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유명 약사, 150억 투자 사기…잠적

입력 2013.10.09 (08:35) 수정 2013.10.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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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형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약사가 투자금 명목으로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린 후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피해 금액은 15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이 사건에 대해 알아봅니다.

보통의 사기는 자신이 전문직 종사자라고 속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은 그런 면에서 다른 사건과는 조금 다르네요?

<기자 멘트>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까지는 변호사나 의사 혹은 대기업 회장의 숨겨진 딸 등을 사칭해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청주 시내에서 20년 넘게 대형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였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직업이 주는 일종의 후광 효과에다 혼자만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는 만큼 사기는 아닐 것이라는 '인적 보증' 등이 합쳐지면서 피해는 점점 커지고 말았는데요.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약사에게 사기를 당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지내는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7월, 충북 청주의 한 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됐습니다.

50대 남성 최 모 씨에게 돈을 투자했는데 최 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며칠 전에도 (고소장) 들어온 것이 있고 (고소인이) 합쳐서 5명이에요. 이자를 받기로 하고 빌려준 돈을 못 받은 거예요."

경찰이 파악한 피해 규모는 10억 원 대에 이릅니다.

하지만 최 씨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며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청주 시내에서 사업을 하는 김 모 씨는 최 씨가 잠적한 뒤부터 잠도 제대로 이루고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비겁하다 이거예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 우리 약 올리는 거예요. 괘씸한 거예요."

최 씨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 피땀 흘려 모은 큰돈을 날릴 처지가 된 겁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피 같은 돈이죠. 밤에 하는 장사를 20년을 한 거예요. 내 자신이 용서가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바보짓을 하다니..."

또 다른 피해자 이 모 씨는 빚까지 내 1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5천만 원, 1억 원 이렇게 하다가 계속 늘어나서 대출 받고 이렇게 계속 맞춰준 것이죠. 사람이 이렇게 해서 죽는구나, 이런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피해자들이 자체 파악한 피해자 수는 30여 명.

피해금액은 15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잠적한 최 씨는 누굴까.

뜻밖에도 최 씨는 이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약국의 약사였습니다.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왔다는데요.

최 씨는 시내 여러 곳에서 일고여덟 개의 약국을 개업한 것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최 씨는 이런 자신의 직업과 명성을 내세워 사기행각을 벌였는데요.

새로 약국을 열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린 겁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약국을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투자를) 받았는데 15~18%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줘도 이윤이 많이 남으니까 자기를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투자금을 빼먹은 거예요."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자격을 가진 약사는 여러 개의 약국을 설립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녹취> 대한약사회 관계자(음성변조) : "'약국관리의무'에 보면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약국을 내가 여러 개를 하는데' 이 말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죠."

최 씨는 어떻게 여러 개의 약국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걸까.

대형약국의 경우 공동 투자 형식으로 약사들이 동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녹취> ○○약국 약사(음성변조) : "한 명의 약사가 여러 약국을 운영을 못 한다는 것이지 (약국 하나에 대한) 지분은 여럿이 가질 수 있어요. 큰 약국을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대표 약사를 세워서..."

최 씨는 약국마다 함께 투자한 약사의 이름으로 명의를 등록했고, 결국 편법적으로 여러 개의 약국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피해자들은 성공한 약사로 알려진 최 씨가 돈을 떼어 먹을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약사고 그러니까 그것을 철저하게 믿은 거죠. 약국 하면 (이익이) 엄청나게 많이 남는 줄 알고..."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사실 그런 지위에 있다고 그래서 정직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지위에 있으면 정직성도 보장되어 있을 것이다, 하는 말이 거짓말일 리가 없다 이렇게 쉽게 단정을 하죠. 일종의 '후광효과' 같은 그런 부분이 있는 거죠."

대부분의 투자 사기에서 그렇듯 최 씨 역시 처음엔 약속한 돈을 꼬박꼬박 챙겨 줬다고 하는데요.

그 돈은 다시 최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더 큰 돈으로 불려주겠다며 재투자를 요구했기 때문인데요.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1억 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200~300만원을 주니까 모아서 가지고 있다가 (최 씨가) 더 달라고 하면 또 주고 또 주고, 대출 받고 이런 것이죠."

피해자들은 점점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됐고, 나중에는 직접 지인과 친척까지 투자에 끌어들였습니다.

피해자 이 씨도 처음엔 고등학교 동창의 소개로 최 씨에게 투자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약국 하는 애를 소개해 줄 테니까 너도 거기 한번 해봐.' 이렇게 얘기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이 됐던 거예요."

그리곤 이 씨 역시 이후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어쨌든 이자를 받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권유하고 그렇게 해서 내가 두 명 정도 소개를 해줬어요. 한 사람이 그렇게 되면 그 주변 사람들도 같이 물려 들어가고 물려 들어가고 이런 것이죠."

이런 인맥들을 통해 최 씨에게 투자한 사람은 평범한 주부부터 개인 사업자, 공무원, 정치인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엔 이런 ‘다단계식 투자사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초기 투자자가) 다른 사람을 끌고 오는 금융 다단계 내지 투자 다단계 형식을 최근 빌리고 있거든요. '너도 부자가 될 것이고 나도 부자가 될 것이다' 서로 위안을 주는 거예요. 100% 된다는 '인적보증'을 하기 때문에 믿어버리는 것이죠."

최 씨는 결국 지난 6월 갑자기 자취를 감췄습니다.

투자자들 몰래 약국 운영에도 손을 뗀 상태였는데요.

<녹취> A약국 약사(음성변조) : "사업자가 변경된 것이 저희가 세 번째이고 전전에 그 약사가 (약국을 운영)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녹취> B약국 약사(음성변조) : "작년 가을에 (약국을) 매각해서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경찰은 잠적한 최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최 씨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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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09 08:35:59
    • 수정2013-10-09 09: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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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약사가 투자금 명목으로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린 후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피해 금액은 15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이 사건에 대해 알아봅니다.

보통의 사기는 자신이 전문직 종사자라고 속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은 그런 면에서 다른 사건과는 조금 다르네요?

<기자 멘트>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까지는 변호사나 의사 혹은 대기업 회장의 숨겨진 딸 등을 사칭해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청주 시내에서 20년 넘게 대형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였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직업이 주는 일종의 후광 효과에다 혼자만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는 만큼 사기는 아닐 것이라는 '인적 보증' 등이 합쳐지면서 피해는 점점 커지고 말았는데요.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약사에게 사기를 당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지내는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7월, 충북 청주의 한 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됐습니다.

50대 남성 최 모 씨에게 돈을 투자했는데 최 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며칠 전에도 (고소장) 들어온 것이 있고 (고소인이) 합쳐서 5명이에요. 이자를 받기로 하고 빌려준 돈을 못 받은 거예요."

경찰이 파악한 피해 규모는 10억 원 대에 이릅니다.

하지만 최 씨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며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청주 시내에서 사업을 하는 김 모 씨는 최 씨가 잠적한 뒤부터 잠도 제대로 이루고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비겁하다 이거예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 우리 약 올리는 거예요. 괘씸한 거예요."

최 씨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 피땀 흘려 모은 큰돈을 날릴 처지가 된 겁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피 같은 돈이죠. 밤에 하는 장사를 20년을 한 거예요. 내 자신이 용서가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바보짓을 하다니..."

또 다른 피해자 이 모 씨는 빚까지 내 1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5천만 원, 1억 원 이렇게 하다가 계속 늘어나서 대출 받고 이렇게 계속 맞춰준 것이죠. 사람이 이렇게 해서 죽는구나, 이런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피해자들이 자체 파악한 피해자 수는 30여 명.

피해금액은 15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잠적한 최 씨는 누굴까.

뜻밖에도 최 씨는 이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약국의 약사였습니다.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왔다는데요.

최 씨는 시내 여러 곳에서 일고여덟 개의 약국을 개업한 것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최 씨는 이런 자신의 직업과 명성을 내세워 사기행각을 벌였는데요.

새로 약국을 열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린 겁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약국을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투자를) 받았는데 15~18%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줘도 이윤이 많이 남으니까 자기를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투자금을 빼먹은 거예요."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자격을 가진 약사는 여러 개의 약국을 설립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녹취> 대한약사회 관계자(음성변조) : "'약국관리의무'에 보면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약국을 내가 여러 개를 하는데' 이 말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죠."

최 씨는 어떻게 여러 개의 약국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걸까.

대형약국의 경우 공동 투자 형식으로 약사들이 동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녹취> ○○약국 약사(음성변조) : "한 명의 약사가 여러 약국을 운영을 못 한다는 것이지 (약국 하나에 대한) 지분은 여럿이 가질 수 있어요. 큰 약국을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대표 약사를 세워서..."

최 씨는 약국마다 함께 투자한 약사의 이름으로 명의를 등록했고, 결국 편법적으로 여러 개의 약국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피해자들은 성공한 약사로 알려진 최 씨가 돈을 떼어 먹을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약사고 그러니까 그것을 철저하게 믿은 거죠. 약국 하면 (이익이) 엄청나게 많이 남는 줄 알고..."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사실 그런 지위에 있다고 그래서 정직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지위에 있으면 정직성도 보장되어 있을 것이다, 하는 말이 거짓말일 리가 없다 이렇게 쉽게 단정을 하죠. 일종의 '후광효과' 같은 그런 부분이 있는 거죠."

대부분의 투자 사기에서 그렇듯 최 씨 역시 처음엔 약속한 돈을 꼬박꼬박 챙겨 줬다고 하는데요.

그 돈은 다시 최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더 큰 돈으로 불려주겠다며 재투자를 요구했기 때문인데요.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1억 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200~300만원을 주니까 모아서 가지고 있다가 (최 씨가) 더 달라고 하면 또 주고 또 주고, 대출 받고 이런 것이죠."

피해자들은 점점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됐고, 나중에는 직접 지인과 친척까지 투자에 끌어들였습니다.

피해자 이 씨도 처음엔 고등학교 동창의 소개로 최 씨에게 투자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약국 하는 애를 소개해 줄 테니까 너도 거기 한번 해봐.' 이렇게 얘기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이 됐던 거예요."

그리곤 이 씨 역시 이후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어쨌든 이자를 받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권유하고 그렇게 해서 내가 두 명 정도 소개를 해줬어요. 한 사람이 그렇게 되면 그 주변 사람들도 같이 물려 들어가고 물려 들어가고 이런 것이죠."

이런 인맥들을 통해 최 씨에게 투자한 사람은 평범한 주부부터 개인 사업자, 공무원, 정치인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엔 이런 ‘다단계식 투자사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초기 투자자가) 다른 사람을 끌고 오는 금융 다단계 내지 투자 다단계 형식을 최근 빌리고 있거든요. '너도 부자가 될 것이고 나도 부자가 될 것이다' 서로 위안을 주는 거예요. 100% 된다는 '인적보증'을 하기 때문에 믿어버리는 것이죠."

최 씨는 결국 지난 6월 갑자기 자취를 감췄습니다.

투자자들 몰래 약국 운영에도 손을 뗀 상태였는데요.

<녹취> A약국 약사(음성변조) : "사업자가 변경된 것이 저희가 세 번째이고 전전에 그 약사가 (약국을 운영)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녹취> B약국 약사(음성변조) : "작년 가을에 (약국을) 매각해서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경찰은 잠적한 최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최 씨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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