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추첨으로 미국 영주권을?

입력 2014.11.11 (18:06) 수정 2014.11.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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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전과 가난을 피해 보트에 올라타 목숨을 건 유럽행 보트에 오르는 사람들.

불법으로라도 유럽에 안착해 영주권을 얻어보려는 목숨을 건 시도인데요.

이와는 전혀 사례도 있습니다.

한 나라의 영주권을 추첨을 통해 나눠주는 제도가 그것인데요.

바로 그린카드로 불리는 미국의 영주권 추첨제 얘깁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곧 폐지될 거란 소식에 올해 신청자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영주권을 추첨을 통해서 준다? 이게 정말 시행이 된 제돕니까?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좀 낯설지만 미국에서 실제로 매년 5만명 정도에게 추첨을 통해 자격을 부여해왔습니다.

폐지 소식에 신청자가 몰렸다하는데 얼마나 신청을 했나요?

<답변>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요.

지난달 1일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천만명이 넘었습니다.

그 어느해보다 경쟁이 치열한데요.

올해 신청자는 1,140만 명.

지난해 지원자 869만 명과 비교하면 21%나 늘어난 수치인데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원자들의 모습이 무슨 투표현장 같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이 사람들이 모두 영주권을 갖게 되는 건 아니고요, 추첨을 통해 5만 5천 명에게만 영주권이 주어집니다.

올해 지원자들 가운데는 0.5% 정도만 행운을 거머쥘 수 있단 겁니다.

이제 전자추첨 방식으로 10만 명을 추린 뒤 면접과 범죄 관련 신원 조회, 건강 검진을 통해 내년 5월 최종 합격자가 결정되는데요, 이들은 미국 영주권과 함께 나중에 미국 국적 취득 기회도 받습니다.

<질문>
그 어렵다는 미국 영주권을 추첨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언뜻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거든요?

어떤 제도인가요?

<답변>
네, 미국의 영주권 추첨은 미국만의 독특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상원 의원 에드워드 케네디가 1990년에 낸 아이디어인데요, 신청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미 국무부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서 몇 가지 양식만 채워 넣으면 되는데요, 이렇게 간단히 신청을 마치면, 국무부가 해마다 5만 5천 개의 영주권을 컴퓨터 추첨을 통해 나눠주게 되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남성은 인도에서 온 부샨 파레크입니다.

파레크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미국의 영주권 추첨에 응모했고, 또 당첨이 됐는데요,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학력과 경험을 가진 게 도움이 됐습니다.

<녹취> 부샨 파레크(영주권 추첨 당첨자) : "인도에서 4년제 엔지니어링 학위를 수여받았고 그 뒤에도 인도에서 1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그들이 원하는 관리 기술을 습득했다는 걸 분명히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한국 사람중에 이렇게 영주권 얻었다는 사람 못들어봤거든요?

제한이 있나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한이 있습니다.

멕시코와 중국, 인도, 한국인은 신청할 수 없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미국에 해당국 출신 이민자가 많기 때문에 예외를 뒀다고 합니다.

아시아, 동유럽 국가, 또 아프리카에서 지원율이 높습니다.

특히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선 이 미국 영주권 추첨 기간에 온 지역이 들썩거릴 정도라고 합니다.

이 시기, 에티오피아의 모습을 담은 단편 영화인데요, 미국 영주권 추첨에 당첨된 이 남성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고향 마을에서 이틀을 보내게 됩니다.

날이 밝자 이 남성의 집 앞은 방문자들로 넘쳐나는데요, 모두가 자신들이 원하는, 갖고 싶은 무언가를 말하러 온 겁니다.

<녹취> 마을 여성 : "유명 브랜드의 분홍색 립스틱 하나랑 파랑, 빨강, 노란색의 매니큐어들, 괜찮은 금 귀걸이 한 쌍, 얼굴에 바를 화장품! 그럼 여왕 같이 보일 거예요."

<녹취> 마을 어린이 : "미국산 사탕 보내줄 수 있어요? 저도요. 저도요."

<녹취> 마을 남성 : "사이즈 32/34 정도로, 좋은 바지 한 벌이면 돼. 네가 내 남동생 학비까지 신경 써줄 수 있다면 동생이 여기서 공부도 할 수 있겠지."

이 영주권 신청은 한 사람이 몇 번이든 가능하지만 당해 연도 당첨자가 특정 국가에서 7%를 넘을 수 없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질문>
추첨 영주권을 얻을 때 드는 비용이 있나요?

<답변>
네, 면접 때 일단 수수료가 필요하구요, 영주권을 손에 넣고 난 후에도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려면 비용이 듭니다.

추첨 영주권 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온 방글라데시 출신의 라피크-울-이슬람.

가족까지 함께 건너와 워싱턴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녹취> 라피크-울-이슬람(영주권 추첨 당첨자) : "내 운을 바꾸고 싶었어요. (영주권을 얻는) 이 행운만 내게 오면, 가족에게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잖아요. 모든 것이 바뀌죠. 그게 내가 추첨에 응모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경제력이 떨어지는 지원자들에겐 이 제도도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미국 대사관에서 치러지는 면접 때, 819 달러로 우리 돈 약 90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가족이나 부양자를 데려올 경우, 한 명당 또 다시 819 달러를 지불해야 합니다.

<녹취> 찰리 피오트(듀크대 문화인류학 교수) : "한 해에 국가 당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하지만 토고에서는 3천 명 정도만 지원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출신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수수료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질문>
그런데 이 제도, 조만간 폐지될 거라는 얘기가 있다구요?

<답변>
네, 맞습니다.

지난해 연방 상원이 추첨 영주권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이민 개혁 법안을 의결했는데요, 최근 미국 내에선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법이민자 유입이 사회적 이슈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숙련되지 않은 노동 인력의 유입, 그리고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녹취> 라지브 칸나(이민 변호사) : "자기 이익을 쫓는 사람을 받아주는 게 아니라, 미국이 축복받은 땅이라는 믿음과 개인의 양심을 보고 수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제도를 유지해야 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주로 연방 의회 흑인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데요, 추첨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온 이주민의 절반가량이 아프리카 출신이었거든요, 때문에 이 제도가 없어지면 특히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동유럽 지역에서는 미국으로 이주할 기회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0~70년대에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얘기했죠.

어느덧 까마득한 시절같은데요, 아직도 지구촌 여러곳에선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영주권 당첨의 행운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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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11 17:27:04
    • 수정2014-11-11 19:12:07
    글로벌24
<앵커 멘트>

내전과 가난을 피해 보트에 올라타 목숨을 건 유럽행 보트에 오르는 사람들.

불법으로라도 유럽에 안착해 영주권을 얻어보려는 목숨을 건 시도인데요.

이와는 전혀 사례도 있습니다.

한 나라의 영주권을 추첨을 통해 나눠주는 제도가 그것인데요.

바로 그린카드로 불리는 미국의 영주권 추첨제 얘깁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곧 폐지될 거란 소식에 올해 신청자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영주권을 추첨을 통해서 준다? 이게 정말 시행이 된 제돕니까?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좀 낯설지만 미국에서 실제로 매년 5만명 정도에게 추첨을 통해 자격을 부여해왔습니다.

폐지 소식에 신청자가 몰렸다하는데 얼마나 신청을 했나요?

<답변>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요.

지난달 1일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천만명이 넘었습니다.

그 어느해보다 경쟁이 치열한데요.

올해 신청자는 1,140만 명.

지난해 지원자 869만 명과 비교하면 21%나 늘어난 수치인데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원자들의 모습이 무슨 투표현장 같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이 사람들이 모두 영주권을 갖게 되는 건 아니고요, 추첨을 통해 5만 5천 명에게만 영주권이 주어집니다.

올해 지원자들 가운데는 0.5% 정도만 행운을 거머쥘 수 있단 겁니다.

이제 전자추첨 방식으로 10만 명을 추린 뒤 면접과 범죄 관련 신원 조회, 건강 검진을 통해 내년 5월 최종 합격자가 결정되는데요, 이들은 미국 영주권과 함께 나중에 미국 국적 취득 기회도 받습니다.

<질문>
그 어렵다는 미국 영주권을 추첨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언뜻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거든요?

어떤 제도인가요?

<답변>
네, 미국의 영주권 추첨은 미국만의 독특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상원 의원 에드워드 케네디가 1990년에 낸 아이디어인데요, 신청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미 국무부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서 몇 가지 양식만 채워 넣으면 되는데요, 이렇게 간단히 신청을 마치면, 국무부가 해마다 5만 5천 개의 영주권을 컴퓨터 추첨을 통해 나눠주게 되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남성은 인도에서 온 부샨 파레크입니다.

파레크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미국의 영주권 추첨에 응모했고, 또 당첨이 됐는데요,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학력과 경험을 가진 게 도움이 됐습니다.

<녹취> 부샨 파레크(영주권 추첨 당첨자) : "인도에서 4년제 엔지니어링 학위를 수여받았고 그 뒤에도 인도에서 1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그들이 원하는 관리 기술을 습득했다는 걸 분명히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한국 사람중에 이렇게 영주권 얻었다는 사람 못들어봤거든요?

제한이 있나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한이 있습니다.

멕시코와 중국, 인도, 한국인은 신청할 수 없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미국에 해당국 출신 이민자가 많기 때문에 예외를 뒀다고 합니다.

아시아, 동유럽 국가, 또 아프리카에서 지원율이 높습니다.

특히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선 이 미국 영주권 추첨 기간에 온 지역이 들썩거릴 정도라고 합니다.

이 시기, 에티오피아의 모습을 담은 단편 영화인데요, 미국 영주권 추첨에 당첨된 이 남성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고향 마을에서 이틀을 보내게 됩니다.

날이 밝자 이 남성의 집 앞은 방문자들로 넘쳐나는데요, 모두가 자신들이 원하는, 갖고 싶은 무언가를 말하러 온 겁니다.

<녹취> 마을 여성 : "유명 브랜드의 분홍색 립스틱 하나랑 파랑, 빨강, 노란색의 매니큐어들, 괜찮은 금 귀걸이 한 쌍, 얼굴에 바를 화장품! 그럼 여왕 같이 보일 거예요."

<녹취> 마을 어린이 : "미국산 사탕 보내줄 수 있어요? 저도요. 저도요."

<녹취> 마을 남성 : "사이즈 32/34 정도로, 좋은 바지 한 벌이면 돼. 네가 내 남동생 학비까지 신경 써줄 수 있다면 동생이 여기서 공부도 할 수 있겠지."

이 영주권 신청은 한 사람이 몇 번이든 가능하지만 당해 연도 당첨자가 특정 국가에서 7%를 넘을 수 없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질문>
추첨 영주권을 얻을 때 드는 비용이 있나요?

<답변>
네, 면접 때 일단 수수료가 필요하구요, 영주권을 손에 넣고 난 후에도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려면 비용이 듭니다.

추첨 영주권 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온 방글라데시 출신의 라피크-울-이슬람.

가족까지 함께 건너와 워싱턴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녹취> 라피크-울-이슬람(영주권 추첨 당첨자) : "내 운을 바꾸고 싶었어요. (영주권을 얻는) 이 행운만 내게 오면, 가족에게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잖아요. 모든 것이 바뀌죠. 그게 내가 추첨에 응모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경제력이 떨어지는 지원자들에겐 이 제도도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미국 대사관에서 치러지는 면접 때, 819 달러로 우리 돈 약 90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가족이나 부양자를 데려올 경우, 한 명당 또 다시 819 달러를 지불해야 합니다.

<녹취> 찰리 피오트(듀크대 문화인류학 교수) : "한 해에 국가 당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하지만 토고에서는 3천 명 정도만 지원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출신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수수료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질문>
그런데 이 제도, 조만간 폐지될 거라는 얘기가 있다구요?

<답변>
네, 맞습니다.

지난해 연방 상원이 추첨 영주권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이민 개혁 법안을 의결했는데요, 최근 미국 내에선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법이민자 유입이 사회적 이슈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숙련되지 않은 노동 인력의 유입, 그리고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녹취> 라지브 칸나(이민 변호사) : "자기 이익을 쫓는 사람을 받아주는 게 아니라, 미국이 축복받은 땅이라는 믿음과 개인의 양심을 보고 수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제도를 유지해야 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주로 연방 의회 흑인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데요, 추첨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온 이주민의 절반가량이 아프리카 출신이었거든요, 때문에 이 제도가 없어지면 특히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동유럽 지역에서는 미국으로 이주할 기회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0~70년대에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얘기했죠.

어느덧 까마득한 시절같은데요, 아직도 지구촌 여러곳에선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영주권 당첨의 행운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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