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에너지 빈곤층’ 150만 가구…대책은?

입력 2012.12.24 (21:12) 수정 2012.12.2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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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일수록 겨울만큼 혹독한 계절은 없습니다.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써야 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 전국에 약 150만 가구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먼저 에너지 빈곤층의 겨울나기를 박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판자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의 한 재개발지구.

한 사람만으로도 꽉차는 집에는 변변한 난방기구 하나 놓을 자리가 없습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씻는 건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녹취> 김OO(판자촌 주민) : "춥죠 왜 안 춥겠어요? 뭐 얼어죽지 않으니까 그냥 살아 있는거지."

연탄이라도 원없이 때봤으면 좋겠는데 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왕래는 끊겼는데, 자식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연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겁니다.

<녹취> 이OO(판자촌 주민) :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건 없구요?) 우리는 없어요. 수급자들은 그런데서 해주는데 나는 아들들이 있다고 수급자가 안돼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방 옆 수돗가에는 얼음이 얼어 붙어 있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실내는 매우 춥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의지하는 것은 이것 전기장판 하나 뿐입니다.

<녹취> 이OO(쪽방촌 주민) : "새벽에 잠을 못자요 추워서. 새벽에 일어나서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게 낫지..."

설상가상으로 연탄 후원은 작년보다 30% 줄었고, 전기요금은 5% 가까이 올라 난방이 더욱 어려워 졌습니다.

27년 만에 찾아온 맹추위.

에너지 빈곤층 이웃들은 여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앵커 멘트>

이런 에너지 빈곤층 이웃들에게 정부의 지원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원방식에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게 취재기자의  지적입니다.

 박원기 기자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급 장애인으로 혼자 지내는 77살 최연화 할머니.

겨울 한 때 지원되는 월 난방비 5만 원으론 요즘 같은 혹한을 견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인터뷰> 최연화(기초생활수급자·장애2급) : "기름 한 통(200ℓ)에 29만 4천원이니까 또 (값이) 오르면 할 수 없고. 외상으로 넣고 있어요 돈이 없어 가지고."

가구마다 가스 전기 연탄 기름 등 난방 형태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현물 지원은 주로 연탄에 집중돼 있습니다.

또, 도시가스나 전기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한 빈곤층이 주로 쓰는 LP가스나 기름은 할인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지원 기관과 지원 방식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입니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할인은 각각 한전과 가스공급업체가 해주지만, 연탄은 지식경제부가, 난방은 지역난방공사가 맡는 식이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이 어렵습니다.

<인터뷰> 구인회(서울대 교수) : "다른 부처에서도 복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중앙정부차원에서 통합조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이 미약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에너지빈곤층 실태를 우선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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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진단] ‘에너지 빈곤층’ 150만 가구…대책은?
    • 입력 2012-12-24 21:12:54
    • 수정2012-12-24 22: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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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일수록 겨울만큼 혹독한 계절은 없습니다.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써야 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 전국에 약 150만 가구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먼저 에너지 빈곤층의 겨울나기를 박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판자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의 한 재개발지구. 한 사람만으로도 꽉차는 집에는 변변한 난방기구 하나 놓을 자리가 없습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씻는 건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녹취> 김OO(판자촌 주민) : "춥죠 왜 안 춥겠어요? 뭐 얼어죽지 않으니까 그냥 살아 있는거지." 연탄이라도 원없이 때봤으면 좋겠는데 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왕래는 끊겼는데, 자식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연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겁니다. <녹취> 이OO(판자촌 주민) :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건 없구요?) 우리는 없어요. 수급자들은 그런데서 해주는데 나는 아들들이 있다고 수급자가 안돼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방 옆 수돗가에는 얼음이 얼어 붙어 있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실내는 매우 춥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의지하는 것은 이것 전기장판 하나 뿐입니다. <녹취> 이OO(쪽방촌 주민) : "새벽에 잠을 못자요 추워서. 새벽에 일어나서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게 낫지..." 설상가상으로 연탄 후원은 작년보다 30% 줄었고, 전기요금은 5% 가까이 올라 난방이 더욱 어려워 졌습니다. 27년 만에 찾아온 맹추위. 에너지 빈곤층 이웃들은 여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앵커 멘트> 이런 에너지 빈곤층 이웃들에게 정부의 지원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원방식에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게 취재기자의  지적입니다.  박원기 기자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급 장애인으로 혼자 지내는 77살 최연화 할머니. 겨울 한 때 지원되는 월 난방비 5만 원으론 요즘 같은 혹한을 견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인터뷰> 최연화(기초생활수급자·장애2급) : "기름 한 통(200ℓ)에 29만 4천원이니까 또 (값이) 오르면 할 수 없고. 외상으로 넣고 있어요 돈이 없어 가지고." 가구마다 가스 전기 연탄 기름 등 난방 형태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현물 지원은 주로 연탄에 집중돼 있습니다. 또, 도시가스나 전기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한 빈곤층이 주로 쓰는 LP가스나 기름은 할인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지원 기관과 지원 방식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입니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할인은 각각 한전과 가스공급업체가 해주지만, 연탄은 지식경제부가, 난방은 지역난방공사가 맡는 식이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이 어렵습니다. <인터뷰> 구인회(서울대 교수) : "다른 부처에서도 복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중앙정부차원에서 통합조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이 미약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에너지빈곤층 실태를 우선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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