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제키의 머나먼 ‘배움의 길’

입력 2011.05.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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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에는 대지진이 남긴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 이야기입니다. 당장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에 다니며 배움의 길을 걷는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겠죠. 그런데 여기, 좌절 속에서도 꿈을 꺾지 않는 청년이 있습니다.

올해 25살 된 제키라는 청년인데요, 오직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어려서 집을 떠났습니다. 이후 어렵게 어렵게 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돈이 없어 학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어떤 가혹한 운명도 그의 꿈까지 앗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배움을 향한 제키의 고군분투.. 정찬필 순회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극단적인 빈곤의 나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지진과 전염병의 후유증을 앓으며 도시 전체가 슬럼가나 마찬가지입니다. 끔찍한 가난의 거리를 벗어나 한시간 가량 북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아에카시. 멀리 카리브해가 보이는 이 마을의 언덕에서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나는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학교에 가고 싶습니다.”

매일같이 이 언덕에 올라 영어로 고함을 지른다는 스물 다섯살의 청년 제키.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한적하고 평온해 보이는 숲 속이지만 나뭇가지 아래에는 의외로 가옥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목욕탕이며, 동시에 가축들의 휴식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물이 바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식수로 사용됩니다. 전기, 수도를 비롯해 생존을 위한 기초적인 조건도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형편이니 교육이라고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한산한 농촌 마을 처럼 보이는 아카에 시. 하지만 넓은 숲속에 빼곡히 들어찬 가옥에는 5만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의 수많은 어린이와 청년들 중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이는 극히 드뭅니다.

<인터뷰> 피터 앤드류(아카에 촌장):“이 마을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단히 적어요. 부모들이 돈이 있으면 보내지만 돈이 떨어지면 중단시킵니다. 계속 다니는 아이들은 아주 적죠.”

제키는 이 어려운 형편의 마을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습니다. 10여년전 직접 지었다는 그의 집은 풀과 진흙을 엉성하게 엮어놓아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한 사람 간신히 몸을 뉘일만한 이 허름한 움막에서 그는 혼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표정은 밝아보입니다. 그러나 밝은 표정 뒤에는 사실 농사지을 땅도, 마땅한 직업도 없어 한끼한끼 먹고 버티는 것이 두려운 현실이 놓여있습니다.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하루에 한끼밖에 먹을 수 없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굶고 있다가 자기 전에 먹어요. 그게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예요.”

농사지을 땅도 마땅한 직업도 없습니다. 하지만, 굶주림 속에서도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나는 아직도 가난하지만 내 얼굴에서 그런 표정은 볼 수 없을 거예요. 나는 꿈이 있기 때문이죠. 뭔가 창의적으로 살고 싶어요. 배고프다고 맨날 음식 타령, 돈 타령만 하나요?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혼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그는 고아가 아닙니다. 제키는 15년전 9살의 나이에 가족을
떠나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저기 제일 큰 산 꼭대기에 나무들 보여요? 거기가 엄마가 살고 있는 곳이예요. 정말 멀어요.”

지금도 어머니와 5형제가 살고 있는 곳.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입니다. 도보로 다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가 산골 마을을 떠나 혼자 살기에 결심한 이유는 어린 나이에도 너무나 학교에 다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체 그는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인터뷰>“산 위에 사는 것은 정말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내 인생에 미래란 없었죠. 살아가는 게 정말 힘들었거든요. 학교도 없었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먹을 걸 찾기 위해 일하는 것 뿐이었어요.”

산에 사는 이들의 유일한 수입은 산에서 수확되는 과일이나 곡물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12시간을 오르내리며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고작 입에 풀칠하는 수준. 그나마 날씨가 도와줘야 가능합니다.

산꼭대기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난 어머니가 열대과일들을 가득 짊어지고 내려오셨습니다. 제키의 어머니는 무슨 마음으로 불과 아홉살의 어린 아들을 객지에 홀로 내보냈던 것일까?

<인터뷰> 엠마뉴엘 네스터(제키 어머니): “재키가 9살 때 마을에 내려왔는데, 학교에 정말로 가고 싶어했어요. 어린 나이에도 학교에 가서 뭔가 배우겠다며, 산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래서 참 똘똘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난 속에서 어떻게든 뒷바라지를 하고자했던 아들, 하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제키의 학업은 9학년,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끝으로 중단되었습니다. 도저히 더는 학비를 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아이티 사람들은 원래 고유의 언어인 클레오어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중학교를 겨우 마친 수준인 제키는 어떻게 해서 비교적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일까? 그것은 제키가 학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일같이 배고픔을 달래가며 영어 교재를 읽고, 마을 언덕에 올라 캐러비안해를 향해소리 지르며 영어실력을 올리기 위해 바둥거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또래의 동네 청년들을 모아 직접 영어강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대체 그는 왜 이토록 배움에 집착하는 것일까?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사람들에게 뭔가 배워서 행동하고 창조하도록 북돋아준다면, 사람들의 삶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에도 많은 발전이 있을 거예요. 뭔가 만들어내려고 하는 나 같은 젊은이가 10명, 20명만 있어도 아마 내년에 다시 찾아오신다면 이 마을이 대단히 많이 변한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교육이 아니면, 자신 뿐만 아니라, 마을 젊은이들, 나아가 아이티 전체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수많은 사회단체에서 수 천만 달러를 지난 아이티 정부를 통해 나눠주었지만, 상황은 똑같아요. 기본적인 게 안바뀌어서 그래요. 아이티에 변화가 있으려면 우선 내 스스로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행동이 바뀌어야 하고, 살아가는 방식도 바뀌어야 해요. 그런 뒤에 전체 아이티가 바뀔 수 있겠죠.”

실제로 제키의 이런 마음은 마을 젊은이들 사이에서 교육 붐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쥬미(20) : “제키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수업에 왔어요.”

<인터뷰> 폴(17) : “저는 선생님이나 통역가가 되고 싶은데, 영어가 그 열쇠라는 걸 알았어요. 제키처럼 되고 싶어요. 제키도 사실 아무런 희망이 없었는데, 영어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제키의 가장 큰 소원은 빨리 돈을 모아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25의 나이지만 학업을 중단했던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다시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내가 왜 학교를 다시 가야하는 지 알아요? 학교를 마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죠.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영어나 수학을 가르칠 수도 있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예요.”

다행히 아이티의 많은 이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취임한 아이티의 새 대통령 미셀 마르텔리 역시, 자신의 대선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로, 공교육 무료화를 내걸었습니다.

<인터뷰> 미셸 마르텔리 아이티 대통령(5/14 취임) 선거 연설 中: "이게 제 다짐이며 제 희망입니다. 임기 말까지 전 아이티에 무상교육 실현! 모든 어린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입니다. 무지는 이 나라가 가난하게 된 중요한 이유입니다."

스물다섯살 청년 제키의 교육을 향한 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매끼니를 때우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과연 언제쯤 그가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과연 아이티의 새 정부가 이 어려운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 지...아이티의 또 다른 수많은 제키들이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키는 마을 언덕을 오릅니다.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영어로 외치는 그의 고함 속에는 절망적인 자신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마을의 젊은이들과 함께 아이티의 변화를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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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티 제키의 머나먼 ‘배움의 길’
    • 입력 2011-05-22 11:02:0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번에는 대지진이 남긴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 이야기입니다. 당장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에 다니며 배움의 길을 걷는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겠죠. 그런데 여기, 좌절 속에서도 꿈을 꺾지 않는 청년이 있습니다. 올해 25살 된 제키라는 청년인데요, 오직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어려서 집을 떠났습니다. 이후 어렵게 어렵게 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돈이 없어 학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어떤 가혹한 운명도 그의 꿈까지 앗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배움을 향한 제키의 고군분투.. 정찬필 순회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극단적인 빈곤의 나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지진과 전염병의 후유증을 앓으며 도시 전체가 슬럼가나 마찬가지입니다. 끔찍한 가난의 거리를 벗어나 한시간 가량 북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아에카시. 멀리 카리브해가 보이는 이 마을의 언덕에서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나는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학교에 가고 싶습니다.” 매일같이 이 언덕에 올라 영어로 고함을 지른다는 스물 다섯살의 청년 제키.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한적하고 평온해 보이는 숲 속이지만 나뭇가지 아래에는 의외로 가옥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목욕탕이며, 동시에 가축들의 휴식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물이 바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식수로 사용됩니다. 전기, 수도를 비롯해 생존을 위한 기초적인 조건도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형편이니 교육이라고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한산한 농촌 마을 처럼 보이는 아카에 시. 하지만 넓은 숲속에 빼곡히 들어찬 가옥에는 5만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의 수많은 어린이와 청년들 중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이는 극히 드뭅니다. <인터뷰> 피터 앤드류(아카에 촌장):“이 마을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단히 적어요. 부모들이 돈이 있으면 보내지만 돈이 떨어지면 중단시킵니다. 계속 다니는 아이들은 아주 적죠.” 제키는 이 어려운 형편의 마을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습니다. 10여년전 직접 지었다는 그의 집은 풀과 진흙을 엉성하게 엮어놓아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한 사람 간신히 몸을 뉘일만한 이 허름한 움막에서 그는 혼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표정은 밝아보입니다. 그러나 밝은 표정 뒤에는 사실 농사지을 땅도, 마땅한 직업도 없어 한끼한끼 먹고 버티는 것이 두려운 현실이 놓여있습니다.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하루에 한끼밖에 먹을 수 없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굶고 있다가 자기 전에 먹어요. 그게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예요.” 농사지을 땅도 마땅한 직업도 없습니다. 하지만, 굶주림 속에서도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나는 아직도 가난하지만 내 얼굴에서 그런 표정은 볼 수 없을 거예요. 나는 꿈이 있기 때문이죠. 뭔가 창의적으로 살고 싶어요. 배고프다고 맨날 음식 타령, 돈 타령만 하나요?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혼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그는 고아가 아닙니다. 제키는 15년전 9살의 나이에 가족을 떠나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저기 제일 큰 산 꼭대기에 나무들 보여요? 거기가 엄마가 살고 있는 곳이예요. 정말 멀어요.” 지금도 어머니와 5형제가 살고 있는 곳.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입니다. 도보로 다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가 산골 마을을 떠나 혼자 살기에 결심한 이유는 어린 나이에도 너무나 학교에 다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체 그는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인터뷰>“산 위에 사는 것은 정말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내 인생에 미래란 없었죠. 살아가는 게 정말 힘들었거든요. 학교도 없었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먹을 걸 찾기 위해 일하는 것 뿐이었어요.” 산에 사는 이들의 유일한 수입은 산에서 수확되는 과일이나 곡물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12시간을 오르내리며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고작 입에 풀칠하는 수준. 그나마 날씨가 도와줘야 가능합니다. 산꼭대기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난 어머니가 열대과일들을 가득 짊어지고 내려오셨습니다. 제키의 어머니는 무슨 마음으로 불과 아홉살의 어린 아들을 객지에 홀로 내보냈던 것일까? <인터뷰> 엠마뉴엘 네스터(제키 어머니): “재키가 9살 때 마을에 내려왔는데, 학교에 정말로 가고 싶어했어요. 어린 나이에도 학교에 가서 뭔가 배우겠다며, 산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래서 참 똘똘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난 속에서 어떻게든 뒷바라지를 하고자했던 아들, 하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제키의 학업은 9학년,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끝으로 중단되었습니다. 도저히 더는 학비를 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아이티 사람들은 원래 고유의 언어인 클레오어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중학교를 겨우 마친 수준인 제키는 어떻게 해서 비교적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일까? 그것은 제키가 학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일같이 배고픔을 달래가며 영어 교재를 읽고, 마을 언덕에 올라 캐러비안해를 향해소리 지르며 영어실력을 올리기 위해 바둥거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또래의 동네 청년들을 모아 직접 영어강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대체 그는 왜 이토록 배움에 집착하는 것일까?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사람들에게 뭔가 배워서 행동하고 창조하도록 북돋아준다면, 사람들의 삶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에도 많은 발전이 있을 거예요. 뭔가 만들어내려고 하는 나 같은 젊은이가 10명, 20명만 있어도 아마 내년에 다시 찾아오신다면 이 마을이 대단히 많이 변한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교육이 아니면, 자신 뿐만 아니라, 마을 젊은이들, 나아가 아이티 전체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수많은 사회단체에서 수 천만 달러를 지난 아이티 정부를 통해 나눠주었지만, 상황은 똑같아요. 기본적인 게 안바뀌어서 그래요. 아이티에 변화가 있으려면 우선 내 스스로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행동이 바뀌어야 하고, 살아가는 방식도 바뀌어야 해요. 그런 뒤에 전체 아이티가 바뀔 수 있겠죠.” 실제로 제키의 이런 마음은 마을 젊은이들 사이에서 교육 붐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쥬미(20) : “제키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수업에 왔어요.” <인터뷰> 폴(17) : “저는 선생님이나 통역가가 되고 싶은데, 영어가 그 열쇠라는 걸 알았어요. 제키처럼 되고 싶어요. 제키도 사실 아무런 희망이 없었는데, 영어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제키의 가장 큰 소원은 빨리 돈을 모아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25의 나이지만 학업을 중단했던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다시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키 네스터(25): “내가 왜 학교를 다시 가야하는 지 알아요? 학교를 마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죠.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영어나 수학을 가르칠 수도 있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예요.” 다행히 아이티의 많은 이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취임한 아이티의 새 대통령 미셀 마르텔리 역시, 자신의 대선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로, 공교육 무료화를 내걸었습니다. <인터뷰> 미셸 마르텔리 아이티 대통령(5/14 취임) 선거 연설 中: "이게 제 다짐이며 제 희망입니다. 임기 말까지 전 아이티에 무상교육 실현! 모든 어린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입니다. 무지는 이 나라가 가난하게 된 중요한 이유입니다." 스물다섯살 청년 제키의 교육을 향한 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매끼니를 때우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과연 언제쯤 그가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과연 아이티의 새 정부가 이 어려운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 지...아이티의 또 다른 수많은 제키들이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키는 마을 언덕을 오릅니다.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영어로 외치는 그의 고함 속에는 절망적인 자신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마을의 젊은이들과 함께 아이티의 변화를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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