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시신 암매장하고 펜션 버젓이 영업

입력 2012.12.17 (08:38) 수정 2012.12.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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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에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아들이 붙잡혔다는 소식 전해 드렸는데요.

이 아버지가 수십억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산을 노린 게 아니었나 싶었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와 이런 아버지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들의 갈등이 오랫동안 쌓여 오다가 폭발하고 만 건데요.

김기흥 기자, 집을 나갔던 이 아들이 무려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던데, 오히려 부자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돼 버렸군요.

<기자 멘트>

아들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어릴 때부터 자주 가출을 했다고 합니다.

또 나이가 들어서도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아다녔다고 하는데요.

아들은 지난 3월 10년 만에야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예전과 다름없이 싸늘하게 대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에도 두 사람은 부딪쳤는데요.

1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인면수심의 범행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대전에서 펜션을 운영하던 예순다섯 살 김모 씨.

김 씨가 갑자기 종적을 감춘 건 지난 9월 말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추석 전에 봤어요. 그리고 지나가는 거 한 번 보고 (그 뒤로) 얘기도 못해봤어요. "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 '아버지 안 계셔요' 그래서 아버지 어디 가셨냐고 물으니 '큰 집에 가셨어요, 서울.' 큰댁에 들어갔다고..."

아들의 말대로, 이웃들은 얼마 전 아내와 사별한 김 씨가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서울로 여행을 떠난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지난 13일, 펜션 건물 바로 뒤편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석 달 전 살해돼 이곳에 암매장됐던 건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몰랐죠, 전혀. 그러니까 당황했죠. 다들 여기서 이렇게 오래 살았어도... 이렇게 큰일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

모두를 경악케 한 살인 사건.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놀랍게도 김 씨의 ‘친아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맹병렬(수사과장/대전 서부경찰서) :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들이 속속 나타나게 됐고요. 그래서 아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궁을 한 끝에 피의자가 자백을 했습니다. "

아들은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을까.

아버지 김 씨는 서울에서 건설업을 하다 13년 전 이곳에 와, 펜션을 운영해왔습니다.

김 씨가 수십억 대의 자산가로 알려진 만큼 처음엔 아들이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됐었는데요.

<인터뷰> 맹병렬(수사과장/대전 서부경찰서) : "큰 빚이 있어서 그걸 갚았다거나 아니면 도박이나 이런 걸로 수천만 원을 잃었다거나 이런 게 나오면 혹시라도 돈을 노리고 했다고 볼만한 단서가 될 수 있는데 그런데 그런 것들이 별로 없다는 얘기죠. "

범행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자주 가출을 했고, 성인이 돼서도 뚜렷한 직업 없이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지난 3월, 10년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요.

하지만 이웃들은 김 씨 가족의 이런 사연에 대해선 잘 모르는 듯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장사하려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에 가 있다가 장사하려고 왔다고 그 소리만 들었어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같은 업종 사람끼리 자기 아들 집 나갔다 들어왔다는 것을 자존심 없이 우리한테 얘기 하겠어요?"

부자간의 감정의 골은 상당히 깊었던 걸로 보입니다.

10년 만에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으며 생활해왔는데요.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무척 못마땅하게 여겼고 둘은 자주 다퉜다고 합니다.

<인터뷰> 맹병렬(수사과장/대전 서부경찰서) : "거의 뭐 자식 같이 여기지 않고 완전히 무시하는 투로 아들을 대했고요. 그러다 보니 아들도 거기에 감정이 생겨서 아버지에 대해 항상 불만 내지는 분노 이런 것을 품고 사는..."

불만이 쌓인 아들은 술만 마시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말하고 다니는 등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는데요.

<인터뷰> 맹병렬(수사과장/대전 서부경찰서) : "술 취하면 아버지 욕을 막 하고 한번은 동생한테 아버지에게 어떻게 위해를 가할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사진을 찍어 보낸 적이 있었고요. "

결국 이 말은 현실이 돼버렸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두 사람은 사소한 이유로 부딪쳤다고 하는데요.

아버지가 술에 취한 아들에게 정신을 차리라며 손찌검을 했고, 그러자 아들은 결코 해선 안 될 일을 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맹병렬(수사과장/대전 서부경찰서) : "말다툼이 좀 커지면서 피해자한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습니다. 그 순간 그동안 쌓였던 분노, 울분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순간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우발적이었다고 하기엔 이후의 아들의 행동이 너무 태연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방 앞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옮겨 펜션 건물 바로 뒤편에 암매장했는데요.

더욱 경악스러운 건 이후 석 달 동안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펜션을 운영해왔다는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소식) 듣고 진짜 당황해서... 그 착하게 생긴 사람이 그렇게 큰일을 저지를 줄 누가 알았어요. "

아들은 살해한 아버지의 계좌에서 수시로 돈을 빼내 유흥비로 탕진하기도 했습니다.

이웃과 친척들에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의심을 피해왔습니다.

<인터뷰> 맹병렬(수사과장/대전 서부경찰서) : "해외여행에 갔다고도 하고 여자들 때문에 집을 나가서 지금 안 들어오고 있다, 주식에 실패해서 어디에 지금 숨어 계신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며 통화기록을 남기는 치밀함까지 보였던 김 씨.

하지만 이 치밀함은 오히려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상현(경사/대전 서부경찰서 ) :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본인이 움직이는 동선과 똑같이 아버지 휴대전화도 움직였어요. 분명히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을 한 거죠."

끔찍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는 사실에, 유족들은 장례 절차도 밟지 못한 채 큰 충격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녹취> 장례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고인은 여기 안치돼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빈소 차리고 그건 안 하셨어요. 발인 일정은 나와 있어요. "

피의자 김 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한 경찰은 오늘 오후 현장검증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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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17 08:56:01
    • 수정2012-12-18 18: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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