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인근 마을, 15년째 ‘소음·분진’ 고통

입력 2011.05.2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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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남의 한 조선소 인근 마을 주민들이 15년 째 소음과 분진 피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을 앞바다 어장은 이미 황폐화됐고 주민들은 이주를 해야하지만 그것 또한 여의치 않은데요,

네트워크 현장, 최선중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995년, 경남 진해에 100만 제곱미터 규모로 들어선 STX조선소.

조선소와 폭 8미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민 2백여 명이 사는 '죽곡마을'이 있습니다.

조선소의 거대한 환풍구에선 24시간, 굉음과 함께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나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철판 두드리는 소리에 신경 안정제를 먹고 않고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인터뷰>정순남(72살)-권학수(76살) : "밤새도록 야간에, (조선소 작업을)하이 여기.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야 그 후로 차차 나빠져서 (약을 먹고 있어)..."

마을회관 옥상 바닥에 자석을 대보니 조선소에서 날아온 철가루가 까맣게 붙어오릅니다.

<인터뷰>이양춘(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 "당장 저희들이 호흡을 하면 호흡기에 같이 (들어가고)...어떨 때는 코를 풀어보면은, 코안이 시커멓습니다. 이런 철 가루가 날아오기 때문에.."

10여 년 전만 해도 농어와 조개가 많이 잡혔던 앞바다는 어장의 기능을 잃었습니다.

<인터뷰>최성근(어민) : "배가 나감시러 프로펠라에 돌아가지고 이 어구가 다 꼬여뿐다구"

지난 2003년 실시한 환경 실태조사 결과, 소음은 주거지역 기준치보다 높은 70 데시빌, 토양은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으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이주계획이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이주를 어디로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한규(STX 조선해양 홍보팀장) : "원인을 제공한 쪽이 부담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이주자 택지개발에 따른)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한 저희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주민들이 수년째 고통을 받는 것은 주거 환경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조선소를 조성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으로 마을 이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 발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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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소 인근 마을, 15년째 ‘소음·분진’ 고통
    • 입력 2011-05-22 21: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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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남의 한 조선소 인근 마을 주민들이 15년 째 소음과 분진 피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을 앞바다 어장은 이미 황폐화됐고 주민들은 이주를 해야하지만 그것 또한 여의치 않은데요, 네트워크 현장, 최선중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995년, 경남 진해에 100만 제곱미터 규모로 들어선 STX조선소. 조선소와 폭 8미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민 2백여 명이 사는 '죽곡마을'이 있습니다. 조선소의 거대한 환풍구에선 24시간, 굉음과 함께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나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철판 두드리는 소리에 신경 안정제를 먹고 않고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인터뷰>정순남(72살)-권학수(76살) : "밤새도록 야간에, (조선소 작업을)하이 여기.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야 그 후로 차차 나빠져서 (약을 먹고 있어)..." 마을회관 옥상 바닥에 자석을 대보니 조선소에서 날아온 철가루가 까맣게 붙어오릅니다. <인터뷰>이양춘(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 "당장 저희들이 호흡을 하면 호흡기에 같이 (들어가고)...어떨 때는 코를 풀어보면은, 코안이 시커멓습니다. 이런 철 가루가 날아오기 때문에.." 10여 년 전만 해도 농어와 조개가 많이 잡혔던 앞바다는 어장의 기능을 잃었습니다. <인터뷰>최성근(어민) : "배가 나감시러 프로펠라에 돌아가지고 이 어구가 다 꼬여뿐다구" 지난 2003년 실시한 환경 실태조사 결과, 소음은 주거지역 기준치보다 높은 70 데시빌, 토양은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으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이주계획이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이주를 어디로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한규(STX 조선해양 홍보팀장) : "원인을 제공한 쪽이 부담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이주자 택지개발에 따른)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한 저희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주민들이 수년째 고통을 받는 것은 주거 환경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조선소를 조성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으로 마을 이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 발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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