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낳아준 어머니 나라 왔지만…”

입력 2011.12.19 (09:01) 수정 2011.12.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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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부끄러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입양대국'인데요.

지난 50여 년 동안 2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졌고요.

특히 장애 아동은 국내 입양이 없다시피 해서, 거의 해외로 입양되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해외로 떠난 장애 아동들이 뿌리를 찾아 처음 고국 땅을 밟았는데요.

김기흥 기자, 해외 입양 가족들이 어렵게 찾은 한국에서 따뜻한 정을 많이 느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땠습니까?

<리포트>

어렵게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이별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는데요.

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 헤어짐과는 다르게 이제는 어머니의 땅 한국에서 따듯한 정과 사랑을 가득 안고 그들은 돌아갔습니다.

'신대철', '김은나' 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데이비드와 레이나.

이들의 한국 방문을 함께했습니다.

매년 해외로 입양되는 많은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히나 입양이 힘든 장애인 아동.

따뜻한 가족의 품을 찾아 외국으로 떠났던 이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았습니다.

다양한 연령대, 각기 다른 장애를 지니고 해외로 입양된 장애인 열 네 명과 그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해 뜻 깊은 시간을 가졌는데요.

<인터뷰> 페이스 (미국 오리건주) : "제가 태어난 나라를 보러왔어요. 전통 공연을 보고 고궁도 방문하고 싶어요."

입양 전 자신들이 머물렀던 시설을 찾았는데요.

입양 전 한국이름은 주성이, 미국 이름으로는 ‘거스’ ‘거스’를 돌봤던 사회복지사들이 달라진 모습에 기뻐하며 깜짝 놀라는데요.

<녹취> "주성이 얼굴이 되게 하얬었는데 많이 까매졌어요."

거스와 가족들은 이곳 복시 시설을 둘러보며, 입양 당시를 추억해봅니다.

<인터뷰> 제이슨 (입양가족 아버지) : "여기 지내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좋은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 거스도 이런 보살핌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고 우리도 그런 사랑을 거스에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이곳에는 그 때의 거스와 같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자신들의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정성껏 돌봅니다.

<인터뷰> 레이나 (미국 오리건주) : "아기를 안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한국에 있는 일정 동안 뜻 깊은 체험들을 많이 했는데요.

불편한 몸으로 조심조심 도착한 곳은, 국내 장애인 입양가족과 함께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해보는 자리입니다.

<녹취> "구절판을 만들 거에요. 아홉 가지 재료가 들어가요."

국내외 입양 가족들,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유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인터뷰> 에밀리 (입양가족 어머니) : "처음 만들어보는 음식이라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매우 신이 나고 한국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요.

한국 음식과 문화를 접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음식을 맛본 소감이 어떨까요?

<인터뷰> 박진영 (국내 입양가족 어머니) : "이분들이 한국 아이들을 입양하신 분들이라서 저희와의 만남이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좀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한편, 열여섯살 레이나가 이번 한국방문을 통해 가장 큰 기대와 설렘을 간직해온 순간이 왔습니다.

바로, 위탁모와의 만남인데요.

<녹취> "네가 선물인데. 엄마는 이런 (선물은) 필요 없는데"

위탁모는 신장이 안 좋았던 레이나가 좋아하던 먹거리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명의 (레이나 위탁모) : "지금 정말 기쁘고 설레요.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몰랐거든요. 이렇게 다 컸어도 은나는 제 마음속에 아직도 아기로 남아 있어요."

<인터뷰> 레이나 (미국 오리건주) : "좀 긴장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드디어 위탁어머니를 만나게 된 것이 행복해요."

간절한 바람을 안고 있는 또 한명의 입양인 데이비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입양당시 서류를 살펴보고 있는데요.

<녹취> 데이비드 (미국 오리건주) : "항상 낳아주신 어머니에 대해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네 엄마는 어디 있냐고 물어볼 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발달장애와 왜소증, 심장까지 안 좋았던 스물아홉 데이비드, 신대철 씨는 25년전 자신을 돌봐줬던 위탁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어머나 세상에 많이 컸네. "

위탁모 역시 좋은 가족을 만나 건강해진 데이비드와의 만남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입양 당시의 사진을 함께 보며 위탁모가 기억하는 그때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데요.

뭔가 할 말이 남아있는 것 같은 간절한 눈빛의 데이비드.

<녹취> "저에게 형제나 자매가 있나요?"

하지만 생모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그로서는 위탁어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 장애아동들은 이처럼 기록이 없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미국 오리건주) : "위탁어머니를 만나게 돼서 행복하고 흥분됩니다. "

25년만의 회포를 푸는 입양가족과 위탁모,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지금도 여전합니다.

<녹취> "(땡큐) 나도 영어 배워야겠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제는 다시 떠나야할 시간...

<인터뷰> 메건 (미국 워싱턴주) : "제가 사는 곳과 매우 다른 한국 문화가 좋았고 그런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태어난 나라,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나라 한국.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해봅니다.

<인터뷰> 박명의 (레이나 위탁모) : "양부모님이 은나하고 다시 한 번 한국에 방문한다고 해서 정말 기쁘고, 입양 보낼 때처럼 마음이 안 아프고 또 기다릴 수 있다는 게 아주 기뻐요."

<녹취> "비빔밥도 만들어주고 식혜도 만들어 줄게"

가슴으로 키워준 가족과 함께 했던 소중한 한국 나들이.

자신의 뿌리를 알기 위해, 입양되고 처음으로 다시 찾은 어머니의 땅 한국에서 따뜻한 정과 사랑을 가득 안고 돌아갔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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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2-19 09:01:53
    • 수정2011-12-19 11: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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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부끄러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입양대국'인데요. 지난 50여 년 동안 2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졌고요. 특히 장애 아동은 국내 입양이 없다시피 해서, 거의 해외로 입양되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해외로 떠난 장애 아동들이 뿌리를 찾아 처음 고국 땅을 밟았는데요. 김기흥 기자, 해외 입양 가족들이 어렵게 찾은 한국에서 따뜻한 정을 많이 느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땠습니까? <리포트> 어렵게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이별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는데요. 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 헤어짐과는 다르게 이제는 어머니의 땅 한국에서 따듯한 정과 사랑을 가득 안고 그들은 돌아갔습니다. '신대철', '김은나' 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데이비드와 레이나. 이들의 한국 방문을 함께했습니다. 매년 해외로 입양되는 많은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히나 입양이 힘든 장애인 아동. 따뜻한 가족의 품을 찾아 외국으로 떠났던 이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았습니다. 다양한 연령대, 각기 다른 장애를 지니고 해외로 입양된 장애인 열 네 명과 그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해 뜻 깊은 시간을 가졌는데요. <인터뷰> 페이스 (미국 오리건주) : "제가 태어난 나라를 보러왔어요. 전통 공연을 보고 고궁도 방문하고 싶어요." 입양 전 자신들이 머물렀던 시설을 찾았는데요. 입양 전 한국이름은 주성이, 미국 이름으로는 ‘거스’ ‘거스’를 돌봤던 사회복지사들이 달라진 모습에 기뻐하며 깜짝 놀라는데요. <녹취> "주성이 얼굴이 되게 하얬었는데 많이 까매졌어요." 거스와 가족들은 이곳 복시 시설을 둘러보며, 입양 당시를 추억해봅니다. <인터뷰> 제이슨 (입양가족 아버지) : "여기 지내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좋은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 거스도 이런 보살핌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고 우리도 그런 사랑을 거스에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이곳에는 그 때의 거스와 같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자신들의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정성껏 돌봅니다. <인터뷰> 레이나 (미국 오리건주) : "아기를 안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한국에 있는 일정 동안 뜻 깊은 체험들을 많이 했는데요. 불편한 몸으로 조심조심 도착한 곳은, 국내 장애인 입양가족과 함께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해보는 자리입니다. <녹취> "구절판을 만들 거에요. 아홉 가지 재료가 들어가요." 국내외 입양 가족들,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유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인터뷰> 에밀리 (입양가족 어머니) : "처음 만들어보는 음식이라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매우 신이 나고 한국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요. 한국 음식과 문화를 접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음식을 맛본 소감이 어떨까요? <인터뷰> 박진영 (국내 입양가족 어머니) : "이분들이 한국 아이들을 입양하신 분들이라서 저희와의 만남이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좀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한편, 열여섯살 레이나가 이번 한국방문을 통해 가장 큰 기대와 설렘을 간직해온 순간이 왔습니다. 바로, 위탁모와의 만남인데요. <녹취> "네가 선물인데. 엄마는 이런 (선물은) 필요 없는데" 위탁모는 신장이 안 좋았던 레이나가 좋아하던 먹거리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명의 (레이나 위탁모) : "지금 정말 기쁘고 설레요.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몰랐거든요. 이렇게 다 컸어도 은나는 제 마음속에 아직도 아기로 남아 있어요." <인터뷰> 레이나 (미국 오리건주) : "좀 긴장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드디어 위탁어머니를 만나게 된 것이 행복해요." 간절한 바람을 안고 있는 또 한명의 입양인 데이비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입양당시 서류를 살펴보고 있는데요. <녹취> 데이비드 (미국 오리건주) : "항상 낳아주신 어머니에 대해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네 엄마는 어디 있냐고 물어볼 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발달장애와 왜소증, 심장까지 안 좋았던 스물아홉 데이비드, 신대철 씨는 25년전 자신을 돌봐줬던 위탁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어머나 세상에 많이 컸네. " 위탁모 역시 좋은 가족을 만나 건강해진 데이비드와의 만남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입양 당시의 사진을 함께 보며 위탁모가 기억하는 그때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데요. 뭔가 할 말이 남아있는 것 같은 간절한 눈빛의 데이비드. <녹취> "저에게 형제나 자매가 있나요?" 하지만 생모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그로서는 위탁어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 장애아동들은 이처럼 기록이 없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미국 오리건주) : "위탁어머니를 만나게 돼서 행복하고 흥분됩니다. " 25년만의 회포를 푸는 입양가족과 위탁모,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지금도 여전합니다. <녹취> "(땡큐) 나도 영어 배워야겠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제는 다시 떠나야할 시간... <인터뷰> 메건 (미국 워싱턴주) : "제가 사는 곳과 매우 다른 한국 문화가 좋았고 그런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태어난 나라,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나라 한국.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해봅니다. <인터뷰> 박명의 (레이나 위탁모) : "양부모님이 은나하고 다시 한 번 한국에 방문한다고 해서 정말 기쁘고, 입양 보낼 때처럼 마음이 안 아프고 또 기다릴 수 있다는 게 아주 기뻐요." <녹취> "비빔밥도 만들어주고 식혜도 만들어 줄게" 가슴으로 키워준 가족과 함께 했던 소중한 한국 나들이. 자신의 뿌리를 알기 위해, 입양되고 처음으로 다시 찾은 어머니의 땅 한국에서 따뜻한 정과 사랑을 가득 안고 돌아갔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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