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현관 나오다 투신 자살 女와 충돌 사망

입력 2012.10.23 (09:05) 수정 2012.10.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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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 꼭 이럴 때 쓰는 말인 거 같습니다.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던 30대 남성이 투신자살하는 사람에게 깔려 숨지고 말았습니다.

누구 하나 안타깝지 않은 생명은 없겠지만, 이 남성이 당한 사고는 특히 더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제 막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그만 사고를 당했다고요.

<기자 멘트>

취재진이 장례식장을 찾아갔을 때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는 숨진 서모 씨의 부인이었습니다.

부인은 이제 백일이 갓 지난 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요.

서씨는 사고 당일 여느 날과 다름없이 부인을 도왔습니다.

쓰레기를 버리고 차에 있는 아기 기저귀를 가져오기 위해 아파트 현관을 나섰는데요.

그러다 14층에서 떨어지는 여성과 부딪혀 변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하소연할 길도 없다고 합니다.

여성도 현장에서 숨졌기 때문인데요.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일 밤 9시경, 경북 고령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30대 주부 윤모씨가 아래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숨진 사람이 윤씨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윤씨가 떨어지던 곳에는 안타깝게도 같은 아파트에 살던 30대 남성인 서모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인근주민(음성변조) : "목욕 갔다 오니까 저기 (사람이) 엎어져 있더라고요. 계단 밑에. 남자 한 사람은 쓰레기 봉지를 여기다가 버린다고 마침 나왔는데 (여자가) 떨어져서 덮쳤나 봐요."

사건 당시, 아파트 1층 출입문 밖으로 나오던 서씨 바로 위로 떨어진 주부 윤씨.

윤씨의 머리와 어깨가 서씨의 머리에 그대로 부딪혔던 겁니다.

<녹취> 인근주민(음성변조) : "(서씨가) 마지막 계단 내려가는 순간에 푹 쓰러집니다. 머리 쪽을 맞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턱 쓰러지고 여자 분은 약간 이쪽으로 쓰러지고…. 119구급차가 왔는데 보더니 남자만 싣고 가더라고요. 여자 분은 즉사했다고 판단했겠죠."

키 160cm에 몸무게 52kg인 윤씨가 40m 높이인 14층에서 떨어졌을 때 서씨가 받았을 충격은, 20여 톤의 무게가 1m 높이에서 떨어져 짓누른 것과 비슷한 정도라고 합니다.

서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목뼈가 부러지고 두개골이 파열돼 결국 숨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어린 자녀를 둔 주부 윤씨는 친정집에서 가정불화로 이혼소송을 준비하다, 아파트 밖으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인터뷰> 장찬익(수사과장/경북 고령경찰서) : "여성분이 남편하고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친정에 내려가서 10개월 정도 생활을 하면서 자기가 처했던 상황 때문에 상당히 심적으로 불안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살을 하기 전 전 유서를 남긴 주부 윤씨.

유서는 ‘천도재를 지내 달라.’, ‘잘못한 게 많아, 나 때문에 가슴 아팠던 분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함께 숨진 서씹니다.

서씨는 4년 전 한국에 들어온 중국동포로, 얼마 전 한족인 아내와 결혼해 100일 된 아기를 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잠시 집을 나섰던 것이 서씨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장찬익(수사과장/경북 고령경찰서) : "(사건 현장) 음식물이 있었던 걸로 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또 차에 있는 기저귀를 가지러 가다가 그 집에서 잠깐 나왔을 때 일을 당한 거죠."

인근 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해, 시급으로 월 200만 원 정도의 돈을 받으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갔던 서씨.

서씨의 아내는 갑작스런 남편의 사고소식에 오열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우리 아들 어떡해…. 자기야 우리 아들…. 아빠 없이 어떻게 살아…."

서씨가 사망하기 이틀 전이 바로 아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된 날이었다는데요.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남편) 너무 착해서 (가족에게) 잘해줬어요…. 우리 아기는 아직 아빠도 모르는데 진짜 불쌍해요…. 나중에 (아이가) 아빠 찾으면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4년간의 한국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순간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서씨.

열심히 돈을 벌면 세 가족이 함께 중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항상 해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착해요. 자기가 아파도 말 안 했어요. (아내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줘 가면서 자기는 힘들어도 밤 12시까지 일하고 또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열심히 살았고 성실하게 일도 잘하고 붙임성도 있고 가는 회사마다 (서씨를) 마음에 들어 하고 좋아했어요. 안타깝습니다. 이제 나이 서른두 살밖에 안 됐는데…."

문제는 남은 가족들입니다.

서씨가 3년 단위로 계속 연장이 가능한 재외동포 비자를 획득하기 직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 아내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로 남게 된 겁니다.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아버지가 죽었으니까 어디 (호적) 올릴 데가 없는 거예요. 중국에서는 부부라고 인정을 안 해줘요. (아이) 출생신고 할 데가 없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됐으니 꽉 막혔어요. (아이) 앞길이…."

한편, 서씨 유족이 윤씨 가족에게서 보상받을 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 당사자인 윤씨가 사망한 데다 유족은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인데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던 서씨 가족에게 닥친 불행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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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23 09:05:51
    • 수정2012-10-23 09: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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