도로 검찰은 부당인출을 누가 지시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천억 원 넘는 돈이 영업시간도 끝났는데 직원들 판단만으로 인출될 수 있을까?



검찰은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을 소환해, 대주주나 경영진에서 예금 인출을 지시했는지 집중 추궁했습니다.



사전에 영업정지가 내려질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경위도 수사 대상입니다.



수사는 예금 사전 인출이 이뤄진 7개 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심은 이제 인출된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집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채권자 취소권’을 적용할 뜻을 밝혔습니다.



채무자, 즉 저축은행이 저축을 한 예금자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알고도 특정인에게만 인출을 해줬을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최광휴(변호사) : "예금 인출로 일반 예금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 쌍방 즉 인출자와 예금을 맡은 임직원 사이에 사전 합의 또는 묵시적 명시적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은행과 특혜를 받은 예금자가 서로 내통해 계획된 인출을 했다는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해, 인출금 회수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질문> 박 기자! 그런데, 금융감독원의 도덕성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죠?



<답변>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도 여러 차례 적발됐지만 유착관계도 정말 문제다.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금융회사의 감사로 취업하면서 서로 유착관계를 끈끈히 맺어왔는데 이걸 알면서도 끊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권 감사선임 내역을 볼까요.



시중은행 7곳 중 5곳. 증권.투자업종 15곳 중 11곳 비롯해서 전체 60%가량이 금감원 출신 간부들이 감사자리를 꿰찼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사 사이의 유착 고리 실태를 김준호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금융사들은 가능하다면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영입하고 싶어합니다.



<녹취> 00저축은행 관계자 : "감독원에서 검사하러 나오시잖아요.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감사)하는 게 이야기하기도 편하고..."



올해 들어 영업정지를 당한 8개 저축은행 가운데 3곳은 금감원 출신 감사였습니다.



감사원은 저축은행 부실 검사를 이유로 금감원 직원 4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부실 상장기업에 영입된 금감원 퇴직직원이 유상증자에 편의를 봐달라며 현직 금감원 직원에 금품을 건넸다 전·현직 금감원 직원 3명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퇴직 직원을 통한 인적 유착의 고리가 결국 부실검사와 비리를 불러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권혁세(금융감독원장) : "지금 비상 상황이다 이런 인식하에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흔들리고 있는 감독 당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업계와의 인적 유착의 고리를 끊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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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4-27 22:11:12
    • 수정2011-04-27 23: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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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 "딸이 벌어서 준 돈을 날리고 나니까 죽고싶은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인터뷰>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 "왜 우리돈은 안주고 부자사람은 (돈을) 다 빼주요. 안 되죠 그거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바로 전날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예금은 물론 친인척들의 예금까지 빼내줬다는 소식 들으셨죠.

믿고 돈 맡긴 일반 서민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먼저 피해를 입은 서민들의 딱한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장성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생 만원 짜리 옷도 선뜻 사 입은 적이 없는 남기인 씨 부부.

공장 허드렛일과 가사 도우미 등을 해서 힘들게 모은 1억 8천만 원을 저축은행에 넣었다가 하루아침에 날렸습니다.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전세방을 마련해주려던 노부부의 꿈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아들의 결혼은 기약없이 미뤄졌고, 지병을 앓던 남 씨는 큰 충격을 받아 정신마저 혼미해졌습니다.

<인터뷰> 장영엽(남기인 씨 부인) :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그랬어요 서울역에 가서, 차라리 우리 집에 불이 나서 이 돈이 타서 재라도 봤으면 좋겠다..."

김연화 씨는 목욕탕에서 일하며 어렵게 번 돈 6천만 원을 잃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아침 7시에서 밤 12시까지 쉬지 않고 20년 넘게 일하며 모은 돈입니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김 씨는 당장,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남편 뒷바라지가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연화(저축은행 피해자) : "정말 우리 같은 사람이 VIP아닙니까? 은행에 정말 착실하게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20년 넘게 거래해왔으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겨운 이들에게, 특혜 인출 소식은 견디기 힘든 큰 고통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가슴 아픈 얘깁니다. 그런데 자신과 친인척들의 예금을 영업정지 직전 빼낸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질문> 박찬형 기자! 이거 어떻게 처리되는 겁니까?

<답변>

일단 부당인출된 예금에 대해 금감원이 환수 방침을 밝혔다.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 인출된 예금은 3500여 건에 1077억 원, 이 가운데 임직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갔거나, 임직원이 실명확인 없이 인출한 예금에 대해서는 전액 환수를 추진, 이와 별도로 검찰은 부당인출을 누가 지시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천억 원 넘는 돈이 영업시간도 끝났는데 직원들 판단만으로 인출될 수 있을까?

검찰은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을 소환해, 대주주나 경영진에서 예금 인출을 지시했는지 집중 추궁했습니다.

사전에 영업정지가 내려질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경위도 수사 대상입니다.

수사는 예금 사전 인출이 이뤄진 7개 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심은 이제 인출된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집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채권자 취소권’을 적용할 뜻을 밝혔습니다.

채무자, 즉 저축은행이 저축을 한 예금자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알고도 특정인에게만 인출을 해줬을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최광휴(변호사) : "예금 인출로 일반 예금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 쌍방 즉 인출자와 예금을 맡은 임직원 사이에 사전 합의 또는 묵시적 명시적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은행과 특혜를 받은 예금자가 서로 내통해 계획된 인출을 했다는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해, 인출금 회수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질문> 박 기자! 그런데, 금융감독원의 도덕성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죠?

<답변>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도 여러 차례 적발됐지만 유착관계도 정말 문제다.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금융회사의 감사로 취업하면서 서로 유착관계를 끈끈히 맺어왔는데 이걸 알면서도 끊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권 감사선임 내역을 볼까요.

시중은행 7곳 중 5곳. 증권.투자업종 15곳 중 11곳 비롯해서 전체 60%가량이 금감원 출신 간부들이 감사자리를 꿰찼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사 사이의 유착 고리 실태를 김준호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금융사들은 가능하다면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영입하고 싶어합니다.

<녹취> 00저축은행 관계자 : "감독원에서 검사하러 나오시잖아요.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감사)하는 게 이야기하기도 편하고..."

올해 들어 영업정지를 당한 8개 저축은행 가운데 3곳은 금감원 출신 감사였습니다.

감사원은 저축은행 부실 검사를 이유로 금감원 직원 4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부실 상장기업에 영입된 금감원 퇴직직원이 유상증자에 편의를 봐달라며 현직 금감원 직원에 금품을 건넸다 전·현직 금감원 직원 3명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퇴직 직원을 통한 인적 유착의 고리가 결국 부실검사와 비리를 불러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권혁세(금융감독원장) : "지금 비상 상황이다 이런 인식하에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흔들리고 있는 감독 당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업계와의 인적 유착의 고리를 끊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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