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파문, ‘조혈제’ 기록 단축 유혹

<앵커 멘트>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육상의 꽃>인데요,

그런데 약의 도움으로 뛴다면, 더 이상 아름다운 꽃이라고 할 수 없겠죠.

이번 마라톤 파문, 이 조혈제가 무엇인지 박광식 의학전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결승점으로 치닫는 마라토너들 심장은 터질 듯 박동합니다.

이쯤이면 핏속 산소 결핍현상은 극에 달합니다.

때문에 마라토너들이 적혈구 조혈 촉진제를 투여하면 적혈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심장으로 산소를 보내는 능력도 증가해 심장의 부담이 작아지고, 훨씬 잘 뛰게 됩니다.

철분제부터 호르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특히 도핑 금지 약물로 등록된 것은 EPO라는 적혈구 조혈 촉진제입니다.

<인터뷰> 고광섭(한국도핑방지위원회 실장) : "이것은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EPO가 금지 약물에 들어가는 거죠."

이 촉진제는 본래 악성 빈혈환자나, 신부전, 항암치료 뒤 산소결핍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만 사용됩니다.

<인터뷰> 김대영(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 : "혈전이 형성되기도 하고 고혈압, 필요에 따라서는 '경기'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마라토너들을 유혹하는 것은 EPO만이 아닙니다.

또 철분제는 도핑 금지 약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상습적으로 복용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도핑 테스트는 피하면서 교묘히 산소운반능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다양한 조혈제들은 기록을 단축하려는 마라토너들에게 악마의 덫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