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분만실 없어 도시로 원정 출산

입력 2013.11.22 (08:16) 수정 2013.11.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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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만실 있는 병원이 줄고 있습니다.

특히 농어촌이나 섬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곳이 많은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까지 나섰지만, 아직도 위급시에 산모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노태영 기자 나왔는데요,

그래서 분만 취약지 지원 병원이라는 게 있죠?

<기자 멘트>

산부인과가 없어서 아이를 낳기 불편한 지역을 분만취약지역이라고 하는데요.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이 아이를 편안히 낳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해서 새로 만든 산부인과입니다.

현재 전국에 모두 9곳이 만들어져서 산모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분만취약지역 숫자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의 산모들의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로 원정출산을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전라남도의 한 대학병원 옥상.

119 헬기가 도착하자마자 병실로 옮길 새도 없이 의료진이 긴급조치를 합니다.

잠시 뒤 의료진의 품에 안긴 것은 바로 막 태어난 아기.

<녹취> 윤도향(산모 남편/전남 완도군 보길도) : “아기 엉덩이가 미리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원체 위급한 상황이어서 (헬기 안에서) 출산을 하게 된 거죠.“

병원 도착 5분 전 헬기 안에서 태어날 만큼 비상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산모와 아이는 모두 건강했습니다.

섬마을에 사는 만삭의 산모가 갑작스런 양수파열로 겪어야 했던 아찔한 상황.

이처럼 섬이나 농어촌 지역에 사는 산모들은 아이를 낳을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강화도의 작은 시골마을.

이곳에 사는 임신 6개월째인 이도은 씨가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갈 채비를 합니다.

집 근처에는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어 인근 도시로 나갑니다.

<인터뷰>이도은(강화군 덕성리/임신 6개월) : "배도 많이 나오고 멀미도 해서 무척 힘들어요. 한번 다녀오면 너무 녹초가 돼요."

다른 지역에 있는 산부인과에 가려면 차를 타고도 1시간을 넘게 가야합니다.

혼자서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 남편이 쉬는 토요일 오전에나 병원을 갈 수 있는 도은 씨.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탭니다.

<인터뷰> 박효연(강화군 덕성리/남편) : “초기에 유산 징후가 있어서 그때는 좀 위급했었거든요. 바로 가까이 있어서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해서 급하게 아내 혼자서 운전도 못할 때라서 아내가 택시 타고 가긴 했는데 회사에서 일도 잘 안 되고 아찔했었죠.“

출산 예정일까지는 앞으로 4개월.

갈수록 더 초초해진다고 합니다.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되진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백종일(산부인과병원 원장) : “진통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왔을 때도 자궁이 빨리 열리는 산모들은 한 시간 이내에 다 열려버려서 (원정 출산 산모의 경우) 병원에 오는 도중에 아이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산모와 아이한테 위험한 경우가 있죠.“

최근 고령의 산모가 늘어나면서 임신 중 이상 징후에 대한 조기대처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

하지만,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현재, 지역 내에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분만시설이 없는 분만 취약지역이 전국 48곳에 이릅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산모나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실정입니다.

<녹취> 강화군 산부인과 의원 관계자 : “(분만이 가능한가요?) 가능하지 않아요. (그럼 외래 진료만 보고 있나요?) 네, 만일 출산하다가 위험한 일이 발생하잖아요. 산모가 하혈하고 그러면...마취가 의사 없으니까 산모가 위험해져서 그래요. 그리고 산모도 많지 않고요."

전국에 분만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2007년 1129곳에서 2012년 988곳으로 5년 사이 140여 곳이나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조병구(대한산부인과 의사회 총무이사) : “오히려 분만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분만실을 폐쇄하는 입장이거든요. 경영 악화가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분만 수가 자체가 너무 턱없이 낮기 때문에 병원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강원도 영월군 지난해부터 이곳에서는 다시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폐쇄했던 산부인과를 다시 열게 된 것입니다

분만실을 운영한 뒤로 지금까지 모두 36건의 분만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박민원(영월의료원 산부인과 과장) : "영월의 출생아 수가 1년이면 약 200명 정도 되는데 지금 우리가 9월까지 약 20명 정도 약 10분의 1 정도밖에 분만이 안 늘어났어요. 그러나 앞으로 점점 더 분만이 늘어날 겁니다."

오는 30일이 출산일이라는 김유미 씨.

출산을 앞두고 정기 검진을 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민원(영월의료원 산부인과 과장) : “아기의 위치도 좋고 태반 위치도 좋고 양수 양도 적당하고 아기 몸무게도 적당합니다.“

<인터뷰> 김유미(강원도 영월군) : “좋아요. 아이가 몸무게가 많이 나갈까 봐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딱 적당하다고 해서 한시름 덜었네요.“

김유미 씨에겐 첫 출산이지만 부담은 없습니다.

집과 병원은 차로 5분 정도 거리.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을 든든하게 해줍니다.

<인터뷰> 김유미(강원도 영월군) : "산모가 마음이 편한 병원에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먼 거리를 가는 것보다는 근처에 있는 의료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아이나 산모의 건강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생각해요."

현재 영월 의료원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산부인과는 모두 9군데.

하지만 분만 취약지 지원 병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조병구(대한산부인과 의사회 총무이사) : “공공 의료 측면에서 국공립 병원에서 산부인과를 많이 개설해서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산모 숫자로서 채울 수 없는 취약 지구에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돼서 병원이 운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산부인과가 실종된 농어촌.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하지만 정작 농어촌은 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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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분만실 없어 도시로 원정 출산
    • 입력 2013-11-22 08:23:10
    • 수정2013-11-22 09: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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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만실 있는 병원이 줄고 있습니다.

특히 농어촌이나 섬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곳이 많은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까지 나섰지만, 아직도 위급시에 산모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노태영 기자 나왔는데요,

그래서 분만 취약지 지원 병원이라는 게 있죠?

<기자 멘트>

산부인과가 없어서 아이를 낳기 불편한 지역을 분만취약지역이라고 하는데요.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이 아이를 편안히 낳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해서 새로 만든 산부인과입니다.

현재 전국에 모두 9곳이 만들어져서 산모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분만취약지역 숫자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의 산모들의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로 원정출산을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전라남도의 한 대학병원 옥상.

119 헬기가 도착하자마자 병실로 옮길 새도 없이 의료진이 긴급조치를 합니다.

잠시 뒤 의료진의 품에 안긴 것은 바로 막 태어난 아기.

<녹취> 윤도향(산모 남편/전남 완도군 보길도) : “아기 엉덩이가 미리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원체 위급한 상황이어서 (헬기 안에서) 출산을 하게 된 거죠.“

병원 도착 5분 전 헬기 안에서 태어날 만큼 비상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산모와 아이는 모두 건강했습니다.

섬마을에 사는 만삭의 산모가 갑작스런 양수파열로 겪어야 했던 아찔한 상황.

이처럼 섬이나 농어촌 지역에 사는 산모들은 아이를 낳을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강화도의 작은 시골마을.

이곳에 사는 임신 6개월째인 이도은 씨가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갈 채비를 합니다.

집 근처에는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어 인근 도시로 나갑니다.

<인터뷰>이도은(강화군 덕성리/임신 6개월) : "배도 많이 나오고 멀미도 해서 무척 힘들어요. 한번 다녀오면 너무 녹초가 돼요."

다른 지역에 있는 산부인과에 가려면 차를 타고도 1시간을 넘게 가야합니다.

혼자서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 남편이 쉬는 토요일 오전에나 병원을 갈 수 있는 도은 씨.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탭니다.

<인터뷰> 박효연(강화군 덕성리/남편) : “초기에 유산 징후가 있어서 그때는 좀 위급했었거든요. 바로 가까이 있어서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해서 급하게 아내 혼자서 운전도 못할 때라서 아내가 택시 타고 가긴 했는데 회사에서 일도 잘 안 되고 아찔했었죠.“

출산 예정일까지는 앞으로 4개월.

갈수록 더 초초해진다고 합니다.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되진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백종일(산부인과병원 원장) : “진통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왔을 때도 자궁이 빨리 열리는 산모들은 한 시간 이내에 다 열려버려서 (원정 출산 산모의 경우) 병원에 오는 도중에 아이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산모와 아이한테 위험한 경우가 있죠.“

최근 고령의 산모가 늘어나면서 임신 중 이상 징후에 대한 조기대처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

하지만,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현재, 지역 내에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분만시설이 없는 분만 취약지역이 전국 48곳에 이릅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산모나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실정입니다.

<녹취> 강화군 산부인과 의원 관계자 : “(분만이 가능한가요?) 가능하지 않아요. (그럼 외래 진료만 보고 있나요?) 네, 만일 출산하다가 위험한 일이 발생하잖아요. 산모가 하혈하고 그러면...마취가 의사 없으니까 산모가 위험해져서 그래요. 그리고 산모도 많지 않고요."

전국에 분만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2007년 1129곳에서 2012년 988곳으로 5년 사이 140여 곳이나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조병구(대한산부인과 의사회 총무이사) : “오히려 분만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분만실을 폐쇄하는 입장이거든요. 경영 악화가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분만 수가 자체가 너무 턱없이 낮기 때문에 병원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강원도 영월군 지난해부터 이곳에서는 다시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폐쇄했던 산부인과를 다시 열게 된 것입니다

분만실을 운영한 뒤로 지금까지 모두 36건의 분만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박민원(영월의료원 산부인과 과장) : "영월의 출생아 수가 1년이면 약 200명 정도 되는데 지금 우리가 9월까지 약 20명 정도 약 10분의 1 정도밖에 분만이 안 늘어났어요. 그러나 앞으로 점점 더 분만이 늘어날 겁니다."

오는 30일이 출산일이라는 김유미 씨.

출산을 앞두고 정기 검진을 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민원(영월의료원 산부인과 과장) : “아기의 위치도 좋고 태반 위치도 좋고 양수 양도 적당하고 아기 몸무게도 적당합니다.“

<인터뷰> 김유미(강원도 영월군) : “좋아요. 아이가 몸무게가 많이 나갈까 봐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딱 적당하다고 해서 한시름 덜었네요.“

김유미 씨에겐 첫 출산이지만 부담은 없습니다.

집과 병원은 차로 5분 정도 거리.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을 든든하게 해줍니다.

<인터뷰> 김유미(강원도 영월군) : "산모가 마음이 편한 병원에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먼 거리를 가는 것보다는 근처에 있는 의료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아이나 산모의 건강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생각해요."

현재 영월 의료원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산부인과는 모두 9군데.

하지만 분만 취약지 지원 병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조병구(대한산부인과 의사회 총무이사) : “공공 의료 측면에서 국공립 병원에서 산부인과를 많이 개설해서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산모 숫자로서 채울 수 없는 취약 지구에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돼서 병원이 운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산부인과가 실종된 농어촌.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하지만 정작 농어촌은 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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