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할 감독, 골키퍼 교체? ‘신의 한 수였다’

입력 2014.07.06 (08:40) 수정 2014.07.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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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의 접전도, 30분의 연장 혈투도 오직 마지막 5분여의 승부차기를 위해 준비된 시간이었다.

루이스 판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가 6일(이하 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전에서 코스타리카와 0-0으로 비기고서 승부차기 끝에 힘겹게 4-3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라섰다.

상대의 의도대로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낸 판할 감독의 치밀한 한 수가 빚어낸 걸작이었다.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전 30분의 주인공은 단연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레반테) 골키퍼였다.

16강까지 네 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려 이번 대회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창도 네 경기를 2실점으로 틀어막은 나바스의 방패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120분의 혈투에도 끝내 열리지 않은 코스타리카의 골대를 바라보며 판할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골키퍼 교체였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야스퍼르 실러선(아약스)을 팀 크륄(뉴캐슬)로 바꾼 것이다.

187㎝의 실러선에 비해 7㎝가 더 큰 크륄을 투입해 승부차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골문의 공백을 줄여보려는 계산이었다.

최강의 반사신경과 수비력을 자랑하며 16강 그리스전에서도 승부차기에서 한 골을 막아낸 나바스에 대항하기 위한 교체였지만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자칫 오직 승부차기만을 위해 투입된 골키퍼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크륄은 A매치 출장 경험이 5경기에 불과했다.

감독으로서는 골키퍼 교체 카드가 실패한다면 승부차기까지 오기 전에 보다 공격적인 전술 운용으로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승부사 판할 감독의 한 수는 결국 빛을 발했다.

크륄은 승부차기에서 1-1로 맞선 가운데 코스타리카의 2번 키커 브라이언 루이스(에인트호번)에게 다가가 신경전을 벌였다.

신경전이 통했는지 루이스의 슛은 밋밋하게 가운데로 들어왔고, 크륄은 이를 쳐내고 포효했다.

양 팀의 3·4번 키커가 모두 슛을 성공해 네덜란드가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코스타리카의 5번 키커 마이클 우마냐(사프리사)가 오른쪽으로 찬 슛도 크륄의 손에 걸렸고, 그대로 승부는 끝이었다.

보통 경기 막바지의 선수 교체는 시간을 끌려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크륄은 생애 처음 출전한 월드컵 경기에서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면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순간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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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할 감독, 골키퍼 교체? ‘신의 한 수였다’
    • 입력 2014-07-06 08:40:28
    • 수정2014-07-06 09:19:10
    연합뉴스
90분의 접전도, 30분의 연장 혈투도 오직 마지막 5분여의 승부차기를 위해 준비된 시간이었다.

루이스 판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가 6일(이하 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전에서 코스타리카와 0-0으로 비기고서 승부차기 끝에 힘겹게 4-3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라섰다.

상대의 의도대로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낸 판할 감독의 치밀한 한 수가 빚어낸 걸작이었다.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전 30분의 주인공은 단연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레반테) 골키퍼였다.

16강까지 네 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려 이번 대회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창도 네 경기를 2실점으로 틀어막은 나바스의 방패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120분의 혈투에도 끝내 열리지 않은 코스타리카의 골대를 바라보며 판할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골키퍼 교체였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야스퍼르 실러선(아약스)을 팀 크륄(뉴캐슬)로 바꾼 것이다.

187㎝의 실러선에 비해 7㎝가 더 큰 크륄을 투입해 승부차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골문의 공백을 줄여보려는 계산이었다.

최강의 반사신경과 수비력을 자랑하며 16강 그리스전에서도 승부차기에서 한 골을 막아낸 나바스에 대항하기 위한 교체였지만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자칫 오직 승부차기만을 위해 투입된 골키퍼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크륄은 A매치 출장 경험이 5경기에 불과했다.

감독으로서는 골키퍼 교체 카드가 실패한다면 승부차기까지 오기 전에 보다 공격적인 전술 운용으로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승부사 판할 감독의 한 수는 결국 빛을 발했다.

크륄은 승부차기에서 1-1로 맞선 가운데 코스타리카의 2번 키커 브라이언 루이스(에인트호번)에게 다가가 신경전을 벌였다.

신경전이 통했는지 루이스의 슛은 밋밋하게 가운데로 들어왔고, 크륄은 이를 쳐내고 포효했다.

양 팀의 3·4번 키커가 모두 슛을 성공해 네덜란드가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코스타리카의 5번 키커 마이클 우마냐(사프리사)가 오른쪽으로 찬 슛도 크륄의 손에 걸렸고, 그대로 승부는 끝이었다.

보통 경기 막바지의 선수 교체는 시간을 끌려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크륄은 생애 처음 출전한 월드컵 경기에서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면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순간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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