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독일이 오는 2022년부터는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는데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국민들의 핵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예,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와 국민들이 풀지 못하는 과제가 있는데, 바로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안전하게 지었다는데도 핵폐기물 저장소가 방사능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베를린 이영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흰색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프랑스 국경을 넘어 독일로 이동합니다.
11대의 컨테이너에 실린 것은 프랑스에서 재처리 시설을 거친 독일의 핵 폐기물 150톤.
독일 북부의 한 작은 마을 고어레벤 임시 저장소가 목적집니다.
하지만 운송열차가 가는 길목을 따라 반핵 시위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인터뷰> 토비스 리델(그린피스 핵전문가) : “운송되는 핵폐기물 방사능을 측정했는데 시간당 4~5 마이크로 시버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후쿠시마에서 저희가 측정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폭죽과 물대포, 고성이 오가는 등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밤,낮 없이 계속됐습니다.
수 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결국 닷새만에 핵폐기물 컨테이너는 목적지인 고어레벤의 임시 저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이렇듯 고어레벤 핵폐기물 임시저장소 길목을 막아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인터뷰> 엘케 페터슨(핵반대 운동가) : “우리는 고어레벤이 최종저장소가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대신 다른 장소를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고어레벤 주민들은 ''아세 츠바이'를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세 츠바이는 독일의 핵폐기물 최종 저장소였습니다. 고어레벤에서 남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 볼펜 뷔텔.
마을 중심부의 한 대학 부속 건물에서 인근에 있는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에 관한 시민단체 주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70년대 말까지 아세 츠바이에 저장됐던 핵 폐기물들이 현재 얼마나 위험한 상태이며 특히 저장소가 있는 땅속으로 상당량의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하게 논의됐습니다.
지하수 유입은 핵폐기물 저장용기들을 부식시켜 저장소 밖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우어줄라 클레버('핵 없는 아쎄 행동' 시민단체 대표) : “이번 설명회의 목적은 아쎄츠바이 최종저장소의 위험성을 공유하고 또 알리는데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세 츠바이 저장소에 있는 핵 폐기물을 빠른 시간안에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트만(볼펜 뷔텔 주민) : “우리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보상 조치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주를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곳에서 아무런 피해 없이 살기를 원할 뿐입니다.”
<인터뷰> 페터 디켈(주민) : “처음 아쎄츠바이가 들어설 때부터 주민들은 저항했고 동의하지도 않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했어요.“
시민 설명회가 열린 곳에서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독일 북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야트막한 언덕처럼 보이는 산들 사이로 지나쳐 올라가면 각종 시설물이 들어찬 곳이 나옵니다.
1900년대 중반까지 땅속의 소금을 캐내는 소금광산이었던 이곳이 문제의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입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방호청 대변인) : “이 곳이 최종저장소로 선정된 이유는 소금이 방사능을 차단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핵폐기물 저장시설인 만큼 신원 확인은 기본이고 출입은 엄격히 통제됩니다.
제 뒤로 보이는 철탑 아래로 수백 미터 수직갱도를 타고 내려가면 지난 60~70년대 독일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만들어진 핵폐기물들이 저장돼 있는 저장 공간들이 나옵니다.
소금광산 시절 파놓은 수십개의 터널과 100개가 넘는 채굴 공간들 가운데 지하 700미터 아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12개의 저장공간에 핵폐기물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200리터를 기본으로하는 폐기물 용기 12만 6천개 등 저준위와 중준위 방사성 폐기물들은 1967년부터 10년에 걸쳐 이 곳으로 옮겨져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누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독일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우선 핵폐기물 저장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지하공간들의 상태를 알아보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탐사 결과 지하공간들은 끊임없이 스며나오는 지하수들과 지층 압력으로 인해 심하게 변형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아네트 파를리츠(핵폐기물 저장소 탐색팀장) : "여기 지하 공간에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보실 수 있는데요, 큰 틈들이 생겼구요. 이렇게 2미터 짜리 줄자를 넣어도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횃불을 든채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핵폐기물 영구저장소의 위험성에 대한 위기 의식은 더욱 높아져 갔습니다.
지역주민과 전문가 집단 독일 정부 등은 아세 츠바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 결과 수 백미터 땅속에 묻힌 핵폐기물들을 모두 다시 꺼내기로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방호청 대변인) : "침투된 물들이 핵폐기물에 닿으면 결국 생태계의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고, 이것이 아쎄츠바이의 큰 위험성이었기 때문에 (회수가 결정됐습니다.)"
핵폐기물 저장소가 내려다 보이는 산 언덕을 찾은 전직 아세 츠바이 근로자 두라노비치씨, 지난 1987년부터 3년간 핵폐기물이 저장된 지하공간에서 지질운동 측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두라노비치씨는 현재 백혈병에 걸려 투병중입니다.
<인터뷰> 두라노비치(전 '아쎄 츠바이' 근로자) : "(저장소 내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안전한 것들만 저장됐다면서 위험이 전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2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폐쇄된 저장소 문을 조금 열어보는 것조차 너무나 위험하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독일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암 발병은 단순히 아세 츠바이 근무자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0년 아세 츠바이 인근 지역 주민들 가운데 성인 백별형 환자는 평균 발병률의 2배가 넘는 18명으로 확인됐고, 여성의 갑상선 암은 평균의 4배인 12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아이젠베르그(핵물질 반대 의사회) : "인구가 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암환자 발생통계는 매우 이례적인 것입니다. 정말 우연이라고 보기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지하 수백미터 공간에 묻힌 핵폐기물을 다시 지상으로 꺼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때문에 현재는 핵폐기물들이 묻힌 저장실까지 구멍을 뚫어 저장실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밀리미터 단위로 조금씩 진행하면서 구멍을 뚫는 작업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장실에서 밖으로 방사능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들도 설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네트 파를리츠(핵폐기물 저장고 탐색팀장) : "이 장치들은 기계적인 차단기능을 갖고 있는데, 고무 도킹 등을 통해서 완전히 밀폐되고요. 천공용 파이프들을 교체하거나 빼내는 순간에도 완전히 밀폐가 유지됩니다."
워낙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인 만큼 핵폐기물을 모두 꺼내는 데는 앞으로도 수 십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예산도 잡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 방호청 대변인) : "정확한 예산을 계산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최소한 수 십억 유로(수조원)이상이 들어갈 것은 확실합니다."
더 큰 문제는 안전하게 핵폐기물들을 꺼낸다고 해도 핵 폐기물을 영구히 보관할 장소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핵 폐기물 가운데는 안전한 수준으로 방사능이 감소하는데 최대 백만년이나 걸리는 것도 있는데다, 그 긴 시간동안 안전을 장담할 장소와 시설을 구축한다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아이젠베르그 박사(핵물질 반대 의사회) :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도대체 누가 오만하게 '여기가 백만년 동안 안전한 곳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구 저장소라는 개념 자체가 거짓말입니다."
지난 1978년 마지막 저장을 끝으로 폐쇄됐던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
하지만 최종저장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불과 30여년만에 핵 폐기물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게 됐습니다.
아세 츠바이 핵 폐기물 문제를 둘러싼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은 현재 뿐 아니라 특히 후세대에게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주민들의 단 한가지 바람입니다.
독일이 오는 2022년부터는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는데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국민들의 핵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예,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와 국민들이 풀지 못하는 과제가 있는데, 바로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안전하게 지었다는데도 핵폐기물 저장소가 방사능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베를린 이영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흰색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프랑스 국경을 넘어 독일로 이동합니다.
11대의 컨테이너에 실린 것은 프랑스에서 재처리 시설을 거친 독일의 핵 폐기물 150톤.
독일 북부의 한 작은 마을 고어레벤 임시 저장소가 목적집니다.
하지만 운송열차가 가는 길목을 따라 반핵 시위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인터뷰> 토비스 리델(그린피스 핵전문가) : “운송되는 핵폐기물 방사능을 측정했는데 시간당 4~5 마이크로 시버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후쿠시마에서 저희가 측정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폭죽과 물대포, 고성이 오가는 등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밤,낮 없이 계속됐습니다.
수 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결국 닷새만에 핵폐기물 컨테이너는 목적지인 고어레벤의 임시 저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이렇듯 고어레벤 핵폐기물 임시저장소 길목을 막아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인터뷰> 엘케 페터슨(핵반대 운동가) : “우리는 고어레벤이 최종저장소가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대신 다른 장소를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고어레벤 주민들은 ''아세 츠바이'를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세 츠바이는 독일의 핵폐기물 최종 저장소였습니다. 고어레벤에서 남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 볼펜 뷔텔.
마을 중심부의 한 대학 부속 건물에서 인근에 있는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에 관한 시민단체 주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70년대 말까지 아세 츠바이에 저장됐던 핵 폐기물들이 현재 얼마나 위험한 상태이며 특히 저장소가 있는 땅속으로 상당량의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하게 논의됐습니다.
지하수 유입은 핵폐기물 저장용기들을 부식시켜 저장소 밖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우어줄라 클레버('핵 없는 아쎄 행동' 시민단체 대표) : “이번 설명회의 목적은 아쎄츠바이 최종저장소의 위험성을 공유하고 또 알리는데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세 츠바이 저장소에 있는 핵 폐기물을 빠른 시간안에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트만(볼펜 뷔텔 주민) : “우리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보상 조치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주를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곳에서 아무런 피해 없이 살기를 원할 뿐입니다.”
<인터뷰> 페터 디켈(주민) : “처음 아쎄츠바이가 들어설 때부터 주민들은 저항했고 동의하지도 않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했어요.“
시민 설명회가 열린 곳에서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독일 북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야트막한 언덕처럼 보이는 산들 사이로 지나쳐 올라가면 각종 시설물이 들어찬 곳이 나옵니다.
1900년대 중반까지 땅속의 소금을 캐내는 소금광산이었던 이곳이 문제의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입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방호청 대변인) : “이 곳이 최종저장소로 선정된 이유는 소금이 방사능을 차단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핵폐기물 저장시설인 만큼 신원 확인은 기본이고 출입은 엄격히 통제됩니다.
제 뒤로 보이는 철탑 아래로 수백 미터 수직갱도를 타고 내려가면 지난 60~70년대 독일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만들어진 핵폐기물들이 저장돼 있는 저장 공간들이 나옵니다.
소금광산 시절 파놓은 수십개의 터널과 100개가 넘는 채굴 공간들 가운데 지하 700미터 아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12개의 저장공간에 핵폐기물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200리터를 기본으로하는 폐기물 용기 12만 6천개 등 저준위와 중준위 방사성 폐기물들은 1967년부터 10년에 걸쳐 이 곳으로 옮겨져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누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독일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우선 핵폐기물 저장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지하공간들의 상태를 알아보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탐사 결과 지하공간들은 끊임없이 스며나오는 지하수들과 지층 압력으로 인해 심하게 변형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아네트 파를리츠(핵폐기물 저장소 탐색팀장) : "여기 지하 공간에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보실 수 있는데요, 큰 틈들이 생겼구요. 이렇게 2미터 짜리 줄자를 넣어도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횃불을 든채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핵폐기물 영구저장소의 위험성에 대한 위기 의식은 더욱 높아져 갔습니다.
지역주민과 전문가 집단 독일 정부 등은 아세 츠바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 결과 수 백미터 땅속에 묻힌 핵폐기물들을 모두 다시 꺼내기로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방호청 대변인) : "침투된 물들이 핵폐기물에 닿으면 결국 생태계의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고, 이것이 아쎄츠바이의 큰 위험성이었기 때문에 (회수가 결정됐습니다.)"
핵폐기물 저장소가 내려다 보이는 산 언덕을 찾은 전직 아세 츠바이 근로자 두라노비치씨, 지난 1987년부터 3년간 핵폐기물이 저장된 지하공간에서 지질운동 측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두라노비치씨는 현재 백혈병에 걸려 투병중입니다.
<인터뷰> 두라노비치(전 '아쎄 츠바이' 근로자) : "(저장소 내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안전한 것들만 저장됐다면서 위험이 전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2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폐쇄된 저장소 문을 조금 열어보는 것조차 너무나 위험하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독일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암 발병은 단순히 아세 츠바이 근무자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0년 아세 츠바이 인근 지역 주민들 가운데 성인 백별형 환자는 평균 발병률의 2배가 넘는 18명으로 확인됐고, 여성의 갑상선 암은 평균의 4배인 12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아이젠베르그(핵물질 반대 의사회) : "인구가 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암환자 발생통계는 매우 이례적인 것입니다. 정말 우연이라고 보기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지하 수백미터 공간에 묻힌 핵폐기물을 다시 지상으로 꺼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때문에 현재는 핵폐기물들이 묻힌 저장실까지 구멍을 뚫어 저장실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밀리미터 단위로 조금씩 진행하면서 구멍을 뚫는 작업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장실에서 밖으로 방사능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들도 설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네트 파를리츠(핵폐기물 저장고 탐색팀장) : "이 장치들은 기계적인 차단기능을 갖고 있는데, 고무 도킹 등을 통해서 완전히 밀폐되고요. 천공용 파이프들을 교체하거나 빼내는 순간에도 완전히 밀폐가 유지됩니다."
워낙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인 만큼 핵폐기물을 모두 꺼내는 데는 앞으로도 수 십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예산도 잡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 방호청 대변인) : "정확한 예산을 계산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최소한 수 십억 유로(수조원)이상이 들어갈 것은 확실합니다."
더 큰 문제는 안전하게 핵폐기물들을 꺼낸다고 해도 핵 폐기물을 영구히 보관할 장소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핵 폐기물 가운데는 안전한 수준으로 방사능이 감소하는데 최대 백만년이나 걸리는 것도 있는데다, 그 긴 시간동안 안전을 장담할 장소와 시설을 구축한다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아이젠베르그 박사(핵물질 반대 의사회) :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도대체 누가 오만하게 '여기가 백만년 동안 안전한 곳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구 저장소라는 개념 자체가 거짓말입니다."
지난 1978년 마지막 저장을 끝으로 폐쇄됐던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
하지만 최종저장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불과 30여년만에 핵 폐기물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게 됐습니다.
아세 츠바이 핵 폐기물 문제를 둘러싼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은 현재 뿐 아니라 특히 후세대에게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주민들의 단 한가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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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리포트] “두려워요, 핵폐기물”
-
- 입력 2012-07-01 09:46:19
<앵커 멘트>
독일이 오는 2022년부터는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는데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국민들의 핵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예,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와 국민들이 풀지 못하는 과제가 있는데, 바로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안전하게 지었다는데도 핵폐기물 저장소가 방사능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베를린 이영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흰색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프랑스 국경을 넘어 독일로 이동합니다.
11대의 컨테이너에 실린 것은 프랑스에서 재처리 시설을 거친 독일의 핵 폐기물 150톤.
독일 북부의 한 작은 마을 고어레벤 임시 저장소가 목적집니다.
하지만 운송열차가 가는 길목을 따라 반핵 시위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인터뷰> 토비스 리델(그린피스 핵전문가) : “운송되는 핵폐기물 방사능을 측정했는데 시간당 4~5 마이크로 시버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후쿠시마에서 저희가 측정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폭죽과 물대포, 고성이 오가는 등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밤,낮 없이 계속됐습니다.
수 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결국 닷새만에 핵폐기물 컨테이너는 목적지인 고어레벤의 임시 저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이렇듯 고어레벤 핵폐기물 임시저장소 길목을 막아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인터뷰> 엘케 페터슨(핵반대 운동가) : “우리는 고어레벤이 최종저장소가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대신 다른 장소를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고어레벤 주민들은 ''아세 츠바이'를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세 츠바이는 독일의 핵폐기물 최종 저장소였습니다. 고어레벤에서 남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 볼펜 뷔텔.
마을 중심부의 한 대학 부속 건물에서 인근에 있는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에 관한 시민단체 주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70년대 말까지 아세 츠바이에 저장됐던 핵 폐기물들이 현재 얼마나 위험한 상태이며 특히 저장소가 있는 땅속으로 상당량의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하게 논의됐습니다.
지하수 유입은 핵폐기물 저장용기들을 부식시켜 저장소 밖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우어줄라 클레버('핵 없는 아쎄 행동' 시민단체 대표) : “이번 설명회의 목적은 아쎄츠바이 최종저장소의 위험성을 공유하고 또 알리는데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세 츠바이 저장소에 있는 핵 폐기물을 빠른 시간안에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트만(볼펜 뷔텔 주민) : “우리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보상 조치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주를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곳에서 아무런 피해 없이 살기를 원할 뿐입니다.”
<인터뷰> 페터 디켈(주민) : “처음 아쎄츠바이가 들어설 때부터 주민들은 저항했고 동의하지도 않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했어요.“
시민 설명회가 열린 곳에서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독일 북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야트막한 언덕처럼 보이는 산들 사이로 지나쳐 올라가면 각종 시설물이 들어찬 곳이 나옵니다.
1900년대 중반까지 땅속의 소금을 캐내는 소금광산이었던 이곳이 문제의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입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방호청 대변인) : “이 곳이 최종저장소로 선정된 이유는 소금이 방사능을 차단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핵폐기물 저장시설인 만큼 신원 확인은 기본이고 출입은 엄격히 통제됩니다.
제 뒤로 보이는 철탑 아래로 수백 미터 수직갱도를 타고 내려가면 지난 60~70년대 독일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만들어진 핵폐기물들이 저장돼 있는 저장 공간들이 나옵니다.
소금광산 시절 파놓은 수십개의 터널과 100개가 넘는 채굴 공간들 가운데 지하 700미터 아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12개의 저장공간에 핵폐기물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200리터를 기본으로하는 폐기물 용기 12만 6천개 등 저준위와 중준위 방사성 폐기물들은 1967년부터 10년에 걸쳐 이 곳으로 옮겨져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누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독일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우선 핵폐기물 저장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지하공간들의 상태를 알아보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탐사 결과 지하공간들은 끊임없이 스며나오는 지하수들과 지층 압력으로 인해 심하게 변형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아네트 파를리츠(핵폐기물 저장소 탐색팀장) : "여기 지하 공간에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보실 수 있는데요, 큰 틈들이 생겼구요. 이렇게 2미터 짜리 줄자를 넣어도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횃불을 든채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핵폐기물 영구저장소의 위험성에 대한 위기 의식은 더욱 높아져 갔습니다.
지역주민과 전문가 집단 독일 정부 등은 아세 츠바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 결과 수 백미터 땅속에 묻힌 핵폐기물들을 모두 다시 꺼내기로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방호청 대변인) : "침투된 물들이 핵폐기물에 닿으면 결국 생태계의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고, 이것이 아쎄츠바이의 큰 위험성이었기 때문에 (회수가 결정됐습니다.)"
핵폐기물 저장소가 내려다 보이는 산 언덕을 찾은 전직 아세 츠바이 근로자 두라노비치씨, 지난 1987년부터 3년간 핵폐기물이 저장된 지하공간에서 지질운동 측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두라노비치씨는 현재 백혈병에 걸려 투병중입니다.
<인터뷰> 두라노비치(전 '아쎄 츠바이' 근로자) : "(저장소 내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안전한 것들만 저장됐다면서 위험이 전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2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폐쇄된 저장소 문을 조금 열어보는 것조차 너무나 위험하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독일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암 발병은 단순히 아세 츠바이 근무자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0년 아세 츠바이 인근 지역 주민들 가운데 성인 백별형 환자는 평균 발병률의 2배가 넘는 18명으로 확인됐고, 여성의 갑상선 암은 평균의 4배인 12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아이젠베르그(핵물질 반대 의사회) : "인구가 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암환자 발생통계는 매우 이례적인 것입니다. 정말 우연이라고 보기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지하 수백미터 공간에 묻힌 핵폐기물을 다시 지상으로 꺼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때문에 현재는 핵폐기물들이 묻힌 저장실까지 구멍을 뚫어 저장실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밀리미터 단위로 조금씩 진행하면서 구멍을 뚫는 작업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장실에서 밖으로 방사능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들도 설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네트 파를리츠(핵폐기물 저장고 탐색팀장) : "이 장치들은 기계적인 차단기능을 갖고 있는데, 고무 도킹 등을 통해서 완전히 밀폐되고요. 천공용 파이프들을 교체하거나 빼내는 순간에도 완전히 밀폐가 유지됩니다."
워낙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인 만큼 핵폐기물을 모두 꺼내는 데는 앞으로도 수 십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예산도 잡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베르너 노딩(독일연방 방사능 방호청 대변인) : "정확한 예산을 계산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최소한 수 십억 유로(수조원)이상이 들어갈 것은 확실합니다."
더 큰 문제는 안전하게 핵폐기물들을 꺼낸다고 해도 핵 폐기물을 영구히 보관할 장소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핵 폐기물 가운데는 안전한 수준으로 방사능이 감소하는데 최대 백만년이나 걸리는 것도 있는데다, 그 긴 시간동안 안전을 장담할 장소와 시설을 구축한다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아이젠베르그 박사(핵물질 반대 의사회) :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도대체 누가 오만하게 '여기가 백만년 동안 안전한 곳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구 저장소라는 개념 자체가 거짓말입니다."
지난 1978년 마지막 저장을 끝으로 폐쇄됐던 핵폐기물 최종저장소 아세 츠바이.
하지만 최종저장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불과 30여년만에 핵 폐기물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게 됐습니다.
아세 츠바이 핵 폐기물 문제를 둘러싼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은 현재 뿐 아니라 특히 후세대에게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주민들의 단 한가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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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 기자 lee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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