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술값 수백만 원…남자 울리는 ‘꽃뱀’

입력 2012.05.18 (09:01) 수정 2012.05.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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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즉석만남으로만난 남성을 술집으로 유인해 바가지 씌우는 이른바 '술집 꽃뱀' 일당이 붙잡혔다는 소식 전해드렸었죠.

저희 취재진이 이 피해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술 잠깐 마시고 370만 원을 낸 사람도 있는데요.

어떻게 이런 터무니 없는 술값을 뜯어낼 수 있는지 기가 막힙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일단 범행 교육부터 철저했던 거 같은데요.

피해 남성을 고르는 방법까지 가르쳤다면서요.

<기자 멘트>

범행 대상으로 어떤 남성을 만나야하는지부터 지갑을 열어 계산을 하기까지 꼬리를 밟히지 않고 술값을 바가지 씌울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는데요.

여러 명이 일당을 이뤄 각자 역할까지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게다가 비싼 술값에 항의하는 손님들에겐 흉기까지 들고 협박하기까지 했는데요.

속셈도 모른 채 술집 꽃뱀들에게 당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월, 일산의 한 상가 건물.

30대 남성이 두 명의 여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섭니다.

회식차 들렀던 나이트클럽에서 즉석만남으로 만난 여성들의 손에 이끌려 근처 술집으로 향하는 모습인데요.

36살 회사원 박모 씨의 악몽 같은 하룻밤은 이 때 부터 시작됐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맥주 간단하게 먹기로 해서 맥주 3병 나오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5분 정도 대화하고 의식을 잃었죠.”

어찌된 일인지 평소 주량에 한참 못 미치는 맥주 한 잔에 정신을 잃었다는 박 씨.

그런데 불과 세 시간 뒤 박 씨가 깨어난 곳은 전혀 다른 술집이었습니다.

황당한 일은 이뿐만 아니었는데요.

<녹취> 박00(36/피해자) : “같이 갔던 여자들은 없고요, 남자 두 분이 절 깨웠습니다. 술값 계산하라고. 술값이 220만원 나왔다고 했어요.”

양주 세 병에 200만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술값 청구서!

이 때 까지만 해도 박 씨는 자신이 꽃뱀에게 잘못 걸려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처음에는 그 쪽하고 같은 일행이라고 생각도 안했고요. 그냥 이상한 술집에 운 나쁘게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박 씨와 같은 피해를 당한 남성들, 한 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우리가 지금까지 (조사)한 게 피해자가 52명. 매출 대장 있잖아요. 그걸 금년 1월부터 4월까지 하면 5억이 넘어요, 매출액이. 금년만.”

박 씨가 바가지를 썼던 술집을 포함한 세 개의 업소에서 네 달 동안 벌어들인 매출은 무려 5억 원! 카드매출만 이 정도라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죠?

일산의 번화가에 위치한 문제의 술집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요. 이미 상가 이웃들 사이에서는 수상한 술집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 “이상했어요. 무슨 아줌마들이 저렇게 아저씨들을 데리고 가지 그랬거든요. 분명히 내가 한 번 봤던 여자가 있어요. 그런데 ‘어 여기 술집이 있네’ 이러더라 고요. “

<녹취> 이웃 상가 주인 : “만날 비슷한 애들. 4~5명 정도 바뀌어요. 그렇게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

매번 같은 여자들이 남자를 바꿔가며 들락거렸다는 이 술집!

알고 보니 여성들은 술집이 고용한 속칭 ‘꽃뱀’!

대부분 인터넷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의 ‘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를 보고 찾아와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겁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손님들 데리고 오면 손님 술값 중에 원가 이런 걸 제외하고 너한테 40%를 주겠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하면 그 사람들이 그걸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 유혹에 넘어가는 거예요.”

이렇게 고용된 꽃뱀들은 20대 학생부터 50대 주부까지 모두 13명.

이들은 일명 ‘선수’로 불리며 꼬리를 밟히지 않고 술값을 바가지 씌울 수 있는 방법까지 교육받았습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종업원이 새로 선수가 오면 교육을 시키는 거예요. 우리 술집이 일산에 있으니까 일산 방향에 있는 사람을 선택해라, 그 중에서 전문직은 빼라.”

이렇게 남성들 유인부터 바가지 씌우기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인 꽃뱀 일당들.

터무니없이 비싼 술값에 항의하는 손님들이 있을 땐 또 다른 일당인 ‘진상처리반’이 동원됐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술값 못주겠다고 했습니다. 억울한데 술값 못주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30대 후반의 부장이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전화통화로 더 부르더라고 요. 그리고 애들 더 부르고 연장 갖고 오라고.”

박 씨 앞에 나타난 이들은 쇠파이프에 흉기까지 들고 나타난 건장한 남자들.

그 때부터 온갖 협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남자 두 명이 제 팔을 잡아서 테이블 위에 제 팔을 올려놨고요. 그리고 강00 (피의자)라는 사람이 제 손가락을 절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술값을 결제할 때까지 감금에 갖은 고초를 당해야만 했던 박 씨.

현금이 없다는 핑계도, 신용카드가 안 된다는 핑계도 그들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카드) 비밀번호를 세 번 오류를 냈습니다. 제가 좀 정신이 없는 상태라는 걸 그들도 아니까 좀 일부러 틀려도 시간을 벌고 그들이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

하지만 박 씨는 끝내 현금 140만원을 인출해 주고서야 그들의 손아귀에서 풀려날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남성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왔던 꽃뱀 일당은 박 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녹취> 강00(피의자) : “대부분 여자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다 계산하고 가셨어요. ”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된 피해자는 52명, 피해액은 5300여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쉽게 얘기해서 이 사건은 남심을 이용한 범죄 아닙니까. 그러니까 술집 같은데 갔을 때 여성들의 접근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런 범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시고 앞으로는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찰은 사기혐의로 술집 주인 28살 강 모 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여대생과 학원 강사, 주부 등 나머지 일당 2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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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18 09:01:27
    • 수정2012-05-18 09: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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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즉석만남으로만난 남성을 술집으로 유인해 바가지 씌우는 이른바 '술집 꽃뱀' 일당이 붙잡혔다는 소식 전해드렸었죠. 저희 취재진이 이 피해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술 잠깐 마시고 370만 원을 낸 사람도 있는데요. 어떻게 이런 터무니 없는 술값을 뜯어낼 수 있는지 기가 막힙니다. 오언종 아나운서, 일단 범행 교육부터 철저했던 거 같은데요. 피해 남성을 고르는 방법까지 가르쳤다면서요. <기자 멘트> 범행 대상으로 어떤 남성을 만나야하는지부터 지갑을 열어 계산을 하기까지 꼬리를 밟히지 않고 술값을 바가지 씌울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는데요. 여러 명이 일당을 이뤄 각자 역할까지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게다가 비싼 술값에 항의하는 손님들에겐 흉기까지 들고 협박하기까지 했는데요. 속셈도 모른 채 술집 꽃뱀들에게 당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월, 일산의 한 상가 건물. 30대 남성이 두 명의 여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섭니다. 회식차 들렀던 나이트클럽에서 즉석만남으로 만난 여성들의 손에 이끌려 근처 술집으로 향하는 모습인데요. 36살 회사원 박모 씨의 악몽 같은 하룻밤은 이 때 부터 시작됐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맥주 간단하게 먹기로 해서 맥주 3병 나오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5분 정도 대화하고 의식을 잃었죠.” 어찌된 일인지 평소 주량에 한참 못 미치는 맥주 한 잔에 정신을 잃었다는 박 씨. 그런데 불과 세 시간 뒤 박 씨가 깨어난 곳은 전혀 다른 술집이었습니다. 황당한 일은 이뿐만 아니었는데요. <녹취> 박00(36/피해자) : “같이 갔던 여자들은 없고요, 남자 두 분이 절 깨웠습니다. 술값 계산하라고. 술값이 220만원 나왔다고 했어요.” 양주 세 병에 200만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술값 청구서! 이 때 까지만 해도 박 씨는 자신이 꽃뱀에게 잘못 걸려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처음에는 그 쪽하고 같은 일행이라고 생각도 안했고요. 그냥 이상한 술집에 운 나쁘게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박 씨와 같은 피해를 당한 남성들, 한 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우리가 지금까지 (조사)한 게 피해자가 52명. 매출 대장 있잖아요. 그걸 금년 1월부터 4월까지 하면 5억이 넘어요, 매출액이. 금년만.” 박 씨가 바가지를 썼던 술집을 포함한 세 개의 업소에서 네 달 동안 벌어들인 매출은 무려 5억 원! 카드매출만 이 정도라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죠? 일산의 번화가에 위치한 문제의 술집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요. 이미 상가 이웃들 사이에서는 수상한 술집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상가 주인) : “이상했어요. 무슨 아줌마들이 저렇게 아저씨들을 데리고 가지 그랬거든요. 분명히 내가 한 번 봤던 여자가 있어요. 그런데 ‘어 여기 술집이 있네’ 이러더라 고요. “ <녹취> 이웃 상가 주인 : “만날 비슷한 애들. 4~5명 정도 바뀌어요. 그렇게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 매번 같은 여자들이 남자를 바꿔가며 들락거렸다는 이 술집! 알고 보니 여성들은 술집이 고용한 속칭 ‘꽃뱀’! 대부분 인터넷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의 ‘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를 보고 찾아와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겁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손님들 데리고 오면 손님 술값 중에 원가 이런 걸 제외하고 너한테 40%를 주겠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하면 그 사람들이 그걸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 유혹에 넘어가는 거예요.” 이렇게 고용된 꽃뱀들은 20대 학생부터 50대 주부까지 모두 13명. 이들은 일명 ‘선수’로 불리며 꼬리를 밟히지 않고 술값을 바가지 씌울 수 있는 방법까지 교육받았습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종업원이 새로 선수가 오면 교육을 시키는 거예요. 우리 술집이 일산에 있으니까 일산 방향에 있는 사람을 선택해라, 그 중에서 전문직은 빼라.” 이렇게 남성들 유인부터 바가지 씌우기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인 꽃뱀 일당들. 터무니없이 비싼 술값에 항의하는 손님들이 있을 땐 또 다른 일당인 ‘진상처리반’이 동원됐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술값 못주겠다고 했습니다. 억울한데 술값 못주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30대 후반의 부장이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전화통화로 더 부르더라고 요. 그리고 애들 더 부르고 연장 갖고 오라고.” 박 씨 앞에 나타난 이들은 쇠파이프에 흉기까지 들고 나타난 건장한 남자들. 그 때부터 온갖 협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남자 두 명이 제 팔을 잡아서 테이블 위에 제 팔을 올려놨고요. 그리고 강00 (피의자)라는 사람이 제 손가락을 절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술값을 결제할 때까지 감금에 갖은 고초를 당해야만 했던 박 씨. 현금이 없다는 핑계도, 신용카드가 안 된다는 핑계도 그들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박00(36/피해자) : “(카드) 비밀번호를 세 번 오류를 냈습니다. 제가 좀 정신이 없는 상태라는 걸 그들도 아니까 좀 일부러 틀려도 시간을 벌고 그들이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 하지만 박 씨는 끝내 현금 140만원을 인출해 주고서야 그들의 손아귀에서 풀려날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남성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왔던 꽃뱀 일당은 박 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녹취> 강00(피의자) : “대부분 여자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다 계산하고 가셨어요. ”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된 피해자는 52명, 피해액은 5300여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현영(강력계장/강서경찰서 형사과) : “쉽게 얘기해서 이 사건은 남심을 이용한 범죄 아닙니까. 그러니까 술집 같은데 갔을 때 여성들의 접근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런 범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시고 앞으로는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찰은 사기혐의로 술집 주인 28살 강 모 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여대생과 학원 강사, 주부 등 나머지 일당 2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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