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회삿돈 47억 빼돌려 달아난 뒤 성형수술까지…
입력 2013.02.22 (08:35)
수정 2013.02.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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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회사 재무를 담당하던 30대 직원이 공금 47억 원을 빼돌려 달아났습니다.
한 달 넘게 도피와 추격이 반복됐습니다.
이 직원은 가로챈 돈으로 호화 생활을 즐기는 동시에, 붙잡히지 않으려고도 갖은 애를 썼는데요.
그 중 하나가 성형수술이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고쳤다죠?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눈과 코는 물론 이마까지 4번에 걸쳐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은 수배 전단도 성형 후의 사진을 구해 다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회삿돈 47억 원을 횡령해 달아난 뒤 성형까지 하며 완전범죄를 꿈꾼 두 얼굴의 사나이의 범죄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서울의 한 은행.
30대 남성이 거액의 돈을 인출합니다.
며칠 뒤 백화점을 돌며 쇼핑을 즐기던 이 남성!
그로부터 40여일 뒤, 이 남성은 경찰에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됐는데요.
화면 속 남성은 35살의 윤모 씨.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공금 47억 원을 횡령한 뒤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윤00(피의자/음성변조) : “회사에 정말 손해를 끼쳐 미안합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
윤 씨가 근무했던 충남 아산의 한 벤처기업.입니다.
윤 씨가 회삿돈을 들고 사라졌던 지난 40여일은 이곳 직원들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저희는 지금 많이 힘들고. 이런 사건이 터져서 몸 고생, 마음고생 너무 많이 했어요.”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믿고 같이 동료로 근무했던 사람이었는데 아니겠지, 아닐 거야, 뭐가 잘못됐을거야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지난 2011년 5월 회사의 재무담당으로 입사한 윤 씨.
탁월한 회계실력에 빈틈없는 일처리로 입사 2년 만에 두 번의 승진을 거듭하며 주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정말 맡은 바 업무 성실하게 하는 친구였어요. 입사한 이래로 계속 큰 문제도 없었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던 친구라고도 볼 수가 있어요.”
하지만 윤 씨의 속셈은 따로 있습니다.
재무팀으로 회사사정을 잘 알던 윤 씨는 회삿돈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4일, 지인 명의의 계좌와 자신의 계좌통장 5개를 미리 준비한 뒤 출근하자마자 회사 법인 계좌에 보관 중이던 돈을 윤 씨 본인 계좌로 여섯 차례에 걸쳐 나눠 보냈는데요.
7일 월요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이틀 동안 빼돌린 돈은 모두 47억 원.
회사의 자금 흐름과 규모를 꿰고 있던 윤 씨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아산경찰서 관계자 : “(1월)4일은 직원 한 명을 연가 보내고 본인은 아버님이 위독하다고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얘기를 했고 7일 날도 출근을 하는 척 하다가 아버지께서 다시 위독해져서 내려가야 된다고 해서 회사를 안심시켰습니다. ”
같은 팀 부하직원까지 미리 휴가 보낸 뒤 회사돈 빼돌리기에 성공한 윤 씨.
순식간에 수십 억대 자산가가 된 윤씨는 서울 강남 일대 은행 10개 지점을 돌며 현금 33억 6천만 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통장 명의 등을 빌려준 다른 2명의 공범과 함께 강남의 특급호텔에 머물며 쇼핑을 즐기고 외제차도 구입했습니다.
.
뒤늦게 횡령사실을 알게된 회사는 경찰에 윤 씨를 고발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윤 씨의 얼굴이 담긴 수배전단을 올리고 현상금 1억원을 내걸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다들 생각지도 못하게 뒤통수 맞은 거예요. 진짜. ”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윤 씨는 고향인 전남 신안과 가까운 광주로 내려가 은신처를 마련했는데요.
은신처로 삼은 원룸 곳곳에는 최첨단 cctv 까지 설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경계했습니다.
<브리핑>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옥상에 고성능 cctv를 설치, 외벽에 4개 내벽에 4개를 설치했습니다. ”
이 정도로는 불안했던 걸까요?
경찰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 씨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성형수술을 한 겁니다.
<인터뷰> 한재갑(경사/아산경찰서 지능팀) : “코를 많이 높였고요. 눈을 트는 수술을 했고 주름을 펴고 점을 다 뺐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수배전단까지 경찰은 다시 만들었는데요.
성형전과 후의 모습을 살펴보면 날카로워진 눈매에, 콧날까지 정말 다른 사람 같은데요.
하지만 통신 수사와 동선 추적, 범행을 도운 공범의 행적을 쫓으며 추적한 경찰은 결국 윤 씨의 은신처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이거 5만원 짜리로 바꿔놓은 거고 10만원 짜리 수 표는(그 안에.)"
하지만 인출한 현금 가운데 일부인 12억 원 정도만 원룸에 있었고 윤 씨는 또다시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윤 씨의 고향인 신안에서 첩보를 입수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농약사가 있거든요. 그런데 한 사람이 삽하고 장화하고 목장갑하고 사간 것을 봤다고 그러더라고요.”
윤 씨의 고향 마을의 야산 텃밭에 묻힌 16억 원을 발견한 경찰!
결국 윤 씨는 지난 20일 새벽 3시 쯤 고향 근처의 전남 무안에 마련한 또 다른 은신처에서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20년 형사생활을 했는데 성형수술을 하면서까지 추적을 피하긴 또 처음입니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성형수술까지 하며 완전범죄를 꿈꿨던 윤 씨.
하지만 이번 수사를 진행하면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녹취>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이력서에 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또 재무회계를 전공했고 전 기업체에서도 재무회계업무를 담당했다고 이력서에 기재를 해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4년제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또 그 당시에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
15년 전, 강도치사 혐의로 6년 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서 20대의 절반을 보냈던 윤 씨.
엘리트 직원의 화려한 이력은 모두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윤 씨가 횡령한 47억 원 가운데 현재 회수한 돈은 40억 9천만 원.
완전범죄로 또 다른 가짜 인생을 시작하려던 윤 씨에 대해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회사 재무를 담당하던 30대 직원이 공금 47억 원을 빼돌려 달아났습니다.
한 달 넘게 도피와 추격이 반복됐습니다.
이 직원은 가로챈 돈으로 호화 생활을 즐기는 동시에, 붙잡히지 않으려고도 갖은 애를 썼는데요.
그 중 하나가 성형수술이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고쳤다죠?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눈과 코는 물론 이마까지 4번에 걸쳐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은 수배 전단도 성형 후의 사진을 구해 다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회삿돈 47억 원을 횡령해 달아난 뒤 성형까지 하며 완전범죄를 꿈꾼 두 얼굴의 사나이의 범죄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서울의 한 은행.
30대 남성이 거액의 돈을 인출합니다.
며칠 뒤 백화점을 돌며 쇼핑을 즐기던 이 남성!
그로부터 40여일 뒤, 이 남성은 경찰에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됐는데요.
화면 속 남성은 35살의 윤모 씨.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공금 47억 원을 횡령한 뒤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윤00(피의자/음성변조) : “회사에 정말 손해를 끼쳐 미안합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
윤 씨가 근무했던 충남 아산의 한 벤처기업.입니다.
윤 씨가 회삿돈을 들고 사라졌던 지난 40여일은 이곳 직원들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저희는 지금 많이 힘들고. 이런 사건이 터져서 몸 고생, 마음고생 너무 많이 했어요.”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믿고 같이 동료로 근무했던 사람이었는데 아니겠지, 아닐 거야, 뭐가 잘못됐을거야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지난 2011년 5월 회사의 재무담당으로 입사한 윤 씨.
탁월한 회계실력에 빈틈없는 일처리로 입사 2년 만에 두 번의 승진을 거듭하며 주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정말 맡은 바 업무 성실하게 하는 친구였어요. 입사한 이래로 계속 큰 문제도 없었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던 친구라고도 볼 수가 있어요.”
하지만 윤 씨의 속셈은 따로 있습니다.
재무팀으로 회사사정을 잘 알던 윤 씨는 회삿돈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4일, 지인 명의의 계좌와 자신의 계좌통장 5개를 미리 준비한 뒤 출근하자마자 회사 법인 계좌에 보관 중이던 돈을 윤 씨 본인 계좌로 여섯 차례에 걸쳐 나눠 보냈는데요.
7일 월요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이틀 동안 빼돌린 돈은 모두 47억 원.
회사의 자금 흐름과 규모를 꿰고 있던 윤 씨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아산경찰서 관계자 : “(1월)4일은 직원 한 명을 연가 보내고 본인은 아버님이 위독하다고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얘기를 했고 7일 날도 출근을 하는 척 하다가 아버지께서 다시 위독해져서 내려가야 된다고 해서 회사를 안심시켰습니다. ”
같은 팀 부하직원까지 미리 휴가 보낸 뒤 회사돈 빼돌리기에 성공한 윤 씨.
순식간에 수십 억대 자산가가 된 윤씨는 서울 강남 일대 은행 10개 지점을 돌며 현금 33억 6천만 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통장 명의 등을 빌려준 다른 2명의 공범과 함께 강남의 특급호텔에 머물며 쇼핑을 즐기고 외제차도 구입했습니다.
.
뒤늦게 횡령사실을 알게된 회사는 경찰에 윤 씨를 고발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윤 씨의 얼굴이 담긴 수배전단을 올리고 현상금 1억원을 내걸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다들 생각지도 못하게 뒤통수 맞은 거예요. 진짜. ”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윤 씨는 고향인 전남 신안과 가까운 광주로 내려가 은신처를 마련했는데요.
은신처로 삼은 원룸 곳곳에는 최첨단 cctv 까지 설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경계했습니다.
<브리핑>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옥상에 고성능 cctv를 설치, 외벽에 4개 내벽에 4개를 설치했습니다. ”
이 정도로는 불안했던 걸까요?
경찰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 씨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성형수술을 한 겁니다.
<인터뷰> 한재갑(경사/아산경찰서 지능팀) : “코를 많이 높였고요. 눈을 트는 수술을 했고 주름을 펴고 점을 다 뺐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수배전단까지 경찰은 다시 만들었는데요.
성형전과 후의 모습을 살펴보면 날카로워진 눈매에, 콧날까지 정말 다른 사람 같은데요.
하지만 통신 수사와 동선 추적, 범행을 도운 공범의 행적을 쫓으며 추적한 경찰은 결국 윤 씨의 은신처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이거 5만원 짜리로 바꿔놓은 거고 10만원 짜리 수 표는(그 안에.)"
하지만 인출한 현금 가운데 일부인 12억 원 정도만 원룸에 있었고 윤 씨는 또다시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윤 씨의 고향인 신안에서 첩보를 입수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농약사가 있거든요. 그런데 한 사람이 삽하고 장화하고 목장갑하고 사간 것을 봤다고 그러더라고요.”
윤 씨의 고향 마을의 야산 텃밭에 묻힌 16억 원을 발견한 경찰!
결국 윤 씨는 지난 20일 새벽 3시 쯤 고향 근처의 전남 무안에 마련한 또 다른 은신처에서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20년 형사생활을 했는데 성형수술을 하면서까지 추적을 피하긴 또 처음입니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성형수술까지 하며 완전범죄를 꿈꿨던 윤 씨.
하지만 이번 수사를 진행하면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녹취>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이력서에 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또 재무회계를 전공했고 전 기업체에서도 재무회계업무를 담당했다고 이력서에 기재를 해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4년제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또 그 당시에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
15년 전, 강도치사 혐의로 6년 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서 20대의 절반을 보냈던 윤 씨.
엘리트 직원의 화려한 이력은 모두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윤 씨가 횡령한 47억 원 가운데 현재 회수한 돈은 40억 9천만 원.
완전범죄로 또 다른 가짜 인생을 시작하려던 윤 씨에 대해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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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2-22 08:42:32
- 수정2013-02-22 09:43:35
<앵커 멘트>
회사 재무를 담당하던 30대 직원이 공금 47억 원을 빼돌려 달아났습니다.
한 달 넘게 도피와 추격이 반복됐습니다.
이 직원은 가로챈 돈으로 호화 생활을 즐기는 동시에, 붙잡히지 않으려고도 갖은 애를 썼는데요.
그 중 하나가 성형수술이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고쳤다죠?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눈과 코는 물론 이마까지 4번에 걸쳐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은 수배 전단도 성형 후의 사진을 구해 다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회삿돈 47억 원을 횡령해 달아난 뒤 성형까지 하며 완전범죄를 꿈꾼 두 얼굴의 사나이의 범죄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서울의 한 은행.
30대 남성이 거액의 돈을 인출합니다.
며칠 뒤 백화점을 돌며 쇼핑을 즐기던 이 남성!
그로부터 40여일 뒤, 이 남성은 경찰에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됐는데요.
화면 속 남성은 35살의 윤모 씨.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공금 47억 원을 횡령한 뒤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윤00(피의자/음성변조) : “회사에 정말 손해를 끼쳐 미안합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
윤 씨가 근무했던 충남 아산의 한 벤처기업.입니다.
윤 씨가 회삿돈을 들고 사라졌던 지난 40여일은 이곳 직원들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저희는 지금 많이 힘들고. 이런 사건이 터져서 몸 고생, 마음고생 너무 많이 했어요.”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믿고 같이 동료로 근무했던 사람이었는데 아니겠지, 아닐 거야, 뭐가 잘못됐을거야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지난 2011년 5월 회사의 재무담당으로 입사한 윤 씨.
탁월한 회계실력에 빈틈없는 일처리로 입사 2년 만에 두 번의 승진을 거듭하며 주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정말 맡은 바 업무 성실하게 하는 친구였어요. 입사한 이래로 계속 큰 문제도 없었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던 친구라고도 볼 수가 있어요.”
하지만 윤 씨의 속셈은 따로 있습니다.
재무팀으로 회사사정을 잘 알던 윤 씨는 회삿돈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4일, 지인 명의의 계좌와 자신의 계좌통장 5개를 미리 준비한 뒤 출근하자마자 회사 법인 계좌에 보관 중이던 돈을 윤 씨 본인 계좌로 여섯 차례에 걸쳐 나눠 보냈는데요.
7일 월요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이틀 동안 빼돌린 돈은 모두 47억 원.
회사의 자금 흐름과 규모를 꿰고 있던 윤 씨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아산경찰서 관계자 : “(1월)4일은 직원 한 명을 연가 보내고 본인은 아버님이 위독하다고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얘기를 했고 7일 날도 출근을 하는 척 하다가 아버지께서 다시 위독해져서 내려가야 된다고 해서 회사를 안심시켰습니다. ”
같은 팀 부하직원까지 미리 휴가 보낸 뒤 회사돈 빼돌리기에 성공한 윤 씨.
순식간에 수십 억대 자산가가 된 윤씨는 서울 강남 일대 은행 10개 지점을 돌며 현금 33억 6천만 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통장 명의 등을 빌려준 다른 2명의 공범과 함께 강남의 특급호텔에 머물며 쇼핑을 즐기고 외제차도 구입했습니다.
.
뒤늦게 횡령사실을 알게된 회사는 경찰에 윤 씨를 고발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윤 씨의 얼굴이 담긴 수배전단을 올리고 현상금 1억원을 내걸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의 직장 동료(음성변조) : “다들 생각지도 못하게 뒤통수 맞은 거예요. 진짜. ”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윤 씨는 고향인 전남 신안과 가까운 광주로 내려가 은신처를 마련했는데요.
은신처로 삼은 원룸 곳곳에는 최첨단 cctv 까지 설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경계했습니다.
<브리핑>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옥상에 고성능 cctv를 설치, 외벽에 4개 내벽에 4개를 설치했습니다. ”
이 정도로는 불안했던 걸까요?
경찰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 씨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성형수술을 한 겁니다.
<인터뷰> 한재갑(경사/아산경찰서 지능팀) : “코를 많이 높였고요. 눈을 트는 수술을 했고 주름을 펴고 점을 다 뺐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수배전단까지 경찰은 다시 만들었는데요.
성형전과 후의 모습을 살펴보면 날카로워진 눈매에, 콧날까지 정말 다른 사람 같은데요.
하지만 통신 수사와 동선 추적, 범행을 도운 공범의 행적을 쫓으며 추적한 경찰은 결국 윤 씨의 은신처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이거 5만원 짜리로 바꿔놓은 거고 10만원 짜리 수 표는(그 안에.)"
하지만 인출한 현금 가운데 일부인 12억 원 정도만 원룸에 있었고 윤 씨는 또다시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윤 씨의 고향인 신안에서 첩보를 입수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농약사가 있거든요. 그런데 한 사람이 삽하고 장화하고 목장갑하고 사간 것을 봤다고 그러더라고요.”
윤 씨의 고향 마을의 야산 텃밭에 묻힌 16억 원을 발견한 경찰!
결국 윤 씨는 지난 20일 새벽 3시 쯤 고향 근처의 전남 무안에 마련한 또 다른 은신처에서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20년 형사생활을 했는데 성형수술을 하면서까지 추적을 피하긴 또 처음입니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성형수술까지 하며 완전범죄를 꿈꿨던 윤 씨.
하지만 이번 수사를 진행하면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녹취> 고욱환(경감/아산경찰서 지능팀) : “이력서에 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또 재무회계를 전공했고 전 기업체에서도 재무회계업무를 담당했다고 이력서에 기재를 해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4년제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또 그 당시에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
15년 전, 강도치사 혐의로 6년 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서 20대의 절반을 보냈던 윤 씨.
엘리트 직원의 화려한 이력은 모두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윤 씨가 횡령한 47억 원 가운데 현재 회수한 돈은 40억 9천만 원.
완전범죄로 또 다른 가짜 인생을 시작하려던 윤 씨에 대해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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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 기자 he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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