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부상에 좌절된’ 도마 2연패의 꿈

입력 2014.09.25 (20:25) 수정 2014.09.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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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태극전사 가운데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양학선은 이후 출전한 국내외 대회를 모두 평정하며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1인자로 군림해왔다.

도마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양학선이 대회 직전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부터다.

양학선이 도마에서 세계 정상으로 군림한 것은 도움닫기 때의 스피드와 도약할 때 몸을 띄워 올리는 힘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힘찬 비약을 뒷받침할 허벅지 상태에 말썽이 생겼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도 완치까지 몇 주가 걸린다는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양학선은 지난 19일 공식 훈련에서 구름판을 향해 달려가던 도중 허벅지 부위에 고통을 호소하며 주저앉는 모습까지 보였다. 양학선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20일 훈련은 통째로 쉬었다.

양학선이 부상으로 훈련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이 '왕좌 탈환'을 노리는 2006년 도하 금메달리스트 리세광(29·북한)은 2년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체조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양학선과 마찬가지로 도마에서 최고 난도인 6.4 기술을 두 개씩 보유한 리세광은 연습 과정에서 최고 난도 기술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리세광의 기량이 전성기 때보다 더 좋은 것 같다는 말이 돌았다.

양학선은 금메달은 차치하고 대회 출전마저 쉽지 않아 보였다. 아시안게임 직후에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무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학선은 예상을 깨고 21일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출전을 강행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고 오른쪽 허벅지에 압박 붕대를 감은 양학선은 안마를 제외한 전 종목에 출전해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이끄는 투혼을 발휘했다.

24일 링 결선과 마루운동 결선에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각각 7위에 그치긴 했지만 양학선은 마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대망의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

경기 전 주영삼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체조 관계자들은 양학선이 부상에서 상당히 많이 회복했다고 전했다.

양학선의 표정도 밝았다. 운까지 따랐다. 양학선은 도마 결선에서 5번째 순서를 배정받아 3번째로 연기에 나선 리세광의 점수를 확인한 뒤에 난도를 결정할 수 있었다.

리세광이 1차 시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끝에 입상권에서 멀어지면서 양학선은 금메달을 눈앞에 두는 듯 보였다.

양학선은 난도 6.0 기술로도 충분히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었으나 '승부사'답게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1차에서 최고 난도 6.4의 '양학선', 2차에서 역시 6.4의 '양학선2'를 시도했다. 그러나 정작 양학선이 펼친 연기는 난도 6.0의 '여2'와 '로페즈'였다. 그마저도 1차 시도에서는 한 발이 규정 라인을 벗어나는 등 착지까지 불안했다.

몸 상태는 선수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마련이라지만 양학선의 밝은 표정과는 달리 양학선의 몸은 그의 의지와는 전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양학선의 경쟁자는 리세광이 아니었다. 양학선의 가장 큰 적은 양학선 자신이라는 말은 슬프게도 이날 결선에 그대로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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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학선, ‘부상에 좌절된’ 도마 2연패의 꿈
    • 입력 2014-09-25 20:25:17
    • 수정2014-09-25 21:15:54
    연합뉴스
'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태극전사 가운데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양학선은 이후 출전한 국내외 대회를 모두 평정하며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1인자로 군림해왔다. 도마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양학선이 대회 직전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부터다. 양학선이 도마에서 세계 정상으로 군림한 것은 도움닫기 때의 스피드와 도약할 때 몸을 띄워 올리는 힘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힘찬 비약을 뒷받침할 허벅지 상태에 말썽이 생겼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도 완치까지 몇 주가 걸린다는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양학선은 지난 19일 공식 훈련에서 구름판을 향해 달려가던 도중 허벅지 부위에 고통을 호소하며 주저앉는 모습까지 보였다. 양학선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20일 훈련은 통째로 쉬었다. 양학선이 부상으로 훈련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이 '왕좌 탈환'을 노리는 2006년 도하 금메달리스트 리세광(29·북한)은 2년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체조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양학선과 마찬가지로 도마에서 최고 난도인 6.4 기술을 두 개씩 보유한 리세광은 연습 과정에서 최고 난도 기술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리세광의 기량이 전성기 때보다 더 좋은 것 같다는 말이 돌았다. 양학선은 금메달은 차치하고 대회 출전마저 쉽지 않아 보였다. 아시안게임 직후에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무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학선은 예상을 깨고 21일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출전을 강행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고 오른쪽 허벅지에 압박 붕대를 감은 양학선은 안마를 제외한 전 종목에 출전해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이끄는 투혼을 발휘했다. 24일 링 결선과 마루운동 결선에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각각 7위에 그치긴 했지만 양학선은 마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대망의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 경기 전 주영삼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체조 관계자들은 양학선이 부상에서 상당히 많이 회복했다고 전했다. 양학선의 표정도 밝았다. 운까지 따랐다. 양학선은 도마 결선에서 5번째 순서를 배정받아 3번째로 연기에 나선 리세광의 점수를 확인한 뒤에 난도를 결정할 수 있었다. 리세광이 1차 시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끝에 입상권에서 멀어지면서 양학선은 금메달을 눈앞에 두는 듯 보였다. 양학선은 난도 6.0 기술로도 충분히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었으나 '승부사'답게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1차에서 최고 난도 6.4의 '양학선', 2차에서 역시 6.4의 '양학선2'를 시도했다. 그러나 정작 양학선이 펼친 연기는 난도 6.0의 '여2'와 '로페즈'였다. 그마저도 1차 시도에서는 한 발이 규정 라인을 벗어나는 등 착지까지 불안했다. 몸 상태는 선수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마련이라지만 양학선의 밝은 표정과는 달리 양학선의 몸은 그의 의지와는 전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양학선의 경쟁자는 리세광이 아니었다. 양학선의 가장 큰 적은 양학선 자신이라는 말은 슬프게도 이날 결선에 그대로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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