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60대 부부 사망 화재, 알고보니 아내가…

입력 2013.09.03 (08:35) 수정 2013.09.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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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초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잠을 자고있던 60대 노부부가 목숨을 잃었는데요.

그런데 약 7개월 후 경찰은 당시 사고가 숨진 아내에 의해 일어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기자 멘트>

경찰이 숨진 아내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가요?

숨진 아내는 더 이상 말이 없지만, 아내가 가입한 8억 원대의 보험은 당시의 화재 사고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는데요.

사고 6개월 전부터 아내는 남편 앞으로 화재 보험 3개를 잇달아 가입하고 보험금을 자신이 탈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몸이 멀쩡한데도 병원을 돌아다니며 감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수면제를 처방받았다고도 하는데요.

수억 원대의 보험 가입과 감기 처방으로 받은 수면제...

이를 통해 이번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중랑구의 한 다세대 주택.

어딘가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에 잠에서 깬 주민들은 믿기지 않은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인터뷰> 최초 신고자 (음성변조): “(베란다) 배관으로 시커먼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와서 저희도 굉장히 당황했어요.“

<인터뷰> 목격자 (음성변조): “잠에서 깨서 내다봤더니 차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서 있는 거예요. 아이고, 이번에는 또 웬 불이야. 지금도 바람 불면 냄새가 나요.“

불길이 치솟은 건, 이 건물의 1층이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화재진압을 한 소방관은 당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집 안엔 연기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서동신 (소방사/ 서울 중랑소방서): “열기하고 연기 때문에 그 방에서는 조금 위험한 상황이었고...“

당시 집 안엔 일가족 네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상태.

64살 김 씨는 이미 숨진 뒤였고, 61살 김 씨의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김 씨 아내는) 뜨거운 열기하고 연기를 마셔서 흡입성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에 (숨졌고) 아들은 (병원에서) 약 10일 후에 퇴원해서 지금 생활하고 있고, 딸은 약 4개월 정도 치료를 받았어요.“

당시 딸의 진술은 이렇습니다.

가족들이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1시 쯤.

아빠 김 씨는 거실에서, 자기를 비롯해 엄마와 오빠는 각자 방에서 잠을 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실에서 불이 나면서 연기에 그만 정신을 잃었다고 하는데요.

딸은 아빠 김 씨가 평소 거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태웠던 터라, 담뱃불이 소파에 붙으면서 불이 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화재 현장에 불이 났다고 추정되는 지점이 소가죽 소파인데 심하게 훼손돼서, 다 타서 스프링만 남은 상태였어요. 그때 당시에는... 이렇다 할 (화재 원인을) 입증할 만한 방화 도구나 이런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발화지점은 소가죽 소파.

그런데 소가죽 자체는 불에 잘 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인화성 물질 등이 발견되거나 외부 침입을 의심해볼만한 정황도 없었다는데요.

단순 화재사고로 묻힐 뻔 한 사건!

경찰은 방화에 무게가 실리는 결정적인 단서를 쥐게 됩니다.

숨 진 김 씨의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건데요.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일단은 화재로 생각하고 사건을 수사했는데 (국과수에서) 아버지 부검했을 때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돼서 타살, 방화 쪽으로 많이 의심이 된 것이죠.“

거실에서 불이 났다면 가족 가운데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았을 김씨.

불을 피하지 않은 채 김 씨가 소파에 앉은 자세로 숨져 있었던 이유가 그제서야 설명된 건데요.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처음부터 의심스럽죠. 앉아있을 수가 없죠. 뜨거운 경우는 움직여야죠. 도망을 가야죠.“

이웃 주민들 사이에선 불을 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갖가지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사고가 있기 한 20일 전쯤인가 (김 씨 아내가) 우리 집에 큰일 날 뻔했어 이러더라고요. 무슨 냄새가 나서 나와 봤더니 마룻바닥이 (담뱃불에) 새까맣게 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때 불난 것도 그 아저씨가 그렇게 해서 났다고...“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진실은 몰라요. 범인이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들일 수도 있고... 왜냐면 그 얘기를 했어요. 보험에 들었다는 거예요.“

7개 월 만에 수면위로 떠오른 의문의 화재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족이 잠든 사이 자리를 옮긴 유일한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김 씨의 아내였습니다.

안방에서 잠든 김 씨 아내가 딸 방에서 발견된 겁니다.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딸은 엄마가 안방에서 자는 걸 보고 자기도 잠에 들었다고 진술되어 있는데 소방관이 출동해서 발견했을 때는 (엄마가) 딸 방에서 딸 하고 같이 발견이 된 거예요. 그래서 화재 시점에서 피의자인 어머니가 이동이 있었던 걸로...“

그리고 불이 나기 6개월 전.

김 씨 아내는 남편 몰래, 화재 보험에 잇따라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편 김 씨가 화재로 숨질 경우 나오게 될 보험금은 자그마치 8억 여 원!

경찰은 결국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불을 낸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했을까요?

이웃 주민들은 아내 김 씨가 돈을 자주 꿔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200만 원인가를 꿔달라고 그랬었는데 제가 그것을 거절하고, 전기 요금이 3개월 밀려서 제가 내주려고...“

언제부터 못낸 건지, 우편함엔 독촉장들이 가득 있었는데요.

남편 김 씨는 경비원으로, 아내 김 씨는 부동산 경매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 김 씨가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집 담보로 3억 원 가량의 빚까지 지게 됐고 사정은 갈수록 더 어려워졌다는 건데요.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여기를 다시 빼서 사업에 썼더라고요. (집을) 사서 들어왔는데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죠.)“

당장 빚을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이자, 아내 김 씨는 남편 앞으로 수억 원이 나오는 보험에 가입하고 수혜자도 자신의 이름으로 해 놓은 건데요.

그리고 경찰은 아내 김 씨가 계획을 옮기기 전, 인근 병원에서 감기로 잠을 잘 못 잔다며 수면제를 처방받은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하태영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남편 김 씨는) 약 한 시간, 사망하기 한 시간 삼십분 전에 수면제를 복용한 걸로 확인돼요. (어머니는 수면제를 어떻게?) 이비인후과 쪽에서 감기가 있어서 잠을 못 잔다고 해서 수면제를 처방받았어요.“

하지만 아내 김 씨는 보험금을 받기는 커녕 목숨마저 잃고 말았는데요.

경찰은 아내 김 씨의 방화치사 혐의가 밝혀졌지만, 이미 숨져 처벌할 수 없게 된 만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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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60대 부부 사망 화재, 알고보니 아내가…
    • 입력 2013-09-03 08:38:02
    • 수정2013-09-03 09: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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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초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잠을 자고있던 60대 노부부가 목숨을 잃었는데요.

그런데 약 7개월 후 경찰은 당시 사고가 숨진 아내에 의해 일어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기자 멘트>

경찰이 숨진 아내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가요?

숨진 아내는 더 이상 말이 없지만, 아내가 가입한 8억 원대의 보험은 당시의 화재 사고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는데요.

사고 6개월 전부터 아내는 남편 앞으로 화재 보험 3개를 잇달아 가입하고 보험금을 자신이 탈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몸이 멀쩡한데도 병원을 돌아다니며 감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수면제를 처방받았다고도 하는데요.

수억 원대의 보험 가입과 감기 처방으로 받은 수면제...

이를 통해 이번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중랑구의 한 다세대 주택.

어딘가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에 잠에서 깬 주민들은 믿기지 않은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인터뷰> 최초 신고자 (음성변조): “(베란다) 배관으로 시커먼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와서 저희도 굉장히 당황했어요.“

<인터뷰> 목격자 (음성변조): “잠에서 깨서 내다봤더니 차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서 있는 거예요. 아이고, 이번에는 또 웬 불이야. 지금도 바람 불면 냄새가 나요.“

불길이 치솟은 건, 이 건물의 1층이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화재진압을 한 소방관은 당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집 안엔 연기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서동신 (소방사/ 서울 중랑소방서): “열기하고 연기 때문에 그 방에서는 조금 위험한 상황이었고...“

당시 집 안엔 일가족 네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상태.

64살 김 씨는 이미 숨진 뒤였고, 61살 김 씨의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김 씨 아내는) 뜨거운 열기하고 연기를 마셔서 흡입성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에 (숨졌고) 아들은 (병원에서) 약 10일 후에 퇴원해서 지금 생활하고 있고, 딸은 약 4개월 정도 치료를 받았어요.“

당시 딸의 진술은 이렇습니다.

가족들이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1시 쯤.

아빠 김 씨는 거실에서, 자기를 비롯해 엄마와 오빠는 각자 방에서 잠을 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실에서 불이 나면서 연기에 그만 정신을 잃었다고 하는데요.

딸은 아빠 김 씨가 평소 거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태웠던 터라, 담뱃불이 소파에 붙으면서 불이 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화재 현장에 불이 났다고 추정되는 지점이 소가죽 소파인데 심하게 훼손돼서, 다 타서 스프링만 남은 상태였어요. 그때 당시에는... 이렇다 할 (화재 원인을) 입증할 만한 방화 도구나 이런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발화지점은 소가죽 소파.

그런데 소가죽 자체는 불에 잘 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인화성 물질 등이 발견되거나 외부 침입을 의심해볼만한 정황도 없었다는데요.

단순 화재사고로 묻힐 뻔 한 사건!

경찰은 방화에 무게가 실리는 결정적인 단서를 쥐게 됩니다.

숨 진 김 씨의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건데요.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일단은 화재로 생각하고 사건을 수사했는데 (국과수에서) 아버지 부검했을 때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돼서 타살, 방화 쪽으로 많이 의심이 된 것이죠.“

거실에서 불이 났다면 가족 가운데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았을 김씨.

불을 피하지 않은 채 김 씨가 소파에 앉은 자세로 숨져 있었던 이유가 그제서야 설명된 건데요.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처음부터 의심스럽죠. 앉아있을 수가 없죠. 뜨거운 경우는 움직여야죠. 도망을 가야죠.“

이웃 주민들 사이에선 불을 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갖가지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사고가 있기 한 20일 전쯤인가 (김 씨 아내가) 우리 집에 큰일 날 뻔했어 이러더라고요. 무슨 냄새가 나서 나와 봤더니 마룻바닥이 (담뱃불에) 새까맣게 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때 불난 것도 그 아저씨가 그렇게 해서 났다고...“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진실은 몰라요. 범인이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들일 수도 있고... 왜냐면 그 얘기를 했어요. 보험에 들었다는 거예요.“

7개 월 만에 수면위로 떠오른 의문의 화재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족이 잠든 사이 자리를 옮긴 유일한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김 씨의 아내였습니다.

안방에서 잠든 김 씨 아내가 딸 방에서 발견된 겁니다.

<인터뷰> 하태경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딸은 엄마가 안방에서 자는 걸 보고 자기도 잠에 들었다고 진술되어 있는데 소방관이 출동해서 발견했을 때는 (엄마가) 딸 방에서 딸 하고 같이 발견이 된 거예요. 그래서 화재 시점에서 피의자인 어머니가 이동이 있었던 걸로...“

그리고 불이 나기 6개월 전.

김 씨 아내는 남편 몰래, 화재 보험에 잇따라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편 김 씨가 화재로 숨질 경우 나오게 될 보험금은 자그마치 8억 여 원!

경찰은 결국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불을 낸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했을까요?

이웃 주민들은 아내 김 씨가 돈을 자주 꿔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200만 원인가를 꿔달라고 그랬었는데 제가 그것을 거절하고, 전기 요금이 3개월 밀려서 제가 내주려고...“

언제부터 못낸 건지, 우편함엔 독촉장들이 가득 있었는데요.

남편 김 씨는 경비원으로, 아내 김 씨는 부동산 경매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 김 씨가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집 담보로 3억 원 가량의 빚까지 지게 됐고 사정은 갈수록 더 어려워졌다는 건데요.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여기를 다시 빼서 사업에 썼더라고요. (집을) 사서 들어왔는데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죠.)“

당장 빚을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이자, 아내 김 씨는 남편 앞으로 수억 원이 나오는 보험에 가입하고 수혜자도 자신의 이름으로 해 놓은 건데요.

그리고 경찰은 아내 김 씨가 계획을 옮기기 전, 인근 병원에서 감기로 잠을 잘 못 잔다며 수면제를 처방받은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하태영 (경사/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 1팀): “(남편 김 씨는) 약 한 시간, 사망하기 한 시간 삼십분 전에 수면제를 복용한 걸로 확인돼요. (어머니는 수면제를 어떻게?) 이비인후과 쪽에서 감기가 있어서 잠을 못 잔다고 해서 수면제를 처방받았어요.“

하지만 아내 김 씨는 보험금을 받기는 커녕 목숨마저 잃고 말았는데요.

경찰은 아내 김 씨의 방화치사 혐의가 밝혀졌지만, 이미 숨져 처벌할 수 없게 된 만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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