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포장 풀면 또 포장…선물 쓰레기 해법은?

입력 2011.09.0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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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모레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죠?



백화점 등에는 명절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비고 있는데요.



그런데 크고 화려한 선물들, 막상 뜯어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과다 포장 때문인데, 명절 선물 포장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을 김진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목을 맞은 백화점 선물 코너.



다양한 종류의 선물만큼이나 포장도 가지각색입니다.



명절 분위기를 살리는 한지 상자는 기본, 항아리로 포장하기도 하고, 해산물은 대나무 판과 해초를 깔아 신선함을 강조합니다.



선물을 하는 입장에선 화려하게 포장한 세트가 먼저 눈에 뜨입니다.



<인터뷰>이응호(서울 평창동) : "기분이 좋아지니까.. 일 년에 한 명절이니까.."



하지만, 배달되고 나면 이내 버려지는 포장 용기들.



이 때문에 명절 때면 아파트마다 쓰레기가 산을 이룹니다.



<녹취>경비원 : "아무래도 선물 많이 하니까 명절이라...평소보단 한 세 배 나온다고 봐야죠."



재활용 업체에겐 선물세트 쓰레기가 골칫거리.



평소보다 수거량이 50% 정도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따로 분리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안에 스티로폼이 있잖아요. 이런 건 선별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인터뷰>최성호(재활용 업체) : "포장하는 부분에 있어가지고 여러 재질의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고요. 플라스틱류라든가, 종이류 성상별로 분리배출하시면 좋은데 그런 게 안 되는 게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선물.



그러나 버려지는 포장 용기는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환경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포장재가 사용되고 있는 걸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이병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곶감 견과류 선물 세틉니다.



한 번 풀어볼까요?



가방을 풀면 보자기가 나오구요, 보자기를 풀면 포장지에 쌓인 상자가 나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상자 안의 내용물은 또 다시 랩으로 꽁꽁 싸여있습니다.



무려 5(다섯)겹으로 포장이 돼 있는 건데요.



이 포장재들은 고스란히 버려지는 쓰레깁니다.



우리나라 한해 생활폐기물은 1억 9백만 톤인데 이 가운데 30% 정도가 이런 포장재 쓰레깁니다.



상당수는 명절에 나오는 거죠.



이런 과대 포장은 선물 가격의 거품을 만들 뿐 아니라 농어민 등 생산자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해연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과일 세트를 포장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배 한 개에 일일이 속포장재를 씌우고 띠지까지 두릅니다.



화려해야 잘 팔린다며 상자도 천원 이상 비싼 칼라 상자를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심훈기(천안 배원예농협 상무) : "포장 방법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과대 포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배 선물 세틉니다.



마트 측의 요구로 사용된 포장재만 10가지, 포장비가 7020원으로 4만 2천원인 납품가의 17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선물 포장에는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들어갑니다.



이런 포장재만 줄여도 소비자는 과일 한 두개를 더 살 수 있습니다.



농민들도 부담입니다.



포장에 매달리느라 수확기 일손은 부족하고 비용은 더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박광호(배 재배 농민) : "부자재가 많이 들어가니까 농민이 실질적으로 받아야되는 돈은 적고 말하자면 (포장하는) 인건비는 더 나가고 "



현행 규정은 포장 횟수와 포장 공간 비율을 따질 뿐 속포장재와 띠지 등은 단속 대상이 아닙니다.



<인터뷰>정명희(녹색연합 정책팀장) : "단속을 해도 벌금을 내거나 그러고 나면 또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지난해 과대 포장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는 187건으로 전년도 보다 배 이상 늘었습니다.



<기자 멘트>



그렇다면 가격도 낮추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포장의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포장재 줄이기, 재활용 노력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포장을 줄인 선물 세트들입니다.



으레 따라다니는 등나무 받침을 없앤 굴비, 종이상자에 담으니 값이 만 원 이상 내려갔습니다.



더덕도 상자 대신 뚜껑 없는 종이받침만 써서 가격을 낮췄습니다.



<인터뷰>정용환(대형마트 대리) : "물가가 하도 높다보니까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해 포장 간소화를 시도했구요"



선물 포장재를 반환하면 장볼 때 할인쿠폰을 주기도 합니다.



보자기 하나가 멋진 포장지로 변신합니다.



겹겹이 싸지 않아 쓰레기가 없고, 재사용도 가능합니다.



<인터뷰>박유미(포장전문가) : "보자기로 스카프나 생활 손수건으로 활용하실 수 있어요"



소비자들도 나섰습니다.



<녹취> "포장재를 드시겠습니까? 과일을 드시겠습니까?"



포장 보단 품질을 보라고 호소합니다.



배의 띠지와 속포장재만 없애도 연간 8백 억원이 절감되는 만큼 소비자가 먼저 과대 포장된 상품을 사지 말자는 것입니다.



<인터뷰>김자혜(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 "경제적 혜택을 볼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과대 포장은 걷어내고.."



과대 포장을 추방하기 위해선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이병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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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포장 풀면 또 포장…선물 쓰레기 해법은?
    • 입력 2011-09-08 22: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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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모레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죠?

백화점 등에는 명절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비고 있는데요.

그런데 크고 화려한 선물들, 막상 뜯어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과다 포장 때문인데, 명절 선물 포장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을 김진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목을 맞은 백화점 선물 코너.

다양한 종류의 선물만큼이나 포장도 가지각색입니다.

명절 분위기를 살리는 한지 상자는 기본, 항아리로 포장하기도 하고, 해산물은 대나무 판과 해초를 깔아 신선함을 강조합니다.

선물을 하는 입장에선 화려하게 포장한 세트가 먼저 눈에 뜨입니다.

<인터뷰>이응호(서울 평창동) : "기분이 좋아지니까.. 일 년에 한 명절이니까.."

하지만, 배달되고 나면 이내 버려지는 포장 용기들.

이 때문에 명절 때면 아파트마다 쓰레기가 산을 이룹니다.

<녹취>경비원 : "아무래도 선물 많이 하니까 명절이라...평소보단 한 세 배 나온다고 봐야죠."

재활용 업체에겐 선물세트 쓰레기가 골칫거리.

평소보다 수거량이 50% 정도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따로 분리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안에 스티로폼이 있잖아요. 이런 건 선별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인터뷰>최성호(재활용 업체) : "포장하는 부분에 있어가지고 여러 재질의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고요. 플라스틱류라든가, 종이류 성상별로 분리배출하시면 좋은데 그런 게 안 되는 게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선물.

그러나 버려지는 포장 용기는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환경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포장재가 사용되고 있는 걸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이병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곶감 견과류 선물 세틉니다.

한 번 풀어볼까요?

가방을 풀면 보자기가 나오구요, 보자기를 풀면 포장지에 쌓인 상자가 나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상자 안의 내용물은 또 다시 랩으로 꽁꽁 싸여있습니다.

무려 5(다섯)겹으로 포장이 돼 있는 건데요.

이 포장재들은 고스란히 버려지는 쓰레깁니다.

우리나라 한해 생활폐기물은 1억 9백만 톤인데 이 가운데 30% 정도가 이런 포장재 쓰레깁니다.

상당수는 명절에 나오는 거죠.

이런 과대 포장은 선물 가격의 거품을 만들 뿐 아니라 농어민 등 생산자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해연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과일 세트를 포장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배 한 개에 일일이 속포장재를 씌우고 띠지까지 두릅니다.

화려해야 잘 팔린다며 상자도 천원 이상 비싼 칼라 상자를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심훈기(천안 배원예농협 상무) : "포장 방법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과대 포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배 선물 세틉니다.

마트 측의 요구로 사용된 포장재만 10가지, 포장비가 7020원으로 4만 2천원인 납품가의 17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선물 포장에는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들어갑니다.

이런 포장재만 줄여도 소비자는 과일 한 두개를 더 살 수 있습니다.

농민들도 부담입니다.

포장에 매달리느라 수확기 일손은 부족하고 비용은 더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박광호(배 재배 농민) : "부자재가 많이 들어가니까 농민이 실질적으로 받아야되는 돈은 적고 말하자면 (포장하는) 인건비는 더 나가고 "

현행 규정은 포장 횟수와 포장 공간 비율을 따질 뿐 속포장재와 띠지 등은 단속 대상이 아닙니다.

<인터뷰>정명희(녹색연합 정책팀장) : "단속을 해도 벌금을 내거나 그러고 나면 또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지난해 과대 포장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는 187건으로 전년도 보다 배 이상 늘었습니다.

<기자 멘트>

그렇다면 가격도 낮추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포장의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포장재 줄이기, 재활용 노력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포장을 줄인 선물 세트들입니다.

으레 따라다니는 등나무 받침을 없앤 굴비, 종이상자에 담으니 값이 만 원 이상 내려갔습니다.

더덕도 상자 대신 뚜껑 없는 종이받침만 써서 가격을 낮췄습니다.

<인터뷰>정용환(대형마트 대리) : "물가가 하도 높다보니까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해 포장 간소화를 시도했구요"

선물 포장재를 반환하면 장볼 때 할인쿠폰을 주기도 합니다.

보자기 하나가 멋진 포장지로 변신합니다.

겹겹이 싸지 않아 쓰레기가 없고, 재사용도 가능합니다.

<인터뷰>박유미(포장전문가) : "보자기로 스카프나 생활 손수건으로 활용하실 수 있어요"

소비자들도 나섰습니다.

<녹취> "포장재를 드시겠습니까? 과일을 드시겠습니까?"

포장 보단 품질을 보라고 호소합니다.

배의 띠지와 속포장재만 없애도 연간 8백 억원이 절감되는 만큼 소비자가 먼저 과대 포장된 상품을 사지 말자는 것입니다.

<인터뷰>김자혜(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 "경제적 혜택을 볼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과대 포장은 걷어내고.."

과대 포장을 추방하기 위해선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이병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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