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3인조 절도단 “하루 150만 원 털어라”

입력 2013.01.09 (08:37) 수정 2013.01.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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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심 좋은 농촌 마을만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쳐 온 혐의로 3인조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평소 문단속 같은걸 모르고 살았던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병원비로 한푼 두푼 모아둔 쌈짓돈, 일하고 받은 품삯, 액수는 크지 않아도 모두 소중한 돈들이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게 이런 경운가요?

<기자 멘트>

네, 이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경남 일대의 농촌을 돌아다니며 빈집털이를 해왔는데요.

삼촌과 조카가 낀 3인조 가족 절도단은 창원의 한 모텔에 합숙하면서 하루에 150만 원 이상씩은 꼭 훔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고급 승용차를 빌린 뒤 범행 장소를 물색했는데요.

망보기와 행동책으로 역할까지 분담하며 모두 39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엉뚱하게도 빙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조용했던 농촌 마을을 뒤숭숭하게 만든 3인조 절도단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의 한 농촌마을...

지난달 초, 옷장을 정리하던 87살 강모 할머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벌벌 떨리긴 떨리고... 아이고 욕을, 욕을 하는 게, 아이고 어떤 놈들인가, 아이고 무슨 일이 생기려고 그러나 (했어요.)”

안방 장롱 안 깊숙이 숨겨두었던 강 할머니의 전 재산, 현금 6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여기 밑에 (돈을) 딱 넣어놓고, 옷을 딱 덮어놓고 (했는데,) 이걸 뒤져서 옷을 들고, 종이상자를 드니까 돈이 나와서 싹 가져가 버린 거예요.”

자식들이 고생하며 번 돈으로 챙겨준 용돈이기에 아까워 쓰지도 못했다는 강 할머니.

고령의 나이에 병원신세라도 지게 되면 자식들 부담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천 원, 이천 원... 애지중지 모아둔 쌈짓돈이었습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내가 병원비 내려고 (했어요.) 숨도 못 쉬고 하면 (병원에) 실려 가고 하는데, 돈이 무서워서 쓰나요. 5만 원짜리 석장하고, 또 30만 원짜리 봉투하고... 모아놓은 돈이 아까워서 자꾸 돈 (이야기) 이렇게 해요...”

며칠 뒤, 이웃마을에서도 비슷한 도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녹취> 도난피해자(음성변조) : “돈은 만 원 한 장 있는 그거 (훔쳐가서) 잃어버렸고, 또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동전들) 그거 잃어버렸고, 전부 다 뒤져서 (가져가) 버렸어요.”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이번에 도둑맞은 거 그거는 할아버지 넥타이핀 두 개, 동전 작년까지 모은 거 한 3, 4만 원 되는데, 이제 화장대 위에 놓아둔 거 가져가 버린 거예요.”

값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 물건이지만, 환갑 때 자식에게 받은 선물이며, 한 푼, 두 푼 모은 동전까지 싹쓸이 해 간 겁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우리 집만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저쪽 집 저기도 반지하고, 패물하고, 목걸이하고 싹 가져가 버렸다는데...”

동네 볼일을 보려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일어난 일.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곳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에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했습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 (음성변조) : “내가 이놈의 (도둑들이) 배가 고파서 ‘할머니, 내가 배가 고파서요, 돈 좀 주세요.’ 그러면, 내가 새 돈을 빌려서 주더라도 줄 텐데... 그만한 (자식) 있고, 그만한 (손자) 있는데...”

지난 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경남의 농촌지역에 신출귀몰하며 빈집을 털어온 일당...

농촌 어르신들을 벌벌 떨게 했던 이들의 꼬리가 잡힌 건, 엉뚱하게도 빙판길 ‘교통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9시쯤...

경남 창원 시내의 하천 다리 아래로 렌터카 한 대가 추락했습니다.

<녹취> 구급대원 : “차량이 추락한 사고라고 알고 있는데요, (탑승자가) 크게 다치거나 이런 건 없었어요. ((사고)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나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한 명 밖에 못 봤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앳된 얼굴의 운전자에게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합니다.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빌린 차량이니까 이 운전자가 실제로 누구냐 (물었죠.) 피의자 (이모 군은) 운전면허증도 없고요. 실제 운전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모 군)으로 부터 (절도일당의) 범행 사실을 일부 포착하고 저희들이 수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사고차량에 있던 이들은 이 군을 포함해 모두 세 명.

이들의 정체는 곧 드러났습니다.

바로 ‘3인조 빈집털이 절도범’.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조직적으로 절도를 저지른 저질렀습니다.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두목격인 (이모 군의) 외삼촌 (김 씨는) 장소를 물색하고, (망보기 담당 이 씨는) 그 절취한 물품을 귀금속 판매점에다가 판매하는 판매책이었고, (이모 군은) 실제로 빈 집에 들어가서 금품을 절취해 나오는 행동책이었습니다.”

사회 선후배 사이인 김 씨와 이씨는 범행을 쉽게 하기 위해서 미성년자인 김 씨의 조카 이군을 끌어 들였습니다.

특히, 이들은 하루에 얼마만큼은 꼭 훔치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두고 행동에 옮겼는데요,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자기들 나름대로 그 (행동)강령을 정해가지고, 1일 150만 원 이상 그걸 목표로 해서 절도행각을 한다, (목표금액을 채우기 위해) 경남 함안지역 같은 경우는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한 열군데 이상 들어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

150만원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채울 때까지 훔치고, 또 훔쳤던 건데요,

<녹취> 이00(피의자/음성변조) : “(150만 원) 그 정도 훔치면 넉넉할 게 쓸 수 (있으니까요.) 차비하고 저희 생활비하고...”

한 달 반 동안 39차례에 걸쳐 3천 5백만 원의 금품을 훔친 이들이 농촌을 노린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녹취> 이00 (피의자/음성변조) :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냥 경비 같은 (사람이) 그래도 농촌에는 없으니까요. ”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 가운데는 고령의 나이에 하루하루 일해서 번, 한 달 치 품삯을 고스란히 도둑맞은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할머니가 뭐 그물 고치는 작업이라든지, 굴 껍질 까고 해서 모아놓은 돈 60만 원인가 도난당한 거예요. 돈 좀 찾아줄 수 없느냐고, 돈 좀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하셨죠.)”

하루 150만원을 훔치자며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3인조 절도범.

가뜩이나 추운 겨울...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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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3인조 절도단 “하루 150만 원 털어라”
    • 입력 2013-01-09 08:41:50
    • 수정2013-01-09 09: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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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심 좋은 농촌 마을만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쳐 온 혐의로 3인조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평소 문단속 같은걸 모르고 살았던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병원비로 한푼 두푼 모아둔 쌈짓돈, 일하고 받은 품삯, 액수는 크지 않아도 모두 소중한 돈들이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게 이런 경운가요? <기자 멘트> 네, 이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경남 일대의 농촌을 돌아다니며 빈집털이를 해왔는데요. 삼촌과 조카가 낀 3인조 가족 절도단은 창원의 한 모텔에 합숙하면서 하루에 150만 원 이상씩은 꼭 훔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고급 승용차를 빌린 뒤 범행 장소를 물색했는데요. 망보기와 행동책으로 역할까지 분담하며 모두 39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엉뚱하게도 빙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조용했던 농촌 마을을 뒤숭숭하게 만든 3인조 절도단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의 한 농촌마을... 지난달 초, 옷장을 정리하던 87살 강모 할머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벌벌 떨리긴 떨리고... 아이고 욕을, 욕을 하는 게, 아이고 어떤 놈들인가, 아이고 무슨 일이 생기려고 그러나 (했어요.)” 안방 장롱 안 깊숙이 숨겨두었던 강 할머니의 전 재산, 현금 6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여기 밑에 (돈을) 딱 넣어놓고, 옷을 딱 덮어놓고 (했는데,) 이걸 뒤져서 옷을 들고, 종이상자를 드니까 돈이 나와서 싹 가져가 버린 거예요.” 자식들이 고생하며 번 돈으로 챙겨준 용돈이기에 아까워 쓰지도 못했다는 강 할머니. 고령의 나이에 병원신세라도 지게 되면 자식들 부담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천 원, 이천 원... 애지중지 모아둔 쌈짓돈이었습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내가 병원비 내려고 (했어요.) 숨도 못 쉬고 하면 (병원에) 실려 가고 하는데, 돈이 무서워서 쓰나요. 5만 원짜리 석장하고, 또 30만 원짜리 봉투하고... 모아놓은 돈이 아까워서 자꾸 돈 (이야기) 이렇게 해요...” 며칠 뒤, 이웃마을에서도 비슷한 도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녹취> 도난피해자(음성변조) : “돈은 만 원 한 장 있는 그거 (훔쳐가서) 잃어버렸고, 또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동전들) 그거 잃어버렸고, 전부 다 뒤져서 (가져가) 버렸어요.”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이번에 도둑맞은 거 그거는 할아버지 넥타이핀 두 개, 동전 작년까지 모은 거 한 3, 4만 원 되는데, 이제 화장대 위에 놓아둔 거 가져가 버린 거예요.” 값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 물건이지만, 환갑 때 자식에게 받은 선물이며, 한 푼, 두 푼 모은 동전까지 싹쓸이 해 간 겁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음성변조) : “우리 집만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저쪽 집 저기도 반지하고, 패물하고, 목걸이하고 싹 가져가 버렸다는데...” 동네 볼일을 보려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일어난 일.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곳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에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했습니다. <녹취> 도난 피해자 (음성변조) : “내가 이놈의 (도둑들이) 배가 고파서 ‘할머니, 내가 배가 고파서요, 돈 좀 주세요.’ 그러면, 내가 새 돈을 빌려서 주더라도 줄 텐데... 그만한 (자식) 있고, 그만한 (손자) 있는데...” 지난 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경남의 농촌지역에 신출귀몰하며 빈집을 털어온 일당... 농촌 어르신들을 벌벌 떨게 했던 이들의 꼬리가 잡힌 건, 엉뚱하게도 빙판길 ‘교통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9시쯤... 경남 창원 시내의 하천 다리 아래로 렌터카 한 대가 추락했습니다. <녹취> 구급대원 : “차량이 추락한 사고라고 알고 있는데요, (탑승자가) 크게 다치거나 이런 건 없었어요. ((사고)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나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한 명 밖에 못 봤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앳된 얼굴의 운전자에게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합니다.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빌린 차량이니까 이 운전자가 실제로 누구냐 (물었죠.) 피의자 (이모 군은) 운전면허증도 없고요. 실제 운전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모 군)으로 부터 (절도일당의) 범행 사실을 일부 포착하고 저희들이 수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사고차량에 있던 이들은 이 군을 포함해 모두 세 명. 이들의 정체는 곧 드러났습니다. 바로 ‘3인조 빈집털이 절도범’.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조직적으로 절도를 저지른 저질렀습니다.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두목격인 (이모 군의) 외삼촌 (김 씨는) 장소를 물색하고, (망보기 담당 이 씨는) 그 절취한 물품을 귀금속 판매점에다가 판매하는 판매책이었고, (이모 군은) 실제로 빈 집에 들어가서 금품을 절취해 나오는 행동책이었습니다.” 사회 선후배 사이인 김 씨와 이씨는 범행을 쉽게 하기 위해서 미성년자인 김 씨의 조카 이군을 끌어 들였습니다. 특히, 이들은 하루에 얼마만큼은 꼭 훔치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두고 행동에 옮겼는데요,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자기들 나름대로 그 (행동)강령을 정해가지고, 1일 150만 원 이상 그걸 목표로 해서 절도행각을 한다, (목표금액을 채우기 위해) 경남 함안지역 같은 경우는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한 열군데 이상 들어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 150만원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채울 때까지 훔치고, 또 훔쳤던 건데요, <녹취> 이00(피의자/음성변조) : “(150만 원) 그 정도 훔치면 넉넉할 게 쓸 수 (있으니까요.) 차비하고 저희 생활비하고...” 한 달 반 동안 39차례에 걸쳐 3천 5백만 원의 금품을 훔친 이들이 농촌을 노린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녹취> 이00 (피의자/음성변조) :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냥 경비 같은 (사람이) 그래도 농촌에는 없으니까요. ”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 가운데는 고령의 나이에 하루하루 일해서 번, 한 달 치 품삯을 고스란히 도둑맞은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녹취> 김부익(팀장/창원중부경찰서 강력5팀) : “할머니가 뭐 그물 고치는 작업이라든지, 굴 껍질 까고 해서 모아놓은 돈 60만 원인가 도난당한 거예요. 돈 좀 찾아줄 수 없느냐고, 돈 좀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하셨죠.)” 하루 150만원을 훔치자며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3인조 절도범. 가뜩이나 추운 겨울...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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