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뒤바뀐 생사…내 딸은 누구?

입력 2013.04.18 (08:34) 수정 2013.04.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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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대 소녀 두 명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한 명은 중상을 입고 나머지 한 명은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는데요.

그런데 정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사망한 딸의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까지 했는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이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김기흥 기자, 경찰과 함께 양측 부모가 딸의 얼굴까지 확인했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기자 멘트>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모가 직접 확인까지 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만큼 저도 처음엔 좀처럼 믿기지 않았는데요.

담당 경찰관은 피해자들이 워낙 큰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을 많이 다친데다, 갑작스런 딸의 사고 소식에 부모들도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는데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럼 경찰은 뭘 했느냐, 이런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딸의 장례식까지 치른 부모, 그리고 남의 딸을 자기 딸로 알고 지극정성으로 돌보다가 하루아침에 유골로 돌아온 딸을 맞이한 부모, 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납골당입니다.

어제 이곳에는 중년의 남녀가 찾아왔습니다.

20일 정도 이곳에 안치돼 있던 10대 소녀의 유골을 다시 꺼내 가져갔는데요.

<녹취> 납골당 관계자(음성변조) : “서류 정리가 안됐기 때문에 (이름을) 바꿀 수는 없고요, 유골은 가져가셨어요.”

<녹취> 김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그 봉안을 꺼내는데 너무 진짜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안 양 아버님이) 막 우셨죠. 저도 막 울었어요. (우리 딸) 00이 이름 적혀있고 현실로 그걸 보니까...”

채 한 달도 안 된 소녀의 유골.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이곳에 편히 잠들지 못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지난달 24일 새벽 자유로를 질주하던 승용차가 방음벽을 들이박고 멈춰섰습니다.

이 사고로 30대 운전자가 치료를 받다 숨졌고, 10대로 보이는 두 명의 소녀들도 생사가 갈렸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

미성년자인 만큼 지문등록도 돼 있지 않았습니다.

신분증도 없고, 소지품이라고는 잠금장치가 걸려있는 휴대전화 뿐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 두 시간쯤 뒤, 이들 중 한 부모가 딸에게 전화를 걸어오면서 이들의 신원이 밝혀졌는데요.

<녹취> 故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김 양) 00라는 아이가 금요일 (3월 22일) 놀러 와서 하루 같이 잤어요. (다음날) 버스 타는 데까지 바래다주고 오겠다고 그러고 나간 거예요. (늦어서 전화했더니) 여기 고양경찰서인데, 그때 시간이 새벽 3시인데, 좀 오셔야겠다고 (했어요.)”

사고를 당한 10대 소녀들은 14살 안모 양과 17살 김모 양이었습니다.

친구와 선배들을 통해 서로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요.

그런데 누가, 누군지는 불확실한 상황.

경찰은 친부모에게 신원확인을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녹취> 이종진(경감/고양경찰서 교통조사계) : “(안 양 어머니가) 병원 응급실에 있는 부상자를 보고, 자기 딸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1인실에 있는 망자에 대해서는 자기 딸이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오신 (김 양) 어머니도 영안실에 가서 자기 딸이 맞는지 입고 있던 옷이 맞는지 그런 부분까지 확인을 했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17살 김 양이 숨지고, 14살 안 양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교통사고를 마무리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딸을 먼저 보낸 김 양의 부모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딸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녹취> 김 양 어머니(음성변조) : “(딸이) 죽었다고 하니까 계속 눈물만 나고 슬프고, 불쌍하고, 얼굴을 봤는데도 그걸 자세히 보냐고요. 자식이 죽었다는데 끌어안고 울기나 하죠. 그러고 장례를 치른 거죠.”

그런데 그 후 보름쯤 지나 안 양의 부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 양의 신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는데요.

<녹취> 김 양 어머니(음성변조) : “우리 딸 최근에 찍은 사진을 좀 올려달라고 (했어요.) 물어보는 거예요. (딸이) 귀를 뚫었느냐, 이런 얘기하고, 여기 (오른쪽 뺨에) 점이 있나, 그래서 우리 딸도 여기 점이 있고, 우리 딸은 귀를 안 뚫었다 (하니까) 키가 몇이냐 (물었어요.)”

혹시 사고 당시 상황이라도 알 수 있을까 싶어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는데요.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딸이, 버젓이 살아있었던 겁니다.

<녹취> 김 양 어머니(음성변조) : “와보니까 생때같은 내 자식이 여기 딱 누워있으니까 기절할 노릇이죠. (딸이) 엄마 왜 이제 왔냐고 막 우는 거예요. 나도 내가 (딸을) 알아보고, 애도 (엄마를) 알아보고, (안 양 어머니가) 왜 아줌마 내 자식을 놔두고 자기 자식이라고 그러냐고 (했어요.) 그래서 내 뱃속으로 낳은 내 자식을 몰라보냐 그랬죠.”

두 눈을 의심했지만, 분명 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더 당황스러운건 안 양의 어머니였습니다.

하지만 곧 딸이 뇌를 다쳐서 누군지 헷갈린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그쪽 엄마한테도 ‘엄마’라고 해요. (뇌를 다쳐서) 정신이 없으니까 그냥 (의식이) 왔다갔다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

병원관계자들도 이 환자가 본인의 이름과 다른 이름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가 본인 이름이랑 다른 이름 두 가지를 번갈아가면서 얘기하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그 아이가 다른 친구 이름을 얘기할 때 (안 양 어머니는) ‘아니야, 너는 누구잖아.’라고 얘기해서 (환자는) ‘아, 맞아’ 이렇게 반응을 보이고 하니까... ”

사고 후 20일 동안 극진히 보살펴 온 안 양의 어머니.

한 번도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故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경찰이) 사망한 아이 확인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자식도 아닌데 그 애를 왜 확인 하냐고. 내 자식만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우리 00만 확인했었죠. 이제 많이 (부상이) 심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딸 00이가 확실한 걸로 여겼죠.”

한 명의 딸을 놓고, 양쪽 부모가 모두 자기 딸이라고 주장하게 된 상황.

믿을 건 유전자 검사뿐 이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요.

<녹취> 故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유전자가) 00이 엄마가 일치하고 나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나왔더라고요. 아이가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다고. 꽃도 피지도 못하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살아난 소녀가 안 양이 아닌, 숨진 줄 알았던 김 양으로 밝혀진 겁니다.

두 소녀의 생사가 뒤바뀐 순간이었는데요.

여기서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아무리 얼굴을 다쳤다고는 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딸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는 두 부모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감정이 이성적 생각을 막아버리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과 기억을 차단하는 이른바, ‘멘탈블록’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녹취> 양윤(교수/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멘탈블록’이 생겼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한 것인데요, 먼저 온 부모는 (딸의 죽음을 부정하는) 방어기재에 ‘내 딸은 안 죽었어’ 하고 부정을 해서 살아있는 딸을 자기 딸로 생각한 것이고, (다른 부모는) 충격에 휩싸여서 제대로 된 (얼굴확인 등) 정보처리를 못하면서 ‘내 딸은 죽었구나’ 하고 (이미) 수긍해 버리는 (겁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딸의 장례식을 치르고, 사망신고를 한 부모.

그리고 남의 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다가 하루아침에 유골로 돌아온 딸을 맞이한 부모.

생사가 뒤바뀐 두 소녀의 기막힌 운명은, 양쪽 가족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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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18 08:36:57
    • 수정2013-04-18 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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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대 소녀 두 명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한 명은 중상을 입고 나머지 한 명은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는데요.

그런데 정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사망한 딸의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까지 했는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이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김기흥 기자, 경찰과 함께 양측 부모가 딸의 얼굴까지 확인했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기자 멘트>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모가 직접 확인까지 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만큼 저도 처음엔 좀처럼 믿기지 않았는데요.

담당 경찰관은 피해자들이 워낙 큰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을 많이 다친데다, 갑작스런 딸의 사고 소식에 부모들도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는데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럼 경찰은 뭘 했느냐, 이런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딸의 장례식까지 치른 부모, 그리고 남의 딸을 자기 딸로 알고 지극정성으로 돌보다가 하루아침에 유골로 돌아온 딸을 맞이한 부모, 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납골당입니다.

어제 이곳에는 중년의 남녀가 찾아왔습니다.

20일 정도 이곳에 안치돼 있던 10대 소녀의 유골을 다시 꺼내 가져갔는데요.

<녹취> 납골당 관계자(음성변조) : “서류 정리가 안됐기 때문에 (이름을) 바꿀 수는 없고요, 유골은 가져가셨어요.”

<녹취> 김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그 봉안을 꺼내는데 너무 진짜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안 양 아버님이) 막 우셨죠. 저도 막 울었어요. (우리 딸) 00이 이름 적혀있고 현실로 그걸 보니까...”

채 한 달도 안 된 소녀의 유골.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이곳에 편히 잠들지 못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지난달 24일 새벽 자유로를 질주하던 승용차가 방음벽을 들이박고 멈춰섰습니다.

이 사고로 30대 운전자가 치료를 받다 숨졌고, 10대로 보이는 두 명의 소녀들도 생사가 갈렸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

미성년자인 만큼 지문등록도 돼 있지 않았습니다.

신분증도 없고, 소지품이라고는 잠금장치가 걸려있는 휴대전화 뿐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 두 시간쯤 뒤, 이들 중 한 부모가 딸에게 전화를 걸어오면서 이들의 신원이 밝혀졌는데요.

<녹취> 故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김 양) 00라는 아이가 금요일 (3월 22일) 놀러 와서 하루 같이 잤어요. (다음날) 버스 타는 데까지 바래다주고 오겠다고 그러고 나간 거예요. (늦어서 전화했더니) 여기 고양경찰서인데, 그때 시간이 새벽 3시인데, 좀 오셔야겠다고 (했어요.)”

사고를 당한 10대 소녀들은 14살 안모 양과 17살 김모 양이었습니다.

친구와 선배들을 통해 서로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요.

그런데 누가, 누군지는 불확실한 상황.

경찰은 친부모에게 신원확인을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녹취> 이종진(경감/고양경찰서 교통조사계) : “(안 양 어머니가) 병원 응급실에 있는 부상자를 보고, 자기 딸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1인실에 있는 망자에 대해서는 자기 딸이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오신 (김 양) 어머니도 영안실에 가서 자기 딸이 맞는지 입고 있던 옷이 맞는지 그런 부분까지 확인을 했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17살 김 양이 숨지고, 14살 안 양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교통사고를 마무리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딸을 먼저 보낸 김 양의 부모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딸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녹취> 김 양 어머니(음성변조) : “(딸이) 죽었다고 하니까 계속 눈물만 나고 슬프고, 불쌍하고, 얼굴을 봤는데도 그걸 자세히 보냐고요. 자식이 죽었다는데 끌어안고 울기나 하죠. 그러고 장례를 치른 거죠.”

그런데 그 후 보름쯤 지나 안 양의 부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 양의 신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는데요.

<녹취> 김 양 어머니(음성변조) : “우리 딸 최근에 찍은 사진을 좀 올려달라고 (했어요.) 물어보는 거예요. (딸이) 귀를 뚫었느냐, 이런 얘기하고, 여기 (오른쪽 뺨에) 점이 있나, 그래서 우리 딸도 여기 점이 있고, 우리 딸은 귀를 안 뚫었다 (하니까) 키가 몇이냐 (물었어요.)”

혹시 사고 당시 상황이라도 알 수 있을까 싶어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는데요.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딸이, 버젓이 살아있었던 겁니다.

<녹취> 김 양 어머니(음성변조) : “와보니까 생때같은 내 자식이 여기 딱 누워있으니까 기절할 노릇이죠. (딸이) 엄마 왜 이제 왔냐고 막 우는 거예요. 나도 내가 (딸을) 알아보고, 애도 (엄마를) 알아보고, (안 양 어머니가) 왜 아줌마 내 자식을 놔두고 자기 자식이라고 그러냐고 (했어요.) 그래서 내 뱃속으로 낳은 내 자식을 몰라보냐 그랬죠.”

두 눈을 의심했지만, 분명 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더 당황스러운건 안 양의 어머니였습니다.

하지만 곧 딸이 뇌를 다쳐서 누군지 헷갈린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그쪽 엄마한테도 ‘엄마’라고 해요. (뇌를 다쳐서) 정신이 없으니까 그냥 (의식이) 왔다갔다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

병원관계자들도 이 환자가 본인의 이름과 다른 이름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가 본인 이름이랑 다른 이름 두 가지를 번갈아가면서 얘기하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그 아이가 다른 친구 이름을 얘기할 때 (안 양 어머니는) ‘아니야, 너는 누구잖아.’라고 얘기해서 (환자는) ‘아, 맞아’ 이렇게 반응을 보이고 하니까... ”

사고 후 20일 동안 극진히 보살펴 온 안 양의 어머니.

한 번도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故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경찰이) 사망한 아이 확인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자식도 아닌데 그 애를 왜 확인 하냐고. 내 자식만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우리 00만 확인했었죠. 이제 많이 (부상이) 심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딸 00이가 확실한 걸로 여겼죠.”

한 명의 딸을 놓고, 양쪽 부모가 모두 자기 딸이라고 주장하게 된 상황.

믿을 건 유전자 검사뿐 이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요.

<녹취> 故 안 양의 어머니(음성변조) : “(유전자가) 00이 엄마가 일치하고 나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나왔더라고요. 아이가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다고. 꽃도 피지도 못하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살아난 소녀가 안 양이 아닌, 숨진 줄 알았던 김 양으로 밝혀진 겁니다.

두 소녀의 생사가 뒤바뀐 순간이었는데요.

여기서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아무리 얼굴을 다쳤다고는 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딸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는 두 부모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감정이 이성적 생각을 막아버리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과 기억을 차단하는 이른바, ‘멘탈블록’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녹취> 양윤(교수/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멘탈블록’이 생겼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한 것인데요, 먼저 온 부모는 (딸의 죽음을 부정하는) 방어기재에 ‘내 딸은 안 죽었어’ 하고 부정을 해서 살아있는 딸을 자기 딸로 생각한 것이고, (다른 부모는) 충격에 휩싸여서 제대로 된 (얼굴확인 등) 정보처리를 못하면서 ‘내 딸은 죽었구나’ 하고 (이미) 수긍해 버리는 (겁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딸의 장례식을 치르고, 사망신고를 한 부모.

그리고 남의 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다가 하루아침에 유골로 돌아온 딸을 맞이한 부모.

생사가 뒤바뀐 두 소녀의 기막힌 운명은, 양쪽 가족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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