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일본 기업, 컴퓨터와 거리두기 ‘IT 단식’

입력 2013.03.31 (07:49) 수정 2013.03.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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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스마트폰을 잊고 안 가지고 나온 날 좀 불안하셨던 경험 있으셨죠?
좀이 아니라 많이 불안했죠! 아예 집에 갔다 온 적도 많구요.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이나 컴퓨터, 인터넷 같은 디지털 중독에 빠진 건 우리나라 뿐 만 아닌 모양입니다.
학계에서는 IT 기기에 빠지면 창조력이 줄고 업무 능률 또한 크게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발 빠른 일본 기업들은 벌써 컴퓨터와 거리 두기에 나섰답니다.

도쿄에서 권혁주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또 자녀 학대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학대가 계속되지 않도록 엄마를 도울 방법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

지난해 10월 NHK 9시뉴스는 10개월 난 아기가 어머니에게 맞아 숨진 사건을 머릿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24살 엄마 이와이씨는 아기가 귀찮았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 에는 아기가 밖에 나가면 좋아하지만 집안에서는 짜증낸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아기 돌보기보다 컴퓨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던 엄마는 아기가 숨진 뒤 허전한 마음도 페이스북에 남길 정도였습니다. 극단적인 사건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도 이 엄마처럼 하루 수 시간을 컴퓨터와 연결해야만 하는 중독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카페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혼자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스마트폰에 열중합니다. 직장인 마츠다씨도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습니다. 여럿과 동시에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인터뷰>마츠다(직장인):“오전인데 10명정도 연결했습니다. 페이스북도 포함하면 15명정도 ...”

거리에서도 스마트폰 보기는 계속됩니다. 하루 4,5 시간은 보통이고 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봐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뷰>마츠다:“(자기 전에)심할 때는 2시간 정도 하죠 잠을 잘수 없어서 불면이 됐고 두통이 심해져서 약을 먹기도 합니다.”

요시후쿠씨처럼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입니다. 현재 치료 받고 있는 환자는 100여명, 상담을 통해 스스로 인터넷 접촉 시간을 줄이고 제한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인터뷰>스미오카(정신과 전문의):“개인적으로 하루 2시간 정도만 사용하면, 우선 치료가 잘 되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 학계는 이러한 컴퓨터 의존증 환자가 일본에만 27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컴퓨터에 빠지는 것일까요?

게임중독을 연구해온 뇌 과학자 시노하라 교수는 사람이 컴퓨터를 통해 다른 세계와 연결될 때 뇌가 쾌감을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글에 대한 반응, 기대는 게임 못지않게 도파민이 분비되고 계속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시노하라(스와도쿄이과대학 교수):“도파민은 쾌감이랄까 좋은 것,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활동이 늘어나 분비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잠깐 PC에 접속할까 스마트폰에 들어갈까 좀 써볼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도파민 활동이 생각 이상으로 확 늘어납니다.”

그러나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사고력이 결핍되고, 일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시노하라:“뇌의 이 부분이 새로운 일을 생각하거나 연구하는 부분입니다만 여기가 인터넷이나 SNS라든가에 지배 되는 상태가 되니까 생각할 여지가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상력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츠비시, JAL 등 대기업의 사내 업무나 그룹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IT 전문회사지만 사내에서 컴퓨터 사용을 극도로 자제시키고 있습니다. 기획회의에 나눠 줄 자료도 팀장 우메하라씨는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립니다.

"휴대폰, 노트북은 갖고 오지 못합니다. 회의 집중이 필요해 서요."

회의는 손으로 엉성하게 그린 그림을 보며 진행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열심히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며 진행되는 일반 기업들의 회의와는 달리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사토(기획부 직원):“의견이 쏟아지지요, 저 앞쪽만 쳐다보며 회의할 때 보다 훨씬 더 회의에 집중하고, 참가하고 있다는 의식이 높아진다고 생각 합니다.”

사원들은 컴퓨터로 파워 포인트를 만들 시간에 각자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적는 이같은 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우메하라(기획부 팀장):“보이기위해서 잘 정리할 필요가 없고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훨씬 창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원들의 아이디어 노트를 직접 들여다보며 의견을 나누는 이 회사 사장 야마모토씨,
4년 전 말로 아이폰을 움직이는 애플사의 신기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야마모토(드림아츠 사장):“십년 뒤 아키아바라에 안드로이드 로봇 여자를 데리고 와 데이트하는 사람들이 생기 겠구나 컴퓨터와 현실의 경계가 없어져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야마모토씨는 또 젊은 사원들이 컴퓨터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갖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디어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인터뷰>“IT는 편리하고 훌륭하지만 억제하고 줄이지 않으면 생활이나 사고까지 망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급기야 "IT 단식"이란 책까지 써 옆 사람에게 문자나 메일로 얘기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 소리를 내 대화하고 만나라고 주문합니다. 컴퓨터,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고 외칩니다.
각종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격리에 나섰습니다. 개인 책상에서 컴퓨터를 치워버렸고 사원들은 꼭 필요 할 때만 사무실 중앙에 놓인 공동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또 사용 시간을 45분이 넘지 않도록 제한했습니다.

<인터뷰>호소가와(구매부 직원):“30분 정도만 사용 하고 있습니다. 그 뒤 책상에 돌아와 일을 하니까 정리정돈이 잘 됩니다.”

영업사원뿐 아니라 아이템 개발 부서원들도 먼저 함께 실험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며 의견을 모으고 나서야 공동 컴퓨터로 가 설계 도면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인터뷰>하라(가전개발부 매니저):“컴퓨터를 사용할 땐 아이디어가 잘 모아지지 않았어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아이디어 수도 질도 높아졌고 좋은 제품 생산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회사는 3년전 40%대를 넘지 못했던 신상품 비율이 컴퓨터를 멀리하면서 최근 60%대까지 늘어났다고 자랑합니다.

<인터뷰>오야마(아이리스회장):“컴퓨터를 사용해서 일을 할 때는 거의 뇌(전두엽)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지요. 지난 3년 이내에 개발된 상품이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정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 IT 기기, 자신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진 않은지 한 번 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왜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탁기처럼, 청소기처럼 필요한 정보만 얻고 곧바로 끄는 것도 부작용을 막는 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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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리포트] 일본 기업, 컴퓨터와 거리두기 ‘IT 단식’
    • 입력 2013-03-31 07:49:03
    • 수정2013-03-31 10:50: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스마트폰을 잊고 안 가지고 나온 날 좀 불안하셨던 경험 있으셨죠?
좀이 아니라 많이 불안했죠! 아예 집에 갔다 온 적도 많구요.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이나 컴퓨터, 인터넷 같은 디지털 중독에 빠진 건 우리나라 뿐 만 아닌 모양입니다.
학계에서는 IT 기기에 빠지면 창조력이 줄고 업무 능률 또한 크게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발 빠른 일본 기업들은 벌써 컴퓨터와 거리 두기에 나섰답니다.

도쿄에서 권혁주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또 자녀 학대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학대가 계속되지 않도록 엄마를 도울 방법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

지난해 10월 NHK 9시뉴스는 10개월 난 아기가 어머니에게 맞아 숨진 사건을 머릿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24살 엄마 이와이씨는 아기가 귀찮았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 에는 아기가 밖에 나가면 좋아하지만 집안에서는 짜증낸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아기 돌보기보다 컴퓨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던 엄마는 아기가 숨진 뒤 허전한 마음도 페이스북에 남길 정도였습니다. 극단적인 사건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도 이 엄마처럼 하루 수 시간을 컴퓨터와 연결해야만 하는 중독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카페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혼자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스마트폰에 열중합니다. 직장인 마츠다씨도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습니다. 여럿과 동시에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인터뷰>마츠다(직장인):“오전인데 10명정도 연결했습니다. 페이스북도 포함하면 15명정도 ...”

거리에서도 스마트폰 보기는 계속됩니다. 하루 4,5 시간은 보통이고 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봐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뷰>마츠다:“(자기 전에)심할 때는 2시간 정도 하죠 잠을 잘수 없어서 불면이 됐고 두통이 심해져서 약을 먹기도 합니다.”

요시후쿠씨처럼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입니다. 현재 치료 받고 있는 환자는 100여명, 상담을 통해 스스로 인터넷 접촉 시간을 줄이고 제한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인터뷰>스미오카(정신과 전문의):“개인적으로 하루 2시간 정도만 사용하면, 우선 치료가 잘 되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 학계는 이러한 컴퓨터 의존증 환자가 일본에만 27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컴퓨터에 빠지는 것일까요?

게임중독을 연구해온 뇌 과학자 시노하라 교수는 사람이 컴퓨터를 통해 다른 세계와 연결될 때 뇌가 쾌감을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글에 대한 반응, 기대는 게임 못지않게 도파민이 분비되고 계속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시노하라(스와도쿄이과대학 교수):“도파민은 쾌감이랄까 좋은 것,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활동이 늘어나 분비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잠깐 PC에 접속할까 스마트폰에 들어갈까 좀 써볼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도파민 활동이 생각 이상으로 확 늘어납니다.”

그러나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사고력이 결핍되고, 일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시노하라:“뇌의 이 부분이 새로운 일을 생각하거나 연구하는 부분입니다만 여기가 인터넷이나 SNS라든가에 지배 되는 상태가 되니까 생각할 여지가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상력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츠비시, JAL 등 대기업의 사내 업무나 그룹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IT 전문회사지만 사내에서 컴퓨터 사용을 극도로 자제시키고 있습니다. 기획회의에 나눠 줄 자료도 팀장 우메하라씨는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립니다.

"휴대폰, 노트북은 갖고 오지 못합니다. 회의 집중이 필요해 서요."

회의는 손으로 엉성하게 그린 그림을 보며 진행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열심히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며 진행되는 일반 기업들의 회의와는 달리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사토(기획부 직원):“의견이 쏟아지지요, 저 앞쪽만 쳐다보며 회의할 때 보다 훨씬 더 회의에 집중하고, 참가하고 있다는 의식이 높아진다고 생각 합니다.”

사원들은 컴퓨터로 파워 포인트를 만들 시간에 각자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적는 이같은 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우메하라(기획부 팀장):“보이기위해서 잘 정리할 필요가 없고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훨씬 창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원들의 아이디어 노트를 직접 들여다보며 의견을 나누는 이 회사 사장 야마모토씨,
4년 전 말로 아이폰을 움직이는 애플사의 신기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야마모토(드림아츠 사장):“십년 뒤 아키아바라에 안드로이드 로봇 여자를 데리고 와 데이트하는 사람들이 생기 겠구나 컴퓨터와 현실의 경계가 없어져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야마모토씨는 또 젊은 사원들이 컴퓨터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갖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디어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인터뷰>“IT는 편리하고 훌륭하지만 억제하고 줄이지 않으면 생활이나 사고까지 망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급기야 "IT 단식"이란 책까지 써 옆 사람에게 문자나 메일로 얘기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 소리를 내 대화하고 만나라고 주문합니다. 컴퓨터,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고 외칩니다.
각종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격리에 나섰습니다. 개인 책상에서 컴퓨터를 치워버렸고 사원들은 꼭 필요 할 때만 사무실 중앙에 놓인 공동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또 사용 시간을 45분이 넘지 않도록 제한했습니다.

<인터뷰>호소가와(구매부 직원):“30분 정도만 사용 하고 있습니다. 그 뒤 책상에 돌아와 일을 하니까 정리정돈이 잘 됩니다.”

영업사원뿐 아니라 아이템 개발 부서원들도 먼저 함께 실험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며 의견을 모으고 나서야 공동 컴퓨터로 가 설계 도면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인터뷰>하라(가전개발부 매니저):“컴퓨터를 사용할 땐 아이디어가 잘 모아지지 않았어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아이디어 수도 질도 높아졌고 좋은 제품 생산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회사는 3년전 40%대를 넘지 못했던 신상품 비율이 컴퓨터를 멀리하면서 최근 60%대까지 늘어났다고 자랑합니다.

<인터뷰>오야마(아이리스회장):“컴퓨터를 사용해서 일을 할 때는 거의 뇌(전두엽)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지요. 지난 3년 이내에 개발된 상품이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정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 IT 기기, 자신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진 않은지 한 번 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왜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탁기처럼, 청소기처럼 필요한 정보만 얻고 곧바로 끄는 것도 부작용을 막는 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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