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우리 집, 안산 경기라 더 좋았다”

입력 2014.09.25 (22:44) 수정 2014.09.2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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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홈에서 열리잖아요. 그래서 더 즐겁게 하고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배구 여제' 김연경(26·터키 페네르바체)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아픔을 겪은 안산 시민에게 모처럼 큰 즐거움을 안겼다.

김연경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일본과의 3차전에서 홀로 26득점을 몰아치는 맹활약으로 3-0 완승을 이끌었다.

마치 중학생과의 연습경기를 보는 듯한 일방적인 경기였다.

아무리 20대 초반 선수를 주축으로 한 2진급 팀이라지만, 수비 좋기로 소문난 일본 선수들은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친 김연경의 강스파이크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21-13으로 앞선 2세트, 김연경의 두 번째 서브에 대응하지 못해 팔을 맞고는 서브에이스를 허용한 일본 노모토 리카의 허탈한 웃음은 이날 경기를 대변하는 장면이라 할 만했다.

김연경이 종횡무진 활약한 덕에 한국은 일본전 최근 5연패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를 마친 김연경은 "안산은 우리 집, 홈이지 않으냐"면서 "안산에서 국제대회는 처음인 것 같은데, 그래서 설레더라"고 안산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연경은 안산에서 태어나 안산 원곡중학교에서 배구를 했다.

그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진 직후, 올해 4월 페네르바체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며 동료 선수들과 함께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아 넋을 기린 바 있다.

5월 귀국할 때에도 "피해를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고향을 향해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것도 있지만, 이날 기분 좋은 승리는 경기장을 찾은 안산 시민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었을 터다.

이날 팬들은 한국의 득점이 나올 때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마음껏 배구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김연경은 "안산 시민들이 오셨다는 것을 알기에 더 즐겁게 경기하고, 컨디션도 좋았다"고 화답했다.

이날 승리로 조 1위를 확정지은 한국은 8강에서 손쉬운 상대인 B조 4위 홍콩과 맞붙게 됐다.

4강전에서도 일본-대만전의 승자와 맞붙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던 중국과의 맞대결은 결승으로 미뤄뒀다.

그러나 김연경은 "태국과의 2차전을 승리하고 나니 느슨해지는 느낌이 있어 선수들과 '끝난 게 아니니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일본도 오늘 잘 되지 않았을 뿐 4강에 올라온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 본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랑프리 대회, AVC컵 대회 등에 이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국제대회를 연달아 치르는 통에 피로가 쌓여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당연히 힘들지만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한다"며 "무리가 있더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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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경 “우리 집, 안산 경기라 더 좋았다”
    • 입력 2014-09-25 22:44:58
    • 수정2014-09-25 22:48:50
    연합뉴스
"우리 집, 홈에서 열리잖아요. 그래서 더 즐겁게 하고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배구 여제' 김연경(26·터키 페네르바체)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아픔을 겪은 안산 시민에게 모처럼 큰 즐거움을 안겼다. 김연경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일본과의 3차전에서 홀로 26득점을 몰아치는 맹활약으로 3-0 완승을 이끌었다. 마치 중학생과의 연습경기를 보는 듯한 일방적인 경기였다. 아무리 20대 초반 선수를 주축으로 한 2진급 팀이라지만, 수비 좋기로 소문난 일본 선수들은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친 김연경의 강스파이크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21-13으로 앞선 2세트, 김연경의 두 번째 서브에 대응하지 못해 팔을 맞고는 서브에이스를 허용한 일본 노모토 리카의 허탈한 웃음은 이날 경기를 대변하는 장면이라 할 만했다. 김연경이 종횡무진 활약한 덕에 한국은 일본전 최근 5연패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를 마친 김연경은 "안산은 우리 집, 홈이지 않으냐"면서 "안산에서 국제대회는 처음인 것 같은데, 그래서 설레더라"고 안산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연경은 안산에서 태어나 안산 원곡중학교에서 배구를 했다. 그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진 직후, 올해 4월 페네르바체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며 동료 선수들과 함께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아 넋을 기린 바 있다. 5월 귀국할 때에도 "피해를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고향을 향해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것도 있지만, 이날 기분 좋은 승리는 경기장을 찾은 안산 시민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었을 터다. 이날 팬들은 한국의 득점이 나올 때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마음껏 배구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김연경은 "안산 시민들이 오셨다는 것을 알기에 더 즐겁게 경기하고, 컨디션도 좋았다"고 화답했다. 이날 승리로 조 1위를 확정지은 한국은 8강에서 손쉬운 상대인 B조 4위 홍콩과 맞붙게 됐다. 4강전에서도 일본-대만전의 승자와 맞붙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던 중국과의 맞대결은 결승으로 미뤄뒀다. 그러나 김연경은 "태국과의 2차전을 승리하고 나니 느슨해지는 느낌이 있어 선수들과 '끝난 게 아니니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일본도 오늘 잘 되지 않았을 뿐 4강에 올라온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 본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랑프리 대회, AVC컵 대회 등에 이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국제대회를 연달아 치르는 통에 피로가 쌓여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당연히 힘들지만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한다"며 "무리가 있더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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