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티 경계해” 박태환, 알고도 쓴맛

입력 2011.07.2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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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22·단국대)은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앞서 전담 지도자인 마이클 볼(호주) 코치로부터 라이언 록티(27·미국)를 경계하라는 말을 들었다.

박태환 전담팀을 운영하는 Sk텔레콤스포츠단 관계자에 따르면 볼 코치는 준결승에서 1, 2위를 차지한 야닉 아넬(프랑스)과 파울 비더만(독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열아홉 살의 아넬은 무섭게 치고 올라온 기대주고, 비더만은 세계기록(1분42초00) 보유자다.

그러나 볼 코치가 보기에는 이들은 박태환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볼 코치는 준결승에서 전체 3위를 차지한 록티와 5위에 올랐던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박태환의 우승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라고 예상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잠영 능력이 좋은 록티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

록티는 마지막 턴(150m 구간)을 할 때 습관적으로 잠영 거리를 길게 가져가는 선수이므로 잠영 거리가 뒤지는 박태환이 그전에 머리 하나 정도는 앞서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따라잡을 수 없으니 미리 치고 나가라는 주문이었다.

개인혼영이 주 종목인 록티는 출발 때나 턴을 하고 나서 물속에서 양발을 모은 채 팔을 쓰지 않고 허리와 다리의 힘만으로 물살을 가르는 '돌핀킥'이 좋아 잠영 거리가 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보통 잠영으로 제한거리(15m)에 근접한 12∼13m를 나아간다.

박태환도 연습 때는 그 정도를 헤엄치다가도 실전에서는 7∼8m밖에 못 가곤 했다. 그러다가 킥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12m 안팎까지 늘렸지만, 아직 록티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2010 팬퍼시픽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6초27에 레이스를 마쳐 록티(1분45초30)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2006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첫 50m 구간을 돌 때는 록티와 피터 밴더케이(미국)에 이어 3위였다가 이후 힘을 내 100m를 마칠 때는 1위로 나섰다.

하지만 150m 구간에서 다시 록티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뒤 끝내 록티를 따라잡지 못했다.

볼 코치는 또 노련한 펠프스도 주의해야 할 선수로 꼽았다고 한다.

예선이나 준결승에서 보여준 펠프스의 모습은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듯했지만, 경험이 많아 결승에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박태환은 결국 이날 록티와 펠프스 모두에게 졌다.

오히려 이들이 초반부터 더 치고 나가는 바람에 시종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힘을 낸 박태환이 26초35로 가장 빨랐지만 앞서 벌어진 격차를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록티(1분44초44)와 박태환(1분44초82)의 격차는 0.48초에 불과해 아쉬움은 더 컸다.

볼 코치는 이날 경기에 앞서 박태환에게 전반 100m는 51초대, 후반 100m는 52초대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펼치라고 주문했다.

1분44초대 중반 기록, 즉 박태환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새로 쓴 아시아 기록 1분44초80만 깨면 금메달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볼 코치의 생각이었다.

볼 코치의 예상대로 이날 금메달은 1분44초 중반대에서 나왔다.

박태환은 첫 100m 구간은 51초58로 볼 코치가 말한 대로 했다.

하지만 이후 100m 구간에서는 53초08의 기록을 냈다.

박태환은 이날 기록이 처진 원인으로 100m에서 약간 늦게 턴한 것을 꼽으면서 "후반 100m는 뒤처지지 않았다. 메달을 땄으면 더 좋았겠지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이스에서는 큰 실력 차가 없다"며 "다만 스타트와 턴 등을 열심히 보완하면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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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록티 경계해” 박태환, 알고도 쓴맛
    • 입력 2011-07-26 21:08:22
    연합뉴스
박태환(22·단국대)은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앞서 전담 지도자인 마이클 볼(호주) 코치로부터 라이언 록티(27·미국)를 경계하라는 말을 들었다. 박태환 전담팀을 운영하는 Sk텔레콤스포츠단 관계자에 따르면 볼 코치는 준결승에서 1, 2위를 차지한 야닉 아넬(프랑스)과 파울 비더만(독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열아홉 살의 아넬은 무섭게 치고 올라온 기대주고, 비더만은 세계기록(1분42초00) 보유자다. 그러나 볼 코치가 보기에는 이들은 박태환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볼 코치는 준결승에서 전체 3위를 차지한 록티와 5위에 올랐던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박태환의 우승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라고 예상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잠영 능력이 좋은 록티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 록티는 마지막 턴(150m 구간)을 할 때 습관적으로 잠영 거리를 길게 가져가는 선수이므로 잠영 거리가 뒤지는 박태환이 그전에 머리 하나 정도는 앞서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따라잡을 수 없으니 미리 치고 나가라는 주문이었다. 개인혼영이 주 종목인 록티는 출발 때나 턴을 하고 나서 물속에서 양발을 모은 채 팔을 쓰지 않고 허리와 다리의 힘만으로 물살을 가르는 '돌핀킥'이 좋아 잠영 거리가 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보통 잠영으로 제한거리(15m)에 근접한 12∼13m를 나아간다. 박태환도 연습 때는 그 정도를 헤엄치다가도 실전에서는 7∼8m밖에 못 가곤 했다. 그러다가 킥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12m 안팎까지 늘렸지만, 아직 록티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2010 팬퍼시픽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6초27에 레이스를 마쳐 록티(1분45초30)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2006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첫 50m 구간을 돌 때는 록티와 피터 밴더케이(미국)에 이어 3위였다가 이후 힘을 내 100m를 마칠 때는 1위로 나섰다. 하지만 150m 구간에서 다시 록티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뒤 끝내 록티를 따라잡지 못했다. 볼 코치는 또 노련한 펠프스도 주의해야 할 선수로 꼽았다고 한다. 예선이나 준결승에서 보여준 펠프스의 모습은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듯했지만, 경험이 많아 결승에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박태환은 결국 이날 록티와 펠프스 모두에게 졌다. 오히려 이들이 초반부터 더 치고 나가는 바람에 시종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힘을 낸 박태환이 26초35로 가장 빨랐지만 앞서 벌어진 격차를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록티(1분44초44)와 박태환(1분44초82)의 격차는 0.48초에 불과해 아쉬움은 더 컸다. 볼 코치는 이날 경기에 앞서 박태환에게 전반 100m는 51초대, 후반 100m는 52초대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펼치라고 주문했다. 1분44초대 중반 기록, 즉 박태환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새로 쓴 아시아 기록 1분44초80만 깨면 금메달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볼 코치의 생각이었다. 볼 코치의 예상대로 이날 금메달은 1분44초 중반대에서 나왔다. 박태환은 첫 100m 구간은 51초58로 볼 코치가 말한 대로 했다. 하지만 이후 100m 구간에서는 53초08의 기록을 냈다. 박태환은 이날 기록이 처진 원인으로 100m에서 약간 늦게 턴한 것을 꼽으면서 "후반 100m는 뒤처지지 않았다. 메달을 땄으면 더 좋았겠지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이스에서는 큰 실력 차가 없다"며 "다만 스타트와 턴 등을 열심히 보완하면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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