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마지막으로 보자던 남편, 그러나…

입력 2013.05.24 (08:34) 수정 2013.05.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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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이혼소송 중에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있었습니다.

남편은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말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김기흥 기자와 알아봅니다.

그런데 피해여성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우발적 살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 이번 사건은 부부 싸움을 하다 남편이 우발적으로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알고보니 이 사건은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벌인 계획적인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결혼 생활 14년 동안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던 아내는 급기야 지난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판결에 앞서 부부 상담을 결정했고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에서 뛰쳐나와야만 했던 아내는 결국 남편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의 한 소방서로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잠들어있는 부모님이 이상하다며 빨리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119 구급대원 : "죽은 것 같아요 사망한 것 같아요 라는 지령을 들었기 때문에 (확인)전화를 하지 않고 출동했거든요. "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36살의 김모씨는 숨진 뒤였고 김씨의 남편 61살 송모씨는 의식불명 상태였습니다.

<녹취> 119 구급대원 : "여자 같은 경우에는 얼굴이 붉은색 기운을 띄면서 몸과 색깔이 다른 (모습으로) 누워있었고 의식 맥박 호흡이 없는 상태로 사후경직이 온 상태였습니다. "

의식을 되찾은 송씨는 부부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아내를 죽였다고 경찰에 자백했는데요.

아내에게 수면제를 몰래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목숨을 끊으려했지만 실패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지켜 봐온 주변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죽는 방법을 택하라고 해서 욕조에다 물 받아 죽을지 목 졸려 죽을지 별별 그런 협박을 다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

14년 전, 김씨는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물 다섯 살이나 많은 송씨와 결혼을 했는데요.

김씨는 스물 네살의 어린 나이에 의붓자식들을 돌봐야했지만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생계를 김씨에게 모두 떠안겼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그때부터 생활고와 맞는 게 시작된 거예요. 전처 자식을 다 뒷바라지 한 거예요 (송씨는) 목회 일도 그만두고 그다음부터 돈이라고는 하나도 안 벌어다 (줬습니다) "

백화점 판매원부터, 텔레마케터까지~ 쉼 없이 일하며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김씨에게 돌아온 건, 남편의 끔찍한 폭력이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처음에는 밧줄로 묶고 목을 조이고 차라리 목 졸려 죽을 바에 자기가 바깥으로 뛰어내려야겠다고 해서 막 도망쳐서 베란다로 가다가 잡혀서 또 맞고 (송씨가) 네가 그렇게 편하게 죽을 줄 아느냐고 (했다고 합니다)"

폭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정도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만삭이었던 김씨에게 대로변에서 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했는데요.

심지어 친정 식구들까지 모두 죽이겠다며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잔혹한 폭력의 이유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예뻐 보인다고 때리고 잠자리가 생각나고 만지고 싶을 때 때리고 수도 없이 그렇게 정말 갖은 핑계를 대고서 그렇게 때려왔더라고요"

폭력을 견디다 못한 김씨가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를 찾아간 것 만해도 세 번이나 됐는데요.

지난 해 여름에도 남편의 눈을 피해 아이들을 데리고 쉼터로 도망쳐왔다고 합니다.

<녹취> 쉼터 관계자 (음성변조) : "어디 (도망)갈까 봐 (송씨가) 차로 회사 앞까지 태워다 줬다네요. 들어가는 척하고 (다시 나와) "

아이들 유치원에 가서 데리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없이 회사 가는 모습으로 (쉼터에)왔죠

결국 지난해 11월 김씨는 병원 진단서와 남편의 폭력을 기록한 일기를 법원에 제출하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처분은 당혹스러웠습니다.

부부에게 상담부터 받도록 한 것인데요.

이혼 전, 누가 자녀를 양육하고 누가 면접교섭권을 행사할지 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란희(사무처장/한국 여성의 전화) : "상담을 받게 하면서 (이혼을)지연시키고 가해자와 대면하게 하는 빌미를 만들어주고, 이런 것도 굉장히 문제죠 "

예상외로 이혼 소송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혼을 해주겠다며 마지막으로 어린이날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씨는 지난 4일, 세 번째 부부 상담을 5일 앞두고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이제는 이혼을 해주겠다 하니까 얘도 이제 (남편이) 포기한 줄 안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죠. "

현재 이혼 소송 중 가정폭력 사실을 입증했거나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부부상담 결정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인터뷰> 강정민(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장) : "가정 폭력 등의 사례를 들어서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제도에 대해 안내가 잘 돼 있지 않아서…"

게다가 소송 중에 법원의 권고사항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란희(사무처장/한국 여성의 전화) : "변호사분들이나 당사자들을 만나보면 이거는 판사의 명령, 권고이기 때문에 안 지킬 수 없다는 거예요. 재판 중인 원고, 피고 중의 한 명이기 때문에 그거에 불복했을 때 오는 불이익(을 두려워 했습니다)"

가정폭력을 당했지만 부부상담 등의 이유로 이혼이 늦춰져 이같은 비극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이혼에 불만을 품고 아내를 살해하거나 살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은 1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경애(상담위원/한국가정법률상담소) : "폭력이 여러 번 반복되었고 또 폭력 정도가 심하고 이런 경우라면 사실은 상담이나 이런 것보다는 당사자를 빨리 격리시켜서 이혼절차를 적용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만큼 가정폭력이 명백히 존재했다면 이혼 소송에서 부부상담을 처음부터 배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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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마지막으로 보자던 남편, 그러나…
    • 입력 2013-05-24 08:37:37
    • 수정2013-05-24 09:46:55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이혼소송 중에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있었습니다.

남편은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말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김기흥 기자와 알아봅니다.

그런데 피해여성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우발적 살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 이번 사건은 부부 싸움을 하다 남편이 우발적으로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알고보니 이 사건은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벌인 계획적인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결혼 생활 14년 동안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던 아내는 급기야 지난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판결에 앞서 부부 상담을 결정했고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에서 뛰쳐나와야만 했던 아내는 결국 남편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의 한 소방서로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잠들어있는 부모님이 이상하다며 빨리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119 구급대원 : "죽은 것 같아요 사망한 것 같아요 라는 지령을 들었기 때문에 (확인)전화를 하지 않고 출동했거든요. "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36살의 김모씨는 숨진 뒤였고 김씨의 남편 61살 송모씨는 의식불명 상태였습니다.

<녹취> 119 구급대원 : "여자 같은 경우에는 얼굴이 붉은색 기운을 띄면서 몸과 색깔이 다른 (모습으로) 누워있었고 의식 맥박 호흡이 없는 상태로 사후경직이 온 상태였습니다. "

의식을 되찾은 송씨는 부부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아내를 죽였다고 경찰에 자백했는데요.

아내에게 수면제를 몰래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목숨을 끊으려했지만 실패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지켜 봐온 주변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죽는 방법을 택하라고 해서 욕조에다 물 받아 죽을지 목 졸려 죽을지 별별 그런 협박을 다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

14년 전, 김씨는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물 다섯 살이나 많은 송씨와 결혼을 했는데요.

김씨는 스물 네살의 어린 나이에 의붓자식들을 돌봐야했지만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생계를 김씨에게 모두 떠안겼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그때부터 생활고와 맞는 게 시작된 거예요. 전처 자식을 다 뒷바라지 한 거예요 (송씨는) 목회 일도 그만두고 그다음부터 돈이라고는 하나도 안 벌어다 (줬습니다) "

백화점 판매원부터, 텔레마케터까지~ 쉼 없이 일하며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김씨에게 돌아온 건, 남편의 끔찍한 폭력이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처음에는 밧줄로 묶고 목을 조이고 차라리 목 졸려 죽을 바에 자기가 바깥으로 뛰어내려야겠다고 해서 막 도망쳐서 베란다로 가다가 잡혀서 또 맞고 (송씨가) 네가 그렇게 편하게 죽을 줄 아느냐고 (했다고 합니다)"

폭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정도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만삭이었던 김씨에게 대로변에서 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했는데요.

심지어 친정 식구들까지 모두 죽이겠다며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잔혹한 폭력의 이유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예뻐 보인다고 때리고 잠자리가 생각나고 만지고 싶을 때 때리고 수도 없이 그렇게 정말 갖은 핑계를 대고서 그렇게 때려왔더라고요"

폭력을 견디다 못한 김씨가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를 찾아간 것 만해도 세 번이나 됐는데요.

지난 해 여름에도 남편의 눈을 피해 아이들을 데리고 쉼터로 도망쳐왔다고 합니다.

<녹취> 쉼터 관계자 (음성변조) : "어디 (도망)갈까 봐 (송씨가) 차로 회사 앞까지 태워다 줬다네요. 들어가는 척하고 (다시 나와) "

아이들 유치원에 가서 데리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없이 회사 가는 모습으로 (쉼터에)왔죠

결국 지난해 11월 김씨는 병원 진단서와 남편의 폭력을 기록한 일기를 법원에 제출하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처분은 당혹스러웠습니다.

부부에게 상담부터 받도록 한 것인데요.

이혼 전, 누가 자녀를 양육하고 누가 면접교섭권을 행사할지 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란희(사무처장/한국 여성의 전화) : "상담을 받게 하면서 (이혼을)지연시키고 가해자와 대면하게 하는 빌미를 만들어주고, 이런 것도 굉장히 문제죠 "

예상외로 이혼 소송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혼을 해주겠다며 마지막으로 어린이날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씨는 지난 4일, 세 번째 부부 상담을 5일 앞두고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이제는 이혼을 해주겠다 하니까 얘도 이제 (남편이) 포기한 줄 안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죠. "

현재 이혼 소송 중 가정폭력 사실을 입증했거나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부부상담 결정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인터뷰> 강정민(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장) : "가정 폭력 등의 사례를 들어서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제도에 대해 안내가 잘 돼 있지 않아서…"

게다가 소송 중에 법원의 권고사항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란희(사무처장/한국 여성의 전화) : "변호사분들이나 당사자들을 만나보면 이거는 판사의 명령, 권고이기 때문에 안 지킬 수 없다는 거예요. 재판 중인 원고, 피고 중의 한 명이기 때문에 그거에 불복했을 때 오는 불이익(을 두려워 했습니다)"

가정폭력을 당했지만 부부상담 등의 이유로 이혼이 늦춰져 이같은 비극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이혼에 불만을 품고 아내를 살해하거나 살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은 1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경애(상담위원/한국가정법률상담소) : "폭력이 여러 번 반복되었고 또 폭력 정도가 심하고 이런 경우라면 사실은 상담이나 이런 것보다는 당사자를 빨리 격리시켜서 이혼절차를 적용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만큼 가정폭력이 명백히 존재했다면 이혼 소송에서 부부상담을 처음부터 배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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