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끔찍한 사고…“‘김 여사’ 탓이라고?”

입력 2012.06.21 (08:59) 수정 2012.06.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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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혹시 ’김여사’라고 들어보셨나요?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비하해 가리키는 말인데요.



요즘 이 ’김여사 동영상’이란 게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성 운전자가 낸 사고 모습, 운전이 미숙해 벌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 이런 것들만 골라 공개하는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랑 기자, 왜 유독 여성운전자만 이렇게 도마에 오르는 걸까요?



이것도 편견이 상당히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기자 멘트>



네 실제 따지고 보면 편견이라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지난해 일어난 총 교통사고 가운데 여성 운전자가 낸 사고는 16퍼센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성운전자들은 운전이 미숙하다, 운전에 방해된다, 이런 심각한 선입견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여성 운전자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시각들,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일까요?



<리포트>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죠.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운전 연습을 도와주는 장면인데요.



<녹취> “근데요, 어머니 그 장갑은 좀 벗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운전하면요. 도로에서 표적이 되기 쉽거든요. 남자운전자들이 ‘김여사’라고 무시해요. (내가 왜 김여사야? 난 엄여산데?) 운전 실력이 미숙한 여자 운전자들을 비하해서 하는 말이 ‘김여사’라는 호칭이 있어요, 어머니.(썩을 것들. 지들은 첨부터 잘하나?)”



언제 부턴가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들을 부르는 호칭이 된 ’김여사’ ‘김여사 종결판’판으로 알려진 동영상이 며칠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바로 지난 13일 인천시 부개동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였는데요.



은행 앞에 정차해 있던 검정색 현금수송차량.



한 남성이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려는 순간, 하얀색 외제차 한 대가 그대로 앞으로 돌진하고 남성은 튕겨져 나갑니다.



<녹취> 김철환(사고목격자) : “은행에 있잖아요. 돈 넣으려는 (현금수송요원) 친구들. 두 명인데, 한 사람은 운전대 앉아있고, 한사람은 돈 실으려고 뒤에 트렁크 열고 있었어요. 브레이크 밟는 소리도 안 들렸다니까요. 스키드마크 (타이어가 미끄러진 자국)도 하나도 안 찍히고 꽝! (부딪혔어요.)”



<녹취> 오민선(사고 목격자) : “난 무슨 가스통 터지는 줄 알았더니, 금융회사 차잖아요. 이게. 그 차는 정차된 상태였는데 (튕겨져나갔으니) 그러니 얼마나 세게 박았는지......”



순식간에 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고에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됐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여성운전자가) 사람을 젊은 애, 아까운 애 죽였다고. 너무 허망하고, 무서워요. 나는.”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예요. 어떡하나 이제 결혼한 지 한 달 된 사람을...”



사고의 충격으로 30미터 쯤 앞으로 밀려나간 현금수송차량.



운전석에 있던 남성은 목숨을 건졌지만, 38살 박모 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황동현(구급대원/부평소방서) : “사고자는 3차선 도로 갓길에 3차선과 인도 쪽 사이에 쓰러져 있던 걸 발견하고 호흡, 맥박을 확인해 보니까 심정지가 이미 발생된 상태였어요.”



사고를 낸 55살의 한모 씨는 큰 부상을 입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0000인가? 차도 좋던데, (여성운전자가) 이러고 있는데 의식이 없는 줄 알았더니 나중에 응급차가 와서 싣고 가더라고요.”



경찰은 한 여인이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 이른바 ‘김여사’가 저지른 교통사고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4월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등교하던 여학생을 치고도 후진도 하지 못하고 놀라 비명만 지르던 ‘운동장 김여사’가 있었죠?



당시 인터넷에서는 이 여성운전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미숙한 운전 실력의 대명사가 된 ‘김여사’를 비꼬는 사진과 영상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횡당보도를 가로질러 서 있거나, 당당하게 역주행하는 건 약과. 논 한 가운데를 관통한 차량까지 있고요.



지하도 안에 아예 차량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가 하면, 골목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꽉 끼어있는 차량까지 실제인가 싶을 정도의 사진들도 많습니다.



이런 웃지못할 도로 위 광경은 운전자가 실제 여성으로 확인된 바가 있는지 없는지도 상관없이 모두 ‘김여사’가 끼친 민폐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남성 운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녹취> 시민(음성변조) : “방어운전을 못하지 여자는. 앞만 보고 가니까. 이거 (가속페달이나) 밟을 줄 알지. (그러다) 사고가 나는 거예요. 그냥 한번 들이박는 거예요.”

<녹취> 시민(음성변조) : “(여성운전자들) 무진장 신경 쓰이죠. 내 차 박을까봐 무섭기도 하고. 운전도 못하고. 차선 변경도 제대로 못하고, 안전거리 유지도 못하고요.”



여성운전자들은 운전이 서투르다는 선입견들, 여성운전자들로서는 듣기 좋을 리 없습니다.



<녹취> 여성운전자(음성변조) : “여자는 진짜 (운전하고) 나가면 욕 많이 먹어요. 안 그래요? 다 욕 먹지. 집안 뭐 살림이나 해야지 그렇게 나온다고요.”



<녹취> 홍성희(음성변조) : “‘김여사’는 조금밖에 없을 거예요. 다른 많은 여성 운전자는 (운전) 잘하고 다닐 거예요. (기분이) 안 좋죠. 남자도 ‘김사장’이 있을텐데, 한 사람이 (사고를 내면) ‘아유 김여사다’ 하면서 우르르 몰려서 ‘김여사 또 나타났네.’ 이러면서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지난 해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2만천7백여 건.



이 가운데 여성운전자들이 낸 사고는 3만 6천 9백여 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6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여성은 운전을 못한다는 선입견이 사고의 정황보다는 어떤 성별의 사람이 사고를 냈는지에 관심을 쏟도록 만들고 있는 셈인데요.



문제는 ‘김여사’라는 딱지가 또 다시 여성운전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며 상황은 악순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취> 김정한(본부장/한국교통안전협회) : “남자나 여자나 똑같아요. 여성운전자가 소심하게 운전하니까 그에 따라 타운전자들한테 따가운 시선을 받다보니 보여지는 관점에서 여성이 많이 부각되는 거지 남성 운전자들도 나이가 들면 똑같은 행위를 하거든요.”



남성위주의 운전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많은 ‘김여사’ 논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떠나 가장 중요한건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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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끔찍한 사고…“‘김 여사’ 탓이라고?”
    • 입력 2012-06-21 08:59:30
    • 수정2012-06-21 09: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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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혹시 ’김여사’라고 들어보셨나요?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비하해 가리키는 말인데요.

요즘 이 ’김여사 동영상’이란 게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성 운전자가 낸 사고 모습, 운전이 미숙해 벌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 이런 것들만 골라 공개하는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랑 기자, 왜 유독 여성운전자만 이렇게 도마에 오르는 걸까요?

이것도 편견이 상당히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기자 멘트>

네 실제 따지고 보면 편견이라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지난해 일어난 총 교통사고 가운데 여성 운전자가 낸 사고는 16퍼센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성운전자들은 운전이 미숙하다, 운전에 방해된다, 이런 심각한 선입견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여성 운전자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시각들,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일까요?

<리포트>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죠.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운전 연습을 도와주는 장면인데요.

<녹취> “근데요, 어머니 그 장갑은 좀 벗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운전하면요. 도로에서 표적이 되기 쉽거든요. 남자운전자들이 ‘김여사’라고 무시해요. (내가 왜 김여사야? 난 엄여산데?) 운전 실력이 미숙한 여자 운전자들을 비하해서 하는 말이 ‘김여사’라는 호칭이 있어요, 어머니.(썩을 것들. 지들은 첨부터 잘하나?)”

언제 부턴가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들을 부르는 호칭이 된 ’김여사’ ‘김여사 종결판’판으로 알려진 동영상이 며칠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바로 지난 13일 인천시 부개동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였는데요.

은행 앞에 정차해 있던 검정색 현금수송차량.

한 남성이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려는 순간, 하얀색 외제차 한 대가 그대로 앞으로 돌진하고 남성은 튕겨져 나갑니다.

<녹취> 김철환(사고목격자) : “은행에 있잖아요. 돈 넣으려는 (현금수송요원) 친구들. 두 명인데, 한 사람은 운전대 앉아있고, 한사람은 돈 실으려고 뒤에 트렁크 열고 있었어요. 브레이크 밟는 소리도 안 들렸다니까요. 스키드마크 (타이어가 미끄러진 자국)도 하나도 안 찍히고 꽝! (부딪혔어요.)”

<녹취> 오민선(사고 목격자) : “난 무슨 가스통 터지는 줄 알았더니, 금융회사 차잖아요. 이게. 그 차는 정차된 상태였는데 (튕겨져나갔으니) 그러니 얼마나 세게 박았는지......”

순식간에 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고에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됐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여성운전자가) 사람을 젊은 애, 아까운 애 죽였다고. 너무 허망하고, 무서워요. 나는.”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예요. 어떡하나 이제 결혼한 지 한 달 된 사람을...”

사고의 충격으로 30미터 쯤 앞으로 밀려나간 현금수송차량.

운전석에 있던 남성은 목숨을 건졌지만, 38살 박모 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황동현(구급대원/부평소방서) : “사고자는 3차선 도로 갓길에 3차선과 인도 쪽 사이에 쓰러져 있던 걸 발견하고 호흡, 맥박을 확인해 보니까 심정지가 이미 발생된 상태였어요.”

사고를 낸 55살의 한모 씨는 큰 부상을 입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0000인가? 차도 좋던데, (여성운전자가) 이러고 있는데 의식이 없는 줄 알았더니 나중에 응급차가 와서 싣고 가더라고요.”

경찰은 한 여인이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 이른바 ‘김여사’가 저지른 교통사고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4월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등교하던 여학생을 치고도 후진도 하지 못하고 놀라 비명만 지르던 ‘운동장 김여사’가 있었죠?

당시 인터넷에서는 이 여성운전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미숙한 운전 실력의 대명사가 된 ‘김여사’를 비꼬는 사진과 영상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횡당보도를 가로질러 서 있거나, 당당하게 역주행하는 건 약과. 논 한 가운데를 관통한 차량까지 있고요.

지하도 안에 아예 차량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가 하면, 골목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꽉 끼어있는 차량까지 실제인가 싶을 정도의 사진들도 많습니다.

이런 웃지못할 도로 위 광경은 운전자가 실제 여성으로 확인된 바가 있는지 없는지도 상관없이 모두 ‘김여사’가 끼친 민폐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남성 운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녹취> 시민(음성변조) : “방어운전을 못하지 여자는. 앞만 보고 가니까. 이거 (가속페달이나) 밟을 줄 알지. (그러다) 사고가 나는 거예요. 그냥 한번 들이박는 거예요.”
<녹취> 시민(음성변조) : “(여성운전자들) 무진장 신경 쓰이죠. 내 차 박을까봐 무섭기도 하고. 운전도 못하고. 차선 변경도 제대로 못하고, 안전거리 유지도 못하고요.”

여성운전자들은 운전이 서투르다는 선입견들, 여성운전자들로서는 듣기 좋을 리 없습니다.

<녹취> 여성운전자(음성변조) : “여자는 진짜 (운전하고) 나가면 욕 많이 먹어요. 안 그래요? 다 욕 먹지. 집안 뭐 살림이나 해야지 그렇게 나온다고요.”

<녹취> 홍성희(음성변조) : “‘김여사’는 조금밖에 없을 거예요. 다른 많은 여성 운전자는 (운전) 잘하고 다닐 거예요. (기분이) 안 좋죠. 남자도 ‘김사장’이 있을텐데, 한 사람이 (사고를 내면) ‘아유 김여사다’ 하면서 우르르 몰려서 ‘김여사 또 나타났네.’ 이러면서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지난 해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2만천7백여 건.

이 가운데 여성운전자들이 낸 사고는 3만 6천 9백여 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6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여성은 운전을 못한다는 선입견이 사고의 정황보다는 어떤 성별의 사람이 사고를 냈는지에 관심을 쏟도록 만들고 있는 셈인데요.

문제는 ‘김여사’라는 딱지가 또 다시 여성운전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며 상황은 악순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취> 김정한(본부장/한국교통안전협회) : “남자나 여자나 똑같아요. 여성운전자가 소심하게 운전하니까 그에 따라 타운전자들한테 따가운 시선을 받다보니 보여지는 관점에서 여성이 많이 부각되는 거지 남성 운전자들도 나이가 들면 똑같은 행위를 하거든요.”

남성위주의 운전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많은 ‘김여사’ 논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떠나 가장 중요한건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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