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커피 배달 갔다가 숨진 채 발견

입력 2013.03.20 (08:36) 수정 2013.03.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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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마다 성업 중이던 다방들, 이젠 다 없어지고 사실상 변형된 다방들만 남아 있습니다. 이른바 티켓다방들이죠.

네, 언제든지, 어디든지 커피를 배달해준다는 명목으로 불법 성매매 수단이 된 지가 벌써 오래됐는데요.

이 성매매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최근엔 모텔로 배달 나갔던 여직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죠?

<기자 멘트>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의 한 모텔에서 여종업원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이른바 티켓 영업을 통해 성매매를 하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티켓 다방에서 일하는 이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을 상대하게 되면서 폭행을 당하거나 금품을 빼앗기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경찰에 신고조차 못한다고 합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오후 2시쯤.

한 남성이, 모텔 방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한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5시간 후 혼자서 방을 빠져나온 남성.

천천히 걸어 나와 계단 쪽으로 사라집니다.

모텔 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터뷰> 이길영(경정/화성서부경찰서) : "(피의자가) 오산에 거주하다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그날 처음 올라온 거예요. 모텔에 투숙했다가, 모텔 안에 전화번호가 있었나봐. (다방)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전화해가지고..."

낮부터 모텔에 투숙한 이모씨.

커피배달을 온 김모씨에게 성매매를 제안합니다.

<인터뷰> 이길영(경정/화성서부경찰서) :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변태행위를 요구하니까 그 피해자가 욕을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과 손으로 가격하고 목 졸라 살해한 사건입니다."

범행 직후, 자신이 지불했던 13만원과 김씨의 카드를 챙겨 모텔을 빠져나간 이씨.

밤새 술을 마신 그가 이튿날 모습을 드러낸 곳은 뜻밖에도 경찰서였습니다.

<인터뷰> 위성전(경사/화성서부경찰서 강력2팀) : "처음에 경찰에 자수하러 왔을 때,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고, 떨리는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초조해 보였습니다."

사건직후 유유히 모텔을 빠져나갔던 이씨는 다음 날, 오전에는 무척이나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피해 여성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모텔 종업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뷰> 모텔 관계자 (음성변조) : "다방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다방 여종업원이) 연결이 안 된다고 해가지고 이상하다 싶어서 기척이 없어서 문을 따봤는데 여자 신발만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느낌이 왔죠. 아, 안에서 죽었구나."

<인터뷰> 이길영(경정/화성서부경찰서) : "피해자는 모텔 방바닥에 이렇게 하늘을 보고 누운 채로 발견된 겁니다."

피해자가 일했던 다방을 찾아가봤습니다.

문이 잠겨있었는데요.

주변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습니다.

<녹취> 인근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그 바람에 다른 집 아가씨도 다 가고 없잖아. 아가씨들 없잖아. 무서워서 다갔지."

숨진 김씨는 지난 2002년 탈북해 살다가 지난 15일부터 다방에서 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만큼 그녀의 빈소는 쓸쓸했습니다.

<인터뷰> 김OO 피해 여성 동생 (음성 변조) : "누나가 한국 와가지고 참 꿈이 많았어요. 간병인 자격증 따서 간병인도 했었고 간호사도 가서 보조했었고, 디자이너 자격증도 따고 꿈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고된 생활은 계속됐습니다.

바로 중국에 두고 온 가족들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OO 피해 여성 동생 (음성 변조) : "(본인은) 남한에 있지만 중국에 가족이(자식) 있잖아요. 그쪽에 돈을 좀 보내려니까 팍팍했죠."

흔히 술집 여종업원들이 성매매를 나갈 때는, 업소 직원들이 모텔로 안내를 하지만 다방 여종업원들의 경우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녹취> 인근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커피를 배달을 갔는데 뭐 강제로 이제 성관계를 요구한다던가, 으레 (손님이) 그러려니 하고..."

좁은 모텔 방안에서 낯선 남성으로부터 자기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녹취> 인근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화성에서 (사건) 났다고 애들 무서워서 또 덜덜 떨면서 일 못한다는 애들도 있지. 다 가는 거지... 모텔 안 가려고 하지. 다들 무서워해요. 정말 사회가 무서워. 돈 벌자고 목숨 팔고... 그것이 죽는 심정이 얼마나 아팠겠어요."

'목숨을 판다'는 이 여성의 말처럼, 이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 사실이었는데요.

금품갈취나 폭행은 물론 이번처럼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피해를 입어도 경찰에 신고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녹취>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뭐 맞아도 신고할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되겠어요? 막말로 이것(성매매)도 불법인데... 쉽게 신고는 못하지. 나까지 같이 처벌되는 거 감수할거면 신고할 수 있겠지."

<인터뷰> 이소아(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 :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법적으로) 처벌이 되기 때문에 여성이 신고를 할 수가 없고, (범죄에) 취약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 거죠"

제2의 인생을 꿈꾸며 탈북을 감행한 김씨.

하지만, 9년 만에 비극으로 막을 내려야 했습니다.

김씨가 숨진 지 3일째...

불법 성매매의 그늘 속에서 이들은 오늘도 여전히 강력범죄의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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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20 08:37:14
    • 수정2013-03-20 08: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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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마다 성업 중이던 다방들, 이젠 다 없어지고 사실상 변형된 다방들만 남아 있습니다. 이른바 티켓다방들이죠. 네, 언제든지, 어디든지 커피를 배달해준다는 명목으로 불법 성매매 수단이 된 지가 벌써 오래됐는데요. 이 성매매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최근엔 모텔로 배달 나갔던 여직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죠? <기자 멘트>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의 한 모텔에서 여종업원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이른바 티켓 영업을 통해 성매매를 하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티켓 다방에서 일하는 이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을 상대하게 되면서 폭행을 당하거나 금품을 빼앗기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경찰에 신고조차 못한다고 합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오후 2시쯤. 한 남성이, 모텔 방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한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5시간 후 혼자서 방을 빠져나온 남성. 천천히 걸어 나와 계단 쪽으로 사라집니다. 모텔 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터뷰> 이길영(경정/화성서부경찰서) : "(피의자가) 오산에 거주하다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그날 처음 올라온 거예요. 모텔에 투숙했다가, 모텔 안에 전화번호가 있었나봐. (다방)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전화해가지고..." 낮부터 모텔에 투숙한 이모씨. 커피배달을 온 김모씨에게 성매매를 제안합니다. <인터뷰> 이길영(경정/화성서부경찰서) :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변태행위를 요구하니까 그 피해자가 욕을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과 손으로 가격하고 목 졸라 살해한 사건입니다." 범행 직후, 자신이 지불했던 13만원과 김씨의 카드를 챙겨 모텔을 빠져나간 이씨. 밤새 술을 마신 그가 이튿날 모습을 드러낸 곳은 뜻밖에도 경찰서였습니다. <인터뷰> 위성전(경사/화성서부경찰서 강력2팀) : "처음에 경찰에 자수하러 왔을 때,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고, 떨리는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초조해 보였습니다." 사건직후 유유히 모텔을 빠져나갔던 이씨는 다음 날, 오전에는 무척이나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피해 여성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모텔 종업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뷰> 모텔 관계자 (음성변조) : "다방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다방 여종업원이) 연결이 안 된다고 해가지고 이상하다 싶어서 기척이 없어서 문을 따봤는데 여자 신발만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느낌이 왔죠. 아, 안에서 죽었구나." <인터뷰> 이길영(경정/화성서부경찰서) : "피해자는 모텔 방바닥에 이렇게 하늘을 보고 누운 채로 발견된 겁니다." 피해자가 일했던 다방을 찾아가봤습니다. 문이 잠겨있었는데요. 주변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습니다. <녹취> 인근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그 바람에 다른 집 아가씨도 다 가고 없잖아. 아가씨들 없잖아. 무서워서 다갔지." 숨진 김씨는 지난 2002년 탈북해 살다가 지난 15일부터 다방에서 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만큼 그녀의 빈소는 쓸쓸했습니다. <인터뷰> 김OO 피해 여성 동생 (음성 변조) : "누나가 한국 와가지고 참 꿈이 많았어요. 간병인 자격증 따서 간병인도 했었고 간호사도 가서 보조했었고, 디자이너 자격증도 따고 꿈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고된 생활은 계속됐습니다. 바로 중국에 두고 온 가족들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OO 피해 여성 동생 (음성 변조) : "(본인은) 남한에 있지만 중국에 가족이(자식) 있잖아요. 그쪽에 돈을 좀 보내려니까 팍팍했죠." 흔히 술집 여종업원들이 성매매를 나갈 때는, 업소 직원들이 모텔로 안내를 하지만 다방 여종업원들의 경우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녹취> 인근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커피를 배달을 갔는데 뭐 강제로 이제 성관계를 요구한다던가, 으레 (손님이) 그러려니 하고..." 좁은 모텔 방안에서 낯선 남성으로부터 자기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녹취> 인근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화성에서 (사건) 났다고 애들 무서워서 또 덜덜 떨면서 일 못한다는 애들도 있지. 다 가는 거지... 모텔 안 가려고 하지. 다들 무서워해요. 정말 사회가 무서워. 돈 벌자고 목숨 팔고... 그것이 죽는 심정이 얼마나 아팠겠어요." '목숨을 판다'는 이 여성의 말처럼, 이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 사실이었는데요. 금품갈취나 폭행은 물론 이번처럼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피해를 입어도 경찰에 신고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녹취> 다방 여종업원 (음성변조) : "뭐 맞아도 신고할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되겠어요? 막말로 이것(성매매)도 불법인데... 쉽게 신고는 못하지. 나까지 같이 처벌되는 거 감수할거면 신고할 수 있겠지." <인터뷰> 이소아(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 :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법적으로) 처벌이 되기 때문에 여성이 신고를 할 수가 없고, (범죄에) 취약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 거죠" 제2의 인생을 꿈꾸며 탈북을 감행한 김씨. 하지만, 9년 만에 비극으로 막을 내려야 했습니다. 김씨가 숨진 지 3일째... 불법 성매매의 그늘 속에서 이들은 오늘도 여전히 강력범죄의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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