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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24 이슈] 터키, 여인은 웃지도 마라?
입력 2014.08.04 (18:08) 수정 2014.08.04 (19:08) 글로벌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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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이 여성...

결국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자신의 고향이자 부모님이 사는 독일로 향합니다.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해 일자리도 얻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정 식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딪힙니다.

뼛속 깊은 전통의 굴레 속에서 한 가족 모두가 불행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가족들은 결국 그녀를 살해하기로 결심하는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터키 영화, <그녀가 떠날 때>의 한 장면입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웃으면 안 된다'는 고위 인사의 발언 때문에 터키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여성 순결에 저해되는 행동이라는 건데요.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터키 부총리가 한 발언,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나요?

<답변>
네,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으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요.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든 이유는 젊은이들의 도덕성이 타락했다는 겁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달 28일, 집권 정의개발당이 주최한 라마단 종료 축하 행사에서 터키 아른츠 부총리가 한 말입니다.

터키 남녀들은 축제 기간 중 정숙의 중요성에 대해 잊어서는 안 되며, 부끄러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터키가 도덕적으로 퇴보했다며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뷸렌트 아른츠(터키 부총리) : "이슬람에서 허용되는 것에 대해 인지해야 합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어선 안 됩니다. 또 남의 주의를 끌려 해서도 안 됩니다."

휴대전화로 여성들이 통화하는 것도 문제 삼았는데요.

여성들이 휴대전화로 음식 요리법을 얘기하고 사소한 문제들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한 얘기는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하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터키 여성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어땠습니까?

<답변>
말 그대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아른츠 부총리의 발언 사흘 만에 SNS는 수 천 명의 여성들이 웃고 있는 사진으로 도배가 됐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라온 사진들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활짝 웃고 있는데요.

사진들에는 '저항의 웃음', '저항하는 여자'라는 뜻의 꼬리말이 달려 있는데요.

참을 수 없단 반응들이 대부분입니다.

<녹취> 터키 여성 :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모욕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웃는 것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길거리에서 웃는 것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야권 정치인들도 가세했습니다.

에크 멜레딘 전 이슬람협력기구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여성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이 웃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고요.

멜다 오누르 공화인민당 의원도 여성에 대한 살인이 빈번한 때 정숙함을 강조함으로써 논란만 더 키웠다고 비난했습니다.

인권운동가들은 남성의 잦은 폭력 등 처리해야 할 심각한 문제도 많은데 유감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녹취> 카난 아린('터키 여성 쉼터 재단' 창립자) :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만연한 때에 이런 바보같은 의견에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질문>
정 기자, 그런데 터키 현 정부의 여성 차별,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단 에르도안 총리부터 과거 여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에르도안 총리는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대변인이 TV 쇼프로그램 여성 진행자의 옷차림이 야하다고 말한 직후 해당 진행자가 갑자기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이나 진행자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묘사한 옷차림과 같았던 진행자가 하차를 결정해 논란을 빚었죠.

지난 2012년에는 수도 앙카라의 시장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여성이 성폭행당했다고 해서 왜 죄없는 아기가 낙태돼야 하느냐며 여성이 대신 죽어야 한다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질문>
앞서 잠깐 봤지만,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명예살인'이라는 끔찍한 관습이 남아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에서 종종 들려오는 소식이죠.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여성을 살해하는 관습인데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편이어서 관련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인도 북서부 하리아나 주의 도시 로타크.

니디 바라크라는 20살 여성이 부모에 의해 맞아 죽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했기 때문인데요.

니디의 부모는 자신의 사위가 되는 남성 역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살해한 뒤 그의 집 앞에 던져버렸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동생 :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특별한 관계였죠. 그들이 도망치려고 할 때 신부 측 아버지가 그들을 죽였습니다."

15살 딸이 약혼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화형에 처하고, 부모 동의없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신혼부부를 공개처형한 사례도 있는데요.

이른바 명예살인으로 죽음에 이르는 사람은, 한 해 5천 명에서 2만 명 사이로 추정됩니다.

개인보다는 가족이나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이 강하고, 여성의 권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들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녹취> 파르자나 바리(인권운동가) :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정부 역시 범죄자들을 체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서는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터키는 유럽보다도 여성의 참정권 보장이 빨랐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여성 인권이 경시되는 현실, 그래서 더 씁쓸하고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 [글로벌24 이슈] 터키, 여인은 웃지도 마라?
    • 입력 2014-08-04 19:01:47
    • 수정2014-08-04 19:08:16
    글로벌24
<앵커 멘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이 여성...

결국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자신의 고향이자 부모님이 사는 독일로 향합니다.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해 일자리도 얻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정 식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딪힙니다.

뼛속 깊은 전통의 굴레 속에서 한 가족 모두가 불행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가족들은 결국 그녀를 살해하기로 결심하는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터키 영화, <그녀가 떠날 때>의 한 장면입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웃으면 안 된다'는 고위 인사의 발언 때문에 터키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여성 순결에 저해되는 행동이라는 건데요.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터키 부총리가 한 발언,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나요?

<답변>
네,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으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요.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든 이유는 젊은이들의 도덕성이 타락했다는 겁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달 28일, 집권 정의개발당이 주최한 라마단 종료 축하 행사에서 터키 아른츠 부총리가 한 말입니다.

터키 남녀들은 축제 기간 중 정숙의 중요성에 대해 잊어서는 안 되며, 부끄러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터키가 도덕적으로 퇴보했다며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뷸렌트 아른츠(터키 부총리) : "이슬람에서 허용되는 것에 대해 인지해야 합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어선 안 됩니다. 또 남의 주의를 끌려 해서도 안 됩니다."

휴대전화로 여성들이 통화하는 것도 문제 삼았는데요.

여성들이 휴대전화로 음식 요리법을 얘기하고 사소한 문제들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한 얘기는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하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터키 여성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어땠습니까?

<답변>
말 그대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아른츠 부총리의 발언 사흘 만에 SNS는 수 천 명의 여성들이 웃고 있는 사진으로 도배가 됐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라온 사진들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활짝 웃고 있는데요.

사진들에는 '저항의 웃음', '저항하는 여자'라는 뜻의 꼬리말이 달려 있는데요.

참을 수 없단 반응들이 대부분입니다.

<녹취> 터키 여성 :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모욕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웃는 것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길거리에서 웃는 것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야권 정치인들도 가세했습니다.

에크 멜레딘 전 이슬람협력기구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여성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이 웃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고요.

멜다 오누르 공화인민당 의원도 여성에 대한 살인이 빈번한 때 정숙함을 강조함으로써 논란만 더 키웠다고 비난했습니다.

인권운동가들은 남성의 잦은 폭력 등 처리해야 할 심각한 문제도 많은데 유감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녹취> 카난 아린('터키 여성 쉼터 재단' 창립자) :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만연한 때에 이런 바보같은 의견에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질문>
정 기자, 그런데 터키 현 정부의 여성 차별,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단 에르도안 총리부터 과거 여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에르도안 총리는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대변인이 TV 쇼프로그램 여성 진행자의 옷차림이 야하다고 말한 직후 해당 진행자가 갑자기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이나 진행자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묘사한 옷차림과 같았던 진행자가 하차를 결정해 논란을 빚었죠.

지난 2012년에는 수도 앙카라의 시장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여성이 성폭행당했다고 해서 왜 죄없는 아기가 낙태돼야 하느냐며 여성이 대신 죽어야 한다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질문>
앞서 잠깐 봤지만,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명예살인'이라는 끔찍한 관습이 남아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에서 종종 들려오는 소식이죠.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여성을 살해하는 관습인데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편이어서 관련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인도 북서부 하리아나 주의 도시 로타크.

니디 바라크라는 20살 여성이 부모에 의해 맞아 죽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했기 때문인데요.

니디의 부모는 자신의 사위가 되는 남성 역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살해한 뒤 그의 집 앞에 던져버렸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동생 :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특별한 관계였죠. 그들이 도망치려고 할 때 신부 측 아버지가 그들을 죽였습니다."

15살 딸이 약혼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화형에 처하고, 부모 동의없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신혼부부를 공개처형한 사례도 있는데요.

이른바 명예살인으로 죽음에 이르는 사람은, 한 해 5천 명에서 2만 명 사이로 추정됩니다.

개인보다는 가족이나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이 강하고, 여성의 권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들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녹취> 파르자나 바리(인권운동가) :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정부 역시 범죄자들을 체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서는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터키는 유럽보다도 여성의 참정권 보장이 빨랐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여성 인권이 경시되는 현실, 그래서 더 씁쓸하고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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