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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무너져 버린 저수지…예견된 인재?
입력 2014.08.25 (08:39) 수정 2014.08.25 (10:56)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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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남부지방의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요.

이번 주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습니다.

특히 경북 영천에서는 저수지 둑이 무너지면서 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었죠.

이승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죠.

피해 복구가 아직 안 되고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취재진이 주말에 현장을 찾았는데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얼굴이었습니다.

모처럼 날이 개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다시 또 비가 온다는 소식에 한숨부터 나오는 모습입니다.

한편,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현장 표정과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걸까?

지난주,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최고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갑자기 쏟아 부은 비에 경북 영천에서는 농업용 저수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3개 마을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로 심각했던 상황.

저수지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물은 인근의 농경지와 주택을 덮쳤습니다.

<인터뷰> 최초 목격자 : "쓰나미처럼 밀려왔기 때문에, 여기 50년 이상 살아도 한 번에 그만큼 물이 내려온 적이 없어요."

그제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했을때에도 당시의 처참했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요.

찢기고 무너진 포도밭은 포도밭이 아니라 아예 쑥대밭으로 변했고, 흉하게 부서져 버린 비닐하우스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박옥분(피해 주민) : "말도 못해요. 지금 포도 딸 때가 됐는데 싹 밀어버렸고 바로 못 밑에 사과 아오리 500주 심어둔 거, 시설 다 해둔 것을 그것도 넘어지고..."

몇 년 동안 공들인 농작물이 그것도 수확을 앞두고, 엉망이 돼 버린 현실에 농민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임태화(피해주민) : "죽을 지경입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 포도를 갖고 다 먹고사는 사람인데"

저수지 물은 농작물 뿐 아니라 주민들의 보금자리까지 침범했습니다.

안방까지 밀고 들어온 흙탕물 때문에 생활은 커녕, 집에 들어가기 조차 어려운 상황.

<인터뷰> 박재광(피해주민) : "집에 물이 들어와서 벽이 다 나가버리고 없는데, 지금 반파가 된 게 있거든 무너지려고 하는데 어떻게 들어가나. 나와 버렸다고. 물이 침수되어서 집 한 채는 뜯어야 한다고."

볕이 잘 드는 곳에 침대 매트리스를 꺼내 말리고, 누워버린 냉장고를 세워 정리해 보려 하지만, 흙탕물에 젖어버린 살림살이는 이미 대부분 못 쓰게 돼버렸습니다.

인근 소방서까지 복구 지원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언제 마무리가 될지는 막막한 상황.

게다가 이번 주에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주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광준(피해주민) : "저 위에 벼 논 있잖아요. 벼가 피면 물로 먹여야 하거든. 그래서 빨리 복구를 해서 벼논에 물 대도록 그렇게 해줘야 해요. 그게 이제 급선무에요."

여름 끝자락에 찾아온 장마로 이런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잘 있던 저수지는 왜 무너진 걸까요?

주민들은 저수지가 무너진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저수지를 찾아가봤습니다.

길이 160미터의 둑 가운데 30여 미터가 갑자기 불어난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렸습니다.

<인터뷰> 이영재(교수/경북대 토목공학과) : "콘크리트가 전체 여기 수압을 받기에는 굉장히 부족한 단면을 볼 수가 있네요. 적어도 이게 50cm 이상은 확보를 해야 합니다. 기껏 많이 되어 봐야 이쪽 같으면 얼마나 될까, 20cm 될까요? 지금 이게 바로 문제네요."

이 저수지가 만들어진 건 1945년.

69년이나 지난 말 그대로 ‘노후 저수지’입니다.

주민들은 노후된 이 저수지가 오래전부터 붕괴 위험을 보여왔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임태화(피해 주민) : "우리가 저수지에 문제가 있다고 작년 4월부터 9월 사이에 한 3회에 걸쳐 진정을 넣었습니다. 빨리 수리를 해달라고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또 올봄, 한 3월경에 수리해달라고 저수지 물량을 다 뺐습니다."

주민들의 원성은 계속됐지만,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뷰> 김종수(부시장/영천시) : "지난번에 주민들도 ‘물이 새는 징조가 있다’ 그 이야기를 해서 저희가 이번 5월 말에 예산을 좀 확보해서 저수지 점검을 해서 보강할 그런 계획은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영천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전국에 분포한 저수지는 대략 만 7천 개.

이 가운데 영천의 저수지처럼 지은지 50년이 넘은 노후 저수지는 무려 70%에 이릅니다.

지난해 봄 마을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경북 경주의 저수지 붕괴 사고도 노후 저수지에 대한 관리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인터뷰> 이영재(교수/경북대 토목공학과) : "이제 내구 연한이 지나면 항상 붕괴의 소지가 있으니까, 시설을 만들면 시설물 안전 관리 특별법이 있듯이 반드시 유지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런 게 안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가 있는거죠."

노후 저수지의 실태가 어떤지 취재팀은 지은지 60년이 넘었다는 경기도의 한 저수지를 찾아가봤습니다.

안전진단에서 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은 이 저수지.

주민들은 오히려 저수지 때문에 해마다 크고작은 수해를 입고 있다고 했습니다.

2~3년 동안 보수작업이 이뤄졌지만, 주민불안은 여전한 상황.

<인터뷰> 정환중(이장/여주 신근2리) : "요즘은 또 비가 오면 집중호우로 오잖아요. 집중호우로 오게 되면 저수지 (흙더미) 때문에 저 위로 물이 계속 쌓이게 되고 이리로 빠져주지를 못하니까 (넘치게 되죠)"

또 다른 저수지.

역시 60년이 넘은 저수지인데, 축대 밑으로 토사가 유실되고 바닥 곳곳에 균열이 보입니다.

콘크리트 밖으로 나온 철근은 녹이 슨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정식(이장/여주 신해리) : "작년에 옥촌리에서 저수지가 터지는 바람에 비만 오면 여기를 수시로 와서 봐요. 이거는 뭐 여기 농경지가 이게 터지면 직접적인 피해를 보기 때문에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에요."

보수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시급한 일이지만,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보수도 상당수가 주먹구구식이라는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노섭(교수/여주대 토목과) : "검사를 통해서 안전하다, 둑 높이도 어느 정도 됐다, 근데 물넘이 부분이 시급하다 이런 식으로 3~4가지를 세분화시켜서 ‘우선 정비구간’ 이런 식으로 좀 세분화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는..."

여기에, 저수지의 관리주체가 자치단체와 농어촌공사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노섭(교수/여주대 토목과) : "물과 관련된 이런 관리 체계는 사실 일원화가 되는 게 맞습니다. 당연히 하나의 기관에서, 그것도 가능한 한 중앙에서 지원이 가능한 데서 관리를 하는 것이 아무래도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번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150밀리미터의 비가 또 예보돼 있습니다.

노후 저수지 인근의 주민들은 이번에도 또 밤잠을 설쳐야 합니다.
  • [뉴스 따라잡기] 무너져 버린 저수지…예견된 인재?
    • 입력 2014-08-25 08:41:16
    • 수정2014-08-25 10:56:1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최근 남부지방의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요.

이번 주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습니다.

특히 경북 영천에서는 저수지 둑이 무너지면서 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었죠.

이승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죠.

피해 복구가 아직 안 되고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취재진이 주말에 현장을 찾았는데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얼굴이었습니다.

모처럼 날이 개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다시 또 비가 온다는 소식에 한숨부터 나오는 모습입니다.

한편,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현장 표정과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걸까?

지난주,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최고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갑자기 쏟아 부은 비에 경북 영천에서는 농업용 저수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3개 마을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로 심각했던 상황.

저수지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물은 인근의 농경지와 주택을 덮쳤습니다.

<인터뷰> 최초 목격자 : "쓰나미처럼 밀려왔기 때문에, 여기 50년 이상 살아도 한 번에 그만큼 물이 내려온 적이 없어요."

그제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했을때에도 당시의 처참했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요.

찢기고 무너진 포도밭은 포도밭이 아니라 아예 쑥대밭으로 변했고, 흉하게 부서져 버린 비닐하우스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박옥분(피해 주민) : "말도 못해요. 지금 포도 딸 때가 됐는데 싹 밀어버렸고 바로 못 밑에 사과 아오리 500주 심어둔 거, 시설 다 해둔 것을 그것도 넘어지고..."

몇 년 동안 공들인 농작물이 그것도 수확을 앞두고, 엉망이 돼 버린 현실에 농민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임태화(피해주민) : "죽을 지경입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 포도를 갖고 다 먹고사는 사람인데"

저수지 물은 농작물 뿐 아니라 주민들의 보금자리까지 침범했습니다.

안방까지 밀고 들어온 흙탕물 때문에 생활은 커녕, 집에 들어가기 조차 어려운 상황.

<인터뷰> 박재광(피해주민) : "집에 물이 들어와서 벽이 다 나가버리고 없는데, 지금 반파가 된 게 있거든 무너지려고 하는데 어떻게 들어가나. 나와 버렸다고. 물이 침수되어서 집 한 채는 뜯어야 한다고."

볕이 잘 드는 곳에 침대 매트리스를 꺼내 말리고, 누워버린 냉장고를 세워 정리해 보려 하지만, 흙탕물에 젖어버린 살림살이는 이미 대부분 못 쓰게 돼버렸습니다.

인근 소방서까지 복구 지원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언제 마무리가 될지는 막막한 상황.

게다가 이번 주에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주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광준(피해주민) : "저 위에 벼 논 있잖아요. 벼가 피면 물로 먹여야 하거든. 그래서 빨리 복구를 해서 벼논에 물 대도록 그렇게 해줘야 해요. 그게 이제 급선무에요."

여름 끝자락에 찾아온 장마로 이런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잘 있던 저수지는 왜 무너진 걸까요?

주민들은 저수지가 무너진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저수지를 찾아가봤습니다.

길이 160미터의 둑 가운데 30여 미터가 갑자기 불어난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렸습니다.

<인터뷰> 이영재(교수/경북대 토목공학과) : "콘크리트가 전체 여기 수압을 받기에는 굉장히 부족한 단면을 볼 수가 있네요. 적어도 이게 50cm 이상은 확보를 해야 합니다. 기껏 많이 되어 봐야 이쪽 같으면 얼마나 될까, 20cm 될까요? 지금 이게 바로 문제네요."

이 저수지가 만들어진 건 1945년.

69년이나 지난 말 그대로 ‘노후 저수지’입니다.

주민들은 노후된 이 저수지가 오래전부터 붕괴 위험을 보여왔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임태화(피해 주민) : "우리가 저수지에 문제가 있다고 작년 4월부터 9월 사이에 한 3회에 걸쳐 진정을 넣었습니다. 빨리 수리를 해달라고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또 올봄, 한 3월경에 수리해달라고 저수지 물량을 다 뺐습니다."

주민들의 원성은 계속됐지만,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뷰> 김종수(부시장/영천시) : "지난번에 주민들도 ‘물이 새는 징조가 있다’ 그 이야기를 해서 저희가 이번 5월 말에 예산을 좀 확보해서 저수지 점검을 해서 보강할 그런 계획은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영천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전국에 분포한 저수지는 대략 만 7천 개.

이 가운데 영천의 저수지처럼 지은지 50년이 넘은 노후 저수지는 무려 70%에 이릅니다.

지난해 봄 마을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경북 경주의 저수지 붕괴 사고도 노후 저수지에 대한 관리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인터뷰> 이영재(교수/경북대 토목공학과) : "이제 내구 연한이 지나면 항상 붕괴의 소지가 있으니까, 시설을 만들면 시설물 안전 관리 특별법이 있듯이 반드시 유지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런 게 안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가 있는거죠."

노후 저수지의 실태가 어떤지 취재팀은 지은지 60년이 넘었다는 경기도의 한 저수지를 찾아가봤습니다.

안전진단에서 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은 이 저수지.

주민들은 오히려 저수지 때문에 해마다 크고작은 수해를 입고 있다고 했습니다.

2~3년 동안 보수작업이 이뤄졌지만, 주민불안은 여전한 상황.

<인터뷰> 정환중(이장/여주 신근2리) : "요즘은 또 비가 오면 집중호우로 오잖아요. 집중호우로 오게 되면 저수지 (흙더미) 때문에 저 위로 물이 계속 쌓이게 되고 이리로 빠져주지를 못하니까 (넘치게 되죠)"

또 다른 저수지.

역시 60년이 넘은 저수지인데, 축대 밑으로 토사가 유실되고 바닥 곳곳에 균열이 보입니다.

콘크리트 밖으로 나온 철근은 녹이 슨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정식(이장/여주 신해리) : "작년에 옥촌리에서 저수지가 터지는 바람에 비만 오면 여기를 수시로 와서 봐요. 이거는 뭐 여기 농경지가 이게 터지면 직접적인 피해를 보기 때문에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에요."

보수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시급한 일이지만,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보수도 상당수가 주먹구구식이라는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노섭(교수/여주대 토목과) : "검사를 통해서 안전하다, 둑 높이도 어느 정도 됐다, 근데 물넘이 부분이 시급하다 이런 식으로 3~4가지를 세분화시켜서 ‘우선 정비구간’ 이런 식으로 좀 세분화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는..."

여기에, 저수지의 관리주체가 자치단체와 농어촌공사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노섭(교수/여주대 토목과) : "물과 관련된 이런 관리 체계는 사실 일원화가 되는 게 맞습니다. 당연히 하나의 기관에서, 그것도 가능한 한 중앙에서 지원이 가능한 데서 관리를 하는 것이 아무래도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번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150밀리미터의 비가 또 예보돼 있습니다.

노후 저수지 인근의 주민들은 이번에도 또 밤잠을 설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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