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에 브라질 전역 침통…“역사적 수치”

입력 2014.07.09 (08:34) 수정 2014.07.0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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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8일(현지시간) 2014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참패하자 브라질 전국이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 있던 관중은 물론 전국 주요 도시에 마련된 거리 응원전인 '팬 페스트'에 참여한 축구팬들도 경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충격과 분노를 드러냈다.

1950년 대회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굳게 믿었던 브라질 국민은 대표팀이 허무하게 무너지자 월드컵 유치에 대한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축구 종주국으로서 최악의 패배라며 분노를 담은 기사들을 쏟아냈다.

스포츠 일간지 '란세'는 "역사상 최악의 수치"라며 축구팬들에게 "유례없는 고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네이마르와 시우바의 공백이 패배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지는 몰라도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악의 패배'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역사적인 굴욕"이라며 인상적인 조직력과 전술, 투지로 승리를 끌어낸 독일이 브라질에 교훈을 남겨줬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신문 '글로보스포르테'도 "수치 중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지역 신문 '오 디아'는 "축구 본가의 굴욕"이라며 브라질이 홈에서 망신을 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50년의 아픔이 2014년에 반복됐다"며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치료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패배를 브라질이 64년 전인 1950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역전패하며 우승을 놓친 '마라카낭(경기장 명칭)의 비극'에 빗대 '미네이랑의 비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브라질 대선 후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제히 글을 올려 4강전 참패로 무력감에 빠진 국민을 달랬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패배가 너무 슬프다"이라며 "브라질은 먼지를 털고 일어날 것이며 역경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1 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는 페이스북에 "패배가 고통스럽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브라질 축구의 영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유력 야당인 브라질사회당(PSB)의 에두아르두 캄푸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서 "월드컵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의 꿈은 뒤로 미뤄졌지만, 2018년 대회에서 브라질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브라질이 패배의 충격에 잠긴 가운데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선전 속에 잠시 잠잠해졌던 월드컵 유치 비판 여론까지 재점화되고 있다.

마리아 호세 코스타 알메이다(35)는 AFP통신에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경기장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고 월드컵을 유치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에서는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공공서비스를 확충할 돈이 경기장 건설 등에 낭비됐다고 보는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경기장 건설 근로자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인명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공사가 개막 때까지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전국 곳곳 지하철 노조의 파업도 이어졌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고 대표팀이 8강까지 승승장구하면서 유치 비난 여론은 사그라졌다.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상파울루에서는 이날 저녁 곳곳에서 버스 방화가 잇따랐다. 당국은 20여 대의 버스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가가 주민들의 공격을 받았다. 경찰은 대형 전자제품 매장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약탈행위를 벌이던 주민 여러 명을 체포했다.

코린치앙스 경기장이 있는 서부 이타케라 지역에서는 좀처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미네이랑 경기장에서는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 쓰레기를 집어던지며 항의하던 관중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최소한 4명이 체포됐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중년 여성은 경기 결과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는 바람에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시 코파카바나 해변에 마련된 '팬 페스트' 현장에서는 소동을 피우던 축구팬 6명이 체포됐다. 북동부 헤시피 시 '팬 페스트'에서는 흥분한 축구팬들이 몸싸움을 벌였으며 경찰이 최루액을 쏘며 강제로 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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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패에 브라질 전역 침통…“역사적 수치”
    • 입력 2014-07-09 08:34:57
    • 수정2014-07-09 19:46:38
    연합뉴스
브라질이 8일(현지시간) 2014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참패하자 브라질 전국이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 있던 관중은 물론 전국 주요 도시에 마련된 거리 응원전인 '팬 페스트'에 참여한 축구팬들도 경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충격과 분노를 드러냈다.

1950년 대회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굳게 믿었던 브라질 국민은 대표팀이 허무하게 무너지자 월드컵 유치에 대한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축구 종주국으로서 최악의 패배라며 분노를 담은 기사들을 쏟아냈다.

스포츠 일간지 '란세'는 "역사상 최악의 수치"라며 축구팬들에게 "유례없는 고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네이마르와 시우바의 공백이 패배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지는 몰라도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악의 패배'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역사적인 굴욕"이라며 인상적인 조직력과 전술, 투지로 승리를 끌어낸 독일이 브라질에 교훈을 남겨줬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신문 '글로보스포르테'도 "수치 중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지역 신문 '오 디아'는 "축구 본가의 굴욕"이라며 브라질이 홈에서 망신을 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50년의 아픔이 2014년에 반복됐다"며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치료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패배를 브라질이 64년 전인 1950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역전패하며 우승을 놓친 '마라카낭(경기장 명칭)의 비극'에 빗대 '미네이랑의 비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브라질 대선 후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제히 글을 올려 4강전 참패로 무력감에 빠진 국민을 달랬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패배가 너무 슬프다"이라며 "브라질은 먼지를 털고 일어날 것이며 역경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1 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는 페이스북에 "패배가 고통스럽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브라질 축구의 영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다른 유력 야당인 브라질사회당(PSB)의 에두아르두 캄푸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서 "월드컵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의 꿈은 뒤로 미뤄졌지만, 2018년 대회에서 브라질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브라질이 패배의 충격에 잠긴 가운데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선전 속에 잠시 잠잠해졌던 월드컵 유치 비판 여론까지 재점화되고 있다.

마리아 호세 코스타 알메이다(35)는 AFP통신에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경기장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고 월드컵을 유치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에서는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공공서비스를 확충할 돈이 경기장 건설 등에 낭비됐다고 보는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경기장 건설 근로자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인명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공사가 개막 때까지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전국 곳곳 지하철 노조의 파업도 이어졌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고 대표팀이 8강까지 승승장구하면서 유치 비난 여론은 사그라졌다.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상파울루에서는 이날 저녁 곳곳에서 버스 방화가 잇따랐다. 당국은 20여 대의 버스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가가 주민들의 공격을 받았다. 경찰은 대형 전자제품 매장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약탈행위를 벌이던 주민 여러 명을 체포했다.

코린치앙스 경기장이 있는 서부 이타케라 지역에서는 좀처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미네이랑 경기장에서는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 쓰레기를 집어던지며 항의하던 관중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최소한 4명이 체포됐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중년 여성은 경기 결과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는 바람에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시 코파카바나 해변에 마련된 '팬 페스트' 현장에서는 소동을 피우던 축구팬 6명이 체포됐다. 북동부 헤시피 시 '팬 페스트'에서는 흥분한 축구팬들이 몸싸움을 벌였으며 경찰이 최루액을 쏘며 강제로 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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