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관리부실 병·의원 대규모 적발

⊙앵커: 병원과 약국의 마약관리에 큰 구멍이 나 있습니다.
관리책임이 있는 의사나 약사가 마약을 빼돌리거나 직접 투약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과 분실 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정인석, 천희성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 마취과 의사는 말기암 환자의 진통제로 쓰이는 이 마약을 무려 40여 차례나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적정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처방한 뒤 남은 마약을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자기가 마취제 처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막을) 방법이 없죠.
⊙기자: 충남 논산의 한 조직폭력배는 마약을 찾아 툭하면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를 협박해 무려 180여 차례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병원 관계자: 맞지마라, 안된다 안된다 해도 막무가내였어요.
⊙기자: 인천에서는 아예 제약회사가 조직적으로 나서 병원에 가야 할 마약을 시중에 불법 유통시켰습니다.
이처럼 마약류를 불법으로 빼돌리거나 관리대장에서 누락시킨 의사와 약사 등 397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채동욱(대검 마약과장): 마약류 의약품 불법유통 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일부 드러난 미비한 관련 법령에 대한 보완작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자: 검찰은 특히 상당수 병의원들이 폐기해야 할 마약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마약관리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법개정에 나설 방침입니다.
KBS뉴스 정인석입니다.
⊙기자: 지난해 1월 부산의 한 병원에서 마취제 등 마약류 의약품 30여 개가 도난당했습니다.
또 5월에는 서울의 의원급 병원이 마약 대용약품으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 77알을 분실했다고 보건 당국에 신고했습니다.
지난해 마약류 의약품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했다는 신고는 모두 77건에 이릅니다.
가운데 82%인 63건이 병의원에서 없어졌습니다.
병의원의 마약류 의약품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마약은 이중철제금고에 보관해야 하지만 쓰고 남은 약을 그대로 꺼내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마약류 의약품을 사용할 때마다 그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 규정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 뜯은 약은 귀찮거나 또는 실수로 일반약에 넣어요.
(사용내역을)매일 기록하기가 어렵죠.
⊙기자: 마약처럼 환각증상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의약품은 아예 보관에 관한 규정도 없습니다.
⊙정명훈(식약청 마약관리과 사무관): 향정신성 약품에 대해서는 마약과 달리 이중 철재금고와 같은 보관관리 규정은 없습니다.
⊙기자: 병의원의 마약류 의약품 관리가 이처럼 허술한 것은 해당 약품이 없어져도 병의원은 신고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KBS뉴스 천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