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모 부양 문제로 형제가 흉기에 황산까지…

입력 2012.05.14 (09:04) 수정 2012.05.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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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적절한 노후 대비나 복지 제도는 부족한 상황이죠.

자연히, 혼자 사는 노인 문제가 생기고, 또 노부모를 어떻게 모실 건지를 놓고 가족들이 다투는 경우도 보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 경우는 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거 같습니다.

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다투다가 가족끼리 황산을 뿌리고,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노모가 집에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건가요? 네, 부모 부양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죠?

특히 노인이 노인을 모셔야 하는 가정에서는 갈등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사건 역시 아흔 가까운 노모를 모시는 문제에 대해 말다툼을 하다 60대 형제들끼리 싸움이 난 겁니다.

게다가 여동생에게 황산을 뿌린 오빠는 황산을 들이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생긴 안타까운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시 사하구의 한 빌라, 곳곳에 희미하게 남은 핏자국이 사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10일 이곳에 사는 예순 두 살의 김모 씨가 네 살 터울의 여동생에게 물총을 발사했는데요,

물총에 들어있던 건 다름아닌 황산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오빠는 여기에 살고 있고 여동생은 다른 데에 사는데 10일 아침에 일이 있어서 (오빠 집에) 이야기 하러 가서 그런 봉변을 당한 사건입니다.“

놀란 여동생은 자리를 피해 집밖으로 도망쳤는데요,

오빠 김 씨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둔기를 들고 쫓아 나와 여동생의 머리를 내려 친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집안에서 누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어요.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쿵쿵쿵 나더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소리 나고 밑에서 비명 소리가 나고, 누가 망치로 때린다고 하는 거예요.”

남매 간의 싸움을 말리던 김 씨의 아내까지 얼굴과 가슴에 황산을 맞았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여자 두 분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여동생은 앞쪽에 있고 부인은 뒤쪽에서 껴안고 있었고….”

<녹취> 성기선(소방사/부산사하소방서) : “출혈이 많아서 머리가 엉겨 붙은 줄 알았는데 지나고 황산이 쓰인 줄 알고 나니까 그게 다 황산이었더라고요. 아내분하고 동생분 얼굴 쪽에 녹아내리고 그런 흔적은 없는데 검은 물이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가 남은 황산을 들이켜 자살을 시도한 겁니다.

<인터뷰> 성기선(소방사/부산사하소방서) : “(동생과 아내)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도중에 경찰이 다급하게 위로 좀 올라와 달라 해서 (집에) 올라가 보니까 현장에는 소주병과 맥주잔 같은 게 보이고 황산을 마신 흔적이 보였어요. 1리터 정도 되는 (황산)병이 있었습니다. 그 병은 다 비워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중한 상태, 황산 봉변을 당한 여동생과 아내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89세 된 노모가 계시는데 노부모 모시는 문제이고, 여동생이 좀 나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나, 이야기를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5분 이야기 했는데 뭐(물총)를 들고 갑자기 확 (황산을) 쐈대요.“

김 씨는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요,

여동생이 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잔소리를 하자 홧김에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지난번에 딸(김 씨 여동생)이 뭘 들고 와서 아무리 문을 두르려도 안 열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집에 뭘 맡기고 가셨거든요. 할머니가 문을 못 연다고….”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할머니가 좀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시거든요. 그래서 문 잘 열지도 못하고 그러세요.”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는 데 김 씨가 부담을 느꼈던 걸까요? 현재 경찰은 김 씨가 중태에 빠져 있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물총이 왜 있었는지, 평소에 황산이 왜 있었는지 조사를 하려고 해도, 피의자가 황산을 털어 넣은 상태라서 말도 못하고 자가 호흡이 안돼요”

한편 사건 당시에도 노모가 집안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노모는) 따로 다친 데는 없고 처음에 저희들은 노모가 집에 있는 지도 몰랐어요. 나중에 노모가 그 때 방에 있었다고….”

부모를 모시는 문제를 두고 가족 간에 다툼이 벌어진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그것도 지난 8일, 어버이날의 일이었는데요,

한 60대 남성이 형수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며 경찰에 자수를 해 온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112 신고가 들어왔어요. ‘형수를 찔렀다. 내가 살인 미수를 저질렀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칼부림 이후의 참담한 상황을 목격했는데요,

<인터뷰> 김찬(경위/부산사하경찰서 오금파출소) : “노모가 걸레를 가지고 계단에 흘린 피를 닦고 있었고, 형수를 찌른 당사자는 방에 주저앉아서 (있었습니다.) 청바지가 전부 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되어 있어서…“

형수에게 두 차례나 흉기를 휘두른 시동생, 형수가 가족회의에 늦은 데에 화가 나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모의 부양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던 거죠.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가족들이 모여서 노모 부양 관계로 가족회의를 했는데 형수가 나중에 늦게 와서, 대화 중에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손과 배를 크게 다친 형수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번 일에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역시 노모였겠죠.

<녹취>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노모가) 벌벌 떨면서 (경찰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러니까 ‘나는 몰라요’ (했어요.) 일반인도 보면 겁날 텐데 어머니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또 지난 5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선 뇌졸중에 걸린 어머니를 누가 모실지 의논하던 남매 세 명이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는데요,

고령화 사회의 그늘인 부모 봉양 문제, 부모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정의 달 5월에 부모 봉양을 둘러싼 가족 간의 다툼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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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노모 부양 문제로 형제가 흉기에 황산까지…
    • 입력 2012-05-14 09:04:33
    • 수정2012-05-14 09: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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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적절한 노후 대비나 복지 제도는 부족한 상황이죠. 자연히, 혼자 사는 노인 문제가 생기고, 또 노부모를 어떻게 모실 건지를 놓고 가족들이 다투는 경우도 보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 경우는 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거 같습니다. 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다투다가 가족끼리 황산을 뿌리고,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노모가 집에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건가요? 네, 부모 부양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죠? 특히 노인이 노인을 모셔야 하는 가정에서는 갈등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사건 역시 아흔 가까운 노모를 모시는 문제에 대해 말다툼을 하다 60대 형제들끼리 싸움이 난 겁니다. 게다가 여동생에게 황산을 뿌린 오빠는 황산을 들이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생긴 안타까운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시 사하구의 한 빌라, 곳곳에 희미하게 남은 핏자국이 사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10일 이곳에 사는 예순 두 살의 김모 씨가 네 살 터울의 여동생에게 물총을 발사했는데요, 물총에 들어있던 건 다름아닌 황산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오빠는 여기에 살고 있고 여동생은 다른 데에 사는데 10일 아침에 일이 있어서 (오빠 집에) 이야기 하러 가서 그런 봉변을 당한 사건입니다.“ 놀란 여동생은 자리를 피해 집밖으로 도망쳤는데요, 오빠 김 씨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둔기를 들고 쫓아 나와 여동생의 머리를 내려 친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집안에서 누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어요.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쿵쿵쿵 나더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소리 나고 밑에서 비명 소리가 나고, 누가 망치로 때린다고 하는 거예요.” 남매 간의 싸움을 말리던 김 씨의 아내까지 얼굴과 가슴에 황산을 맞았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여자 두 분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여동생은 앞쪽에 있고 부인은 뒤쪽에서 껴안고 있었고….” <녹취> 성기선(소방사/부산사하소방서) : “출혈이 많아서 머리가 엉겨 붙은 줄 알았는데 지나고 황산이 쓰인 줄 알고 나니까 그게 다 황산이었더라고요. 아내분하고 동생분 얼굴 쪽에 녹아내리고 그런 흔적은 없는데 검은 물이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가 남은 황산을 들이켜 자살을 시도한 겁니다. <인터뷰> 성기선(소방사/부산사하소방서) : “(동생과 아내)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도중에 경찰이 다급하게 위로 좀 올라와 달라 해서 (집에) 올라가 보니까 현장에는 소주병과 맥주잔 같은 게 보이고 황산을 마신 흔적이 보였어요. 1리터 정도 되는 (황산)병이 있었습니다. 그 병은 다 비워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중한 상태, 황산 봉변을 당한 여동생과 아내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89세 된 노모가 계시는데 노부모 모시는 문제이고, 여동생이 좀 나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나, 이야기를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5분 이야기 했는데 뭐(물총)를 들고 갑자기 확 (황산을) 쐈대요.“ 김 씨는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요, 여동생이 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잔소리를 하자 홧김에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지난번에 딸(김 씨 여동생)이 뭘 들고 와서 아무리 문을 두르려도 안 열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집에 뭘 맡기고 가셨거든요. 할머니가 문을 못 연다고….”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할머니가 좀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시거든요. 그래서 문 잘 열지도 못하고 그러세요.”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는 데 김 씨가 부담을 느꼈던 걸까요? 현재 경찰은 김 씨가 중태에 빠져 있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물총이 왜 있었는지, 평소에 황산이 왜 있었는지 조사를 하려고 해도, 피의자가 황산을 털어 넣은 상태라서 말도 못하고 자가 호흡이 안돼요” 한편 사건 당시에도 노모가 집안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노모는) 따로 다친 데는 없고 처음에 저희들은 노모가 집에 있는 지도 몰랐어요. 나중에 노모가 그 때 방에 있었다고….” 부모를 모시는 문제를 두고 가족 간에 다툼이 벌어진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그것도 지난 8일, 어버이날의 일이었는데요, 한 60대 남성이 형수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며 경찰에 자수를 해 온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112 신고가 들어왔어요. ‘형수를 찔렀다. 내가 살인 미수를 저질렀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칼부림 이후의 참담한 상황을 목격했는데요, <인터뷰> 김찬(경위/부산사하경찰서 오금파출소) : “노모가 걸레를 가지고 계단에 흘린 피를 닦고 있었고, 형수를 찌른 당사자는 방에 주저앉아서 (있었습니다.) 청바지가 전부 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되어 있어서…“ 형수에게 두 차례나 흉기를 휘두른 시동생, 형수가 가족회의에 늦은 데에 화가 나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모의 부양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던 거죠.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가족들이 모여서 노모 부양 관계로 가족회의를 했는데 형수가 나중에 늦게 와서, 대화 중에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손과 배를 크게 다친 형수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번 일에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역시 노모였겠죠. <녹취>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노모가) 벌벌 떨면서 (경찰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러니까 ‘나는 몰라요’ (했어요.) 일반인도 보면 겁날 텐데 어머니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또 지난 5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선 뇌졸중에 걸린 어머니를 누가 모실지 의논하던 남매 세 명이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는데요, 고령화 사회의 그늘인 부모 봉양 문제, 부모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정의 달 5월에 부모 봉양을 둘러싼 가족 간의 다툼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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