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입력 2012.10.21 (09: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빈민을 위한 진정한 대통령’ ‘반미주의에 찌든 미치광이 독재자’ 남미의 석유대국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바로 이런 극단적 평가를 받는 주인공입니다.

예, 이 차베스 대통령이 이달 초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해 4선 연임을 하게 됐는데요, 이로써 20년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른바 ‘퍼주기 복지 혜택’을 무기로 저소득층을 공략했다는데,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해 보입니다. 박전식 특파원이 베네수엘라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통령 선거 개표가 끝난 카라카스의 밤 거리. 차베스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이들이 경적 환호를 하며 향하는 곳은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앞 광장입니다.

<인터뷰>아코스타(차베스 지지자):“아무도 차베스를 막을 수 없어요. 차베스 만세!“

대선 승리감에 젖은 수많은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발코니에 선 차베스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합니다.

<인터뷰>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저와 경쟁한 우익 지도자와 참모들이 저의 혁명적 승리에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통치해온 차베스...그는 이제 6년의 또 다른 임기를 시작하며20년 장기집권의 길을 이어갑니다.

사흘 간의 긴 대선투표 연휴가 끝난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치열한 선거전이 끝나고 카라카스는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당초 우려됐던 폭력사태등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치열했던 선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시민들은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득표율 54.8%, 4선 성공. 차베스가 이렇게 계속해서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술라이 디아스(차베스 지지자):“차베스 만세! 차베스 대통령이 집이 없는 제게 집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무상주택, 무상교육, 무상의료..인구의 40%가 넘는 극빈층을 겨냥한 이런 각종 복지 혜택 때문이라는 데 대답이 일치합니다.

<인터뷰>카를로스 세르반도(베네수엘라 관영언론사 대표):“기본적으로 차베스 대통령은 사회복지 프로그램 때문에 승리하는데요, 정부의 이런 정책이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성적표는 역대 최악입니다.

차베스 대통령이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반대표 또한 만만치 않아 과거처럼 일방적 독주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야당 후보를 26%P차로 크게 따돌렸던 지난 대선에 비해 이번엔 10%P 차로 바짝 추격당했습니다. 특히 나이 40(마흔)의 젊은 지도자 카프릴레스가 이끈 야당연합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대선 때 420만 표에 머물렀던 야당의 득표수가 이번에는 640만 표로, 지지자가 50%나 늘었습니다.

<인터뷰>에르난 루고(엘 나시오날 신문 정치부장):“야당의 강점은 대다수 젊은층들이 지지한다는 데 있습니다. 지지자도 크게 늘었고, 강력한 지도자도 생겼습니다.”

반면 차베스 정부에 대해선 치솟는 물가와 치안 불안, 무리한 국유화 정책 등 14년 장기집권의 피로감이 선거에서 그대로 분출됐습니다.

<인터뷰>루이스 마루가라(카라카스 시민):“바뀔 때가 됐습니다. 질 나쁜 정부 때문에 지난 14년 동안 희망이 없었습니다.”

반 차베스 흐름, 즉 야당 지지세 결집 현상은 선거 패배 후에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레스비아 마르티네스(차베스 반대자):“이번 대선 결과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카프릴레스가 차베스에게서 권력을 넘겨 받아야 합니다.“

오는 12월,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24곳의 주지사 선거에서 또 한번의 대격돌이 예상됩니다.

3천억 배럴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 국가 베네수엘라. 하루 평균 3백만 배럴 씩 생산되는 원유는 차베스에게 막대한 돈 권력을 갖다줬습니다.

이 돈으로 차베스는 빈곤층을 겨냥한 이른바 '21세기 사회주의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빈민촌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무상 주택 사업, 그리고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여기에 1리터에 우리돈 10원 밖에 안하는 세계에서 가장 싼 휘발유 값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나친 반미주의에 따른 '좌파동맹 유지 비용' 차베스 정부는 쿠바에 하루 11만 5천 배럴의 석유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간 30억 달러 어치가 되는 막대한 석유 자금을 쿠바와의 동맹 유지에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좌파 동맹국 니카라과도 차베스의 석유를 제공받고, 여기에 연간 5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발전 자금도 지원받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이처럼 석유자금을 퍼주다 보니 지난 2006년 60억 달러 수준이던 국영 석유사의 부채는 현재 5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인터뷰>로베르트 보토메(벤에코노미아 경제연구소장):“많은 사람들이 니카라과와 쿠바, 에콰도르 등에 가는 선물을 중단하고, 대신 국내의 다른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야당 후보의 공약이 매우 현명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한달 앞두고 차베스는 TV를 통해 중국과의 인공위성 공동발사를 생중계 했습니다. 미국을 견제하는 나라, 자신의 친구 나라인 중국의 힘을 선거전에 활용한 겁니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에게서 320억 달러의 차관을 받았지만 대신 중국에 각종 지하자원 개발권을 줘야 했습니다.

<인터뷰>죠르지오 호마노(브라질 ABC대학 교수):“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에 대한 각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중국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카라카스에는 2개의 카라카스가 있습니다. 이른바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촌이 밀집해 있는 서부, 웨스트와 깨끗한 시설들이 들어차 있는 동부, 이스트. 각각의 지지 후보에게 90%가 넘는 몰표를 몰아주고, 서로에게 수시로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계층 간 증오감은 대단합니다.

<인터뷰>베아트리스(카라카스 빈민지역 거주자):“친미주의자들과 부자들은 이 나라를 당장 떠나세요. 차베스는 가난한 사람들의 대통령입니다.”

<인터뷰>로베르트 보토메(베네수엘라 경제연구소장):“차베스는 항상 '부자들이 당신들을 강탈하고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사회적 계층 개념을 차베스가 만들어 냈어요.”

특히 차베스 정권의 불안 요인의 하나로 차베스의 건강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차베스의 암 투병 때문에 언제 갑자기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될지 차베스 지지자들 조차도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카를로스 세르반도(베네수엘라 관영언론사 대표):“베네수엘라 혁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신께서 허락하시는 동안 대통령이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후계자로 주목받는 사람은 신임 마두로 부통령. 우파와의 일전을 위해 쿠바 카스트로 정권의 신임이 두터운 그가 선택됐다는 분석입니다.

<녹취>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부통령):“우리는 수 많은 훈련을 치러왔습니다. 대통령께서 이제 우리를 살벌한 전쟁터에 보내셨습니다.“

빈민을 대변하는 대통령. 반 제국주의 이념에 찌든 미치광이 독재자. 이런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의 새로운 임기 6년이 시작됐습니다. 석유대국 베네수엘라가 이제 어디로 갈지, 지금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리포트]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 입력 2012-10-21 09:09:5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빈민을 위한 진정한 대통령’ ‘반미주의에 찌든 미치광이 독재자’ 남미의 석유대국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바로 이런 극단적 평가를 받는 주인공입니다. 예, 이 차베스 대통령이 이달 초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해 4선 연임을 하게 됐는데요, 이로써 20년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른바 ‘퍼주기 복지 혜택’을 무기로 저소득층을 공략했다는데,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해 보입니다. 박전식 특파원이 베네수엘라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통령 선거 개표가 끝난 카라카스의 밤 거리. 차베스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이들이 경적 환호를 하며 향하는 곳은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앞 광장입니다. <인터뷰>아코스타(차베스 지지자):“아무도 차베스를 막을 수 없어요. 차베스 만세!“ 대선 승리감에 젖은 수많은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발코니에 선 차베스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합니다. <인터뷰>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저와 경쟁한 우익 지도자와 참모들이 저의 혁명적 승리에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통치해온 차베스...그는 이제 6년의 또 다른 임기를 시작하며20년 장기집권의 길을 이어갑니다. 사흘 간의 긴 대선투표 연휴가 끝난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치열한 선거전이 끝나고 카라카스는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당초 우려됐던 폭력사태등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치열했던 선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시민들은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득표율 54.8%, 4선 성공. 차베스가 이렇게 계속해서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술라이 디아스(차베스 지지자):“차베스 만세! 차베스 대통령이 집이 없는 제게 집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무상주택, 무상교육, 무상의료..인구의 40%가 넘는 극빈층을 겨냥한 이런 각종 복지 혜택 때문이라는 데 대답이 일치합니다. <인터뷰>카를로스 세르반도(베네수엘라 관영언론사 대표):“기본적으로 차베스 대통령은 사회복지 프로그램 때문에 승리하는데요, 정부의 이런 정책이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성적표는 역대 최악입니다. 차베스 대통령이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반대표 또한 만만치 않아 과거처럼 일방적 독주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야당 후보를 26%P차로 크게 따돌렸던 지난 대선에 비해 이번엔 10%P 차로 바짝 추격당했습니다. 특히 나이 40(마흔)의 젊은 지도자 카프릴레스가 이끈 야당연합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대선 때 420만 표에 머물렀던 야당의 득표수가 이번에는 640만 표로, 지지자가 50%나 늘었습니다. <인터뷰>에르난 루고(엘 나시오날 신문 정치부장):“야당의 강점은 대다수 젊은층들이 지지한다는 데 있습니다. 지지자도 크게 늘었고, 강력한 지도자도 생겼습니다.” 반면 차베스 정부에 대해선 치솟는 물가와 치안 불안, 무리한 국유화 정책 등 14년 장기집권의 피로감이 선거에서 그대로 분출됐습니다. <인터뷰>루이스 마루가라(카라카스 시민):“바뀔 때가 됐습니다. 질 나쁜 정부 때문에 지난 14년 동안 희망이 없었습니다.” 반 차베스 흐름, 즉 야당 지지세 결집 현상은 선거 패배 후에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레스비아 마르티네스(차베스 반대자):“이번 대선 결과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카프릴레스가 차베스에게서 권력을 넘겨 받아야 합니다.“ 오는 12월,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24곳의 주지사 선거에서 또 한번의 대격돌이 예상됩니다. 3천억 배럴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 국가 베네수엘라. 하루 평균 3백만 배럴 씩 생산되는 원유는 차베스에게 막대한 돈 권력을 갖다줬습니다. 이 돈으로 차베스는 빈곤층을 겨냥한 이른바 '21세기 사회주의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빈민촌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무상 주택 사업, 그리고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여기에 1리터에 우리돈 10원 밖에 안하는 세계에서 가장 싼 휘발유 값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나친 반미주의에 따른 '좌파동맹 유지 비용' 차베스 정부는 쿠바에 하루 11만 5천 배럴의 석유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간 30억 달러 어치가 되는 막대한 석유 자금을 쿠바와의 동맹 유지에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좌파 동맹국 니카라과도 차베스의 석유를 제공받고, 여기에 연간 5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발전 자금도 지원받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이처럼 석유자금을 퍼주다 보니 지난 2006년 60억 달러 수준이던 국영 석유사의 부채는 현재 5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인터뷰>로베르트 보토메(벤에코노미아 경제연구소장):“많은 사람들이 니카라과와 쿠바, 에콰도르 등에 가는 선물을 중단하고, 대신 국내의 다른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야당 후보의 공약이 매우 현명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한달 앞두고 차베스는 TV를 통해 중국과의 인공위성 공동발사를 생중계 했습니다. 미국을 견제하는 나라, 자신의 친구 나라인 중국의 힘을 선거전에 활용한 겁니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에게서 320억 달러의 차관을 받았지만 대신 중국에 각종 지하자원 개발권을 줘야 했습니다. <인터뷰>죠르지오 호마노(브라질 ABC대학 교수):“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에 대한 각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중국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카라카스에는 2개의 카라카스가 있습니다. 이른바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촌이 밀집해 있는 서부, 웨스트와 깨끗한 시설들이 들어차 있는 동부, 이스트. 각각의 지지 후보에게 90%가 넘는 몰표를 몰아주고, 서로에게 수시로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계층 간 증오감은 대단합니다. <인터뷰>베아트리스(카라카스 빈민지역 거주자):“친미주의자들과 부자들은 이 나라를 당장 떠나세요. 차베스는 가난한 사람들의 대통령입니다.” <인터뷰>로베르트 보토메(베네수엘라 경제연구소장):“차베스는 항상 '부자들이 당신들을 강탈하고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사회적 계층 개념을 차베스가 만들어 냈어요.” 특히 차베스 정권의 불안 요인의 하나로 차베스의 건강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차베스의 암 투병 때문에 언제 갑자기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될지 차베스 지지자들 조차도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카를로스 세르반도(베네수엘라 관영언론사 대표):“베네수엘라 혁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신께서 허락하시는 동안 대통령이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후계자로 주목받는 사람은 신임 마두로 부통령. 우파와의 일전을 위해 쿠바 카스트로 정권의 신임이 두터운 그가 선택됐다는 분석입니다. <녹취>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부통령):“우리는 수 많은 훈련을 치러왔습니다. 대통령께서 이제 우리를 살벌한 전쟁터에 보내셨습니다.“ 빈민을 대변하는 대통령. 반 제국주의 이념에 찌든 미치광이 독재자. 이런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의 새로운 임기 6년이 시작됐습니다. 석유대국 베네수엘라가 이제 어디로 갈지, 지금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