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말레이기 풀리지 않는 의혹…블랙박스 발견이 관건

입력 2014.03.25 (21:29) 수정 2014.03.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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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행방이 묘연해 그야말로 미스터리란 말이 나오던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사건.

결국,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 발표했습니다.

실종 17일 만입니다.

생존자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한 탑승객 가족들, 그 아픔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면, 이번 사고가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먼저 사고기의 항로부터 되짚어보겠습니다.

지난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하던 사고기.

이륙 1시간 뒤 베트남 남쪽 해상에서 마지막 교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는 예정항로와 정반대 방향인 말라카 해협 상공에서 레이더에 포착된 뒤 감쪽같이 사라졌고, 어젯밤이 돼서야 호주 퍼스 서쪽 인도양 남부에서 추락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 것입니다.

그럼, 말레이시아 정부는 기체 잔해도 아직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인도양 남부 추락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산에 가서 '야호'하고 메아리 불러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렇게 소리를 질러보면 계곡이 좁은 데선 맞은편 산에 부딪쳐 메아리가 금방 돌아오지만, 계곡이 넓으면 그만큼 오래 걸리죠.

실종기 행방을 찾는데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됐습니다.

사고기는 교신장치가 모두 꺼져있었지만 보통 여객기처럼 '핑'이라 불리는 전파를 1시간마다 자동으로 내보냈는데요, 영국 통신위성이 이를 놓치지 않은 겁니다.

인공위성이 수신한 전파로 봤을 때, 사고기가 가까이 있다면 전파가 발신된 위치 범위가 좁게 그려지는데요, 반대로 사고기가 멀리 있다면 이 원이 크게 그려지겠죠.

연이은 이 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사고기의 최종 위치를 추정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방식으로 하면 오차범위도 ±160㎞ 정도로 크게 좁혀져 수색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던 겁니다.

그래도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사고기가 인도양 남부까지 가서 추락했느냐 하는 겁니다.

계속해서 박진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비행 초반은 순조로웠습니다.

정상 항로를 유지하던 부기장은 이륙 38분 뒤엔 "굿 나잇"이라는 무선까지 관제 당국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2분 뒤 무선신호 장치, '트랜스폰더'가 꺼지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트랜스폰더는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는 장치.

고장이 아니라면 항상 켜놓아야 하는데 이게 꺼졌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껐다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녹취> 그렉 페이스(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전 조사관) : "조종기의 교신 장치가 꺼졌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추적을 피하려 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교신이 끊긴 직후 여객기가 예상경로에서 벗어나 이리저리 비행했던 점도 여객기 납치 쪽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조종사가 꾸몄다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특히 기장 집에 있던 모의비행장치 기록이 삭제됐고, 이륙 직전 의문의 대포폰 소유자와 통화를 한 점 등은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장이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기체 결함 가능성도 있지만, 구조요청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고도의 비행지식을 갖춘 누군가가 베이징행 여객기를 인도양까지 끌고 갔다는 것뿐입니다.

<기자 멘트>

지난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깁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왜 사고가 났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 실종 5일이 지나서야 비행기 잔해를 찾았습니다.

1962년 괌에서 90명을 태우고 필리핀으로 가던 플라잉 타이거라인 739편도 조난신호도 없이 실종됐고, 잔해도 못 찾았습니다.

이런 사고기의 위치를 비롯해 사고원인을 규명해줄 단서가 바로 블랙박스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에어프랑스기의 경우 블랙박스를 회수하는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이번에도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우선, 추락 장소인 인도양 남부가, 수심도 평균 4천 미터로 깊고 바람과 파도가 매우 거세서 블랙박스의 위치 신호가 수면 위까지 도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블랙박스 전지는 작동 시간이 사고 후 30일밖에 되지 않는데, 이미 사고 18일째에 접어든 터라, 다음달 6일 정도면 전지의 수명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말레이 여객기 사고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잔해 찾기와 블랙박스 회수를 지켜보는 것밖엔 도리가 없습니다.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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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25 21:34:18
    • 수정2014-03-25 21: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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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이 묘연해 그야말로 미스터리란 말이 나오던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사건.

결국,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 발표했습니다.

실종 17일 만입니다.

생존자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한 탑승객 가족들, 그 아픔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면, 이번 사고가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먼저 사고기의 항로부터 되짚어보겠습니다.

지난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하던 사고기.

이륙 1시간 뒤 베트남 남쪽 해상에서 마지막 교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는 예정항로와 정반대 방향인 말라카 해협 상공에서 레이더에 포착된 뒤 감쪽같이 사라졌고, 어젯밤이 돼서야 호주 퍼스 서쪽 인도양 남부에서 추락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 것입니다.

그럼, 말레이시아 정부는 기체 잔해도 아직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인도양 남부 추락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산에 가서 '야호'하고 메아리 불러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렇게 소리를 질러보면 계곡이 좁은 데선 맞은편 산에 부딪쳐 메아리가 금방 돌아오지만, 계곡이 넓으면 그만큼 오래 걸리죠.

실종기 행방을 찾는데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됐습니다.

사고기는 교신장치가 모두 꺼져있었지만 보통 여객기처럼 '핑'이라 불리는 전파를 1시간마다 자동으로 내보냈는데요, 영국 통신위성이 이를 놓치지 않은 겁니다.

인공위성이 수신한 전파로 봤을 때, 사고기가 가까이 있다면 전파가 발신된 위치 범위가 좁게 그려지는데요, 반대로 사고기가 멀리 있다면 이 원이 크게 그려지겠죠.

연이은 이 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사고기의 최종 위치를 추정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방식으로 하면 오차범위도 ±160㎞ 정도로 크게 좁혀져 수색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던 겁니다.

그래도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사고기가 인도양 남부까지 가서 추락했느냐 하는 겁니다.

계속해서 박진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비행 초반은 순조로웠습니다.

정상 항로를 유지하던 부기장은 이륙 38분 뒤엔 "굿 나잇"이라는 무선까지 관제 당국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2분 뒤 무선신호 장치, '트랜스폰더'가 꺼지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트랜스폰더는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는 장치.

고장이 아니라면 항상 켜놓아야 하는데 이게 꺼졌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껐다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녹취> 그렉 페이스(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전 조사관) : "조종기의 교신 장치가 꺼졌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추적을 피하려 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교신이 끊긴 직후 여객기가 예상경로에서 벗어나 이리저리 비행했던 점도 여객기 납치 쪽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조종사가 꾸몄다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특히 기장 집에 있던 모의비행장치 기록이 삭제됐고, 이륙 직전 의문의 대포폰 소유자와 통화를 한 점 등은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장이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기체 결함 가능성도 있지만, 구조요청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고도의 비행지식을 갖춘 누군가가 베이징행 여객기를 인도양까지 끌고 갔다는 것뿐입니다.

<기자 멘트>

지난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깁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왜 사고가 났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 실종 5일이 지나서야 비행기 잔해를 찾았습니다.

1962년 괌에서 90명을 태우고 필리핀으로 가던 플라잉 타이거라인 739편도 조난신호도 없이 실종됐고, 잔해도 못 찾았습니다.

이런 사고기의 위치를 비롯해 사고원인을 규명해줄 단서가 바로 블랙박스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에어프랑스기의 경우 블랙박스를 회수하는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이번에도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우선, 추락 장소인 인도양 남부가, 수심도 평균 4천 미터로 깊고 바람과 파도가 매우 거세서 블랙박스의 위치 신호가 수면 위까지 도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블랙박스 전지는 작동 시간이 사고 후 30일밖에 되지 않는데, 이미 사고 18일째에 접어든 터라, 다음달 6일 정도면 전지의 수명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말레이 여객기 사고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잔해 찾기와 블랙박스 회수를 지켜보는 것밖엔 도리가 없습니다.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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