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마지막 순간에 아내가 주고 간 영원한 선물

입력 2013.12.13 (08:17) 수정 2013.12.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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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친구의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이라고 돼 있는 걸 보고 잠시 뭉클했던 적이 있는데요,

자신이 먼저 행동으로 본보기가 된 다음에 '생명나눔에 동참하라'고 호소하는 모습에 사람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참, 쉬운 일인데 또 참 쉽지 않은 결정이죠?

연말을 맞아 나눔이 화두가 되고 있는 때, 용감하게 나눔을 실천한 장기 기증자의 가족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노태영 기자 나왔는데요,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 실태가 어떤가요?

<기자 멘트>

우리나라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을 계기로 뇌사시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났는데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장기기증자 수는 400명을 겨우 넘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수 2만 명에 비해선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실제로 실행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건데요.

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나눔을 실천한 장기기증 유가족들로부터 그 고귀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봤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김태현 씨.

당시 17살 이었던 아들은 심장과 간 등 장기를 기증하고 모두 6명의 목숨을 살린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의 흔적은 여전히 집안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기석이가 죽기 두 달도 채 안 되었을 때 마라톤 대회를 나갔어요. 파주에 10km를 뛰었으면 되게 힘들었을 텐데 표정을 보면 아주 맑게 웃고 있는 거예요. 기석이 사진은 항상 표정이 이랬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고 김기석 군.

건강하기 그지 없던 김 군은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기 조차 힘겨웠지만 가족들은 그 순간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항상 베푸는 아이였어요. 친구들한테 이것저것 주는 것을 좋아하고 인기도 좋았던 아이였기 때문에 기석이 성격이 이렇기 때문에 아마 장기 기증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너무나 착한 아이였기에 이 세상에서의 짧은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아들이 떠난 지 꼭 2년이 되는 날.

가족이 힘들어 할까봐 그동안 아들을 마음속에서만 품고 있었던 어머니는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맙니다.

<인터뷰> 김혜영(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가슴이 많이 아프죠. 아마 해가 갈수록 더 많이 아플 것 같아요. 처음에 우리 아이가 갑작스럽게 뇌사 상태가 되어서 (저는 장기 기증에 관해) 결정을 못 내렸는데 어려운 결정을 남편이 내린 것에 우리 남편이 자랑스러웠어요.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인 것 같아요. 많이...“

아들의 장기기증을 통해 부모는 미처 알지 못했던 더 큰 사랑을 배웠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짧은 기간 머물다 갔지만 우리 다시 한 번 만나게 되면 그때는 오랫동안 서로 같이<인터뷰> 못했던 것 함께 하면서 행복하게 재밌게 한번 살아보자 기석아 사랑한다."

올해로 일흔 네 살인 백낙현 씨. 그의 몸속에는 7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신장이 이식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진 아내가 신장을 이식해주고 떠난 겁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아내와) 같이 사는 거죠. 항상 같이 다니고 신장까지도 저를 주고 갔으니 항상 집사람이 배 속에 있어요."

오랫동안 당뇨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도록 기증자를 기다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기증자가 아내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는 백 씨.

밝고 건강했던 아내.

그런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겁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아내의 신장을) 제가 하나 이식받고 신장 투석하던 다른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신장을) 하나 이식받고 간은 누구한테 갔는지 모르고 (아내는) 이렇게 세 사람한테 (장기를) 이식해 주고 갔죠."

아내가 개어 놓은 고운 한복 저고리를 7년 만에 꺼내든 남편.

그는 아내의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제대로 신지도 못하고 그렇게 갔어요. 외식도 했으면 좋은데 돈이 아까워서 집사람이 그냥 집에 가서 먹자고 그러니까 외식하자는 소리를 못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게 큰 사랑을 주고 간 아내.

그는 앞으로 남은 생을 다해 보답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아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 같아요. 아내를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며 살아야죠. 사는 날까지..."

자신의 장기를 세상에 기증하고 떠난 사람들.

그 아름다운 인생을 묵묵히 지켜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 못했을 마음을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며 격려하고 위로했는데요.

이 자리에서는 장기를 기증 받은 이식자들도 함께 해서 더욱 행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인터뷰> 신희상(뇌사 장기이식 수혜자) : “장기를 기증한 가족들을 만난다고 하니까 정말 기분도 많이 착잡했고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전달할까..."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기증자 가족 여러분의 마음이 다 똑같을 거예요. 여러분은 단지 생물학적 장기를 이식받은 게 아니라 사랑을 받은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건강한 모습 꼭 오랫동안 보여주면 고맙겠습니다."

현재 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 수가 2만 5천 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의 수는 409명에 불과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누구도 선뜻 하기 힘든 결정을 실천으로 옮기고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냈던 이들의 사랑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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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마지막 순간에 아내가 주고 간 영원한 선물
    • 입력 2013-12-13 08:21:16
    • 수정2013-12-13 10: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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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친구의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이라고 돼 있는 걸 보고 잠시 뭉클했던 적이 있는데요,

자신이 먼저 행동으로 본보기가 된 다음에 '생명나눔에 동참하라'고 호소하는 모습에 사람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참, 쉬운 일인데 또 참 쉽지 않은 결정이죠?

연말을 맞아 나눔이 화두가 되고 있는 때, 용감하게 나눔을 실천한 장기 기증자의 가족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노태영 기자 나왔는데요,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 실태가 어떤가요?

<기자 멘트>

우리나라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을 계기로 뇌사시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났는데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장기기증자 수는 400명을 겨우 넘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수 2만 명에 비해선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실제로 실행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건데요.

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나눔을 실천한 장기기증 유가족들로부터 그 고귀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봤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김태현 씨.

당시 17살 이었던 아들은 심장과 간 등 장기를 기증하고 모두 6명의 목숨을 살린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의 흔적은 여전히 집안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기석이가 죽기 두 달도 채 안 되었을 때 마라톤 대회를 나갔어요. 파주에 10km를 뛰었으면 되게 힘들었을 텐데 표정을 보면 아주 맑게 웃고 있는 거예요. 기석이 사진은 항상 표정이 이랬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고 김기석 군.

건강하기 그지 없던 김 군은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기 조차 힘겨웠지만 가족들은 그 순간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항상 베푸는 아이였어요. 친구들한테 이것저것 주는 것을 좋아하고 인기도 좋았던 아이였기 때문에 기석이 성격이 이렇기 때문에 아마 장기 기증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너무나 착한 아이였기에 이 세상에서의 짧은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아들이 떠난 지 꼭 2년이 되는 날.

가족이 힘들어 할까봐 그동안 아들을 마음속에서만 품고 있었던 어머니는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맙니다.

<인터뷰> 김혜영(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가슴이 많이 아프죠. 아마 해가 갈수록 더 많이 아플 것 같아요. 처음에 우리 아이가 갑작스럽게 뇌사 상태가 되어서 (저는 장기 기증에 관해) 결정을 못 내렸는데 어려운 결정을 남편이 내린 것에 우리 남편이 자랑스러웠어요.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인 것 같아요. 많이...“

아들의 장기기증을 통해 부모는 미처 알지 못했던 더 큰 사랑을 배웠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짧은 기간 머물다 갔지만 우리 다시 한 번 만나게 되면 그때는 오랫동안 서로 같이<인터뷰> 못했던 것 함께 하면서 행복하게 재밌게 한번 살아보자 기석아 사랑한다."

올해로 일흔 네 살인 백낙현 씨. 그의 몸속에는 7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신장이 이식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진 아내가 신장을 이식해주고 떠난 겁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아내와) 같이 사는 거죠. 항상 같이 다니고 신장까지도 저를 주고 갔으니 항상 집사람이 배 속에 있어요."

오랫동안 당뇨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도록 기증자를 기다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기증자가 아내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는 백 씨.

밝고 건강했던 아내.

그런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겁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아내의 신장을) 제가 하나 이식받고 신장 투석하던 다른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신장을) 하나 이식받고 간은 누구한테 갔는지 모르고 (아내는) 이렇게 세 사람한테 (장기를) 이식해 주고 갔죠."

아내가 개어 놓은 고운 한복 저고리를 7년 만에 꺼내든 남편.

그는 아내의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제대로 신지도 못하고 그렇게 갔어요. 외식도 했으면 좋은데 돈이 아까워서 집사람이 그냥 집에 가서 먹자고 그러니까 외식하자는 소리를 못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게 큰 사랑을 주고 간 아내.

그는 앞으로 남은 생을 다해 보답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백낙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 “아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 같아요. 아내를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며 살아야죠. 사는 날까지..."

자신의 장기를 세상에 기증하고 떠난 사람들.

그 아름다운 인생을 묵묵히 지켜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 못했을 마음을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며 격려하고 위로했는데요.

이 자리에서는 장기를 기증 받은 이식자들도 함께 해서 더욱 행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인터뷰> 신희상(뇌사 장기이식 수혜자) : “장기를 기증한 가족들을 만난다고 하니까 정말 기분도 많이 착잡했고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전달할까..."

<인터뷰> 김태현(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기증자 가족 여러분의 마음이 다 똑같을 거예요. 여러분은 단지 생물학적 장기를 이식받은 게 아니라 사랑을 받은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건강한 모습 꼭 오랫동안 보여주면 고맙겠습니다."

현재 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 수가 2만 5천 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의 수는 409명에 불과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누구도 선뜻 하기 힘든 결정을 실천으로 옮기고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냈던 이들의 사랑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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