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기와도…숭례문 총체적 부실 복원

입력 2013.11.25 (23:48) 수정 2013.11.2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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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7년 화재 당시 숭례문 현판은 가까스로 화마를 피했습니다.

현판의 글씨 부분은 다행히 화를 면했고, 현판의 바깥 부분은 조각이 났습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의 얼굴인 이 현판을 가장 먼저 복원해 지난 2009년,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무형문화재 단청장 홍창원 씨가 참여해 복원을 마쳤다며 공개했던 현판은 지금, 숭례문에 이 모습 그대로 걸려있지 '않습니다.'

또,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나서 일본식 기와를 주문했다가 폐기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전통 방식대로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전통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했던 겁니다.

이하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화재청이 까다로운 고증을 거쳤다며 지난 2009년 공개한 현판과 지금 걸린 현판을 비교해봤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건 단청입니다.

2009년 현판의 단청이 노란색 위주로 칠해진데 비해 지금 단청은 녹색이 많아 뚜렷이 차이가 납니다.

2009년 현판에 있던 단청안 꽃 무늬도 지금 현판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취재결과 지난 2009년 현판 단청은 화학 안료로 칠했다가 그 후 천연 안료로 칠을 다시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복원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판을 복원했다며 국민들에게 공개한 겁니다.

<인터뷰> 최명윤(숭례문종합점검단) : "2009년에 (공개한) 현판은 온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인지,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 봄, 기와 제작 석 달 만에 돌연 제작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지난 62년 숭례문 보수 공사때 올렸던 기와를 그대로 생산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이 기와가 일본식이라는 것을 뒤늦게 안 겁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생산했던 기와 3천 5백 장 가운데 절반만 폐기하고 나머지는 용마루에 사용했습니다.

결국 지붕은 전통기와, 용마루는 일본 기와로 복원된 겁니다.

문화재청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이어서 공식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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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판·기와도…숭례문 총체적 부실 복원
    • 입력 2013-11-26 07: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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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화재 당시 숭례문 현판은 가까스로 화마를 피했습니다.

현판의 글씨 부분은 다행히 화를 면했고, 현판의 바깥 부분은 조각이 났습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의 얼굴인 이 현판을 가장 먼저 복원해 지난 2009년,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무형문화재 단청장 홍창원 씨가 참여해 복원을 마쳤다며 공개했던 현판은 지금, 숭례문에 이 모습 그대로 걸려있지 '않습니다.'

또,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나서 일본식 기와를 주문했다가 폐기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전통 방식대로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전통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했던 겁니다.

이하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화재청이 까다로운 고증을 거쳤다며 지난 2009년 공개한 현판과 지금 걸린 현판을 비교해봤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건 단청입니다.

2009년 현판의 단청이 노란색 위주로 칠해진데 비해 지금 단청은 녹색이 많아 뚜렷이 차이가 납니다.

2009년 현판에 있던 단청안 꽃 무늬도 지금 현판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취재결과 지난 2009년 현판 단청은 화학 안료로 칠했다가 그 후 천연 안료로 칠을 다시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복원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판을 복원했다며 국민들에게 공개한 겁니다.

<인터뷰> 최명윤(숭례문종합점검단) : "2009년에 (공개한) 현판은 온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인지,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 봄, 기와 제작 석 달 만에 돌연 제작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지난 62년 숭례문 보수 공사때 올렸던 기와를 그대로 생산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이 기와가 일본식이라는 것을 뒤늦게 안 겁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생산했던 기와 3천 5백 장 가운데 절반만 폐기하고 나머지는 용마루에 사용했습니다.

결국 지붕은 전통기와, 용마루는 일본 기와로 복원된 겁니다.

문화재청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이어서 공식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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