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못 고친’ 수아레스…FIFA 징계할까?

입력 2014.06.25 (03:16) 수정 2014.06.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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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기행으로 유명한 우루과이의 간판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가 세계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물어뜯는 황당한 행동을 저질렀다.

심판이 이 장면을 보지 못해 반칙 선언이나 카드 없이 경기는 진행됐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반칙이 확정되면 수아레스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사후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FIFA가 프로리그에서도 몇 차례나 상대 선수를 깨물어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수아레스에게 '이빨'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수아레스, 또 깨물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이 걸린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D조 3차전이 열린 25일(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

0-0으로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후반 34분, 잠시 공이 바깥으로 벗어나 플레이가 멈춘 상황에서 수아레스가 갑자기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어깨를 향해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느린 화면으로 잡힌 그림에는 수아레스가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 뒤쪽을 깨무는 모습이 분명하게 잡혔다.

키엘리니는 경악한 표정으로 넘어졌고, 수아레스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입 근처를 손으로 감싸쥐고는 뒹굴었다.

키엘리니는 유니폼을 걷어 심판에게 어깨를 드러내 보였다. 치아 자국이 선명했지만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지도, 카드를 꺼내지도 않은 채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수아레스의 이 반칙이 나온 직후 우루과이는 결승골을 터뜨려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키엘리니는 경기 후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수아레스는 "경기 중에 흔히 있는 일"이라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키엘리니가 먼저 내 어깨를 밀쳤고 그래서 내 눈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멍이 든 것처럼 보이는 눈을 가리키며 상대 선수에게 책임을 돌렸다.

더욱 문제인 것은 수아레스의 기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4월에도 첼시와 벌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인 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에도 심판은 수아레스의 행동을 보지 못했으나 비난에 휩싸인 그는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활약하던 2010년에는 PSV에인트호번의 오트만 바칼의 어깨를 깨물어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2011년 10월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흑인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8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 조사에 착수한 FIFA…징계 수위에 관심 집중 = 수아레스가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살피면 그의 행동을 이해할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와 이탈리아, 양팀에 이날 경기는 16강 진출이 걸린 중요한 승부였다. 내일이 없는 벼랑 끝 승부에 선수들은 매 순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수아레스 자신도 경기 전 "경기장에서는 때때로 열정이 지나쳐서 나중에 후회할 일들을 저지르곤 만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수아레스처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오직 축구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자란 선수들은 종종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패하면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물론 이러한 두려움을 위대한 플레이로 승화시키는 선수들도 있지만 수아레스는 정반대의 경우였다.

그렇다고 해서 수아레스의 행동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많은 이는 궁핍한 환경에서, 그리고 가정 해체 속에서 자랐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수아레스처럼 상대 선수를 물어뜯지는 않는다.

또한 일시적인 감정에 휘말려 그런 행동을 저질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아레스는 이후에 마치 자신이 반칙을 당한 것처럼 행동했고, 경기 후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지도 않았다.

2011년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뒤 다시 에브라를 만났을 때 그와 악수하기를 거부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전 세계 축구팬의 눈을 잡아끄는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이런 상식 밖의 행동이 나왔다는 점에서 수아레스는 더 큰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FIFA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FIFA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한 이탈리아 대표팀의 마우로 타소티에게 A매치 8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팔꿈치 가격은 이로 물어뜯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수아레스에게 1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FIFA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수아레스는 남은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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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25 03:16:46
    • 수정2014-06-25 16:01:50
    연합뉴스
갖은 기행으로 유명한 우루과이의 간판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가 세계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물어뜯는 황당한 행동을 저질렀다.

심판이 이 장면을 보지 못해 반칙 선언이나 카드 없이 경기는 진행됐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반칙이 확정되면 수아레스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사후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FIFA가 프로리그에서도 몇 차례나 상대 선수를 깨물어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수아레스에게 '이빨'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수아레스, 또 깨물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이 걸린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D조 3차전이 열린 25일(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

0-0으로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후반 34분, 잠시 공이 바깥으로 벗어나 플레이가 멈춘 상황에서 수아레스가 갑자기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어깨를 향해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느린 화면으로 잡힌 그림에는 수아레스가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 뒤쪽을 깨무는 모습이 분명하게 잡혔다.

키엘리니는 경악한 표정으로 넘어졌고, 수아레스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입 근처를 손으로 감싸쥐고는 뒹굴었다.

키엘리니는 유니폼을 걷어 심판에게 어깨를 드러내 보였다. 치아 자국이 선명했지만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지도, 카드를 꺼내지도 않은 채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수아레스의 이 반칙이 나온 직후 우루과이는 결승골을 터뜨려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키엘리니는 경기 후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수아레스는 "경기 중에 흔히 있는 일"이라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키엘리니가 먼저 내 어깨를 밀쳤고 그래서 내 눈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멍이 든 것처럼 보이는 눈을 가리키며 상대 선수에게 책임을 돌렸다.

더욱 문제인 것은 수아레스의 기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4월에도 첼시와 벌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인 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에도 심판은 수아레스의 행동을 보지 못했으나 비난에 휩싸인 그는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활약하던 2010년에는 PSV에인트호번의 오트만 바칼의 어깨를 깨물어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2011년 10월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흑인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8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 조사에 착수한 FIFA…징계 수위에 관심 집중 = 수아레스가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살피면 그의 행동을 이해할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와 이탈리아, 양팀에 이날 경기는 16강 진출이 걸린 중요한 승부였다. 내일이 없는 벼랑 끝 승부에 선수들은 매 순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수아레스 자신도 경기 전 "경기장에서는 때때로 열정이 지나쳐서 나중에 후회할 일들을 저지르곤 만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수아레스처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오직 축구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자란 선수들은 종종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패하면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물론 이러한 두려움을 위대한 플레이로 승화시키는 선수들도 있지만 수아레스는 정반대의 경우였다.

그렇다고 해서 수아레스의 행동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많은 이는 궁핍한 환경에서, 그리고 가정 해체 속에서 자랐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수아레스처럼 상대 선수를 물어뜯지는 않는다.

또한 일시적인 감정에 휘말려 그런 행동을 저질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아레스는 이후에 마치 자신이 반칙을 당한 것처럼 행동했고, 경기 후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지도 않았다.

2011년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뒤 다시 에브라를 만났을 때 그와 악수하기를 거부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전 세계 축구팬의 눈을 잡아끄는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이런 상식 밖의 행동이 나왔다는 점에서 수아레스는 더 큰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FIFA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FIFA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한 이탈리아 대표팀의 마우로 타소티에게 A매치 8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팔꿈치 가격은 이로 물어뜯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수아레스에게 1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FIFA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수아레스는 남은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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