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국판 버핏세’ 통과…실효성 의문

입력 2012.01.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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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부터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신임 총리가 새해들어 가장 먼저 한 일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노숙자들 쉼터’를 방문한 것인데요.



이렇게 중산층의 몰락과 부의 양극화에 대한 해법으로 유럽,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부자 증세’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도 지난 연말 부자들 세율을 더 높이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습니다.



먼저 김준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럽 재정위기와 월가 시위를 거치면서 국내에서도 부자증세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인터뷰> "월급쟁이는 꼬박꼬박..."



<인터뷰> "부자들은 어쨌든 요리조리 빠져 나가니까..."



<인터뷰> "부자들이 더 세금을 내야 하는거 아닌가요?"



결국 국회는 지난달 31일 과세표준 3억원이 넘는 소득에 38%의 최고 세율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습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좀 더 걷어 재정을 강화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의도지만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과세표준 3억원 이상 소득자가 전체의 0.2% 수준으로, 4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변호사와 변리사 등 전문직은 3억 원 이상을 번다 해도 절반 이상을 필요경비와 소득공제로 처리해 99%는 버핏세 과세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인터뷰> 전병목(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 :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자기의 소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예상했던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고요."



기존 과표구간은 그대로 둔 채 최고구간을 3억 원으로 정한 것 역시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임주영(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 : "국가의 근본을 정치권의 일시적인 소위 바람이나 인기영합이나 그것에 의해 흔들고 있는..."



부자증세에 대한 여론 속에 한국판 버핏세가 통과됐지만 오히려 세금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소득세를 포함한 세금 논란, 그만큼 우리 조세 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겠죠.



우리의 세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정민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최근 통계청에서 국민들에게 공정사회를 위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부문이 뭔지 물어봤는데요.



국민 28%가 ’조세’를 꼽았습니다.



그만큼 세금 불만이 많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세금을 거둬들이고 지출하는 나라살림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세금 징수나 정부 재정지출로 소득재분배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나타내는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은 물론, 터키보다도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세금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매겨질까요?



근로소득 과세표준이 8천만 원인 기업체 직원입니다.



근로소득세율 24%를 적용받아서 천398만 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는군요.



이번에는 자산이 많은 부부입니다.



은행에 20억 원을 넣어두고 역시 이자 8천만 원을 받았는데 세율이 14%에 불과해 세금은 1120만 원입니다.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사람보다 불리합니다.



봉급생활자들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누진세가 적용되면서 세금을 더 많이내게 되죠.



하지만 이자나 배당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예금이 100만 원이든, 1억 원이든 세율이 모두 똑같습니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사실상 잃어버린 우리나라 조세제도.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윤상 기자가 보완책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약국.



십만 원이 넘는 약을 구입하니 값을 깎아주겠다며 현금 거래를 유도합니다.



<녹취> 약국 관계자 : "현금으로 주시면 전체 해서 만원 빼드릴게요. 2.5%잖아요 카드 수수료가...2만 5천 원에 또 만 원 빼드리는 거니까..."



이처럼 사업자들이 소득을 누락해 탈세하는 규모는 한해 최대 29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간이과세와 각종 감면 등 자영업자를 위한 세제혜택도 많다보니 세원이 정확히 노출되는 ’유리지갑’ 근로자들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형평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 소득공제도 하나 둘 늘리게 됐고 세제는 기형적으로 변했습니다.



때문에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40%나 됩니다.



결국 지금의 조세제도는 ’안정적 재정 확보’와 ’소득 재분배’라는 세금 본연의 목적을 모두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과세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실효세율이 낮은 수준에 있고 실효세율이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세 제도의 재분배 기능 그리고 빈곤율 감소효과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는 거죠."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세금구조를 바꿀 것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득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끔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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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한국판 버핏세’ 통과…실효성 의문
    • 입력 2012-01-10 22: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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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부터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신임 총리가 새해들어 가장 먼저 한 일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노숙자들 쉼터’를 방문한 것인데요.

이렇게 중산층의 몰락과 부의 양극화에 대한 해법으로 유럽,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부자 증세’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도 지난 연말 부자들 세율을 더 높이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습니다.

먼저 김준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럽 재정위기와 월가 시위를 거치면서 국내에서도 부자증세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인터뷰> "월급쟁이는 꼬박꼬박..."

<인터뷰> "부자들은 어쨌든 요리조리 빠져 나가니까..."

<인터뷰> "부자들이 더 세금을 내야 하는거 아닌가요?"

결국 국회는 지난달 31일 과세표준 3억원이 넘는 소득에 38%의 최고 세율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습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좀 더 걷어 재정을 강화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의도지만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과세표준 3억원 이상 소득자가 전체의 0.2% 수준으로, 4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변호사와 변리사 등 전문직은 3억 원 이상을 번다 해도 절반 이상을 필요경비와 소득공제로 처리해 99%는 버핏세 과세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인터뷰> 전병목(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 :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자기의 소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예상했던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고요."

기존 과표구간은 그대로 둔 채 최고구간을 3억 원으로 정한 것 역시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임주영(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 : "국가의 근본을 정치권의 일시적인 소위 바람이나 인기영합이나 그것에 의해 흔들고 있는..."

부자증세에 대한 여론 속에 한국판 버핏세가 통과됐지만 오히려 세금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소득세를 포함한 세금 논란, 그만큼 우리 조세 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겠죠.

우리의 세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정민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최근 통계청에서 국민들에게 공정사회를 위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부문이 뭔지 물어봤는데요.

국민 28%가 ’조세’를 꼽았습니다.

그만큼 세금 불만이 많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세금을 거둬들이고 지출하는 나라살림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세금 징수나 정부 재정지출로 소득재분배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나타내는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은 물론, 터키보다도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세금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매겨질까요?

근로소득 과세표준이 8천만 원인 기업체 직원입니다.

근로소득세율 24%를 적용받아서 천398만 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는군요.

이번에는 자산이 많은 부부입니다.

은행에 20억 원을 넣어두고 역시 이자 8천만 원을 받았는데 세율이 14%에 불과해 세금은 1120만 원입니다.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사람보다 불리합니다.

봉급생활자들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누진세가 적용되면서 세금을 더 많이내게 되죠.

하지만 이자나 배당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예금이 100만 원이든, 1억 원이든 세율이 모두 똑같습니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사실상 잃어버린 우리나라 조세제도.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윤상 기자가 보완책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약국.

십만 원이 넘는 약을 구입하니 값을 깎아주겠다며 현금 거래를 유도합니다.

<녹취> 약국 관계자 : "현금으로 주시면 전체 해서 만원 빼드릴게요. 2.5%잖아요 카드 수수료가...2만 5천 원에 또 만 원 빼드리는 거니까..."

이처럼 사업자들이 소득을 누락해 탈세하는 규모는 한해 최대 29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간이과세와 각종 감면 등 자영업자를 위한 세제혜택도 많다보니 세원이 정확히 노출되는 ’유리지갑’ 근로자들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형평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 소득공제도 하나 둘 늘리게 됐고 세제는 기형적으로 변했습니다.

때문에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40%나 됩니다.

결국 지금의 조세제도는 ’안정적 재정 확보’와 ’소득 재분배’라는 세금 본연의 목적을 모두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과세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실효세율이 낮은 수준에 있고 실효세율이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세 제도의 재분배 기능 그리고 빈곤율 감소효과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는 거죠."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세금구조를 바꿀 것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득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끔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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